대학생을 대학 밖으로 내모는 사회

언제나 대학가에는 대학생을 가리키는 신조어가 범람한다.여기에 그 최신 업데이트판 일부를 소개한다.요즘 대학가에서 ‘알부자족’은 더 이상 돈이 많은 사람을 의미하지 않는다.그 진짜 속뜻은 ‘알바로 부족한 학자금을 충족시켜야 하는 대학생’이다.이외에도 ‘청년들이 대학 졸업 후 취업에 실패해 신용불량자가 된다’는 의미의 ‘청년실신’, 하루에 5천원으로 생활하는 ‘5000원족’ 등의 유사어들이 줄을 잇는다.

언제나 대학가에는 대학생을 가리키는 신조어가 범람한다. 여기에 그 최신 업데이트판 일부를 소개한다. 요즘 대학가에서 ‘알부자족’은 더 이상 돈이 많은 사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 진짜 속뜻은 ‘알바로 부족한 학자금을 충족시켜야 하는 대학생’이다. 이외에도 ‘청년들이 대학 졸업 후 취업에 실패해 신용불량자가 된다’는 의미의 ‘청년실신’, 하루에 5천원으로 생활하는 ‘5000원족’ 등의 유사어들이 줄을 잇는다. 이런 신조어들은 대학생들의 현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지난 해 평균 전국대학등록금은 6,845,000원. 작년 기준 최저임금 4,110원으로 환산했을 때 1,666시간동안 일해야 벌 수 있는 금액이다. 대학생들이 한 학기에 학교에서 듣는 수업시간 640시간(20학점 기준)보다 2.6배 많은 시간이다. 대학생들의 주업은 더 이상 공부가 아닌 ‘생계형 아르바이트’가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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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 전문 구인구직 포탈 ‘알바몬’의 설문조사 내용.

대학생 40%, 등록금 때문에 생계형 아르바이트한다

아르바이트 전문 구인구직 포탈 알바몬에서 지난 4월 대학생 39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37.8%가 ‘현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중 스스로를 ‘생계형 아르바이트생’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72.2%에 달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용돈 마련(65.3%)’이 가장 많았고, 뒤이어 ‘생활비 마련(43.6%)’, ‘등록금 마련(37.8)’, ‘물가상승(36.5%)’ 순이었다(복수응답가능). 대학생들에게 아르바이트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천웅소 간사는 “책을 사거나 여행자금을 모으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의 대학생들은 밥값을 대고 집세를 내기 위해, 등록금을 모으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며 대학생들의 절박한 상황을 전했다. 현재 대학생들에게 가장 큰 부담이 되는 경제적인 문제는 등록금이다. ‘등록금 천만 원 시대’, 미친 등록금의 나라’라고 할 만큼 우리나라의 대학등록금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2010년 기준 4년제 대학 등록금의 평균은 국립대 444만원, 사립대 754만원이며, 이는 OECD 국가 중 미국에 이어 등록금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지난 2월 같은 사이트에서 대학생 626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응답자의 87.5%가 ‘등록금이 비싸다’고 느낀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25%의 응답자가 ‘다음 학기 등록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는데, ‘등록금을 미처 마련하지 못해서’ 그렇다고 대답한 비율이 절반에 가까웠다. 이 비율은 국립대보다 사립대에서 15%가량 높게 나타났다. 등록을 결정한 대학생 중에서도 등록금 전액을 마련한 대학생은 38.4%에 불과했다. 아르바이트로 등록금의 전액 또는 일부를 충당하겠다고 답한 비율은 57%였다. 이상의 설문조사 결과는 구직사이트의 특성상 응답자의 다수가 당장 일자리를 찾는 상황에 있다 보니 일반적인 대학생들을 대표한다고 확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대학생들의 어려운 처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대학생 아르바이트,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 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대학생 A씨가 어느 날 청년유니온에 연락을 취해왔다. 그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침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하루 8시간을 근무했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한지 3개월이 지나도록 제대로 점심식사를 해본 적이 없었다. 따로 점심시간이 정해지지 않아서 아예 점심을 거르거나 음식을 대충 집어먹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에 의하면 4시간 이상 8시간미만의 근로를 하는 경우 30분 이상의 휴게시간을 제공해야한다. 또한 이 법은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근무하는 경우 주말 중 하루를 유급으로 쉴 수 있게 하는 ‘주휴수당’ 역시 규정하고 있다. 주휴수당은 정규직뿐만 아니라 아르바이트 등의 비정규직에게도 지급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르바이트생들은 ‘주휴수당’ 자체에 대해 잘 모르고 있고, 업주들은 일부러 외면하고 있다. ‘주휴수당’은 물론이고 ‘최저임금법’을 지키지 않는 일도 허다하다. 청년유니온에서 지난해 전국 600곳의 편의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6%가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고 있었다. 최저임금법이 시행된 지는 15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위반업체에 대한 처벌은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지금까지는 적발이 되면 보통 시정명령을 내리거나 고용인과 피고용인 간의 협의로 끝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그러나 최저임금에 대한 문제제기가 활발해지자, 고용노동부에서는 지난 3월 시민과 학생 100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 4320 지킴이’를 결성했다. 3월 28일부터 5월 6일까지 전국을 대상으로 최저임금을 위반한 사업장을 단속한 결과 2,843곳의 사업장이 적발됐다. 지급의무를 위반한 사업장에 대해서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청년유니온 김영경 대표는 “최저임금을 지켜야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더 성숙돼야 한다”며 “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제도화되고 정착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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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여진 씨가 자신의 트위터에 ‘자..말한 건 지키게 합시다요’라는 말과 함께 남긴 사진. 2007년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회의실 내부 모습이다. ⓒ김여진 트위터

‘친서민 MB정부’, 장학금은 예외?

박재혁(서울시립대) 씨의 부모님은 농사를 지으며 넉넉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다. 그래서 그가 직접 늘 아르바이트를 하며 등록금과 생활비에 보태야 하는 처지다. 그는 막노동, 카지노 아르바이트, 생동성아르바이트, 어린이도서판매, 당구장, 다단계 등 해보지 않은 아르바이트가 없다. 아르바이트 때문에 휴학도 많이 해서 더 이상 휴학을 할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경제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있지만 그는 저소득층 장학금을 받지 못한다. 시골에 팔리지 않는 땅이나 건물, 선산 등이 있어서 아무리 빚을 많이 지고 있어도 고소득층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정작 장학금을 받아야하는 저소득층임에도 장학금은커녕 세금만 더 내고 있는 처지다. 그는 “저소득층 장학금은 형식적인 저소득층만을 위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더군다나 올해 국가예산에서 대학생 장학금예산은 대폭 삭감됐다. 참여연대와 민주당 안민석 의원실의 자료에 의하면,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 대한 무상장학금 예산이 2009년 각각 2,223억 원, 709.5억 원에서, 2011년에는 각각 2,205억 원, 287.5억 원으로 감축됐다. 특히 차상위계층 장학금은 올해 2학기부터 아예 폐지된다. 대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국가근로장학금의 경우, 2009년 930억 원에서 2010년 750억 원으로 축소된 데 이어 2011년 예산 역시 동결됐다. 실제로 서울대학교의 경우 2011학년도 국가근로장학금 예산이 전년도 1학기에 비해 29% 감소했다. 저소득층 무상장학금 축소와 함께 통과된 ‘취업후 상환 학자금 대출(ICL)’은 기존 학자금 대출과 달리, 취업 등으로 소득이 발생한 시점부터 원리금을 분할 상환하는 제도다. 정부는 이 제도의 이용자수를 100만 명으로 예상했지만, 지난 해 2학기 ICL을 이용한 학생 수는 11만7,168명에 불과했다. ICL은 높은 이자율과 복리이자를 적용하는데, 등록금 대출이자를 복리로 계산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또한 평균학점이 C학점이하인 재학생과 수능 및 내신등급이 6등급 이내에 들지 않은 신입생은 제도 자체를 이용할 수가 없다. 청년유니온 김영경 대표는 “청년들의 현실을 악용한 제도”이며 “청년들을 더 빚의 구렁텅이로 빠지게 한다”고 평가했다. 학자금을 빌려야할 정도로 생활이 어려운 친구들은 그만큼 학업에만 열중하기 힘든 상황이고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학점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그는 “ICL의 취지를 살리려면 기본적으로 이율을 낮춰야 하고, 상환이 시작돼도 복리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국민참여당 등의 야당에서는 고액등록금의 대안으로 ‘반값등록금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애초에 ‘반값등록금’은 2008년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대통령이 내세운 공약이었다. 많은 대학생들이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하기도 한 이유이기도 했다. 그러나 여당이 된 한나라당은 정부예산문제를 들어 애써 반값등록금을 외면하는 중이다. 청년연합 36.5 조용술 대표는 “공약은 신뢰의 상징인데, 이행을 안 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정치적 명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시점이 달랐을 뿐 반값등록금에 대한 여야 합의는 이미 이뤄진 것”이라며 “토건산업이나 보도블록 정비와 같은 낭비성 예산을 줄이고, 그래도 예산이 부족하다면 교육특별세라도 더 걷어서 반값등록금을 실현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일하는 대학생’은 곧 ‘미래의 빈곤층’ 서울대에 재학 중인 C씨는 매일 오후 2시간씩 인근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그러나 월세를 내기도 턱없이 부족해서 주말아르바이트를 구하고 저녁아르바이트까지 하고 있다. 그는 “근로시간에 상관없이 아르바이트 3개를 하게 되면 체력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너무 힘들고, 그 결과 다른 친구들에 비해 학업에 대한 열의가 떨어진다”고 토로했다. 취업관문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고 대학생들에게 요구되는 스펙은 더욱 까다로워졌지만, 경제적으로 형편이 어려운 대학생들은 스펙은커녕 ‘생계형 아르바이트’에 허덕이는 상황이다. 박재혁(서울시립대) 씨는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취업을 위한 스펙이 전혀 없다”며 “1학년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다 보니 학점관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현실을 한탄했다. 그래서 그는 현재 비교적 ‘스펙’이 필요 없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다. 김영경 대표는 “대학생의 70% 이상이 빚을 지고 졸업한다”면서 “지금의 20대는 40대가 돼도 이 빚을 다 갚지 못할 것”이라고 비관했다. 결국 직장을 잡아도 대학시절의 빚을 갚느라 결혼자금이나 주택자금으로 저축하지 못한다. 그는 “등록금은 너무 비싸고 임금은 갈수록 낮아지는 굴레 속에서 ‘빈곤’이라는 문제는 대학생에게서 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청년들의 빈곤문제는 이제 필연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조용술 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부유한 집안에서 자라서 걱정 없이 편안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소위 부르주아 학력층과 일하는 대학생을 비교해보라”면서 이러한 현상을 “자본에 의한 계급의 고착화”로 정의했다. 그는 “빈곤의 대물림을 막기 위해서는 보편적 교육이 시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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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연합 36.5 조용술 대표는 대학생들이 과대한 경쟁담론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청년문제 해결에 참여할 것을 촉구했다.

5월 23일,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현재의 대학등록금은 중산층이 부담하기 힘든 수준”이라며 이명박 정부의 대선공약이었던 ‘반값등록금’을 재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한나라당에서 민주당의 ‘반값등록금’ 정책을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해왔던 과거와는 다소 모순된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선거용 공약이라며 비난했지만, 당분간 ‘반값등록금’ 추진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다시는 과거와 같은 말 바꾸기 실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문제의 당사자인 대학생들이 책임감을 갖고 적극적인 의사전달을 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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