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여당 후보가 낙선하며 여권 내부에서는 개혁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다양한 개혁안 중 박세일 교수의 신당창당설이 등장하면서 정치계와 언론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중도신당’을 표방하는 박 교수의 신당창당설은 그 정당이 성립될 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이 영입될 수도 있다는 추측이 제기되면서 앞으로 대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강의를 맡고 있는 박세일 교수는 1994년부터 5년간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 수석비서관직을 역임했고 2004년부터 2005년까지는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의장직을 수행하는 등 정치계 내에서 다양한 활동을 했었다. 국회의원직에서 물러난 그는 지금도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과 선진통일연합 상임의장으로서 정치계에 깊은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한때는 정치에 참여했었고 앞으로 정치인으로의 행보에 대해 나갈지 고민하는 박세일 교수에게 교수의 정치참여 범위에 대한 입장을 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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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일 교수는 학자로서 정치 참여가 하나의 실제적인 학문적 완성임을 강조했다. Ⓒ최정훈 기자 |
폴리페서의 정의는 무엇이고, 이러한 사람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폴리페서’ 의미는 정치적 활동을 하는 교수라는 뜻이다. 개인적으로 ‘폴리페서’를 아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학자들이 해야 하는 일은 크게 세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교육이고 둘째는 연구 그리고 마지막은 사회봉사다. 학자들이 연구를 통해서 우리나라 정치 발전을 위해 힘쓰거나 정책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사회 봉사의 하나로 구분할 수 있다. 폴리페서는 군부독재 시절에 정부에 협력한 어용교수라는 단어로 사용되기도 했었다. 이러한 부정적 인식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전 시절에는 폴리페서란 단어 자체가 없었고 이 단어는 최근에 생긴 단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학자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아주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동양에서는 학행일치(學行一致)라고 하면서 학자가 사회 변화와 국가 경영에 참여할 것을 독려해왔다. 폴리페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학자들이 학문에는 별 뜻이 없고 정치활동을 주업으로 할 때 나타난다. 다만 그 학자가 자신의 소신을 접고 단지 정치적으로 성공하기를 원한다면 그 사람은 차라리 정치가가 돼야 한다고 본다. 교수가 정치에 참여하면서 얻는 긍정적인 효과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그리고 정치 참여 방식이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학자가 자기 소신과 철학을 일관성 있게 유지하고 자신의 견해를 정치에서 실현해야 한다. 학자가 정치에 참여하면 실제 세상을 더 알게 돼 이전보다 풍부한 교육을 할 수 있다. 서울대학교 모 교수는 정부 장관직을 맡고는 다시 돌아와서 “내가 세상을 너무 순진하게 봤다는 것을 깨달았다. 만약 미리 알았다면 학생들을 더 잘 가르쳤을 것이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법률적으로 교수는 국회의원이나 장관이 돼서도 다시 돌아올 수 있다. 이 제도는 좋은 제도이지만 만약 교수가 휴직하지 않은 상태에서 과도한 정치적 업무로 인해 교육과 연구에 지장을 받을 때는 스스로 휴직하거나 떠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리고 학자는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올바른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학문적 소신에 맞게 일관성있는 입장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현실에 줄을 서서 단순히 장·차관이 되기를 바라는 것은 더 이상 학자의 모습이 아니다.그렇다면 정치적 성향이 다른 교수들, 가령 안철수 원장과 조국 교수의 정치 참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안 원장의 경우는 아직 정치적 활동을 하는지 모르겠다. 조국 교수야 여러 가지 정치적 참여를 한다고 하지만, 스스로 아직 자신의 주업이 교육과 연구라 생각하면 본인이 알아서 행동할 것이다. 다 양식있는 교수인데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국회의원직을 사퇴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당시 내가 한나라당 정책 의장이었는데 수도 이전 정책을 시행하고자 했다. 이 정책은 잘못된 정책인데도 한나라당에서 추진하고자 했다.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을 하자 당측에서는 수도 분할을 하겠다며 더욱 나쁜 정책을 시행하려 했다. 여당이 주도하면 야당이 막아야 하는데 심지어 야당 일부 의원들은 협조했다. 이렇게 된 데에 책임감을 느끼고 사퇴했다. 틀린 것을 막지 못했으니 책임지는 것은 당연하지 않나. 학생과 교수사회 또는 학교 측에서 본인이 정치 참여한 것에 대해 어떠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가? 분명히 해야 할 점은 내가 현재까지 한 활동은 정치 참여가 아니라 정책 참여였다. 우리나라가 나아가야할 방향은 선진국과 통일이다. 이를 위해 나는 한반도 선진화 재단을 건설하는 등 하나의 씽크탱크로서 활동 했다. 작년부터 통일이 이뤄지기 어렵다 생각해 ‘선진 통일 연합’이란 단체를 통해 국민 운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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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박세일 교수가 참여하고 있는 한반도 선진화재단에서 홍준표 대표를 초청해 ‘선진강국으로 가는 길’에 대한 포럼을 열었다. Ⓒ한반도선진화재단 |
그렇다면 정책에 참여 한 뒤 수업을 진행했을 때 학생 측과 교수사회의 입장은 어떠했는가? 학생들은 내 강의에 현실적인 내용이 많아서 좋아한다. 현실의 변화를 위해 실학이 필요하다. 실사구시로 이론과 경험을 가진 교수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교수들 또한 나의 활동에 대해서 좋게 보고 있다. 오히려 왜 힘든 일을 하려고 하냐고 묻는다. 지금 정치가 여러 가지로 더럽고 탁한데 이 진흙탕 속에 왜 들어가려 하느냐며 그러지 않고도 깨끗하게 얼마든지 살 수 있지 않냐고 한다. 그러나 나 혼자서 깨끗한 것도 좋으나 국가에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될까를 고민해야 한다. 예전 선비들을 보면 시골에 있다가 세상이 잘못되면 한양에 올라와서 임금에게 상소문을 쓰지 않았나.정치적 지위를 획득하기 위해 교수직을 유지한다는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잘못된 비판이다.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은 명예스럽지도 않고 굉장히 힘든 자리다. 공직자가 올바른 공직 윤리를 지키며 공공선과 나라를 위해 일하기 위해서는 개인과 가족의 희생이 수반될 수 밖에 없다. 공직자 일을 해 온 사람에게는 오히려 수고했다고 격려를 해야줘 한다. 교수는 강의를 하고 책을 저술하며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너무나 편한 직책이다. 이에 반해 어느 누가 국회의원과 장·차관을 존경하는가? 이들은 비가 오지 않아도, 비가 와도 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공직자라는 자리에는 엄청난 자기 희생이 따른다. 권력을 누리기 위해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은 옛날 얘기다. 지금은 모두 국민을 위해 봉사하느라 바쁘다.지난 11월 28일 사임을 하시기로 결정을 내리셨다, 이 결정을 내리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여러 가지를 검토하던 중에 일이 많아졌고 앞으로도 많아질 것 같다. 학자라면 해야 할 일 중 하나인 사회봉사의 비중이 너무 커져서 교육과 연구에 지장이 생길 것 같았다. 일단 이번학기 성적 제출은 마무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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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인의 책임감이 얼마나 막중한지를 통해 박세일 교수는 정치적 자리가 단순히 권력 획득을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강조한다. Ⓒ최정훈 기자 |
그렇다면 실제 신당 창당을 하실 생각이신지, 그리고 창당을 하신다면 목표하는 바와 성격이 무엇이신지? 현재 우리나라의 여야, 두 정당구조가 시대적 역할을 잘 못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사회 고발과 문제 제기는 잘하지만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 국가는 문제를 풀어나가는 주체가 필요하기에 올바른 해결책을 낼 수 있는 정당이 세워져야 한다. 또한 대한민국이 선진화와 통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국민을 통합해야 한다. 이번에 창당하고자 하는 정당의 성격은 4가지라 볼 수 있다. 첫째는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고, 지역을 아우르고 계층과 세대를 다 아우르는 국민 대통합 정당을 만들고자 한다. 둘째는 국가의 비전과 전략을 추구하는 정책 가치를 가진 정당이 될 것이다. 셋째는 인물 중심이 아닌 국민 중심 정당이 될 것이다. 구체적으로 활동을 얘기하자면 전국적인 만민공동회를 가져서 어떻게 하면 국가를 선진화하고 통일할 수 있는지 의논할 것이다. 그리고 차세대 정치 지도자를 기르는 정치학교를 열며 정당 이념정책을 연구하는 연구소를 세울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대 통합의 일환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된 형태의 네트워크를 형성할 것이다. 현재 안철수 교수 영입설이 여러 언론매체에서 등장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 지? 안철수 교수를 현재 직접 뵌 적은 없다. 언론에서 나온 의견들을 보면 우리와 생각이 비슷하지 않는가라고 생각하고 있다. 기회가 있으면 한번 만나서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대학생들도 이 당에 참여할 수 있는가? 당연히 참여할 수 있고 그들을 위한 문이 활짝 열려있다. 대한 민국을 선진화 하기 위해서 새로운 젊은 사람들이 참여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잘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청년들과 노장층이 함께 정치적 의사를 얘기하고 프로그램 만들며 같이 미래를 꾸려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