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은 봄이 아니다

2007년 겨울, 수많은 금융 상품 가운데 펀드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정말로 수익률 50% 쯤은 어린아이 장난 치듯 낼 수 있을 것 같았다.먼저 펀드를 시작한 몇몇 사람들은 자신의 펀드 투자 성공기를 주변 사람들에게 퍼트리기 시작했다.그들은 한겨울에 ‘3월’을 맛봤다.그들의 성공담을 들으며 우리는 ‘봄’이 온 줄 알았다.

2007년 겨울, 수많은 금융 상품 가운데 펀드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정말로 수익률 50% 쯤은 어린아이 장난 치듯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먼저 펀드를 시작한 몇몇 사람들은 자신의 펀드 투자 성공기를 주변 사람들에게 퍼트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한겨울에 ‘3월’을 맛봤다. 그들의 성공담을 들으며 우리는 ‘봄’이 온 줄 알았다. 돈이 있으면서 펀드를 안 하는 사람은 바보 취급을 당했고, 돈이 없는 사람은 펀드를 해서 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원금의 2배를 만들어 준다는 펀드 앞에서 서민들은 만기가 된 적금 통장을 대형 펀드 운용사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2008년 겨울, 하지만 ‘봄’은 없었다. 신문을 펼치면 우리의 눈앞에 펼쳐지는 활자들은 연일 경제 위기를 부르짖고 있다. 원/달러 환율 1500 돌파, KOSPI 지수 1000대 이하로 반토막. 말로만 듣던 그랜드크로스(환율과 KOSPI지수의 만남)가 현실화됐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으로 인한 세계적인 유동성 위기가 들이닥치자 세계 1~2위를 다투던 투자은행들도, ‘억’소리 나는 건물을 걸어 중국 펀드에 투자했던 강부자도, ‘악’소리와 함께 허리를 졸라매 돈을 맡긴 서민들도 다 같이 휘청거리고 있다. 경제위기의 여파는 대학생이라고 비켜가지 않았다. 스누라이프에는 “과외,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으로 산 펀드가 수익률 -50%인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묻는 글이 쇄도했다. 당장 돈이 필요한 투자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펀드를 환매하지만, 그나마도 선물환 계약과 수수료를 떼고 나면 원금의 10%도 건질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Mart kapıdan baktırır, kazak palto attırır.
3월은 사람들이 문 너머를 보게 하고, 스웨터를 버리게 한다.

직역으로는 잘 느낌이 오지 않는 이 터키어 속담은, 3월이 왔다고 해서 봄이 온 것은 아니라는 뜻을 담고 있다. 3월은 분류하자면 봄에 속하지만, 오히려 3월이 되면 날씨가 추워지기 때문에 스웨터를 버린 행동을 후회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터키에서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던 사람이 돈을 좀 벌게 된 후 흥청망청 돈을 낭비할 때 그 사람에게 하는 충고로 이 격언이 쓰인다고 한다. 물론 모든 펀드 투자자들이 흥청망청 돈을 쓴 것은 아니다. 또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했거나 대형 운용 회사들의 전략적인 투자자 모집에 의해 판단력이 흐려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때의 우리는 정말로 ‘3월’만을 보고 ‘봄’이 왔다고 판단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언제나 결정은 우리의 몫이고 책임 역시 우리의 몫이다. 언젠가는 지금의 경제 위기도 끝을 맺고 다시 안정 국면에 접어들 것이다. 이번의 경제위기와 그로 인한 우리의 고통스러운 경험이 ‘3월’만을 보고 ‘봄’이 왔다고 판단하는 우를 다시는 범하지 않도록 하는 각성제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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