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격언 중에 ‘욕조물을 버릴 때 아기까지 함께 버리지 마라’는 말이 있다. 사실 아기를 씻기기 위해 받아 놓은 욕조물은 그 후에는 필요가 없기 때문에 버려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그러나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욕조물을 비우면서 아기까지 버리는 행위는 결코 하지도, 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현실세계에서는 필요 없는 것을 제거하기 위해 사물의 가장 중요한 부분 즉, 본질까지 훼손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요즘 스웨덴 사람들은 이 격언을 보수당 라인펠트 당수의 ‘일하는 복지’ 정책을 조롱하기 위해 즐겨 사용하기도 한다. 경제적 효율 추구라는 미명하에 복지혜택마저 줄어드는 상황이 이 격언에서 묘사하는 바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이장무 총장은 임기 내에 서울대 법인화를 완성시키겠다고 발표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9월 29일, 본부는 서울대 법인화위원회를 공식적으로 발족시켰다. 이는 이 총장이 언급했던 대로 자신의 임기 내에 서울대 법인화를 하루 빨리 마무리하기 위한 계획의 일환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kasta inte ut bamet med badvattnet.” (욕조물을 버릴 때 아기까지 함께 버리지 마라.) |
하지만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법인화가 서울대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냐이다. 본부 측과 교육과학기술부는 법인화의 순기능에 대해서만 홍보하고 있다. 물론 법인화는 본부가 말하는 대학의 양적 성장의 전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서울대가 벤치마킹대상으로 연구하고 있는 일본의 도쿄대의 사례만을 보더라도, 그 이면에는 많은 함정들이 도사리고 있다. 사실 국립대의 장점은 정부의 지원 아래에서 기초 학문을 꾸준히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인화가 되면 본부에서 돈이 되는 학과만 지원해 비인기학문들이 쇠퇴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또, 학교의 재정상태는 흑자로 돌아서지만, 등록금이 대폭 인상됨에 따라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대학교육을 받는 것은 더욱 힘들어질 수도 있다. 이처럼 법인화가 된다면, 정작 대학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모든 학문의 균등한 발전과 학생들의 교육권 보장 등을 놓치게 될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욕조물을 버리려다 아기까지 버리게 되는 꼴이 되는 것이다. 이 총장은 법인화를 급하게 밀어붙이기보다 학생들의 걱정이 단순한 기우에 불과할 수 있도록, 누구를 위해 법인화를 추진하고 있는지부터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