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겨울, 자연대에선 전공배정 결과에 대한 논란이 벌어졌다. 전공 확정자 가운데 32명이 자신의 희망과는 무관한 전공을 선택해야 하거나 전공진입을 위해 1년을 더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자연대는 학부제를 시행하면서 애초 전공진입 결정에 여유를 두기로 학생들과 약속했었다. 하지만 97년 겨울엔 복학생을 고려한다는 이유로 학부제 이전 학과별 정원보다도 더 적은 수를 뽑았다. 또한 학생들의 선호보단 각 학과에 인원을 균등히 배분하는 정책을 씀으로써 상당수 학생들이 원하는 전공에 진입하지 못했다. 당시 의 보도에 따르면 자연대는 인기학과로의 인원 편중, 사회적 인력 낭비 등을 지적하고 복수전공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 대안은 다소 비현실적이어서 비판을 받았다. 복수전공을 하려면 전공 필수 이수학점인 65학점을 새로운 전공을 위해 들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1년 이상의 기간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결국 이 문제는 ‘재차지원이 가능하다’는 교수진의 설득에 의해 흐지부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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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저널> 1998년 3월호는 자연대 학부제 문제를 화두로 삼아 학부제를 전반적으로 검토한 바 있다. |
그 후 10년이 지난 2007년 겨울, 또다시 ‘웃지 못할 일’이 발생했다. 학부제를 시행하는 대부분의 단대는 1년 또는 2년 동안의 성적의 평균을 기준으로 전공을 배정한다. 이 때 원하는 전공에 배정받지 못할시엔 학부에 따라 다시 전공을 지원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다. 이번에 문제가 불거진 곳은 사범대였다. 사범대에서는 원칙적으로 최초 2학기 이후에 재수강을 해서 성적을 올려도 전공진입시엔 인정을 해 주지 않는다. 따라서 1년에 한 번 개설되는 과목은 재수강해서 학점을 올려도 전공진입시 반영되지 못한다. 1학년 때 좋지 못한 학점을 받았다면 원칙상 전공재수는 불가능한 것이다. 그렇지만 일부 학생들의 경우엔 명시적으로 전공재진입이 금지되어 있지 않았다는 이유로 2학년 때 전공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를 암묵적으로 용인해 주던 사회교육계열이 전공진입을 다시 확실히 금지키로 함으로써 문제가 발생했다. 게다가 사범대측은 전공진입에 대한 구체적인 공지를 07학번 새내기가 진입하기 직전인 2007년 말에야 공개했다. 결국 학교측의 미비한 홍보와 학생들측의 무관심으로 인해 07학번들의 일부가 원치 않는 전공을 갖게 됐다. 이 사태의 가장 근본적인 지점엔 학부제가 가진 구조적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다. 1998년 3월호 역시 자연대 전공진입 사태의 원인을 학부제에서 찾고 있다. 준비 없이 강행했던 행정 처리, 학부제로의 변화 과정 중 학생들이 철저히 배제되었던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서울대에서 학부제가 처음 시행된 것은 1992년이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넘은 지금도 학부제가 낳은 전공진입문제의 ‘잘못’은 여전하다. 그때나 지금이나 누군가는 이렇게 호소하고 있을지도. “이게 다 학부제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