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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학번 새내기가 들어왔다. 설렘을 갖고 대학생활을 준비해야 할 그들이지만 입학에서부터 수많은 교육의 문제가 산재해 있다. “등록금 천만원 시대”에 “무한경쟁으로 고등학교 생활을 4년 더 해야 한다”는 언론 보도는 대학생활의 낭만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국립서울대학교도 이러한 분위기에서 예외는 아니다. 지난 1월 14일 관악교육투쟁특별위원회(교투특위)가 발족했다. 교투특위는 일부 학생정치조직만 참여한 작년과 달리, 단과대 학생회를 중심으로 학내의 여러 단위를 아우르며 조직됐다. 또 총학생회가 참여하면서 교투특위는 ‘총학생회 산하기구’라는 지위까지 갖춰 작년에 비해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하지만 이후 기성회이사회에 대한 입장차이로 총학생회가 교투특위를 해임하는 일이 발생했고, 당초 구호로 내세웠던 ‘등록금 동결’과 ‘제2전공 의무화 반대’도 교투특위의 의견이 관철되지 않았다. 2008년 현재, 서울대학교에서는 여전히 교육투쟁이 진행중이고 그와 관련된 다양한 시각이 공존한다.본부와 교투특위, 입장차 좁히지 못해지난 1월 23일, 등록금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교육환경개선협의회(교개협)에 총학생회와 더불어 교투특위도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교투특위 측은 “학교의 예산이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이유로 등록금을 동결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본부 측은 “서울대학교는 예산과 결산이 이원화돼 직전 년도의 예산 사용내역을 등록금이 결정되는 시기에 알 수 없으며 학교 발전을 위해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미경(인문2 05) 교투특위 공동위원장은 “이미 수년간 필요 이상의 등록금 인상이 있었다”며 본부 측의 논리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등록금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자리인 ‘기성회이사회’에 대해서도 본부와 교투특위는 의견을 달리했다. 본부 측은 “기성회이사회는 학부모를 대표하는 모임이다. 신입생이 들어올 때 각 가정에 기성회이사회에 참가할 의사를 물어보고 신청자를 단대 학장이 무작위로 선정한다”며 기성회이사회가 민주적인 방법에 의해 구성된다고 주장했다. 교투특위 측은 이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임대환(사회 03) 교투특위 공동위원장은 “실제로 기성회이사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이는 기성회이사회가 열리는 날 수많은 고급승용차가 줄지은 모습에서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등록금에 관해 학생들이 논의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기성회이사회가 소집되고 졸속적으로 등록금이 결정된다”며 등록금 결정이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정재 학생처장은 “기성회이사회에 학생이 참가할 수 있으며 발언권도 가진다. 물리력을 행사해서 기성회이사회를 저지하지 말고 함께 등록금 인상을 최소화하자”고 교투특위의 기성회이사회 참여를 당부했다. 지난 1월 25일에 열린 기성회이사회에 교투특위는 불참했고 물리력을 사용해 기성회이사회를 봉쇄할 것을 선언했다. 기성회이사회에 대한 생각의 대립은 학생 사이에서도 일어났다. 총학생회 측은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실력저지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급기야 ‘총학생회 산하기구’였던 교투특위를 해임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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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25일, 교투특위는 기성회이사회의 민주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본부를 봉쇄했다 |
교투특위 해임 이후 대표성에 대한 지적 이어져
이후 총학생회와 교투특위의 관계를 재논의하기 위해 지난 2월 17일에 총운영위원회가 열렸으나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교투특위 해임은 앞으로의 움직임에 제약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정재 학생처장은 교투특위가 해임됨으로써 대표성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학생들의 선출이나 동의 없이 이뤄진 기구가 교투특위다. 20명 남짓의 인원으로 학생 전체를 대표한다고 볼 수 없다”며 “교투특위가 물리력을 행사해 기성회이사회를 방해 한 것은 옳지 않으며 당초 예상보다 등록금이 더 오른 것도 교투특위의 책임”이라고 덧붙였다. 미경 씨는 “교투특위는 단과대학생운영위원회(단운위)를 통해 아래로부터 결성된 것”이기 때문에 교투특위의 대표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기성회이사회에 관해서는 “기성회이사회에 참여해서 발언할 수 있지만 학생의 발언력이 너무 미약한 곳이기 때문에 등록금 결정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기성회이사회 자체가 비민주적으로 구성됐다고 보기 때문에, 학생 참여를 통해 기성회이사회가 민주적으로 보이는 것을 막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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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재 학생처장은 기성회이사회를 저지하려한 교투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했다 |
교투특위를 향해서도 다양한 비판 쏟아져
그러나 학생들 사이에서도 교투특위를 비판하는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한다. 김재의(사회 06)씨는 “교투특위가 거시적 담론을 생산하지 못한다. 이명박정부 아래에서 교육부의 위상자체가 위협을 받고 있으며 서울대 법인화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을 언급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임대환 씨는 “지금은 우선적으로 집중해야 할 문제에 역량을 투입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이명박 교육정책에 반대하는 단위와 함께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교투특위 내부에서도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문대의 한 학생은 “각 정파별로 총학생회 선거에 이기기 위해 경쟁하기 바빠 교육투쟁을 준비하는 기간이 너무 부족했다. 또한 다양한 학교와 연대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미경 씨는 “05년부터 전국대학생교육대책위원회라는 기구를 통해 교육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있다” 또한 “교육투쟁은 3월에 잠깐 진행되는 사업이 아니라 꾸준히 학내의 교육문제에 대해 담론을 재생산하는 것으로 총학생회 선거도 교육투쟁의 맥락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교육투쟁, 이기지 못해도 의의는 있다교육투쟁은 학내에서 매년 진행되고 있다. 05년도에는 비상총회가 성사됐고 작년에는 1만인 서명을 받을 만큼 다른 운동에 비해 학내의 관심도 높은 편이다. 하지만 교투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적은 단 한차례도 없었다. 이에 대해 미경 씨는 “원하던 목적을 이뤄내지 못했다고 해서 교육투쟁을 ‘실패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단기적인 사안을 통해 즉각적인 분노를 이끌어내는 것 보다 장기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의견을 전달하고 동의를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임대환 씨는 “현재 학생과 대학은 서로 동등한 위치에 있지 않다. 너무 강한 권력을 가진 대학 본부 측에 대항해 학생들의 목소리를 내는 과정이 교육투쟁이다. 권리는 누군가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찾는 자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교육에 있어 학생의 요구와 권리를 억압하는 현실에 새로운 원칙을 제시하는 것이 교육투쟁”이라며 교육투쟁의 의의에 대해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