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협동조합, 내 목소리를 들어줘

학생위원회는 매주 월요일에 모여 학내 복지 향상을 위해 개선되어야 할 사항들을 검토한다.할머니 밥이 그리워 들른 솔밭식당, 김관악 (가명)씨는 소고기국밥 한 그릇으로 허기진 배를 달래고 서둘러 오후 수업에 들어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긴다.학생회관 복사실에서 수업자료를 출력한 후 문구점에 들러 형광펜 하나를 사고 인문대로 걸음을 재촉한다.중도터널을 지나는 길, 뭔가 아쉬운 마음에 삐에스몽테에 들러 후식으로 커피 한 잔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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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위원회는 매주 월요일에 모여 학내 복지 향상을 위해 개선되어야 할 사항들을 검토한다.
할머니 밥이 그리워 들른 솔밭식당, 김관악 (가명)씨는 소고기국밥 한 그릇으로 허기진 배를 달래고 서둘러 오후 수업에 들어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긴다. 학생회관 복사실에서 수업자료를 출력한 후 문구점에 들러 형광펜 하나를 사고 인문대로 걸음을 재촉한다. 중도터널을 지나는 길, 뭔가 아쉬운 마음에 삐에스몽테에 들러 후식으로 커피 한 잔을 샀다.

솔밭식당, 복사실, 문구점, 삐에스몽테 등 김 씨가 오늘 하루 들른 모든 곳은 생활협동조합(생협)과 관계있는 곳이다. 식당, 매점, 문구점, 심지어 자판기까지 학내 매장 대부분은 생협에서 직접 운영하거나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의 학생들이 생협에 대해 잘 알지 못할 뿐 아니라 생협의 규모조차도 제대로 인지하고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은 서울대 학생들의 생협에 대한 인지도를 알아보기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11월 11일부터 13일까지 총 3일간 서울대학교 학부생 308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설문은 학내 곳곳에서 이뤄졌으며 표본은 무작위로 선정했다. 오차한계는 신뢰도 95% 수준에서 ±5.62%다. 생협, 내겐 ‘듣보잡’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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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매점, 문구점, 복사실, 서점, 기념품점 등 학내 대부분의 매장은 생협에서 직접 운영하거나 관리하고 있다. 학교 밖으로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학교의 특성상 학내 매장을 장악하고 있는 생협의 존재는 학생들에게 매우 큰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학생들 중 상당수는 매일 이용하면서도 생협이 어떤 곳인지 잘 모르고 있다. 생협에 대해 알고 있냐는 질문에 대해 5.5%만이 ‘조합의 설립 목적과 활동을 잘 알고 있다’고 답했고 25.6%가 ‘조합의 활동에 대해 대체로 알고 있다’는 소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50.3%의 학생들은 ‘들어본 적은 있다’고 응답했고 13.6%는 ‘잘 모르겠다’, 4.9%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해 조합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반응이 68.8%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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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협은 학생, 교직원 등 학교에서 생활하는 당사자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만들어진 비영리 기관이다. 학내 구성원들은 출자금을 모아 생협을 자치적으로 운영한다. 합리적인 학내 경제활동을 보장해 학내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해 출현한 조직인 것이다. 59.1%의 학생들은 생협이 ‘학생들의 복지를 위해 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머지 학생들은 생협이 비영리 기관인 것은 알지 못했다. 생협이 무엇을 위해 일하냐는 질문에 6.8%는 ‘수익을 창출해 학교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답했고, 28.6%는 ‘수익을 창출해 생활협동조합을 운영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생협의 주인, 조합원생협의 주체로서 참여하고자 한다면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된다. 조합원이 되는 방법은 간단하다.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을 통해 가입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하고 1만원 이상의 출자금을 입금해 구좌를 개설하면 된다. 구좌에 예치된 금액은 조합에서 탈퇴할 때 고스란히 돌려준다. 조합원이 되면 글로벌하우스, 다향만당, 생협에서 직영, 관리하는 모든 문구점과 기념품점 등에서 3~10%의 적립금을 쌓을 수 있다. 생협이 생긴 이후부터 올 11월까지 적립된 금액은 3백88만 9162원, 이 가운데 3백십만 7275원이 사용됐다. 생협에서는 조합원들에게 매해 학생수첩을 무료로 배부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생협 홈페이지의 ‘한마디제안’을 통해 개선사항을 요구할 수 있고, 조합원총회에서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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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협에서 조합원들에게 많은 혜택을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조합원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미지근하기만 하다. 조합원이 누릴 수 있는 혜택에 대해 47.1%는 ‘전혀 모른다’고 답했고, 46.1%는 ‘알지만 조합원은 아니다’고 답했다. 응답자 중 93.2%의 학생이 조합원에 가입하지 않은 것이다. 2.3%의 학생들만이 ‘조합원의 권리를 알고 있고 현재 조합원으로서 적극적으로 누리고 있다’고 말했고, 4.5%는 ‘조합원이긴 하지만 제대로 누리지는 않고 있다’고 답해 대다수의 학생들은 조합에 대해 모르거나, 알더라도 조합원 제도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있다는 결과를 보여줬다. 소수의 학생들이 조합원으로서 적극적으로 권리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지만 그들에게는 다른 학교의 조합원들과 달리 조합원총회에 참여할 기회가 없다. 생협 정관 제 20조에 의하면 ‘정기총회는 매년 1회 사업 년도 종료 후 3월 이내에 이사장이 소집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서울대에서는 생협이 생긴 이래 단 한 번도 총회가 열린 적이 없다. 생협 학생위원회 위원장 손진(에너지자원공학 07) 씨는 “정족수 문제도 걸리고 홍보에도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교원이나 직원들을 한 자리에 모으는 것도 매우 번거로운 작업”이라며 이유를 밝혔다. 2009년 11월을 기준으로 서울대 생협의 총 조합원 수는 1151명, 그 중 학생이 822명, 교원이 113명, 서울대 직원이 136명, 생협 직원이 80명이다. 하지만 서울대보다 조합원 규모가 3배나 큰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는 매 학기마다 조합원총회가 열리고 있으며 총회가 열릴 때 마다 100명 이상의 인원이 참여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학생들 “생협과 학내 구성원 간 의사소통 잘 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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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에서 이뤄지는 대부분의 의사결정은 학생들의 의견이 단순히 참고 되거나 아예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생협에서 학생들의 위치는 매우 독특하다고 할 수 있다. 생협에서는 학생들이 조직의 주체로서 교원, 직원과 대등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생협의 이사회 회의는 교원 2명, 서울대 직원 3명, 생협 직원 3명, 학부생 4명, 대학원생 2명, 당연직 1명 등 총 20명의 이사들이 생협의 운영과 관련된 전반적인 내용을 결정하는 자리다. 회의에 참여하는 학부생들은 생협 학생위원회에서 활동하는 학생들이다. 생협 학생위원회는 학생 조합원들의 의견을 모아 회의에서 발의해 생협의 운영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대중 조직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손진 씨는 “서울대는 전체 학생 수에 비해 조합원에 가입한 수가 매우 적다. 그래서 원칙에는 학생 조합원의 의견만 수렴하도록 명시돼 있지만 조합원이 아닌 학생도 잠정적인 조합원으로 바라보고 전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생협 학생위원회는 매주 1회 열리는 정기 회의를 통해 생협과 관련된 곳을 비롯해 학내의 전반적인 학생 복지시설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모아 생협에 전달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신들의 의견이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생협과 학내 구성원간의 소통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대해 77.6%가 ‘소통이 거의 없다’고 답했고 ‘소통이 아예 없다’고 답한 학생들은 13.3%였다. ‘비교적 잘 이뤄진다’는 응답은 8.8%에 불과했으며 ‘매우 잘 이뤄지고 있다’ 답한 학생은 0.3%였다. 제기된 많은 문제들은 생협 학생위원회 내부에서 해결해 나가고 있다. 손 씨는 “학생위원회 회의에서 제기된 개선안을 시행하는 게 학생 복지를 향상시키는 일이라는 판단을 하면,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 없이 자체적으로 해결한다”고 설명했다. ‘공대 앞에 테니스장이 있지만 매점에서는 테니스공이 없으니 들여놔 달라’, ‘생리대 자판기가 고장이 났으니 수리해 달라’는 것과 같이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개선안에 대해서는 가급적 받아들여지도록 한다는 것이다. 생협 학생위원회 안에서 제안한 아이디어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일례로 학생회관 식당 C메뉴를 먹으려는 사람들로 인해 번잡하게 늘어졌던 줄은 생협 학생위원회의 제안으로 동선을 고려한 효율적인 형태로 바뀌었다. 이어서 손 씨는 “식권위조사건과 같이 공론화가 필요한 일은 자보를 붙이고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등 최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일을 하고 있음에도 학생들이 왜 소통이 없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묻자 손 씨는 “학생위원회에서 활동 내용을 제대로 홍보하지 않아 학생들이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조합원 제도 알리기에 소홀한 생협 학생위원회서울대에 입학한 신입생들이 생협에 대해 알 수 있는 방법은 생협에서 발간하는 ‘생활백서’를 열심히 보는 것 밖에 없다. 하지만 갓 입학해 과 생활에 적응하기도 버거운 새내기에게 스스로 조합원 제도를 알아 권리를 누리라고 말하는 건 무리한 요구다. 생활협동조합의 우수사례로 자주 거론되는 상지대학교 생협 학생위원회는 각종 학교 행사가 있을 때나 학교 축제에서 적극적으로 생협 홍보 활동을 하고 있다. 상지대 생협 학생위원장 박영수(경제 05) 씨는 “학생위원회의 이름을 걸고 조합원의 의미와 조합원이 누리는 혜택을 홍보해 학생들에게 조합원 가입을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체 학생의 47%가 조합원으로 가입된 한국외국어대학교도 조합원 제도를 알리는 데 열심이다. 한국외대 생협 학생위원장 김민철(경영정보 08) 씨는 “매년 5월에 ‘조합원 한마당’이라는 행사를 한다. 생협과 관련된 퀴즈맞추기를 하거나 상품 판매, 각종 게임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생협과 조합원에 대해 홍보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손진 씨는 “기본적으로 생협의 정신은 자발적인 참여에 있기 때문에 가입을 유도할 수 있는 홍보활동은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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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학생위원장 손진 씨는 “학생위원회에서는 학내 복지 향상을 위해 많은 일을 하고 있지만 홍보 활동이 부족한 탓에 학생들이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서 손 씨는 “생협이나 조합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필요성은 절감하고 있다. 학생위원회에서도 홍보활동을 하고는 있지만 효과가 미비”하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생협 학생위원회에서는 지난 축제 때 ‘스탬프 찍기’ 행사를 했다. 학내의 생협 매장에서 스탬프를 받아오면 추첨을 통해 선물을 주는 행사였는데 홍보 부족으로 인해 참여율이 저조해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매 학기마다 교재장터를 주최해 조합원에게 혜택을 줘서 조합원의 존재를 인식시키려는 노력도 하고 있지만 대다수의 학생들에겐 관심 밖의 일이다. 연세대학교는 학생복지위원회가 총학생회 산하의 특별위원회로 운영되고 있다. 연세대 부총학생회장 김예람(신문방송 06) 씨는 “임기 내에 안건을 처리해야 하는 총학생회와는 별개로 학생복지위원회는 특별위원회로 운영해 장기간 지속적인 사업도 가능하도록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생협 학생위원회의 활동은 학생위원장의 역량에 많은 영향을 받지만, 위원장의 임기는 1년 밖에 되지 않아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홍보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 손진 씨는 “홍보 방향은 상의가 됐지만 구체적인 활동 내용은 전무한 상태다. 지금은 학생위원장 임기가 끝나갈 시기이기 때문에 다음 학생위원장이 구체적인 방법을 계획해 꾸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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