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중 관악 캠퍼스는 ‘서울대학교 캠프장’

8월 중 학생회관 식당의 불편사항 건의 게시판은 ‘드림클래스’로 가득찼다.많은 학생들이 드림클래스에 대한 불평·불만을 적어놓았고, 나중에는 욕설도 등장했다.드림클래스 참여 학생으로 보이는 학생도 게시판에 가세하면서 의견 개진란은 상호 비방으로 점철돼 한마디로 ‘엉망진창’이 됐다.총학생회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학관 1층에 붙여놓은 ‘소통우체국’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8월 중 학생회관 식당의 불편사항 건의 게시판은 ‘드림클래스’로 가득찼다. 많은 학생들이 드림클래스에 대한 불평·불만을 적어놓았고, 나중에는 욕설도 등장했다. 드림클래스 참여 학생으로 보이는 학생도 게시판에 가세하면서 의견 개진란은 상호 비방으로 점철돼 한마디로 ‘엉망진창’이 됐다. 총학생회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학관 1층에 붙여놓은‘소통우체국’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간간이 기타 학내 사안에 대한 의견도 있었지만 소통우체국은 서울대생 대 드림클래스 구도로 ‘전쟁’ 중이었다.

방학에 찾아오는 손님, ‘삼성 드림클래스 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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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드림클래스’는 저소득층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방과 후 학습지원 사업으로,드림클래스에 선발된 중학생들은 무료로 수학과 영어 과목을 배운다. 최근 논란이 된 드림클래스는 방학 중 전국 14개 대학교에서 열리는 ‘드림클래스 방학캠프’다.서울대 내에서의드림클래스 방학캠프는 작년 동계방학부터 진행돼 올해가 두 번째다. 중학교 1·2학년과 대학생 멘토, 진행요원을 포함해 총 250여 명이 참여한 올해 드림클래스 서울대학교 여름방학 캠프는 8월 1일부터 8월 21일까지 3주간 진행됐다. 드림클래스 여름방학 캠프 수업은 인문대 강의실에서 이뤄졌고, 참가자들은 올해부터 하계·동계방학 동안 외부인 전용동으로 지정된 관악사 906동에서 숙박했다. 하계방학 기간 중 학내에서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캠프는 드림클래스 뿐만 아니다. 그러나 드림클래스는 규모면에서 가장 크고 장기간 진행되고, 관악사까지 이용하며하루 종일 학내에서 진행됐기 때문에 다른 캠프에 비해 더욱눈에 띄었다.

  작년 겨울 드림클래스가 처음 서울대학교에서 진행됐을 때도 학내에서 많은 논란이 있었다. 지난해에는 학내 의견이 공식적으로 표면화된 것은 아니었지만온라인상에서 익명의 학생들이 드림클래스에 관해많은 문제를 제기했다. 문제제기는 주로학생식당 및 관악사의 이용과 관련됐다.

급식실이 된 학생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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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림클래스 여름캠프에 관해서 학내 구성원들의 원성이 가장 컸던 점은 학교 식당 이용이었다. 서울대학교는 학기 중에도 많은 초·중·고등학교에서대학 탐방을 오기 때문에 학생들은 ‘식당 체증’에 피로도가 쌓여있다. 3주간 250여명의 드림클래스 참여자들이 자하연과 학생회관 식당 두 곳만을 이용해 식사를 하다 보니 식당 이용에 불편을 겪은 서울대생들의 불만이 기존의 피로도와 함께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의견 개진란에서 ‘우리 학교는 동물원이 아닙니다’나 ‘견학 좀 작작’ 등의 문구들을 통해 학생들이 가지고 있던 기존의 불만들이 이번을 계기로 터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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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식당을 이용하는 학생들 의 불만이 커지자 총학생회에서 시정을 위해 나섰다. 총학은 드림클래스 진행본부 측에 기존에 단일했던 식사 시간을 세 개의시간대로 분산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 조치로드림클래스에 의한 식당 체증은어느 정도 줄었지만, 총학이 자보에서도 인정했듯이‘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총학은 자보에서 이 사안에 대해 이후 49차 교육환경개선협의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외부인 전용동 지정으로 불편 줄어들었지만철새가 된 906동 사생들

  드림클래스의 관악사 이용에 관해서도 학생들의 불만이 많았다. 2012년 동계방학 기간에는드림클래스에 참여한 중학생들이 학부생 생활동의 비어있는 방으로 배정됐다. 이러한 방 배정으로 학생들의 사생활 침해에 관해 많은 문제가 지적됐다. 관악사 자치회 대표 추연숙(국어교육 11) 씨는 “작년의 경우 담당 멘토가 각 방마다 흩어져있는 드림클래스 참가 학생들을 깨우기 위해 방마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 기존 사생들의 불만이 폭주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관악사에서 하계·동계방학 중 외부인 입사에 대한 사생들의 불만은 이전부터 제기돼왔다.관악사 자치회는 2012년 7월과 8월 두 달간 관악사 내에서 ‘하계·동계방학 외부인 입사에 대한 의견’을 받고, 수렴한 내용을 관악사 행정실에 건의했다. 그 결과 올해 906동이 처음으로 하계·동계방학기간 중 외부인 전용동으로 지정됐다. 추연숙 대표는 “드림클래스 학생들이 각 방마다 흩어져있었던 작년에 비해 외부인 전용동이 처음 운영된 올해 하계 방학에는 외부인 입사에 대한 입사생들의 불편 사항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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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906동이 방학 기간 중 외부인 전용동으로 운영하게 됨에 따라 906동 입사생들은 방학마다 다른 동으로 쫓겨나는철새 신세가 됐다. 906동 신청자에게는 이에 대한 사전 동의를 받는다. 그러나 지방 출신의 906동 사생인 A 씨는 “현실적으로 봤을 때 지방 학생들은 동의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관악사는 철새 신세가 된 906동 사생들에게 무료 이사 지원을 제공하지만 정해진 날에 동시에 이사해야 하고,룸메이트도 달라지는 등 여전히 번거로움이많다. 이와 관련해 관악사 자치회는 2학기 중에 드림클래스 입사와 외부인 전용동 제도에 대해 사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관악사 행정실 측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 드림클래스는 특혜인가?

  삼성 드림클래스 캠프는 본부 측으로부터 기숙사나 강의실 대여 등 여러모로 많은 협조를 받고 있다. 드림클래스에 대한 본부 측의 특혜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법도 하다.

 드림클래스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무료로 진행되는 학습지원 프로그램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대학의 공공성과 사회공헌 정신의 일환으로 이해될수도 있다. 그러나 좀 더 현실적인 관점에서 보면,드림클래스 캠프는 ‘국가장학금 2유형’과 긴밀하게 밀접히 연관돼 있다. 실제 드림클래스 캠프의 주관부서는 본부 학생처 장학복지과다.장학복지과 김은미 담당관은 “국가장학금 2유형의 구성은 대학별 등록금 인하 금액과 장학금 증가량을 통해 결정된다”며 “드림클래스 멘토로 참여하는 서울대 학생들에게 일정량의 금액이 장학금 형식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국가장학금 2유형 확충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작년에는 드림클래스 멘토로 참여한 서울대 학생이 80명 정도에 그쳤지만 올해에는 본교 학생 230여명이 선발돼 그 수가 3배가량 증가했다.김 담당관은 “확충된 국가장학금 2유형은서울대학교 학부생들에게 되돌아가기 때문에 최종 수혜자는 서울대학교 학부생 전체가 된다”며 “이 때문에 업무증가에도 불구하고 장학복지과에서 드림클래스에 협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담당관은 “당장은 불편할 수 도 있지만, 나아가서는 학교와 학생들에게 수혜가 돌아오는 것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큰 그림으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서울대에서 진행되는 사설 교육업체 프로그램들

 모두 서울대학교 캠프로 둔갑

  학내에서 진행되는 캠프는 드림클래스 뿐만 아니다. 우선 단과대별로 전공 관련 캠프가 열리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로 매해 방학 중 공과대학에서 진행되는 ‘공대 프론티어 캠프’가 있다. 서울대의 공공성과 사회 공헌 일환으로 청소년들에게 전공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들을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 대부분 캠프들의 취지다. 공대 프론티어 캠프의 참가비는 10만원 내외이며, 가정형편을 고려해 참가비가 면제되기도 한다.

  단과대에서 운영되는 캠프 외에 학내에서 진행되는 캠프 중에는 사설 교육업체가 주관하는 멘토링 캠프도 다수다. 이러한 캠프는 대부분 학과 전공과무관한 캠프이며 주로 자기 주도 학습법에 관한 일반적인 멘토링 캠프다. 단지 서울대학교 재학생이 멘토로 활동한다거나 서울대학교 캠퍼스 내에서 캠프가 진행된다는 이유로 사설 업체에서 운영하는 캠프들은 ‘서울대학교 OOO 캠프’라는 이름으로 둔갑한다. 산학협력단 김소미 사원은 “참가자들 중에는 사설 교육업체의 캠프를 서울대학교 공식 캠프로 오인하여 비싼 참가비를 내고 캠프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일례로 8월 초 서울대학교 반도체공동연구소에서‘서울대학교 OOOO 캠프’가 진행됐다. 반도체공동연구소에서 두 번째 진행된 이 캠프는 사설 교육업체에서 운영된 캠프로 2박 3일 참가비가 40만 원가량 되는 고액 캠프다. 그러나 이 캠프는 서울대학교 측의 공식 캠프가 아니기 때문에 ‘서울대학교’라는 명칭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학칙 중 ‘서울대학교 상표의 관리에 관한 규정’ 제5조에 따라 사전에 명칭 사용 허락을 신청해야 했다. 이를 따르지 않고 무단으로 상표를 사용했을 경우 위의 규정 제8조에 따라 고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캠프는 명칭 사용에 대한 사전 요청이 없이 무단으로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산학협력단 김소미 사원은 “사설 교육업체에서 상표 무단 사용이 너무 무분별해 민원이 들어오는 사설 업체에 내용증명과 함께 제재요청을 한다”고 말하며 “2차나 3차 제재요청에도 시정조치가 없으면 관련 법률에 따라 법적 제재조치를 취한다”고 말했다. 연구정책과에서 최근 전 기관에 보낸 공문에서는 ‘학내 전 기관에서는 장소 제공 협조 등을 삼가달라’는 요청과 함께 서울대학교 명칭 및 표장의 무단 사용에 대해 조치가 가해질 수 있음을 알렸다. 반도체공동연구소는 앞으로 ‘서울대학교 OOOOO 캠프’에 장소 협조를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학내에서 진행되는 캠프들, 학내 구성원들의 합의점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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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학교가 한국 사회에서 갖는 상징성으로 인해 본교에는 항상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비롯한 방문객들이 많다.방학 중 서울대학교 내에서 캠프들이 왕성하게 열리는 것도 서울대학의 사회적 위치와 관계없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서울대에서 방문객들을 대처하는 방법은 아직도 미숙한 점투성이다. 드림클래스 서울대학교 여름 캠프에서 멘토를 했던 성균관대 구현주(인문과학 13) 씨는 “서울대학교 본부와 드림클래스가 서로 엇박자가 난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며 캠프 초기의 진행미숙을 지적했다.

  반도체공동연구소에서 보직을 맡고 있는 한 교수는 “드림클래스 캠프 문제가 조명된 것은 학내에서 진행되는 캠프들에 대해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 같다”며 “학내 구성원들이 캠프 운영에 대한 합의된 기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말했다. 2학기에 예정된 교육환경개선협의회 등의 논의 기구에서 방학 중 캠프에 대한, 더 나아가 외부인 견학에 대한 학내 구성원들의 합의된 자세가 수렴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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