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과의 첫 만남을 떠올려 봅니다. 벌써 작년 4월의 일이네요. 대학에서의 하루하루가 여전히 너무도 새롭고 신기하게만 느껴지던 저의 눈에, 자하연 앞에 쌓여 있는 이 들어왔습니다. 관악에서 만난 모든 것들과의 첫 만남이 항상 그러했듯이, 참 마음 설레는 순간이었지요.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서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고 모든 기사들을 단숨에 읽어 내려갔던 기억이 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렇게 성실한 독서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독서는 제 마음을 참으로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책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새내기’의 바쁜 하루하루를 핑계로 너무도 많은 일들을 까맣게 잊은 채 살아왔던 날들이 눈앞에 또렷하게 펼쳐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참 오랜만에 찾아온 부끄러움이었습니다.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흘러가 버린 지금. 그날의 부끄러움과 남몰래 품어 보았던 다짐은, 끝없는 자기합리화와 ‘현실적’ 사고라는 한층 체계화된 방식으로 외면 받으면서, 또 다시 위태롭게 깜빡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99호에 실린 기사들은 이러한 제 마음 속에 어김없이 수많은 울림들을 남겼습니다. ‘촛불 공포증’에 사로잡혀 학생들을 연행하는 현 정권의 ‘진상’, 허울 좋은 숫자로 가려진 장애복지예산의 기만적인 실태, ‘아플 여유조차 없’다는 이주노동자들의 방치된 건강권과 같은 이야기들은 이 현실에 대하여 과연 이대로 침묵할 수 있는 것인지를 정직한 시선으로 조용히 묻고 있었고, ‘거꾸로 뒤집어진’ 광장을 걱정하는 충무공의 전상서에서는 이 시대를 읽어내는 기자의 사려 깊은 시선이 한 가득 묻어났습니다. 특히, 소리 없이 각 지역의 상권을 빠르게 잠식해가고 있는 편의점과 SSM을 다룬 기사는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거대유통자본의 침투에 의해 변화하고 있는 학교 주변 상권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현장감 넘치는 생생한 보도는, 분명 이 아니었더라면 쉽게 지나칠 뻔 했던 중요한 사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아, 몇 주 전 마치 산타클로스의 깜짝 선물처럼 캠퍼스 곳곳에 놓여 있던 선거신문을 보았을 때의 고마웠던 마음 역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네요. 또 다시, 결코 올 것 같지 않던 12월이 찾아 왔습니다.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은 각자의 외투자락을 여미며 겨울바람보다 더 차가운 현실을 살아가야 할 것이며, 여기에는 또 수많은 좌절과 외면의 시간들이 이어지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보잘 것 없는 세상에 대한 희망을 완전히 버릴 수만은 없는 것은, 이 현실을 바꿀 수 있는 힘은 결국 나와 너, ‘우리’에게 있다는 믿음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믿음이 어렵게나마 이어질 수 있는 데에는, 과 같은 소중한 목소리들이 안겨주는 위로와 깨달음, 용기가 많은 힘이 된다는 생각이 드네요. 꼬박 100호에 이르기까지 뚜벅뚜벅, 성실하게 독자들에게 다가온 의 모습을 떠올려 보니 마음이 참 든든해집니다. 앞으로도 멋진 활동 기대하고 있겠습니다.고맙습니다! .
고맙습니다, <서울대저널>
문득 과의 첫 만남을 떠올려 봅니다.벌써 작년 4월의 일이네요.대학에서의 하루하루가 여전히 너무도 새롭고 신기하게만 느껴지던 저의 눈에, 자하연 앞에 쌓여 있는 이 들어왔습니다.관악에서 만난 모든 것들과의 첫 만남이 항상 그러했듯이, 참 마음 설레는 순간이었지요.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서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고 모든 기사들을 단숨에 읽어 내려갔던 기억이 납니다.처음부터 끝까지, 그렇게 성실한 독서도 없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