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호
‘종북’ 논란의 핵심, ‘자주파’와 ‘경기동부연합’
편집실에서

‘종북’ 논란의 핵심, ‘자주파’와 ‘경기동부연합’

‘종북’ 논란의 핵심에는 NL계열이라 불리는 ‘자주파’ 세력과 자주파 세력의 분파인 ‘경기동부연합’이 존재하고 있다.보수진영은 자주파 세력이 북한의 주체사상을 추종하는 ‘주체사상파’라고 주장하며, 이중에서도 경기동부연합은 조직적인 폭력 혁명과 대남 적화통일노선을 추구하는 반국가세력이라는 공세를 퍼붓고 있다.

‘종북’ 논란의 핵심에는 NL계열이라 불리는 ‘자주파’ 세력과 자주파 세력의 분파인 ‘경기동부연합’이 존재하고 있다. 보수진영은 자주파 세력이 북한의 주체사상을 추종하는 ‘주체사상파’라고 주장하며, 이중에서도 경기동부연합은 조직적인 폭력 혁명과 대남 적화통일노선을 추구하는 반국가세력이라는 공세를 퍼붓고 있다. 보수진영 일부에서는 통합진보당의 당권을 ‘주체사상파’의 핵심인 경기동부연합이 장악하고 있으므로, 통합진보당은 반 헌법적 정당이고 따라서 해산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자주파, 그중에서도 특히 경기동부연합에 대해 명확히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이들의 활동 상당수가 베일에 가려져있고, 통합진보당에서도 ‘경기동부연합이라는 조직은 실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경기동부연합에 대해 제대로 알려진 것 하나 없이 추측만 난무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정치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임미리 씨는 《기억과 전망》 여름호(통권 28호)에 발표한 논문 ‘경기동부연합의 기원과 형성, 그리고 고립’을 통해 경기동부연합의 실체에 대한 학술적 접근을 시도했다. 임미리 씨의 논문에는 광주대단지-성남시 출신지역 정치인들의 구술을 통해 경기동부연합의 기원과 형성, 고립 과정이 상세히 구체화됐다. <서울대저널>은 논문 저자인 임미리 씨를 만나 이슈의 중심에 있는 자주파와 경기동부연합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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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미리 씨는 “경기동부연합의 실체를 만든 것은 진보진영, 보수진영, 국가보안법, 지역적 차별의 네 가지로 꼽을 수 있 다”고 규정했다.

NL과 PD, 자주파와 평등파 간의 오랜 갈등

 경기동부연합은 이념적으로 자주파와 가깝다. 때문에 경기동부연합을 알기 위해서는 진보진영 내부의 대표적 두 노선인 자주파와 평등파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진보진영 내부의 노선 투쟁은 80년대의 ‘사회구성체 논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논쟁은 진보진영 운동권 내부에서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사회적 모순은 어디에서 기인하는가’를 두고 이뤄졌다. 이 ‘사회구성체 논쟁’에서는 다양한 주장들이 나왔지만, 크게 두 세력이 논쟁을 주도해나갔다. 이 둘이 바로 ‘자주파(혹은 NL, 민족해방)’와 ‘평등파(혹은 PD, 민중민주)’계열이다.

자주파 계열은 대한민국 사회의 모순은 근본적으로 민족분단에 기인한다고 본다. 미 제국주의를 중심으로 한 외세가 민족의 분단을 가져왔으며, 여기에서 재벌 독재와 군사 독재가 비롯됐다고 여기는 것이다. 때문에 이들 주장의 핵심은 미 제국주의로 대표되는 외세의 영향에서 벗어나 민족의 통일을 이루는 것에 있다. 자주파 계열이 보수진영은 물론 평등파로부터도 ‘친북’ 혹은 ‘종북’이라 공격받는 것은 이들의 주장이 ‘미국과 소련의 간섭에서 벗어나 우리민족끼리 통일 문제를 해결하자’는 북한의 주체사상과 유사한 맥락을 갖기 때문이다. 

평등파 계열은 자주파 계열과는 달리 자본가와 노동자의 계급 모순에 더 주목한다. 이들은 한국 사회의 모순이 자본주의 체제가 노동자를 희생시키는 데서 온다고 보고 있으며, 자본주의 철폐와 사회주의 혁명을 통해 노동자를 해방시키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자주파와 평등파는 ‘민족 자주가 우선인가? 노동자 해방이 우선인가?’, ‘민족 문제가 시급한가? 계급 투쟁이 시급한가?’ 등을 두고 80년대부터 치열한 이념 논쟁을 벌였다.

자주파와 평등파의 대립은 정치 정당에서도 드러난다. 민주노동당의 경우 평등파의 주도로 만들어진 정당이었으나 다수의 자주파 구성원이 합류해 정당의 주류세력으로 부상했다. 이들의 갈등은 2008년 민주노동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잘 드러났다. 당시 자주파 계열의 지원을 받던 권영길 후보 측에서 평등파의 지원을 받던 노회찬 후보가 자주파를 ‘주체사상파’라고 칭하며 비난하는 장면을 편집해 내보냈다. 즉, ‘노회찬 후보는 보수우익세력과 다를 것 없다’는 전략을 사용한 것이다. 이에 대응해 평등파 측의 심상정, 노회찬 후보는 권영길 후보와 자주파의 당내 독주를 비난하는 전략으로 맞불을 놓았다. 이러한 노선갈등 끝에 평등파 일부가 민주노동당을 탈당해 진보신당을 창당했고, 민주노동당은 향후 국민참여당과 진보신당 탈당파와 연합해 통합진보당을 결성했다. 통합진보당은 현재 국민참여당계와 진보신당 탈당파의 이탈로 자주파 세력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세상으로 나온 경기동부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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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석기 의원. 이 의원의 내란음모 의혹 사건으로 경기동부연합이 다시 한 번 세상에 알려졌다. ⓒ 연합뉴스

자주파 내부에도 ‘울산연합’, ‘인천연합’, ‘경기동부연합’ 등의 다양한 파벌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에서 여러 진보정당을 거쳐 현재 통합진보당의 당권을 장악하고 있는 세력은 경기동부연합이라 불리는 이들이다. 경기동부연합의 존재가 처음으로 알려진 것은 지난해 4월 11일 총선을 앞두고 있을 무렵이다. 지난해 3월, 서울 관악을 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 단일화 경선에서 여론조사 조작 사건이 일어났다. 사건이 일어난 후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여론조사 조작 사건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이정희 대표가 물러난 관악을 후보 자리에는 이상규 전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이 대신 출마했다. 민주통합당도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상규 후보는 통합진보당 당권파의 핵심인 경기동부연합 출신으로 지목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경기동부연합이 당내 장악력을 유지하기 위해 후보를 승계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당 안팎에서 제기된 것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경기동부연합은 이념적으로는 ‘주체사상파(주사파)’가 주축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 거세졌다.  

통합진보당은 공식적으로 경기동부연합의 존재에 대해 부정하고 있다. “당내에 그런 이름을 가진 파벌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임미리 씨의 논문에 따르면 경기동부연합은 성남시를 기반으로 광주, 용인 등 경기 동부 지역 민주성향 단체들에 의해 형성된 실체가 있는 단체다. 임미리 씨는 “‘경기 동부’ 라는 명칭은 1991년 결성된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전국연합) 산하의 성남·용인·여주·광주·하남 등을 포괄하는 지역단체명에서 비롯됐다”며 “전국연합이 해체한 이후엔 민주노동당 성남시당의 구성원들을 일컫는 말로 사용됐다”고 말했다. 이렇게 출발한 경기동부연합은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현재의 통합진보당까지 명맥을 유지하며 당권에서 영향력을 유지해온 것으로 보인다.

‘광주대단지 사건’의 기억

 경기동부연합의 존재가 지난 4.11 총선으로 외부에 알려졌을 때 언론은 이석기 의원과 윤원석 성남시 중원구 후보 등 주요 인사들이 한국외대 용인캠퍼스 출신이라는 데 주목해 용인시가 경기동부연합의 기반인 것처럼 보도했다. 한국외대 용인캠퍼스는 1990년대부터 학생운동이 거셌던 곳으로 학생운동권 조직화가 잘 된 곳으로 유명했다. 그러나 임미리 씨에 따르면 실제로는 용인시보다는 성남시를 경기동부연합의 기원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임미리 씨는 작년 총선에서 성남시 중원구 후보로 출마했던 정형주 위원장이 갑자기 물러나고 윤원석 씨가 후보로 출마한 것을 언급하며, “왜 정형주 씨 대신 윤원석 씨가 나왔을까 찾아보니 성남시 출신이냐, 아니냐의 차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석기 의원이 운영했던 회사 CNP그룹 몇 명의 인적사항을 조사해보니 상당수가 성남시 출신이며 이석기 의원의 최측근이라는 걸 알게 됐다”는 말도 덧붙였다. 경기동부연합이 성남이라는 뚜렷한 지역적 근거를 두고 형성된 조직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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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5월 민중의 소리 창간 5주년 기념식장. 이석기 의원이 경기동부연합 출신 핵심인사들과 나란히

 서 있다. (왼쪽부터 정형주 전 민노당경기도당위원장, 이석기 의원, 윤원석 전 민중의 소리 대표, 이용대 전

 민노당 정책위원장.) ⓒ 윤원석 통합진보당 성남중원 예비후보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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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석기 의원이 대표를 맡은 CNP 전략그룹. ⓒ CNP전략그룹 홈페이지

경기동부연합의 기반이 된 도시인 성남시 뒤에는 ‘광주대단지’의 기억과 영향이 남아있다. ‘광주대단지’는 지금의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중원구 일대를 가리키는 곳으로, 이곳에는1960년대 말~1970년대 초 정부의 강제이주정책으로 밀려난 철거민들이 모여 살고 있었다. 또한 이곳은 1971년 8월 10일, 박정희 정권 최초로 도시봉기가 일어난 지역이기도 하다. 광주대단지는 1973년에 시로 승격하며 성남시가 됐지만, 이 지역은 ‘광주대단지’ 시절의 철거민 이주정책과 민중봉기로 인해 정부의 감시 대상이 됐다. 또한 성남시는 수십 년 동안 저소득층이 주로 거주하는 곳이 돼 우범지대와 빈민지역이라는 오명을 썼다. 임미리 씨는 “광주대단지에서 성남시가 될 때까지 있어온 오랜 사회적 차별과 배제가 지금의 경기동부연합이라는 지역정치세력이 성장하는 기반이 됐다”고 설명했다.

당권 장악을 가능케 한 경기동부연합의 원동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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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 결의가 예정된 지난 9월 4일 오전, 기자회견에 참여해 지난해 5월 모임의

 발언에 대한 해명 중인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자주파의 분파인 경기동부연합은 그 중에서도 특히 집단문화가 강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임미리 씨는 논문에서 경기동부연합이 자주파 내 다른 정파들과 확연하게 구분되는 요인을 두 가지로 제시한다. 첫 번째는 구성원 간의 높은 결속력과 현실성이다. 임미리 씨의 연구에 따르면 이들은 생활비를 공동으로 벌 정도로 결속력이 좋았다. 두 번째는 조직문화의 폐쇄성과 지하성이다. 경기동부연합과 함께 패권주의로 유명했던 ‘울산연합’이나 ‘인천연합’은 대표주자가 있었던 것에 비해 경기동부연합에는 대중적인 대표주자가 없었다. 임미리 씨는 “언론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이정희 의원이 정치적으로 경기동부연합 쪽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며 “이석기 의원도 언론에 의해 대표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지 실제 대표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동부연합은 통합진보당 내에서 주류세력으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받는다. 대표주자가 부재한 상황에서 경기동부연합이 어떻게 당의 핵심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을까. 임미리 씨는 그 이유로 경기동부연합 내부에 강하게 자리 잡은 패권주의를 꼽는다. 패권주의는 특정 국가나 단체가 지배를 위해 여러가지 측면에서 힘을 행사하는 걸 뜻한다. 타 정파에 비해 강하게 자리 잡은 경기동부연합의 패권주의는 당권 경쟁 과정에서 잘 드러난다. 한 선거구의 위원장을 선출할 때 경기동부연합 구성원들이 다른 지역에서 주소이전을 한 것, 당비대납을 통해 당직 선출권을 확보하고 당직을 가진 주요 핵심자들을 다른 정파에 비해 많이 만들어낸 것 등이 그 사례다. 임미리 씨는 “이러한 사례들은 통일전선전술(특정한 정치상황에서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정당·사회단체 또는 계급·계층들이 공통의 적대세력에 대항하기 위해 연합하는 것)에서 시작됐다”며 “통일전설전술을 가장 우선시했던 일로 인해 경기동부연합의 패권주의가 나타나게 된 것이다”고 해석했다.

 

경기동부연합은 사실 없는 단체다?

경기동부연합의 지하화 과정

 비례대표 경선사태,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혐의 등으로 경기동부연합에는 ‘종북’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하지만 임미리 씨는 경기동부연합이 단순히 자주파기 때문에 중북의 꼬리표가 붙은 것은 아니라고 지적 한다. 그는 “이전에는 붙지 않았던 ‘종북’이라는 꼬리표가 왜 붙게 됐는지를 잘 살펴봐야 한다”며 “경기동부연합이 보인 패권주의적이고 비민주적인 행동 때문에 진보진영 내부에서도 그들을 북한 정권의 행동을 따라하는 ‘종북’이라 여기게 된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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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4일 오후 국회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후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와 이석기 의원이

 본청 앞 계단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종북’이라는 꼬리표가 붙으면서 경기동부연합은 점점 더 비밀스러운 조직이 됐다. 80~90년대 초반까지 경기동부연합 구성원들은 스스로를 ‘주사파’라고 일컬었으나 90년대 중반 이후에는 절대 ‘주사파’라고 이야기하지 않게 됐다. 공개석상에서의 모임이나 주장도 부담스러워하기 시작했다. 임미리 씨는 경기동부연합이 더욱 지하화된 것에는 진보진영의 책임도 있다고 지적한다. 한때 진보진영에서는 북한을 대안체제로 보기도 했지만 90년대 중반 이후의 북한의 대량 아사 및 식량난, 그로 인한 인권 문제와 3대 세습 등이 주목을 받으면서 이러한 시각은 대중들은 물론 진보진영 내부에서도 설득력을 잃었다. 그러면서 진보진영 내부에서도 주사파는 사상적으로 후진적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제기됐고, 경기동부연합은 점점 더 지하화, 교조화됐다는 것이다. 

경기동부연합이 지하화되자 일각에선 ‘경기동부연합은 사실 처음부터 없었다’ 같은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심지어 경기동부연합 구성원으로 거론된 사람들도 자신은 경기동부연합을 모른다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임미리 씨는 “특정한 사람들이 독립적으로 독자적인 행위를 일정 시간·일정 기간 이상 계속 해왔다면 그 조직은 있다고 봐야 하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왜 대중과 멀어지게 됐을까

 비례대표경선부정 사태,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혐의 등으로 통합진보당과 당권파인 경기동부연합은 점점 더 대중과 멀어지는 모양새다. <중앙일보>가 9월 7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1.8%가 공안당국이 이석기 의원을 구속한 것을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잘 모르겠다’는 평가가 14.6%였고, ‘잘 못한 일’이라는 평가는 14.6%에 불과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개별 사안을 넘어 ‘통합진보당을 해산해야 한다’는 여론도 61.7%에 달했다는 점이다. 한때 진보 통합운동의 중심이었던 통합진보당은 일련의 사건들을 계기로 싸늘한 여론의 시선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경기동부연합과 통합진보당이 여론의 외면을 받게 된 이유는 그들이 대중의 이해와 욕구를 읽으려 하지 않은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정영태 인하대 교수는 “이른바 자주파가 여론에 귀 기울이지 않고 비민주적인 행태를 지속적으로 보이면서 대중의 지지로부터 멀어졌다”고 지적했다. 임미리 씨는 “경기동부연합으로 대표되는 통합진보당 당권파는 자신들을 여전히 전위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그들은 대중들을 선도해서 어디로 이끌어가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대중들은 더 이상 그런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통합진보당이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에 대응하면서 ‘억울하다’고 항변하는 것에 대해서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 사회대에 재학 중인 A씨는 “국민들의 평균적인 정서와 언어에서 멀어지게 된 그들이 이제 와서 대중들에게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사실 잘 와 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미리 씨도 “통합진보당 사람들이 전쟁이 실제화되고 보도연맹사건도 다시 재현될 거란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상황판단을 잘못한 것이고, 국민의식과 국민정서를 잘못 읽은 것”이라며 “국민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단어를 쓰면서 국민정서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채로 억울하다는 항변만 계속 하는 것은 고립을 자초하는 꼴”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통합진보당과 경기동부연합이 대중들로부터 유리돼 지하화, 비밀화된 것을 온전히 그들 스스로의 책임으로 돌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영태 인하대 교수는 “조승수, 심상정 같은 평등파 사람들이 자주파를 ‘종북’이라고 표현하는 등 보수 세력의 프레임에 동조하면서 상황이 더 악화된 측면도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임미리 씨도 “경기동부연합에 대해 나머지 진보세력들도 무작정 배척하고 고립시키려고만 했지 무대 위로 불러내 진지하게 비판하려고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이 터지면서 여론의 장에서 진보적 의제들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졌다. 반복되는 ‘종북’ 논란에서 진보진영이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정파 갈등을 넘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해결책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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