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16 저상버스를 찾습니다

작년 5월, 5516 저상버스를 이용하던 이화영(통계 09) 씨는 5516 버스 기사로부터 당황스러운 소식을 전해 들었다.앞으로 5516 노선에서 더 이상 저상버스를 운행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지체 장애가 있는 이화영 씨는 기숙사에 거주하며 전동 휠체어를 이용해 이동한다.5516 저상버스는 그가 학교 밖으로 나갈 때 편리하게 이용하는 교통수단이었다.이화영씨는 소식을 듣자마자 서울시 버스정책과에 연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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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5월, 5516 저상버스를 이용하던 이화영(통계 09) 씨는 5516 버스 기사로부터 당황스러운 소식을 전해 들었다. 앞으로 5516 노선에서 더 이상 저상버스를 운행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지체 장애가 있는 이화영 씨는 기숙사에 거주하며 전동 휠체어를 이용해 이동한다. 5516 저상버스는 그가 학교 밖으로 나갈 때 편리하게 이용하는 교통수단이었다. 이화영씨는 소식을 듣자마자 서울시 버스정책과에 연락했다. 하지만 버스정책과 측에서는 서울대가 이미 결정한 사안이라는 답을 보내왔다. 5516 노선의 저상버스는 이화영 씨가 버스정책과로부터 답을 들은 뒤 일주일여 뒤 사라졌다.

과속방지턱 많아 폐지된 5516 저상버스

 저상버스는 휠체어, 유모차 등을 이용하는 교통약자의 편의를 위해 차체가 낮게 만들어진 버스다. 서울시는 서울시 조례에 의거해 2015년까지 저상버스를 전체 시내버스의 50%로 확대 운행할 예정이다. 5516 노선의 저상버스도 이러한 사업의 일환으로 도입됐다. 그런데 저상버스는 낮게 만들어진 차체 때문에 구릉지 등 도로 조건에 매우 민감하다. 서울대의 경우 산지에 위치해 경사가 높고, 학내 구성원의 교통안전 확보를 위해 많은 과속방지턱이 설치돼있다. 5516 저상버스를 운행했던 한남여객운수 관계자는 “5516 버스가 서울대 내에서 왕복하면 육십 여 개의 과속방지턱을 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이미 여러 대의 미션(버스 하부에 있는 장치)이 망가졌다”고 전했다. 그는 “이 미션이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데 한 두 대도 아니고 감당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김영신 캠퍼스 관리과 주무관도 “일반 평지와 달리 경사가 있는 상태에서 과속방지턱을 넘으므로 버스 밑면이 과속방지턱과 자주 부딪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라고 말했다. 미션 여러 대가 파손된 이후 한남여객운수와 서울시 측은 과속방지턱이 많아 저상버스를 운행하기 어려운 문제에 대해 학교 측에 항의했다. 하지만 당시 학교 측은 이와 같은 항의에 “학내 구성원의 교통 안전을 위해 과속 방지턱을 늘릴 계획이며 장애인 버스가 있으므로 저상버스를 폐지해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한남여객운수는 이후 5516 노선에 있던 저상버스를 5517 노선의 일반버스와 교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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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516 저상버스에서 운행하던 저상버스는 5517 노선에서 운행하게 됐다.

사진은 5517 노선으로 옮겨 간 저상버스의 모습.

장애인 버스, 5516 버스를 대체할 수 있나

 학교 측은 현재 교통 약자의 수업권을 보장하기 위해 장애인 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장애인 버스는 교내에서 장애학생들의 이동을 보조하는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장애인 버스는 매학기 장애학생들로부터 미리 시간표를 받아 학생들의 이동을 보조하고, 남는 시간에는 학생 개인이 수시로 신청해 이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 버스는 기존에 교내에서만 운행됐으나, 학생들의 건의에 따라 낙성대역이나 서울대입구역까지 확장 운영하게 됐다. 하지만 장애인 버스로 장애 학생들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화영 씨는 “장애인 버스는 역까지만 가고 오후 6시까지만 운행한다”며 “5516 저상버스는 이동 범위가 넓고 수시로 다니며, 늦은시간에도 운행하기 때문에 장애인 버스보다 훨씬 편리하다”고 말했다. 5516 저상버스가 폐지된 시점에서 장애인 버스가 완전한 대체 수단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장애인 버스의 숫자가 턱없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현재 운행되고 있는 장애인 버스는 단 한 대. 때문에 학외에 거주하는 학생들의 등·하교는 지원할 수 없는 실정이다. 등교 시간에는 가족생활동, 기숙사에 사는 학생들이 장애인 버스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장애학생지원센터 측은 “외부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은 주로 부모님들이 이동을 지원해주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교통안전 위해 그대로 두겠다’는 과속방지턱, 장애 학생들의 교통 안전은 어디에

 상황이 이렇지만 학교 측은 과속방지턱을 줄이거나 낮추는 방안에 대해 회의적이다. 한남여객운수 관계자는 “서울대 캠퍼스 내의 과속방지턱이 다 높은 것은 아니고 특히 높은 부분이 몇 군데 있는데 그곳에서 버스가 망가진다”고 말했다. 과속방지턱을 전면 교체하지 않더라도, 선별적으로 보수하면 저상버스 운행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와 같은 지적에 대해 캠퍼스관리과 김영신 주무관은 “과속방지턱이 10cm보다 높은지 하나하나 확인해보지는 못했지만 우리 학교가 유달리 높다기보다는 경사로 인해서 더 높게 느껴지는 것 같다”며 “과속방지턱을 깎거나 줄이면 학내 구성원의 교통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고, 또 어느 과속방지턱을 어느 정도 깎아야 하는 지 데이터가 없다”고 밝혔다. 5516 저상버스가 없어짐에 따라 장애 학생들이 겪게 되는 불편에 대해서 학교 측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강석기 캠퍼스관리과장은 “원칙적으로 장애인들 교통 편의를 보장하는 게 맞지만, 여러 가지 여건, 투입 대비 효과 등 때문에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이야기했다.

 5516 저상버스는 폐지되고, 장애인 버스는 한 대 뿐인 상황에서 장애 학생들은 교내에서 장거리 이동을 할 때 휠체어에 의지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녹록치 않다. 교내의 길이 충분히 고르지 않아 휠체어 이동에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이화영 씨는 “기숙사로부터 사범대쪽으로 가는 인도가 고르지 않아 늘 차도로 다니는데 이동 중에 관악02와 마주치는 상황이 발생할 땐 두려움이 앞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장애학생들의 교통편의 뿐 아니라 교통안전도 사각지대에 처해 있는 셈이다. 이 씨의 고충에 대해 시설지원과 권정일 씨는 “인도가 노후한 것은 확인했지만 현재로서 정비계획은 없다”는 답변을 보내왔을 뿐, 구체적인 대책은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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