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라는 공부는 다 했어요

“용기를 내서 부끄러워하지 말고 문을 두드리세요.” 공부에 관한 한 대한민국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프로들이 모인 서울대.누구보다 뛰어난 집중력과 집요함을 가진 이들이 빠져든 세계.범상치 않은 내공의 소유자들이 서로의 지식을 견주며 즐거움과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곳.중앙 애니메이션 동아리 ‘노이타미나’는 소위 ‘오타쿠’들을 위한 공간이다.노이타미나는 흔히 알려진 것처럼 ‘애니덕후’들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다.

  “용기를 내서 부끄러워하지 말고 문을 두드리세요.”

  공부에 관한 한 대한민국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프로들이 모인 서울대. 누구보다 뛰어난 집중력과 집요함을 가진 이들이 빠져든 세계. 범상치 않은 내공의 소유자들이 서로의 지식을 견주며 즐거움과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곳. 중앙 애니메이션 동아리 ‘노이타미나’는 소위 ‘오타쿠’들을 위한 공간이다.

  노이타미나는 흔히 알려진 것처럼 ‘애니덕후’들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다. 노이타미나는 애니메이션을 포함한 서브컬처 전반에 대한 취향을 존중한다. 동아리 내부에는 스케치 소모임, 프라모델·피규어 소모임, 애니 음악을 직접 연주해보는 소모임 등 총 5개의 소모임이 있다. 소모임에 중복 참여하는 것이 허용되기 때문에 회원들은 서브컬처의 다양한 측면을 즐길 수 있다. 또한 자체적으로 매주 1회 세미나 및 토론회가 열린다. 이 시간은 한 명의 발제자가 서브컬처의 특정 분야에 대해 준비해오면 노이타미나 회원들이 자유롭게 토론을 하고 질의응답을 나누는 시간이다.

  노이타미나는 외부적으로도 여러 행사를 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행사는 ‘교내 상영회’다. 보통 한 학기에 개강 직후와 봄축제 때 총 2번 열리는데, 올해는 세월호 사건으로 축제 상영회는 보류된 상태다. 또, 정든내기라면 한 번쯤 봤을 법한 ‘코스프레 행사’는 재미없다고 소문난 서울대 축제의 명물 중 하나다. 이들의 앙증맞은 코스프레는 무심히 지나가던 행인도 흠칫하게 할 만큼 비범하다. 최근 노이타미나는 학외 행사에도 참여를 늘리고 있다. 이들은 2011년과 2012년, 서울메트로가 주최하는 대학문화축제에 참가해 서울대입구역에서 그림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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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타미나의 로고. 노이타미나란 명칭은 Animation(애니메이션)의 철자를 거꾸로 읽은 'noitamina'에서 유래했다

  노이타미나의 동아리방 안쪽에는 수많은 피규어와 각종 만화책과 소설, 텔레비전, 보드게임 세트 등이 가운데 탁자를 둘러싸고 진열돼있다. 이 풍경은 97년에 시작된 노이타미나의 오랜 역사와 무한한 기호를 포용하는 동아리의 정체성을 동시에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노이타미나가 공유하는 마이너한 취향에 대해 한국사회의 인식은 상당히 부정적인 편이다. 이런 취향을 가진 이들을 ‘오타쿠’라고 부르며 조롱하거나 희화화하는 경우도 많다. 노이타미나 최정현(조선해양공학 13) 회장은 “올해 대학에 입학한 신입부원 중에는 주위에 노이타미나 부원이란 사실을 드러내기 꺼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노이타미나에서 고정적으로 활동하는 사람은 50~80명 정도로 규모가 적지 않고, 매년 신입생도 늘고 있다. 정재훈(전기 13) 회원은 “다른 사람의 시선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며 “내가 노이타미나 부원이란 사실이 숨기거나 부끄러워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노이타미나 동방에는 언제나 사람이 넘친다. 어떤 부원은 잠을 청하고 누군가는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는다. 심각한 표정으로 애니메이션의 설정과 캐릭터들의 능력서열에 대해 토론을 나누기도 한다. 노이타미나는 사회에서 통속적으로 ‘무익’하고 ‘비생산적’이라고 여겨지는 모든 것들에 대한 취향을 존중하고 추구한다. 물론 하라는 공부는 다 끝내고 말이다.

공식 카페: cafe.naver.com/snunoitam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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