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생들은 생활 속에서 ‘시민’으로서의 활동에 얼마나 참여하고 있을까. ‘시민’의 활동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측정해야하는지에 대해 명확한 기준은 없다. 다만 이에 대해 미국 터프츠 대학 산하 ‘시민 교육과 참여에 대한 정보 연구 센터 (이하 참여 센터)’ (The Center for Information & Research on Civic Learning and Engagement)가 정기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 센터에서는 시민활동 지표, 선거관련활동 지표, 정치적 표현활동 지표 등 세 범주에 걸쳐 미국인들의 시민적 참여 수준을 정기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서울대저널>은 이 센터에서 실시한 ‘시민적, 정치적 건전성 조사’ (CIVIC AND POLITICAL HEALTH OF THE NATION SURVEY)의 설문 문항을 한국 현실에 맞게 변형해 서울대생들의 시민참여 수준을 설문조사했다. 조사는 5월 19일부터 24일까지 6일간 학부생 516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표본은 단과대별, 성별, 학년별 비율을 고려한 할당추출법을 사용해 선정했다. 오차한계는 신뢰도 95% 수준에서 ±3.6%다.
조사 내용과 분석 척도
조사 문항 중 1~5번에 해당하는 문항은 시민활동 지표를, 6~10번에 해당하는 문항은 선거관련활동 지표를, 11~19번에 해당하는 문항은 정치적 표현활동 지표를 측정하기 위한 문항이다. ‘시민적, 정치적 건전성 조사’ (CIVIC AND POLITICAL HEALTH OF THE NATION SURVEY)에서는 시민활동 지표 중 2개 이상에 참여하는 사람을 ‘시민활동 적극참여자 (Civic Specialist)’로, 선거관련활동 지표 중 2개 이상에 참여하는 사람을 ‘선거관련활동 적극참여자 (Elecoral Specialist)’로, 시민활동 적극참여자와 선거관련활동 적극참여자 모두에 해당되는 사람을 ‘이중 참여자 (Dual Activist)’로 분류한다. 시민활동 지표와 정치적 표현활동 지표를 통틀어 2개 미만의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은 ‘미 참여자 (Disengaged)’로 분류된다.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2002년과 2006년 조사의 결과는 아래 표와 같다.

전반적인 시민참여수준 낮게 측정돼
설문 결과 서울대생의 시민참여수준은 비슷한 연령대의 미국 시민들보다 매우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참여센터의 2002년과 2006년 조사에서 15~25세의 미국 시민들 중 시민참여 수준이 낮은 ‘미 참여자 (Disengaged)’의 비율은 2002년 57%, 2006년 58%로 조사됐다. 조사결과 서울대생들의 시민참여수준은 이보다 훨씬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516명 중 85.3%인 440명이 시민참여수준이 낮은 ‘미 참여자 (Disengaged)’로 조사됐다. 조사 대상자의 10.7%인 55명이 ‘시민활동 적극참여자 (Civic Specialist)’로 조사됐고, ‘선거관련활동 적극참여자 (Elecoral Specialist)’는 2.7%인 14명, 시민참여수준이 높은 ‘이중 참여자 (Dual Activist)’는 1.4%인 7명에 불과했다. 참여센터는 보고서에서 ‘15~25세에 해당하는 인구가 낮은 시민참여수준을 보여준다는 것은 공동체의 사회적, 정치적 건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대생들의 시민참여수준은 이보다 훨씬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년별, 소득 수준별, 성별을 가리지 않고 낮은 시민참여수준
<서울대저널>은 조사 대상자의 학년, 소득 수준, 성별, 소속 단과대, 정치 성향 등을 함께 조사해 시민참여수준과의 연관성을 분석해봤다. 분석 결과 학년, 소득수준, 성별과 시민참여수준은 큰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범주를 막론하고 시민참여수준이 낮은 ‘미 참여자 (Disengaged)’의 비율이 80%를 넘나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속 단과대에 따라 ‘미 참여자 (Disengaged)’와 ‘이중 참여자 (Dual Activist)’의 비율이 높아지는 경우가 있었으나, 이는 소속 단과대의 조사 할당 인원이 작은 것에서 비롯된 착시 현상으로 보인다. 다만 본인의 정치 성향이 ‘진보’라고 답한 사람들은 ‘보수’라고 답한 사람들보다 다소 시민참여수준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본인이 보수 성향이라고 응답한 65명 중 86%인 56명이 시민참여수준이 낮은 ‘미 참여자 (Disengaged)’였다. 조사대상 전체에서 미 참여자가 차지하는 비율과 비슷한 수치다. 반면 본인이 진보 성향이라고 응답한 97명 중에서는 70%인 68명이 ‘미 참여자 (Disengaged)’로 나타났다.

본인이 진보 성향이라고 응답한 사람들은 보수 성향이라고 응답한 사람들보다 선거관련활동과 시민활동에 특히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본인이 보수 성향이라고 응답한 사람들의 9.2%가 ‘시민활동 적극참여자 (Civic Specialist)’로 조사된 반면, 본인이 진보 성향이라고 응답한 사람들의 16.4%가 ‘시민활동 적극참여자 (Civic Specialist)’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본인이 보수 성향이라고 응답한 사람들의 1.5%가 ‘선거관련활동 적극참여자 (Elecoral Specialist)’로 조사된 반면, 본인이 진보 성향이라고 응답한 사람들의 10.3%가 ‘선거관련활동 적극참여자 (Elecoral Specialist)’인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