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진의, 운영진에 의한, 운영진을 위한 스포츠센터

‘서울대/포스코 스포츠센터(스포츠센터)’는 학내 구성원의 스포츠 생활화와 건강증진을 목적으로 2001년 ㈜포스코로부터 기부채납 받은 시설이다.기부채납이란 국가가 개인으로부터 무상으로 재산을 받아들이는 것이다.스포츠센터는 무상으로 건물을 세워준 기부자의 뜻을 존중하고자 ‘비영리적인 운영’을 원칙으로 삼았기에 기본적인 경비만 마련되면 운영될 수 있다.

  ‘서울대/포스코 스포츠센터(스포츠센터)’는 학내 구성원의 스포츠 생활화와 건강증진을 목적으로 2001년 ㈜포스코로부터 기부채납 받은 시설이다. 기부채납이란 국가가 개인으로부터 무상으로 재산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스포츠센터는 무상으로 건물을 세워준 기부자의 뜻을 존중하고자 ‘비영리적인 운영’을 원칙으로 삼았기에 기본적인 경비만 마련되면 운영될 수 있다. 다만 서울대 본부로부터 보조지원을 받는 다른 학교 시설들과 달리 독립 자산체로서 자체수익으로 직원들의 임금, 시설물 관리, 기타 경비 등을 해결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이 점을 감안하더라도 스포츠센터 이용자들 및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의 복지증진과 만족도는 결여된 채 영리적, 자의적으로 운영된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7월부터 스포츠센터의 운영과 강습에 대한 불만이 학내 인터넷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에 표출되기 시작했다. 이번 사건의 해결을 목적으로 학내 수영동아리 ‘스누풀’, 월수금 7시 강습반 ‘M7’, 월수금 8시 강습반 ‘8ps’가 모여 구성된 수영모임연합이 ‘스누라이프’에서 제보를 받고 설문조사를 실시해 학생들의 의견을 수합했다. 이들은 총학생회와 연대해 현수막을 설치하고 대자보를 게시하는 등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해왔다.

사진1.jpg

 

서울대/포스코 스포츠센터는 (주)포스코가 기부채납 방식으로 지은 시설이다. ⓒSNUNOW

비싼 이용요금, 어디에 쓰이고 있나

  스포츠센터의 학생 일일 수영장 입장요금은 6,500원으로 카이스트, 연세대, 이화여대 등의 학교가 1,000~ 5,000원의 입장요금을 받는데 비해 비싼 편이다. 그나마 5,500원이던 금액이 공공요금 인상과 일반관리비 지출 증가를 이유로 2013년 9월에 6,500원으로 인상됐다. 이 외에도 자유수영 및 주3회, 주2회 강습요금이 모두 인상됐다. <표1>을 보면, 자유수영 중 1개월 시간제 학생요금의 변화가 눈에 띈다. 같은 종류의 교직원, 동창요금 인상률에 비해서도 높다. 뿐만 아니라 스포츠센터는 최근 할인이벤트나 패키지 상품의 종류와 질을 축소하고 있다. 학생들을 위한 시설이지만 정작 학생들은 다가서기 힘든 상황이다. 수영모임연합과 총학생회는 본부에 제출한 탄원서에서 “현재의 요금체계는 13년 전 만들어진 그대로 객관적인 조사나 분석 없이 고수되고 있으므로 주된 이용자인 학내 구성원들에 대한 객관적 수요예측을 통해 합리적으로 변경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병근 장학복지과장은 8월 13일 수영모임연합 및 총학생회와의 면담에서 “학교의 지원 없이 자생적으로 기관을 유지해야하므로 요금이 비싸게 책정된 것 같다”고 밝혔다.

noname01.jpg

 

<표1> 2013년 9월 전후 자유수영 요금 변화.

  학내 수영동아리 ‘스누풀’ 김형갑(영어교육 09) 주장에 따르면, 정철수 스포츠센터 관장은 본인이 취임한 후 4년간 수억의 흑자를 냈다고 밝혔다. 정 씨는 이것이 ‘혹시 모를 비상상황을 위해 남겨둔 돈’이라고 했다. 다른 시설의 경우 유지·보수비용은 보통 본부에서 지원받는데 포스코는 지원받지 않으므로 남겨 둘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대 장학복지과는 흑자 중 대부분이 그 전의 적자를 메우는 데 쓰였고 실질적인 흑자는 1억 원 정도라고 설명했다.

  수영모임연합과 총학은 운영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스포츠센터의 재무제표 공개를 요구했지만, 행정실장은 운영위원회에서 공개여부를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본부에는 스포츠센터 감사결과보고서와 운영위원회 회의록을 요구했지만 아직 회신이 없는 상태다.

마구마구 올라가던 수영장 대관료

  학내 수영동아리 ‘스누풀’은 매년 스포츠센터를 대관해 수영대회를 연다. 2006년부터 2009년 까지는 대관료가 50만원으로 고정돼있었지만, 정철수 관장과 구자양 행정실장의 취임 후 매년 대관료가 올랐으며 2014년도 계약 시 2015년도 계약도 요구했다. 이 때 요구된 2015년도 대관료는 2014년도 보다 50만원 인상된 비싼 170만원이었다. 이 외에도 그들은 대회 지연으로 인해 이용시간이 길어질 경우 1인당 5,000원의 추가 비용을 요구했다. 에어컨 등 편의시설 제공 불가 등 여러 가지 추가 조항도 삽입했다. 이는 외부단체가 행사를 개최할 때와 같은 수준의 대관료이다. 이와 달리 홍익대학교는 교내 수영 동아리가 ‘스누풀’이 개최하는 것과 같은 성격의 대회를 개최할 때 30년째 무료로 시설을 제공하고 있다.

   

noname02.jpg

<표2> 문제제기 전 대관료.

  수영모임연합과 총학생회의 탄원활동을 통해 높은 대관료를 비롯한 스포츠센터의 과다한 이용요금을 비판하는 학내여론이 커졌다. 결국 올해 개최될 대회를 위한 수영장 대관을 앞두고 지난 8월 7일 김형갑 씨와 스포츠센터의 관장, 행정실장은 대관료인하에 초점을 맞춘 면담을 가졌다. 새롭게 합의한 계약 조건은 14년도 계약에 비해 1/2 수준의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대회 지연 시 추가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며 에어컨 등 편의시설도 제공받기로 합의했다.

noname03.jpg

<표3> 문제제기 후 대관료 (150명 참가 기준)

  하지만 김 씨는 “이번 대관료 기준 변경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며 보다 근본적으로 대관료 기준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상한 운영방식이 부른 강사처우 악화와 쌓여가는 불만

  2010년 8월 체육교육과 정철수 교수(체육교육과)가 관장으로 부임한 후, 그 해 12월에 기존의 운영팀장 대신 행정실장 보직이 신설되면서 기능직 직원이었던 구자양 행정실장이 부임했다. 간부급 직책에 어떤 방식으로 인사가 이루어졌는지, 자리에 걸맞은 전문성을 가진 인물이 선임됐는지에 대한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시점부터 운영방식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운영진의 독단적인 운영방식과 인사로 인해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했다. 오랫동안 수영강습을 받아온 회원들은 제보에서 최근 몇 년 사이 수영강사들의 퇴사와 교체가 잦아진 점을 입을 모아 지적했다. 스포츠센터를 떠난 강사들은 열악한 처우와 억압적인 직장문화에 적응하기 어렵다고 증언했다. 직원 채용의 어려움으로 인해 정 관장은 체육교육과 수영부 선수들을 강사로 채용하기 시작했다. 김형갑 씨는 “스누풀 사람 중에 강사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 묻기도 했다”고 밝혔다. 체육교육과 수영부 선수들로 부족한 직원을 메우긴 했지만 4, 5월에 그들 중 대부분이 교생실습으로 인해 빠져 강습반이 강제로 합반 또는 폐강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현재 수영강사 12명 중 정직원은 1명뿐이다. 4,5년 전에는 정직원이 더 많았지만 그들이 퇴사하면서 대부분이 시간제 강사로 대체됐다. 시간제 강사가 대부분이므로 강사 수급에 변동이 잦고 폐강되는 일이 종종 생긴다. 게다가 전 수영팀장의 퇴사 이후 6개월 가까이 팀장급 인사가 보충되지 않아 스쿼시팀장이 수영팀장을 겸하고 있다. 김형갑 씨는 “정직원 채용뿐만 아니라 팀장급의 인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5년간 스포츠센터를 이용한 김 모 씨에 따르면 5년 전엔 ‘다 같이 이곳을 즐거운 곳으로 만들자’는 분위기였다. 그는 5년 전에 비해 지금을 ‘지옥’이라고 표현했다. 그에 따르면, 올해 초에 필라테스 강사 A 씨가 억울하게 잘린 일이 있었다. 사건의 발단은 어떤 회원이 A 강사의 수업을 한 번 듣고 강도 높은 수업 방식에 대한 불만 글을 익명으로 홈페이지에 올린 것이었다. 스포츠센터에선 강사에게 사실 여부를 확인하거나 다른 회원들의 의견을 묻지 않고 바로 새로운 강사 채용 공고를 올렸다. A 강사는 그 소식을 다른 회원을 통해서야 접했다. 김 씨에 따르면 A 강사의 수업방식을 좋아하는 회원들도 많았다. 갑자기 강사가 교체돼 회원들은 황당해했고 오히려 강사가 교체된 후에 회원이 많이 줄었다. 김 씨는 “문제가 생길 경우 앞뒤 상황을 살피거나 상호간의 대화를 들어보지 않고 일방적으로 강사를 갈아치우는 식으로 해결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목적체련장에서 발레수업의 경우 회원들과 강사 모두 초급반과 중급반으로 나누길 원했다. 하지만 스포츠센터는 30명 정원을 먼저 채워오지 않으면 개설할 수 없다며 거절했다. 수강생을 한 반에 몰아넣느라 사람이 몰리는 방학이나 학기 초에는 설 자리가 없을 정도고 등록을 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김 씨는 “수요조사를 먼저 해보고 정말 운영이 불가능할 정도로 인원이 모집되지 않으면 그 때 반대해도 되는데 무조건 30명을 맞춰오라는 식”이라며 불만을 털어놨다. 그는 “행정편의주의 운영 때문에 정작 이용자들이 돈을 벌게 해주고 싶어도 소통할 수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스포츠진흥원이 출법하면…”

  총학생회 정현빈(전기·정보공학 13) 중앙집행위원장은 “이용요금이나 직원처우 문제는 단시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니 장기적인 대응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총학생회는 지난 8월 23일 스포츠센터 앞에서 수박파티를 진행하는 등 학내에 관심을 유도해 본부와 스포츠센터에 압박을 넣고 있다. 한편, 정철수 관장의 임기는 지난 8월 20일 끝났다. 본부에서는 8월 말 출범 예정인 ‘스포츠진흥원’이 스포츠센터 관련 업무를 담당할 것이라며 문제 해결을 미루고 있다. 이병근 장학복지 과장은 8월 13일 수영모임연합 및 총학과의 면담에서 제기된 문제들을 앞으로 출범할 서울대 스포츠진흥원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사진2.gif

지난 8월 23일, 스포츠센터의 운영방향에 대한 학내의견을 수렴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스포츠진흥원이 발족되면 스포츠센터의 사업 운영은 본부와 연계된다. 스포츠진흥원장이 스포츠센터장을 겸임하고 스포츠센터 운영위원회도 스포츠진흥원 운영위원회로 이관된다. 철저한 관리·감독이 가능케 하는 구조적 실마리가 마련되는 것이다. 현재 스포츠센터는 독립채산제라는 운영원칙에 따라 스포츠센터 자신의 수지에 따라 단독으로 사업을 성립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교내 체육시설을 전문적으로 관리·운영’하고 ‘교내외 체육활동을 체계적으로 지원’한다는 스포츠진흥원의 운영원칙에 따라 학교의 관리 및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스포츠진흥원의 출범과 함께 스포츠센터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지, 학생들의 요구가 잘 반영되는지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댓글 댓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Previous Post

세월호는 ‘배(船)’다

Next Post

제2외국어 강의 시스템, 그 참을 수 없는 무질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