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 특집은 가정폭력 중에서도 ‘아내폭력’을 특정해 주제로 하고 있다. ‘매 맞는 남편’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리는 때에 왜 ‘아내폭력’이어야 했을까.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3년 부부폭력률은 45.5%다. 부부폭력률을 살펴보면 남편과 아내가 서로에게 폭력을 행한 상호폭력의 비율이 남편의 일방적 가해 비율 못지않게 높다. 높은 상호폭력 비율은 남편과 아내 모두가 폭력의 행위자로서 부부폭력에 연루돼있음을 뜻한다.
짚고 넘어갈 점이 있다. 남편과 아내 간의 높은 상호폭력 비율 이면에는 폭력이 주로 남편에 의해 유발된다는 사실이 자리 잡고 있다. 2010년 가정폭력 실태조사에서는 아내의 83.7%, 남편의 69.0%가 남편이 처음 부부폭력을 시작했다고 답했다. 이는 아내가 행하는 폭력이 남편의 폭력에 대한 방어 수단이었음을 뜻한다. 게다가 남편과 아내가 배우자의 폭력에 대해 느끼는 공포가 불균형적이다. 남편은 아내의 폭력에 거의 공포를 느끼지 않지만 아내는 남편의 폭력에 공포를 느끼지 않는 경우가 거의 없다.
2013년 경찰에 접수된 아내폭력은 1만1759건, 남편폭력은 832건이었다. 남편이 행한 아내폭력과 아내가 행한 남편폭력 모두가 부당한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아내폭력과 남편폭력 사이의 현격한 신고 건수 차이는 남편이 폭력의 행위자가 되는 것이 아내가 폭력의 행위자가 되는 것보다 ‘정상적’인 현상이라는 것을 뜻한다. 아내를 대상으로 한 남편의 폭력이 위계질서를 바탕으로 발생할 때, 아내폭력은 가부장제에 뿌리내리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남편으로부터 폭력에 시달리는 아내는 경찰에 신고할 것인지 망설인다. 경찰에 신고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리라는 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은 가정 내에서 벌어지는 특성 때문에 아내폭력 사건의 처리를 까다로워한다. 폭력 남편은 기소되지 않고 가정으로 돌아온다. 폭력이 심하지 않은 경우 아내 역시 생계 문제와 ‘그래도 가족인데’ 하는 생각으로 남편이 처벌받기를 바라지 않는다. 이제 이미 벌어진 폭력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가 남는다. 폭력은 해결되지 않는 채로 남는다. 해결책이 마땅치 않다.
가정폭력 피해자가 원하는 것은 폭력을 멈추는 것이다. 가정의 해체를 바라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가정이 해체됐을 때 겪게 될 경제적 곤란과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을 견디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녀가 있을 경우 어려움은 더욱 커진다. 이 때문에 아내는 남편의 폭력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러도 가정을 벗어나기 어렵다. 어렵사리 경찰에 신고해도 신고 후 폭력이 중단되거나 줄어든 경우는 18.0%에 불과했다.
2011년 4481건, 2012년 5876건, 2013년 1만1759건의 아내폭력이 경찰에 접수됐다. 이 수치가 아내폭력의 발생횟수가 절대적으로 늘어났음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은폐되던 아내폭력이 사회적으로 드러나고 있음을 방증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관건은 은폐되던 폭력을 드러내고 절함으로써 늘고 있는 아내폭력 접수 건수를 다시 줄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내폭력이 ‘비정상적’인 현상이 돼야 한다. 그것은 아내폭력이 가부장제에 내린 뿌리를 끊어냄으로써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