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이냐, 공공성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2012년 6월, 이종환 당시 삼영화학그룹 회장은 서울대학교와의 협약을 통해 ‘제2중앙도서관’ 건립비용으로 600억 원을 기부했다.서울대학교는 그의 업적을 기려 ‘제2중앙도서관’ 명칭을 ‘관정도서관’으로 정했다.하지만 학교에서 도서관에 입점하는 편의시설에 대한 25년간의 운영권을 ‘관정이종환교육재단(관정교육재단)’에 주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2012년 6월, 이종환 당시 삼영화학그룹 회장은 서울대학교와의 협약을 통해 ‘제2중앙도서관’ 건립비용으로 600억 원을 기부했다. 서울대학교는 그의 업적을 기려 ‘제2중앙도서관’ 명칭을 ‘관정도서관’으로 정했다. 하지만 학교에서 도서관에 입점하는 편의시설에 대한 25년간의 운영권을 ‘관정이종환교육재단(관정교육재단)’에 주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실제로 관정교육재단은 도서관에 7개의 편의시설 입점을 요청했으며, 커피·빵류 전문점, 복합편의시설, 한식 전문점 등 수익성에 초점을 맞춘 편의시설이 대부분이었다. 관정도서관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학생회관에 ‘서울대학교 생활협동조합(생협)’에서 운영하는 느티나무카페나 문구점 등이 있음을 고려할 때 생협의 수익 감소는 불가피하다. 문제는 생협이 학생식당을 운영하는 등 학생들의 후생복지증진을 담당하기 때문에, 생협의 피해가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림 1. 7월 중으로 완공이 예정됐던 관정도서관은 계획과는 다르게 12월 중으로 공사가 마무리 지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PNG

▲ 7월 중으로 완공이 예정됐던 관정도서관은 계획과는 다르게 12월 중으로 공사가 마무리 지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

관정도서관, 어떤 편의시설이 들어오나

 올해 12월 완공 예정인 관정도서관은 지하 1층부터 7층까지 총 8층으로 구성돼있다. 1, 2층에는 학생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스터디가든’이 위치하고, 6, 7층에는 자유열람실이 위치할 예정이다. 관정도서관은 별관동을 따로 지어 편의시설을 모아놓을 계획이다. 관정교육재단측은 별관동의 1층에는 한식 전문점, 복합편의시설, 일식 전문점이 2층에는 중저가 이탈리안 식당과 체력단련시설이 들어올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그 외에도 1·2층에 걸쳐 패스트푸드점과 커피·빵류 전문점이 들어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중 체력단련시설을 제외한 모든 시설의 운영권은 관정교육재단에 있으며, 이 입점업체를 통해 얻는 수익 또한 관정교육재단의 관할 하에 있다.

 관정교육재단이 제시한 7개의 편의시설 중 가장 문제가 되는 입점업체는 커피·빵류 전문점과 복합편의시설이다. 커피·빵류 전문점은 현재 중앙도서관 내에 있는 ‘뚜레쥬르’와도 가깝고, 생협에서 운영하고 있는 학생회관 카페와도 가깝다. 또한, 대형문구점과 편의점 기능을 하는 복합편의시설은 학생회관에서 생협이 운영하고 있는 문구점 및 매점과 업종상 겹칠 요소가 많다. 이 외에도 한식 전문점, 일식 전문점 등의 음식점은 생협에서 운영하는 학생 식당의 수익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그림 2. 관정도서관은 총 8층으로 이루어져있으며 스터디가든, 자유열람실 등을 포함한다.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PNG

▲ 관정도서관은 총 8층으로 이루어져있으며 스터디가든, 자유열람실 등을 포함한다.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생협, 연간 27억 원의 매출 감소와 8억 원의 손실 추정

 생협에서는 관정도서관에 업체가 입점했을 시 도서관 인근에 위치한 생협 관할 편의시설 이용자의 20%가 관정도서관 편의시설로 이동한다고 가정해 경제적 피해를 추정했다. 생활협동조합 본부장 이규선 씨는 “그 수치는 인접한 거리에 동일 업종의 업체가 들어왔을 경우, 생협 운영을 통해 경험적으로 판단되는 추정치”라며 “업종에 따라 약간의 변화는 있을 수 있지만 수치는 거의 맞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생협에서는 커피·빵류 전문점으로 인한 연간 매출 감소분을 7억 원, 이익 감소분을 1.5억 원으로 추정했으며, 복합편의시설과 기타 음식점으로 인한 연간 매출 감소분을 각각 8억 원과 12억 원, 이익 감소분을 각각 2억 원과 4.5억 원으로 추정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관정도서관 입점 시 생협의 연간 매출 감소분이 27억 원, 이익 감소분이 8억 원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경제적 피해는 학생들의 후생복지증진을 담당하는 생협의 특성상 학생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서울대학교 대학행정자치연구위원회(대자연)가 2013년 8월 22일에 제시한 회계 자료에 따르면 생협은 FS사업부(구 식당부)에 의한 손실을 줄이기 위해 ‘식권 가격 인상’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관정도서관 입점으로 인해 8억 원 가량의 순손실이 추가로 발생한다면 생협으로서 극단적인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FS사업부로 인한 손해를 판매사업부, 자판부 등의 흑자로 막는 생협 수익구조 특성상 생협 수익 감소가 식권 가격 인상뿐 아니라 전반적인 학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생협의 회계 자료에 따르면 2012년 생협의 순이익은 약 13.9억 원이다. 이 중 11.5억 원이 서울대학교 기부금(발전기금)으로 사용되고, 0.3억 원이 법인세 비용으로 사용돼 생협의 당기순이익은 1.6억 원으로 조사됐다. 그러므로 관정도서관 입점으로 인해 8억 원 가량의 순손실이 발생한다면 생협에서는 불가피하게 발전기금으로 활용되는 기부금을 축소할 수밖에 없다. 생협 내부에서 6억 원의 순손실을 감당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생협에서 축적해놓은 이익 잉여금이 있으므로 어느 정도 판매가격을 동결시킬 수는 있으나, 장기적으로 학생들에게 경제적 부담이 지워질 것은 불가피하다.

 생협은 수익의 일부를 발전기금에 기부하고, 그 기부금을 다시 시설 보수, 유지 등에 사용함으로써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고 있다. 실제로 2012년 발전기금은 후생복지시설 운영비로 6억 원을 사용했고, 대학 시설 운영비로 7억 원을 사용하는 등 총 학내 시설 관리비로 24억 원을 사용했다. 따라서 생협이 기부하는 발전기금이 줄어들면 생협 운영뿐만 아니라 학내 시설 관리 및 유지에도 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생협은 관정도서관 입점으로 인한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막기 위해 학교에 복합편의시설과 커피·빵류 전문점의 업종 조정을 요청했다. 생협에서는 관정도서관에 사진관과 출력제본업체 등의 대체 시설을 들여올 것을 제시했다. 하지만 서울대에서는 관정교육재단에 구체적인 요구 사항은 명시하지 않고 다음과 같은 사항을 제시했다 ▲대학의 상징인 도서관의 격에 맞는 편의시설(서점 등) 입점 ▲음식업종의 경우, 면학분위기를 저해하는 업종보다는 간편식 위주 업종(저렴한 가격대 음식) 입점 ▲관정도서관 유지관리비의 편의시설 운영업체 부담 범위 등은 업종 선택과 연계하여 협의가 바로 그것이다. 이에 따라 업종 변경의 여부를 알기 위해 관정교육재단을 수차례 인터뷰하려 했으나 ‘담당자의 외근’이라는 이유로 취재에 실패했다. 곧 12월 중으로 완공될 관정도서관에 어떤 업종의 편의시설이 들어올 지는 의문이다.

 

그림 3. 관정교육재단은 현재 학교 측에 7개의 편의시설 입점을 요청했다. 대부분의 편의시설이 업종상 생협의 수익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학교 생활협동조합.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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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정교육재단은 현재 학교 측에 7개의 편의시설 입점을 요청했다. 대부분의 편의시설이 업종상 생협의 수익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학교 생활협동조합

 

서울대 자산운영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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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차원에서 보면 학교에 이익이 될 것

 생협이 우려하는 바와 달리 학교 측은 관정도서관 편의시설 입점에 대해 호의적이었다. 서울대 임장주 자산운영팀장은 “관정교육재단과의 협의 과정에서 중앙도서관, 약대, 학생처(총학생회, 생협)등 관련기관의 의견을 모두 수합해 자산관리위원회에 부쳤다”며 “생협 의견도 포함되지만 지배적인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생협이 보낸 요청서 상 커피·빵류 전문점과 복합편의시설이 관정도서관의 입점업체와 중복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관정교육재단에 요청서를 보냈다”며 “초기 입점 선정에서 변경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학교에서 보낸 요청 사항이 구체적이지 않기에 관정교육재단에서 입점업체를 생협에 영향을 주지 않는 업종으로 변경할지는 의문이다.

 이에 덧붙여, 임장주 팀장은 “관정교육재단이 관정도서관 편의시설을 통해 얻은 운영수익의 일부를 학교 예산에 보태준다면 생협이 경제적으로 불이익을 받더라도 학교 차원에서 생협을 지원해줄 수 있다”며 “큰 차원에서 본다면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관정도서관 편의시설의 유지·관리비가 많이 들어갈 텐데 이를 학교에서 부담하는 대신, 편의시설을 통한 관정교육재단 운영수익금의 일부를 학교에 낼 것을 요구했다”며 “이를 통해 얻는 수익을 학교 예산으로 포함시킨다면 생협에 큰 차원의 지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관해 관정교육재단 장학팀의 황유지 과장은 “관정도서관을 통해 얻는 운영 수익은 모두 장학금으로 사용된다”며 “관정교육재단 장학생 중 1/4가량이 서울대학교 학생”이라고 말했다. 학교에 수익의 일부를 내라는 요구에 관정교육재단이 응할 것인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그림 4. 관정도서관에 입점할 편의시설은 인근에 유사한 기능의 시설들이 많다. 빨간색 지점이 관정도서관이고 파란색 지점이 들어올 편의시설과 유사한 업종이 있는 지점이다. ⓒ서울대학교 생활협동조합.PNG

관정도서관에 입점할 편의시설은 인근에 유사한 기능의 시설들이 많다. 빨간색 지점이 관정도서관이고 파란색 지점이 들어올 편의시설과 유사한 업종이 있는 지점이다. ⓒ서울대학교 생활협동조합

관정교육재단이 입점 업체를 통해 얻는 수익을 모두 장학금에 사용한다고 해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장학금으로 활용될 금액은 관정도서관 편의시설의 수익에서 비롯되고, 편의시설의 수익금은 서울대학교 학생들에게서 비롯된다. 즉 학생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으로 다른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꼴이 될 수도 있다. 현재 8,000억 원 규모의 관정교육재단이 1조원 이상의 출연금 확충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관정도서관 편의시설 수익을 통한 예산 확장이 적절한 방법인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

최초 협약 내용에는 25년간의 운영권 제공이 명시돼 있지 않아

 서울대학교 시설과 팀장 A씨는 “애초에 협약 내용 중 관정도서관 편의시설 선정 및 운영 권리를 관정교육재단에 제공하는 내용은 없었다”고 <서울대저널>과의 인터뷰 중 밝힌 바 있다. 이에 관해 임장주 자산운영팀장은 “관정교육재단에서 25년의 운영권을 요청해 국가기관 특성상 제공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며 “서울대학교가 국가기관이므로 기부자가 원할 때에는 법에 따라 기부채납형식으로 건물을 제공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운영권을 준 대신 관정도서관 신축이 이루어졌다”며 “재산관리위원회가 제시한 서울대학교 편의시설 심의기준은 ▲학내 구성원 후생복지목적 달성 여부 ▲교육·연구시설에 지장을 주는지 여부 ▲인근기관 유사사업 중복 여부를 판단하는 것인데 관정도서관이 교육·연구 시설상 큰 가치가 있다고 판단돼 운영권 제공을 허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림 5. 2012년 서울대학교는 학내시설관리비로 약 24억 원을 사용했다. ⓒ서울대학교 총학생회.PNG

2012년 서울대학교는 학내시설관리비로 약 24억 원을 사용했다.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하지만 재산관리위원회가 제시한 기준에 대한 생협의 의견은 달랐다. 생협 측에서는 “기부채납으로 인한 학내 외부상업시설 증가는 대학 구성원들의 복지와 편의를 제공하는 생협의 매출 감소를 초래한다”며 “매출 감소는 생협의 수익 구조 악화를 초래해 최종적으로는 학생들의 후생복지 수준 악화를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존에 존재하던 서울대학교 복지시설과 균형을 이루는 선에서 외부 편의시설이 입점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관정교육재단이 관정도서관에 복지와 공공성을 강조한 업종을 들여올 것인지, 아니면 수익성을 강조한 업종을 들여올 것인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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