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호 특집 수정
모두에게 ‘또 오고 싶은 호암교수회관’이 되려면…
[특집]이종산 작가 인터뷰

모두에게 ‘또 오고 싶은 호암교수회관’이 되려면…

ⓒ호암교수회관 지난 7월 16일부터 호암교수회관 ‘더 카페’와 학내에서 호암교수회관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1인 시위가 열리고 있다.시위자들은 ‘더 카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호암교수회관의 처우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그들은 ‘더 카페’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호암교수회관 직원식당 등에서 일하는 수많은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위장도급 혹은 불법파견 의심 대상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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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암교수회관

  지난 7월 16일부터 호암교수회관 ‘더 카페’와 학내에서 호암교수회관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1인 시위가 열리고 있다. 시위자들은 ‘더 카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호암교수회관의 처우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더 카페’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호암교수회관 직원식당 등에서 일하는 수많은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위장도급 혹은 불법파견 의심 대상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호암교수회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더 카페’ 기간제노동자 김동욱 씨와 단시간노동자 김동원(정치외교 13) 씨를 필두로 용역업체 ㈜엠서비스와 호암교수회관을 상대로 불법파견 및 근로기준법 위반에 대해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호암교수회관은 현재 노동부 근로감독관 조사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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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카페’ 단시간노동자였던 김동원 씨가 1인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김동욱

  별도로 김동욱 씨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차별적 처우 시정 신청’을 했으며 김동원 씨는 용역업체인 ㈜엠서비스를 상대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 직원식당에서 지난 7월 18일까지 2년 7개월간 근무했던 기간제노동자 A 씨 역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더 카페’의 수상한 도급

  ‘더 카페’에 근무하는 기간제·단시간 노동자들은 모두 ㈜엠서비스에 고용돼있고, ㈜엠서비스는 수급인으로서 도급인인 호암교수회관과 도급계약을 맺고 있다. 도급계약이란 수급인이 특정한 사업을 완성할 것을 약정하고, 도급인은 완성된 일의 결과에 대해 계약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성립하는 계약이다. 이 경우 수급인은 스스로의 재량과 책임 아래 자기가 고용한 노동자를 사용해 일을 완성한다. 따라서 수급인인 ㈜엠서비스만이 기간제·단시간노동자들에게 지휘·명령을 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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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도급계약의 구조

  하지만 ‘더 카페’의 기간제·단시간노동자들은 호암교수회관 정직원들과 같은 공간에서 실질적으로 같은 일을 하고 그들로부터 지시·명령을 받아왔다고 주장한다. 김동원 씨는 “카페 정직원 외에도 간부급의 직원들이 와서 업무지시를 부하직원 대하듯이 한 것이 문제였다”고 밝혔다. 김동욱 씨는 “노동청에 진정한 이후에는 갑자기 정직원들이 우리에게 명령을 해오지 않은 것처럼 눈속임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호암교수회관이 기간제·단시간노동자들에게 지휘·명령을 내리면 불법파견 문제가 발생한다. 파견계약이라 함은 파견사업자가 노동자를 고용한 후에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노동에 종사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도급계약은 비교적 자유로운 민법의 적용을 받는데 반해, 파견계약에는 엄격한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된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회사는 일정한 제약이 있는 직접 근로계약이나 파견계약이 아닌 도급계약을 선호한다. 사용사업주가 도급계약을 통해 노동력을 제공받으면 노사분규, 산재보험 처리 등에서 자유로워진다. 반대로 노동자들은 법적 보호를 덜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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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 파견근로계약의 구조

  위장도급 및 불법파견 의혹에 대해 호암교수회관 송주향 지원팀장은 “우리는 적법적인 도급으로 계속 업무처리를 해왔고 현재 고용노동부 조사에 성실히 응하고 있으니 그 판단을 기다릴 뿐”이라고 답했다. 그는 “기본적인 업무지시는 도급업체에서 한다”고 밝히면서 “원래는 도급업체의 현장소장을 통해서 지시를 해야 하지만 카페의 특성상 긴박한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지시가 불가피할 때가 있다”고 해명했다. ㈜엠서비스 소속이었던 조성훈 전 현장소장 역시 “호암쪽 직원은 계산대 업무를 보고 도급직원은 음료 제조나 서빙을 하는 등 업무는 분명히 나눠져 있었지만 같은 공간에 있다보니까 ‘같이 일을 하자’는 식으로 얘기할 수 있다”면서 “받아들이는 데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급인인 ㈜엠서비스는 현장소장을 호암교수회관 사업장에 상주시켜 도급직원에게 업무를 지시해야 한다. 그러나 현장소장이었던 조 씨는 “사업장이 카페뿐만 아니라 여러 곳으로 나눠져 있어 카페에 항상 상주는 못했고 현장에 긴급히 해결해야 할 상황이 있을 때 내려갔다”고 밝혔다. 그는 “카페 영업이 10시 이후에 끝나다보니 6시 쯤 오후 근무자들만 파악하고 할 얘기를 전달한 다음 퇴근했다”고 밝혔다. 현장소장이 사업장에 상주하지 않은 것이다.

직원식당, 더 수상한 도급

  직원식당에서 도급 기간제 조리사로 2년 7개월을 근무하다 지난 7월 그만두게 된 A 씨의 증언에 따르면, 현장소장은 점심시간에 밥을 먹으러 직원식당에 올 때를 빼고는 업무와 관련해 A 씨와 접촉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만약 식당 직원 중 누군가 사표를 써서 아르바이트 고용을 요청해야 하는 경우 2년간은 호암교수회관 소속의 총무에게 직접 얘기해야 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현장소장과 호암교수회관 양쪽에게 전달했다. 현장소장에게만 말한 건 2014년 5월 정도부터였다. A 씨에 따르면, ‘더 카페’에서 일하던 단시간노동자들이 문제를 일으키면서부터 총무가 A 씨에게 접근하지 않았다. A 씨는 상당 기간 동안 모든 업무관련 지시를 호암교수회관 지원팀장과 총무에게 받았다고 주장한다. 그는 “특히 특식이 나온다든지 비싼 메뉴를 적용할 경우엔 반드시 호암교수회관 측에 보고해서 허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거기 있는 직원들은 내가 도급 직원이 아니라 원청회사 직원인 줄 착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고 했다.

  학교나 관악구에서 위생 감사가 나오면 A 씨는 더욱 난감해졌다. A 씨에 따르면, 호암교수회관 측에서 위생 감사 준비를 위한 지시서를 모두 A 씨에게 보냈고 수시로 점검·명령했다. 그는 “위생 감사를 1달 정도 준비하는데 그 기간엔 지원팀장이 매일 와서 먼지 있나 손가락으로 찍어보고 냉장고 열어서 수시로 유효기간을 체크했다”고 밝혔다. 그는 급하게 무언가를 씻거나 튀기고 있어도 그만 두고 가서 지원팀장이 말하는 걸 바로 해야하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실제로 메뉴가 교체되거나 한 메뉴를 포기한 적도 있다. 그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매우 견디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엠서비스 B 대리는 “A 씨가 반장이라는 직책을 맡았으니 현장대리인으로서 호암으로부터 업무지시를 받거나 같이 상의할 수 있는 위치”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장소장이 있긴 하지만 일일이 모든 파트를 관리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반장이라는 직책의 현장대리인을 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A 씨가 고용노동부에 상담을 받은 결과, 호암교수회관이 A 씨에게 업무지시를 할 수 있다는 양자 간의 계약서가 별도로 없는 한, B 씨의 주장은 억지라고 한다.

단시간노동자, 부실한 고용체계

  ‘더 카페’에서 단시간노동자로 일했던 김동원 씨는 계약당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또한 그는 시급이 6,000원이라는 공지를 보고 단기 아르바이트에 지원했으나 야간근로수당 및 주휴수당을 지급받지 못했다. 

  ㈜엠서비스 소속이었던 조성훈 전 현장소장은 시급과 관련해서는 오해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원래 기본 시급은 최저임금인 5,210원이며 여러 가지 추가 수당을 합쳐서 나온 결과가 시간 당 6,000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공고를 올릴 때 6,000원이라는 시급이 어떻게 계산된 것인지 설명해놓지 않았다. 김동원 씨는 면접을 할 때도 그런 설명을 전혀 듣지 못했다. 조 씨는 “새로 아르바이트생들을 선출하면서 면접을 할 때 설명을 했는지 안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전달을 좀 못한 부분은 있지만, 임금 자체는 노무사도 틀린 부분이 없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구인광고를 낼 때 임금산정 과정을 상세히 올리는 업체는 하나도 없다”고 진술했다. 근로계약서에 관해서는 “아르바이트생 같은 경우는 하루 하고 안 나오는 경우도 있고 근무 기간이 짧아서 못 받는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며 인정했다. 근로기준법 제17조 2항은 ‘임금의 구성항목·계산방법·지급방법이 명시된 서면을 근로자에게 교부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수상하고 억울한 해고

  호암교수회관은 ㈜엠서비스와 지난 7월 31일 계약이 만료됐지만 재계약을 했다. 한편 진정사건과 관련해 김동욱 씨와 김동원 씨에게 위임장을 쓴 16명 중 5명이 일을 그만두게 됐다. 기간제 노동자 한종설 씨는 원래 6월 30일 계약이 만료됐지만 따로 계약서를 쓰지 않고 연장해서 일하다가 7월 29일자로 해고됐다. ㈜엠서비스는 해고 사유로 한 씨가 근로계약을 거부한 채 노동을 제공했다는 것을 들었다. 하지만 한 씨는 6월 말에 B 대리로부터 받은 계약서의 근로기간이 원래 계약만료기간 그대로인 6월 30일까지로 돼있었기 때문에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연장계약서라 보지 않았고 서명하지 않았다. 한편, 김동욱 씨는 취업규칙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엠서비스로 대기발령 통보가 났다. 그는 정확한 사유를 듣지 못해 회사의 판단에 동의할 수 없었고, 이를 실질적인 해고라 판단해 불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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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 모집 공고. 최저임금에 수당이 포함된 것이라는 설명 없이 ‘시급 6,000원’이라고만 적혀있다. ⓒ김동욱

  김동원 씨를 포함한 단시간 노동자 3명은 7월 31일부로 계약이 종료됐으니 그만 와도 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에 대해 김동원 씨는 “위임장을 작성한 3명의 단시간 근로자만 계약종료통보를 받은 점이 수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김동원 씨는 “그 전에도 이미 호암교수회관 측의 일방적인 스케줄 변경 때문에 위임장을 썼던 5~6명이 일을 그만두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호암교수회관 송주향 지원팀장은 “매년 6월 말로 접어들며 장마철이 시작되거나 더워지는 시기에는 고객이 많이 줄어 영업시간이나 알바생 인원을 조정해왔다”며 일반적인 상황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김동원 씨는 “계속 여름이고 더 더워졌는데도 그 사람들이 나가고 나서 2주 쯤 뒤에는 다시 인원이 늘은 점이 의심스럽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지난 7월 18일, 직원식당에서 근무하던 A 씨는 ㈜엠서비스 B 대리가 가져온 사직서를 받았다. 계약기간은 7월 말에 만료되는데도 불구하고 사직서를 요구하는 것이 이상했다. A 씨에 따르면 B 씨는 이것이 ‘형식적인 절차일 뿐’ 이라고 답했다. A 씨는 ㈜엠서비스로 다시 입찰 되면 이 사직서가 폐기되는지 물었고 ‘그렇다’는 대답을 들었다. 이 말을 믿은 A 씨는 결국 사직서에 서명을 했다. 그런데 3일 후, 7월 21일에 A 씨는 B 씨로부터 ‘직원식당 직원들을 모두 정리하기로 했고 다른 팀을 만들어놨다’는 통보를 받았다.

  A 씨는 B 씨에게 “엊그제 사직서를 쓰면서 한 말은 뭐냐”고 물었더니 ‘A 씨가 자필로 사직서를 썼으니 법을 어기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다. 다시 이틀 후 23일에 B 씨는 A 씨를 다시 찾아왔다. 그 날 A 씨는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사과를 들었다. 하지만 A 씨에 따르면 B 씨는 여전히 ‘해고는 아니고 사직서를 받은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A 씨는 B 씨가 ‘거짓말을 했다’고 시인하는 부분을 녹취해뒀다.

‘또 오고싶은 호암교수회관’이 되려면

  호암교수회관과 (주)엠서비스를 상대로 앞장서서 맞서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일을 그만 둔 상태다. 위장도급 및 불법파견, 근로기준법 위반, 부당해고와 관련하여 한창 논란의 중심에 있을 때, 호암교수회관과 ㈜엠서비스는 다시 한 번 계약을 했다. 현재 이들은 노동감독관의 조사를 받고 있다. 결과는 11월쯤에야 나온다. 이들은 문제를 제기한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책임 있게 대화하기 보다는 ‘노동청에서 진술했다’, ‘조사결과를 기다릴 뿐이다’며 답변을 회피하고 있다.

  호암교수회관은 ‘또 오고 싶은 호암교수회관’이라는 모토를 내걸었다. 고객들에게는 또 오고 싶은 곳일 수 있지만, 이를 거쳐 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다시는 오고 싶지 않은 호암교수회관’으로 인식되지 않을까. 모두에게 ‘또 오고 싶은 호암교수회관’이 되려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귀를 기울이며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적극적으로 보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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