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개를 둘러싼 1년간의 싸움

거부당한 정보공개 청구의 배경 이 소송의 출발점이자 핵심에는 정보공개 청구가 있다.‘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 제3조 정보공개의 원칙에 따라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공개’하도록 돼있다.또한 이 법에 의해 모든 국민은 공공기관이 공개하지 않은 정보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권을 갖는다.이 법의 대상은 국가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뿐만 아니라 학교, 특수법인 등도 포함한다.

거부당한 정보공개 청구의 배경

이 소송의 출발점이자 핵심에는 정보공개 청구가 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 제3조 정보공개의 원칙에 따라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공개’하도록 돼있다. 또한 이 법에 의해 모든 국민은 공공기관이 공개하지 않은 정보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권을 갖는다. 이 법의 대상은 국가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뿐만 아니라 학교, 특수법인 등도 포함한다. 그렇기에 서울대는 당연히 정보공개 대상이 된다.

2012년 말에 논란이 됐던 황창규 초빙교수 임용은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의 자질문제와 임용과정의 불투명성 문제 등에서 논란을 일으켰다. 가장 먼저 임용 반대성명을 낸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인권법학회 ‘산업재해노동자들과 소통하는 학생들의 모임’에서 활동하던 김재원 씨는 2013년 2월 12일, 황창규 초빙교수 임용절차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 그로부터 두 달 후 4월 8일, 행정대학원은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을 초빙교수로 임용한다고 발표했다. 김재원 씨는 4월 15일, 나경원 초빙교수 임용절차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도 접수했다. 두 번의 청구 모두 ▲임용추천서 ▲활용계획서 ▲인사위원회 회의록 ▲인사기록카드 또는 이력서 등의 인사 관련 서류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공공기관이 정보공개청구를 거부할 때 주로 ‘부존재’, 즉 정보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를 드는데, ‘서울대학교 겸임교원 등 임용에 관한 규정’상 보유하도록 돼있는 문서들을 선정해 청구한 것이다.

소송의 시작, 비공개 대상 제5호와 제7호

그러나 서울대는 두 사안에 대해 각각 2월 21일과 4월 18일에 비공개 처분을 내렸다. 서울대는 황창규 초빙교수 건에 대해 공개대상 정보가 정보공개법 제9조 1항 비공개대상 중 5호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다. 나경원 초빙교수 건에서는 5호에 7호가 더해졌다.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에는 제1호부터 제8호까지 여덟 가지의 비공개 대상 사유를 명시하고 있다. 공공기관은 원칙적으로는 존재하는 모든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그러나 이 조항에 명시된 사유로 정보공개를 거부할 수 있다. 그 가운데 제5호는 ‘감사·감독·검사·시험·규제·입찰계약·기술개발·인사관리에 관한 사항이나 의사결정 과정 또는 내부검토 과정에 있는 사항 등으로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를 말한다. 나경원 초빙교수 건에서 추가로 제시된 제7호는 ‘경영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를 말한다.

정보공개 청구에 비공개 처분이 내려질 경우, 해당기관이 내린 행정처분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김재원 씨는 황창규 초빙교수 임용절차 정보공개 청구의 비공개 결정에 이의신청을 했다. 그러나 이의신청의 대상 역시 서울대로, 정보공개 청구 대상과 같기 때문에 결정에 변화는 없었다.

이야기를 듣기 위해 제기한 소송,

횡설수설 변죽만 올린 학교

정보공개 청구와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청구인은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행정심판은 무료이며 행정청이 심판청구서를 받은 지 60일 이내에 결정이 난다. 행정소송은 해당 행정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행정소송은 시간적, 금전적 비용이 상당하며, 행정심판까지 기각됐을 때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김재원 씨는 행정심판을 신청하지 않고 서울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곧바로 제기했다. 김재원 씨는 “제시된 비공개 사유에 대한 학교의 생각이 궁금했다”며 “서로 패를 열어놓고 토론해보고 싶어 소송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나경원 초빙교수 임용절차 정보공개 청구가 비공개 결정이 내려지면서 김재원 씨는 두 건의 정보공개 청구 거부 처분을 취소하는 소송을 준비했다. 김재원 씨(원고)는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과 함께 공익 소송의 형태로 진행하게 됐다. 6월 7일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황창규, 나경원 초빙교수 임용절차 정보공개 청구 거부처분 취소소송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서울대 측은 대형 법무법인 ‘광장’의 변호사를 선임해 소송에 대응했다.

그러나 학교는 대형 법무법인에 수임을 맡기고도 소송 수행에 미흡한 점을 보였다. 비공개 대상이 거부처분 당시 사유로 들었던 제5호와 제7호에 해당하는지가 핵심이었지만 서울대(피고)는 핵심과 관련이 없는 주장들을 전개했다. 우선 피고는 정보공개를 할 수 없는 이유를 ‘부존재’로 바꿔들었다. 공개 청구한 자료가 존재하지 않아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대가 공개 청구를 거부할 때 비공개 사유를 명시해 거부처분을 했다는 점에서 이는 모순된 주장이었다. 부수적인 부분에 관한 주장을 반복하기도 했다. 공개 청구한 자료 중 ‘인사기록카드 또는 이력서’ 중 인사기록카드는 없어 이 부분의 청구가 각하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둘 중 있는 것만을 공개하라는 취지에서 인사기록카드 또는 이력서를 공개하라고 한 것임에도 피고는 인사기록카드가 없으니 인사기록카드의 청구가 각하돼야 한다는 주장만 반복했다.

피고는 기존의 비공개 사유를 변경하고 추가하기까지 했다. 황창규 초빙교수 건에서는 공개 청구를 거부할 때는 제5호를 사유로 들었지만 이후에 제6호(해당 정보에 포함되어 있는 성명·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를 추가했고 또 제7호를 사유에 추가했다. 나경원 초빙교수 건에서는 청구를 거부할 때는 제5호와 제7호를 사유로 들었지만 이후엔 제7호를 빼고 제6호를 사유로 들었고, 최종적으로는 제7호를 사유에 다시 추가했다.

피고가 핵심적인 논리를 말하지 않고 계속 주장을 바꾸자 원고 측은 구석명신청을 했다. 구석명신청은 재판장이 불분명한 진상을 명확히 밝히도록 해 상대방에게 관련된 사항에 대한 답을 촉구하는 것을 말한다. 원고 측은 피고가 사유를 명확히 할 것, 경영·영업상 비밀에 관해 그 사업 활동이 무엇이고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게 왜 유리한지 입증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구석명신청을 했다. 이에 피고는 모든 자료에 대해 제6호의 사유를 추가했고, 인사기록카드 또는 이력서에는 제7호 사유를 추가로 제시했다. 그러나 경영·영업상 비밀에 관한 답변은 끝내 하지 않았다.

법원, “회의 참석자 외에는 모두 비공개정보 아니다”

2014년 6월 19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이 소송 대한 판결이 났다. 법원은 인사기록카드 논란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판결문에 따르면 법원은 원고가 인사기록카드와 이력서가 모두 존재하면 모두 공개하고 하나만 존재하면 존재하는 정보만을 공개하라는 취지로 청구한 것이기에 인사기록카드 공개 청구를 굳이 각하할 필요가 없다고 판결했다. 비공개 사유를 추가한다는 피고의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정보공개 청구 당시 피고가 제시한 사유와 소송 도중 새로 추가한 사유가 기본적 사실관계에서 동일하지 않다고 판결했다. 판례상 당초에 처분 근거로 삼은 사유와 새로운 사유 간에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사유추가가 인정되는데 법원은 그 동일성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해당 정보들이 공개 청구 당시 서울대가 사유로 삼은 제5호와 제7호에 따라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하는지가 판결의 쟁점이 됐다. 법원은 임용추천서, 활용계획서, 이력서가 제5호의 인사관리에 관한 정보라고 판결했다. 그러면서도 이전 판례들에 따라 제5호 사유에 관한 정보의 경우, 비공개로 얻는 업무 수행 공정성에 따른 이익과 공개에 의해 보장받는 국민의 알권리 및 국정운영 투명성 확보에 따른 이익을 비교해 판단해야 한다고 결정 내렸다. 법원은 이 자료가 공개돼도 서울대의 업무수행에 현저하게 지장을 줄 개연성이 존재하지 않기에 해당 자료를 전부 공개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인사위원회 회의록도 의사결정 과정이기에 제5호에 해당하는 정보라고 하면서도 이 자료 역시 공개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다만 회의의 참석·불참자는 공개될 경우 공정한 업무 수행에 지장을 줄 수 있기에 인사위원회 회의록은 회의 참석·불참자의 이름과 직위를 삭제한 후 공개하라는 부분공개 결정이 내려졌다.

나경원 초빙교수의 이력서의 공개거부 사유인 제7호 경영·영업상 비밀은 아예 인정이 되지 않았다. 경영·영업상 비밀은 비공개해야 유리한 사업 활동에 관한 정보 또는 비밀사항을 의미하는데, 법원은 나경원 초빙교수의 이력서의 정보들에 공개를 거부할 만한 이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소송은 인사위원회 회의록의 참석·불참자의 이름과 직위를 삭제하고 모든 정보를 공개하며, 소송비용의 9/10를 피고가 부담하는, 사실상 원고의 승리판결이였다. 서울대는 항소하지 않고 판결에 따라 정보를 공개해 소송은 끝이 났다.

정보공개청구라는 새로운 수단 발견해

사실상 원고의 승소라고 볼 수 있는 판결은 내려졌지만 김재원 씨는 소송 자체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번 소송에 대해 김재원 씨는 “심판이 아닌 소송을 한 이유도 학교와 대등한 위치에서 내 주장을 펼치면 학교가 답을 하는 구도를 만들고자 소송을 제기했음에도 제대로 된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김재원 씨는 “소송 중에도 실체적인 것과 연관이 없는 것들을 서면에 계속 작성했고, 그 때문에 구석명신청까지 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소송 과정에서 비공개 사유 추가 등 부수적인 싸움이 이어지면서 제5호의 적절성과 제7호에서 말하는 사업 활동이 무엇인지와 같은 핵심적인 쟁점에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정보공개 청구 거부처분 취소소송은 제도권 내에서 학생이 취할 수 있는 새로운 수단으로 정보공개 청구를 조명했다. 소송을 통해 정보공개 청구라는 수단을 알렸을 뿐만 아니라 승소판결을 통해 학교도 학생에게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을 환기한 것이다. 김재원 씨는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밝혀진 자료로 이슈를 창출하고, 학생들이 본부에 대해 교섭하고 싸우는 방법이 돼야 한다”고 답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정진임 사무국장은 “학교에 대한 불만들을 넘기면 학교의 태도는 변하지 않는다”며 “학생과 관련이 많은 학교에 대해 일상적인 정보공개 청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정 씨는 행정소송까지는 아니더라도 금전적 비용이 들지 않는 행정심판까지는 청구해볼 것을 추천한다. 정보공개 청구부터 행정심판까지는 인터넷을 통해 쉽게 할 수 있다.

현재 대부분의 국가공공기관의 기관장 업무추진비는 정보공개 청구를 하지 않아도 기관이 먼저 홈페이지에 게재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다. 끊임없는 정보공개 청구가 법제화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다. 이처럼 큰 변화나 움직임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정보를 청구하고, 그를 통해 학생의 권리를 주장하고 학교생활에 필요한 정보들을 얻어내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는 활동일 수 있다.

HOW TO 정보공개청구

사립대의 경우 별도의 정보공개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서울대를 비롯한 국가공공기관의 정보공개 청구는 ‘정보공개시스템’이라는 포털로 일원화 돼 있어 이곳에서 정보공개 청구와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정보공개 청구 방법

① 정보공개시스템 사이트에 접속해 정보공개 탭에서 청구신청을 클릭한다.

② 회원 또는 비회원으로 로그인 후 연락처와 주소를 입력한다.

③ 청구하고자 하는 대상 기관을 정하고 정보 내용란에 청구하고자 하는 정보를 입력한다.

④ 공개방법과 수령방법등을 정하고 청구 버튼을 클릭한다.

⑤ 이렇게 청구한 내용이 대상 기관의 해당 정보 담당자에게 전달된다.

⑥ 청구 이후 처리과정은 해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⑦ 비공개 처분이 내려질 경우 해당 사이트에서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⑧ 행정심판은 ‘행정심판포털 권리누리’에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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