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어린이집이 시끄러운 이유

서울대학교 어린이보육지원센터는 산하에 두 개의 어린이집을 두고 있다.1998년 개원한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부속어린이집’은 2011년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백학어린이집’으로 명칭을 변경했다.같은 해 백학어린이집 옆에 느티나무어린이집이 새로 문을 열었다.2012년 두 어린이집의 소속은 본부로 바뀌었고, 이들을 관리하기 위한 어린이보육지원센터가 신설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서울대학교 어린이보육지원센터는 산하에 두 개의 어린이집을 두고 있다. 1998년 개원한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부속어린이집’은 2011년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백학어린이집’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같은 해 백학어린이집 옆에 느티나무어린이집이 새로 문을 열었다. 2012년 두 어린이집의 소속은 본부로 바뀌었고, 이들을 관리하기 위한 어린이보육지원센터가 신설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그간 학내 대학원생 및 교직원들의 육아 문제를 해결해주던 어린이집에 최근 크고 작은 잡음이 일고 있다. <서울대저널>은 서울대학교 어린이집을 둘러싼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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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티나무어린이집(왼쪽)과 백학어린이집(오른쪽 붉은 건물) ⓒ아동가족학과 학생회

고용·휴게시간·연차 문제에서 비롯된 교사 처우 논란

 

  백학어린이집과 느티나무어린이집(이하 서울대학교 어린이집)에 소속된 교사 수는 2014년 8월 기준 41명이다. 이 중 정규직은 없으며, 모두가 2년 계약직으로 교사 생활을 시작한다. 2년 후에는 심사를 거쳐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되는데, 현재 전체 교사의 절반 정도가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됐다.

 

  지난 8월 본부는 4명의 교사에 대해 무기 계약직으로의 전환 승인을 거부했다가 결정을 번복했다. 이 과정에서 본부는 승인 거부의 이유로 ▲교사들이 대체가능인력이라는 점과 ▲어린이집 재정이 부족하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이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학부모 A 씨는 “어린이와 지속적으로 유대관계를 형성해야 하는 어린이집 교사가 ‘대체가능인력’으로 분류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인사교육과 담당자는 “유대감 형성의 측면은 이해하지만, 재정상 모든 교사들을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해줄 수는 없다”며 “학교는 어린이집뿐만 아니라 학내 전체의 계약직 노동자들을 고려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가족아동학과 대학원생이자 전직 서울대학교 어린이집 교사인 진민성 씨는 “어린이집 교사의 근속연수는 5년 정도에 불과하므로, 무기 계약직 전환이 재정에 큰 부담을 야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돈의 관점에서만 접근하기 보다는, ‘경력’이 중요한 자산인 어린이집 교사의 직업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교사들의 근무시간은 8시 30분부터 18시 30분까지다. 근로계약상에는 교사들에게 점심시간으로 활용되는 1시간의 휴게시간이 주어지는 것으로 돼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교사들은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한다. 진민성 씨는 “교사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점심시간 동안 끊임없이 식사지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쉴 틈이 없다”며 “그렇다고 쉴 수 없는 휴게시간이 근로시간으로 인정되어 추가수당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이순형 서울대학교 어린이보육지원센터장은 “교사들 없이 운영되는 특별활동이 매일 1시간씩 있으며, 이 때 교사들이 쉴 수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진 씨는 “이 시간에도 교사들은 다른 업무 때문에 쉴 틈이 없으며, 공식적인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문제는 여전하다”고 반박했다.

 

  현재 교사들은 어린이집 방학기간에 맞춰 연차를 사용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방학 자체에 대한 문제도 제기된다.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어린이집은 천재지변 등 어린이집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 없이 휴원할 수 없다. 느티나무어린이집 원장은 “방학은 학부모들의 동의하에 실시되며, 방학 때도 대체인력을 동원해 사정이 여의치 않은 아이들을 돌봐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직 어린이집 교사 진민성 씨는 “어린이집이 방학에 아이를 등원시키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요구하며 반강제적으로 학부모들의 동의를 이끌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사들이 자유롭게 연차를 사용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근로기준법 제60조 5항에 따르면 사용자는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휴가를 줘야 하며, 다만 이것이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경우 휴가 기간을 변경할 수 있다. 동법 제62조는 ‘사용자는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합의에 따라 연차를 대신하여 특정한 근로일에 근로자를 휴무시킬 수 있다’고 규정한다. 백학어린이집 원장은 “학기 중 교사들이 연차를 쓰면 아이들과의 애착심 형성에 문제가 생기고, 동료 교사들의 부담도 늘어난다”며 “대체인력을 활용할 수 있지만, 단시간 근무하면서도 기존 교사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는 인력을 찾기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교사와 아이들이 떨어져 있는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방학 중 다 같이 쉬는 것을 선택하고 있다”며 “서면합의가 따로 존재하진 않지만 OT 때 교사들에게 모든 설명을 해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직 어린이집 교사 진민성 씨는 “사전에 휴가 계획에 대한 소통이 원만히 이루어진다면 자유롭게 연차를 사용하더라도 적절한 대체인력을 구할 충분한 시간이 있을 것”이라며 “방학 중 운영되는 반은 기존 교사들이 부재한 상황에서 오로지 대체인력에 의존하기 때문에, 교사들이 일률적으로 방학에 쉬게 되면 오히려 아이들에 대한 걱정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건물안전에 대한 우려

 

  2012년 학부모들의 자체 조사 결과, 백학어린이집에서는 법정 기준치를 초과하는 석면이 검출됐다. 올해 4월 본부 측이 실시한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아동가족학과 학생회 임원 전소현 씨는 “1~2세의 유아들이 생활하는 백학어린이집에서 석면이 검출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그럼에도 학교 측에서는 아직까지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고 염려했다. 이에 대해 이규진 시설지원과장은 “다가오는 겨울방학에 석면 함유 자재를 교체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그는 “올해 예산이 이미 확정된 후 석면 문제가 발견되었기에 추가예산 편성을 기다리는 것”이라며 “학기 중에 건물을 철거할 경우 석면가루가 날려 아이들에게 더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사정을 설명했다. 아동가족학과 학생회는 추가예산 신청 여부를 학교 측에 지속적으로 문의했으나 아직 확답을 받지 못한 상태다.

 

  2012년 완공된 느티나무어린이집 건물에서는 온도, 균열 및 누수 문제가 발견됐다. 여름철 복도 온도는 40도 가까이 치솟았으며, 벽에 금이 간 틈새로 물이 새기도 했다. 아동가족학과 학생회 임원 전소현 씨는 “이와 관련해서도 학교 측에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해왔으나 아직 개선된 것은 별로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송훈 서울대 시설기획과장은 “온도 문제는 이전부터 파악하고 있었으나, 벽면이 유리로 된 건물 자체에 근본원인이 있기 때문에 완전한 해결이 어렵다”며 “설계 당시 학교 측에서 이런 문제를 미리 예상하고 조치를 취해야했으나 그러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블라인드 커튼이나 냉·난방기 등을 활용해 문제를 최소화하고자 노력 중”이라고 대응계획을 설명했다. 균열 및 누수 문제와 관련해 송 과장은 “느티나무어린이집의 균열은 철근이나 콘크리트 같은 구조체에 생긴 것이 아니라, 칸막이벽에 칠해진 페인트가 갈라지면서 생겨난 경우”라며 “건물 붕괴의 우려는 없다”고 설명했다. 본부 측은 석면 문제와 마찬가지로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누수 방지를 위해 균열을 실리콘으로 메울 예정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건강 및 안전과 직결되는 일련의 문제들을 적시에 해결하지 못하고 사후 대응에만 급급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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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티나무어린이집 전면. 벽면이 유리로 된 탓에 여름철이면 실내온도가 급격히 올라간다.

 ⓒ진민성

 

삼성 연구소를 둘러싼 대립

 

  ‘삼성전자 서울대 연구소(삼성 연구소)’ 건립 문제는 학부모 측과 학교 측이 팽팽하게 대립해온 사안이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5월, 서울대 어린이집으로부터 약 80~100m 떨어진 곳에 삼성 연구소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공사 시 예상되는 문제들에 대해 학부모들이 우려를 나타내면서 학부모 측과 학교, 그리고 삼성물산이 현재까지 수차례 의견을 조율해왔고, 이 과정에서 시공은 계속 연기됐다. 특히 소음, 진동, 분진이 아이들에게 피해를 줄 것을 우려한 학부모들은 학교와 삼성물산 측에 확실한 대응책 마련을 요구해왔다. 학부모 A 씨는 “학교와 삼성 측은 소음, 진동, 분진과 관련해 법적 기준을 따르겠다고 약속했지만, 피해 대상이 아이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보다 엄격한 기준을 공사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송훈 서울대 시설기획과장은 “공사 시 이중, 삼중의 방음시설을 설치하고, 공사 기간을 단축하는 등 그간 학부모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최대한으로 노력해왔다”는 학교 측의 입장을 설명했다.

 

  예상 피해자가 아이들이라는 점은 학부모들이 수정된 공사계획서에 선뜻 동의할 수 없도록 만드는 근본 요인이다. 학부모 A씨는 “일단 공사가 시작되면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계속 추진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문제 발생 시 즉각 공사를 중단할 것을 약속하는 등 시공사 측이 보다 강한 의지를 보여야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송훈 본부 시설기획과장은 “공사 시 발생 가능한 문제들에 대해 대응책을 단계적으로 마련해뒀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일단 공사를 시작해봐야 문제점을 발견하고 분석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피력했다.

 

 

센터장과 운영위원회에 붙는 물음표

 

  원장이 최종 결재자인 대부분의 어린이집과는 달리, 서울대학교 어린이집의 결재선상에는 ‘센터장’ 칸이 추가돼 있다. 서울대학교 어린이보육지원센터의 센터장을 겸임하고 있는 이순형 교수(아동가족학과)는 오랜 기간 어린이집 운영에 관여해왔다. 그런데 최근 센터장의 권한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대학교 어린이보육지원센터 규정’ 제5조에 따르면, 센터장은 예·결산, 원장과 교사의 임면, 운영위원회 운영 등의 주요 사항들을 관장한다. 전직 어린이집 교사 진민성 씨는 “이 권한들은 영유아보육법 상 어린이집 원장이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들”이라며 “센터장에게 너무 많은 힘이 집중돼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순형 센터장은 “규정과 달리 어린이집 운영권은 실질적으로 원장들에게 있다”면서 “센터장은 지원과 자문의 역할에 머무르며, 원장과 교사의 자율적인 영역을 침해하지 않는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학부모 A 씨는 “원장에 임명되는 분들은 대부분 센터장의 제자로서 그의 추천으로 임명된다”고 밝혔다. A 씨는 또 “어린이집 교사 역시 이순형 교수가 재직하는 가족아동학과 대학원생인 경우가 많다”며 “이런 상황에서 원장과 교사 분들의 자율적인 어린이집 운영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분기에 한 번 열리는 운영위원회에 대한 비판도 존재한다. ‘서울대학교 어린이보육지원센터 규정’에 따르면 운영위원회 위원 15명 중 당연직 위원 7명은 교육부총장, 학생처장, 아동가족학과장 등의 학교 측 인사들로 구성된다. 나머지는 보육 관련 전문가, 직원, 학부모 중에서 총장이 임명 또는 위촉한 인물들로 채워지는데, 현재 학부모 대표 2명, 원장 2명 그리고 기타 전문가들이 회의에 참석한다. 회의 중 의결은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이루어진다. 학부모 A 씨는 “이런 구조에서는 학부모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전직 어린이집 교사 진민성 씨 또한 “학부모들이 내는 보육료가 어린이집 예산의 큰 부분을 차지함에도 운영위원회에 참여하는 학부모 수가 적어 이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순형 센터장은 “회의 중 학부모 대표는 발언권을 공정하게 얻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를 증명할 회의록 전문(全文)의 존재는 확인할 수 없었으며, 회의 결과를 요약한 ‘회의결과보고’만이 공개된 상태다. 하지만 설령 학부모들이 회의 중에 발언권을 공정하게 얻고 있다고 하더라도, 운영위원회의 인적 구성이 회의 내 의견수렴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센터장의 설명에는 의문부호가 찍힌다.

 

  ‘방과 후 반’ 폐지 과정은 운영위원회를 둘러싼 논란을 증폭시켰다. 방과 후 반은 학교가 일찍 끝나는 초등학교 1, 2학년생들을 위해 마련한 것으로 서울대학교 어린이집 교사들이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학부모들이 서울대학교 인권센터를 통해 작성한 진술서에 따르면, 방과 후 반 폐지를 논하는 운영위원회에서 기존의 학부모 대표가 배제됐다. 회의 전날 센터장이 다른 학부모를 대표로 선정해 참석토록 한 것이다. 기존 학부모 대표는 회의가 열린다는 공지를 사전에 받지 못해 참석할 수 없었다. 이와 더불어 진술서에 따르면 방과 후 반 폐지 논의는 학부모들에게 사전예고 없이 이루어졌으며, 폐지 결정만이 갑작스럽게 통보됐다. 센터장의 어린이집 운영방식이 비정상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들이다. 이순형 센터장은 “당시 위원들 간 시간이 맞지 않아 회의시간을 변경했으며, 연락은 어린이집 직원을 통해 이루어졌다”며 “폐지 결정은 그날 회의에서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결정된 사항”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학부모 A씨는 “‘방과 후 반’ 폐지와 같은 중요한 사안을 사전에 논의도 없이 운영위원회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해버린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아동가족학과 학생회, 생활대 학생회, 인문대 학생회, 사범대 학생회, 학부모 등으로 이루어진 ‘어린이집사태 TF팀’은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현재 활발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아동가족학과 학생회 임원 전소현 씨는 “어린이들의 안전과 직결된 시설 문제에 우선 초점을 맞춰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대학교 어린이집이 다시 아이들의 활기찬 목소리로 가득차기 위해서는 관련 당사자들 간의 적극적인 소통과 이해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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