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본부는 ‘전공이수제도 개선정책’을 통해 ‘제2전공제’를 도입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학생들은 타 학과의 수업을 이수하는 복수전공이나 연합전공, 연계전공, 학생설계전공 또는 소속 학과의 학점을 추가로 이수하는 단일전공 중 한 가지를 선택해 이수해야 한다. 학제적 교육의 보완성을 높이고 학생들에게 다양한 학문적 경험을 쌓도록 해 학문융합을 구현한다는 것이 제도 도입의 취지였다. 하지만 제도 도입 7년차를 맞는 현재, 여러 선택지 중 연합전공, 연계전공, 학생설계전공을 택하는 학생들은 소수다. 또한 인문대와 사회대는 심화전공이수에 요구되는 전공 학점이 39학점에서 60학점으로, 자연대는 45학점에서 60학점으로 증가해 심화전공을 선택하는 학생들도 적다. 2008년 도입한 ‘제2전공제’가 실질적으로 ‘복수전공의 의무화’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복수전공이 실질적으로 의무화됐음에도 복수전공 제도와 관리를 둘러싼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복수전공이 대안으로 심화(단일)전공이 있지만, 여건상 불가능한 학과들이 존재할 뿐 아니라 이를 선택하는 학생 수도 적다. ⓒ서울대학교 웹사이트
전공탐색 기회 부족하고 선발 기준도 제각각
학생들은 복수전공 학과 선택에서부터 어려움을 겪는다. 복수전공 탐색 기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영길(아시아언어문명 13) 씨는 “충분한 탐색을 하지 못하고 복수전공을 선택한 것 같아 아쉽다”며 “핵심교양, 대학국어, 제2외국어 등의 수업을 듣다 보니 타과 전공탐색을 들을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김혜리(영문 13) 씨는 “전공 탐색 기회가 부족하다고 느꼈지만 그렇다고 타과 전공을 여러 개 듣기에는 복수전공 선발 학점 기준이 높아 학점에 대한 부담이 컸다”고 말했다. 일부 학과에서 타 과생에게 수강제한을 걸어 놓는 것 또한 원활한 전공 탐색을 가로막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예로 경영대에 소속되지 않은 학생은 경영대학 전공탐색과목인 ‘경영학원론’을 개강 후에야 신청이 가능하다.
복수전공 제도가 각 과에서 자율적으로 운영되면서 복수전공 선발 과정 및 기준이 불명확한 것도 문제다. 심리학과는 학점 기준은 물론, 면접 내용마저 공개하지 않는다. 정치학과 또한 복수전공 선발 기준을 알리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정치학과 사무실 관계자는 “매 학기 학점 기준이 다르니 이를 알더라도 별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해당 학과의 전공 수업을 미리 들었다가 복수전공 통과가 되지 못하면 들었던 해당 과의 전공과목이 ‘일반선택’으로 처리되므로 답답함을 느낀다. 복수전공생 선발 시 전공과목 이수를 평가에 반영하는지 여부가 복수전공 신청 인원에 따라 매학기 바뀌는 학과도 많다. 김승권(경영 12) 씨는 “복전 선발의 세부사항을 공개하거나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표준화시키는 제도적 개선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원하는 전공으로 진입하기 힘들어
학생들이 복수전공을 할 학과를 결정한 후에도 어려움은 끝나지 않는다. 진입 과정에서 좌절을 겪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학사 규정에는 ‘복수전공 이수자는 평점평균이 2.0 이상이면 학과별 3학년 정원 이내에서 선발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몇몇 과에 학생들이 몰림에 따라 특정 학과들의 복수전공 학점 기준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학생들이 원하는 학과를 복수전공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번 2014학년도 2학기의 경우 경영대학과 경제학부의 복수전공 선발 학점 기준은 각각 3.92와 4.01이었다. 특히 경제학부의 경우 부전공 선발 기준마저 3.86에 달해 학내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서는 ‘지나치게 학점 기준이 높아진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한 학생이 여러 개의 전공을 신청할 수 있는 구조도 이러한 문제를 심화시킨다. 학점이 높은 학생의 경우 여러 개의 학과 복수전공을 신청한 후 하나를 선택할 수 있지만, 학점이 낮은 학생의 경우에는 한 개의 복수전공도 통과하지 못하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유대형(언어 13) 씨는 “복수전공선발에 추가합격 제도가 생기거나 한 번에 신청할 수 있는 전공 개수를 줄인다면 더 합리적일 것 같다”고 말했다.
몇몇 학과에서 복수전공 신청 통과 기준이 학점으로만 결정되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현재 경제학과를 복수전공하고 있는 김승권(경영 12) 씨는 “해당 전공의 과목들보다는 쉬운 교양 과목을 주로 들어 평점을 높이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들 위주로 선발이 진행되면서 정작 평점은 조금 낮아도 해당 전공과목을 많이 듣고 여기에서 높은 성취도를 보인 사람들에게 불이익이 간다”고 지적했다.
단과대별 학점 격차를 반영하지 않는 것 또한 문제다. 손범호(산업공학 13) 씨는 “이번 경제학부 복수전공선발 결과에 신청 결과에 공대생, 자연대생이 단 한 명도 없는 건 단순히 경제학에 대한 관심의 차이에서 온 게 아니라고 본다”며 “단과대별 학점 비율을 다르게 주고 있다면 복전 선발 시 이를 반영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복수전공 이수자의 선발 인원은 학과별 3학년 정원 이내로 제한되어 있다. ⓒ서울대학교 웹사이트
제2전공제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 하지만 “당장 문제 해결은 어렵다”는 학교
이러한 문제들과 더불어 제2전공제의 취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 또한 제기되고 있다. 학생들의 다양한 학문적 경험을 위한 제도가 오히려 다른 학문을 공부할 기회를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현우(언어 13) 씨는 “이수해야 할 전공 학점이 높아지면서 오히려 교양강의 및 타 학과의 다양한 전공 강의를 들을 기회가 줄었다고 생각한다”며 “인류학 수업을 들어보고 싶은데 복수전공을 하는 노어노문학과 수업을 듣기에도 빠듯하다”고 덧붙였다. 상경계 몰림 현상으로 인해 제2전공제가 학제적 교육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조준하(국문 13) 씨는 “다들 경영, 경제 복수전공을 하고 싶어 하는데 복수전공과 학제적 교육이 무슨 관계인지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제2전공제에 대한 다양한 불만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른 시일 내에 문제가 개선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수강제한 문제부터가 그렇다. 현재 수강신청 제한을 하지 않고 있는 인문대 등에서 주전공생들이 불만을 갖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경영학과 등에서 쉽사리 수강제한을 풀기는 어렵다. 인문대 학생회장 이은호 씨는 “최소한 전공필수과목에 있어서는 전공생들에게 수강신청 우선권이 부여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통계학과 등 제2전공 신청 수요가 많아지고 있는 학과들 또한 수강신청 제한을 도입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복수전공생 선발 문제 또한 빠른 해결이 어려워 보인다. 김병문 교무처장은 “학생들이 보기에는 기준이 너무 자주 바뀐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대학에서 판단하는 기준을 모든 학과에 적용하면 각 학과의 자율성이 침해된다”며 “매 학기 상황이 다르므로 일괄적으로 관리하는 것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강대 식 복전제도’에 대한 학교 측의 입장
이러한 상황은 서강대학교와 대비된다. 서강대학교는 학점이나 인원 제한 없이 자유롭게 복수전공을 선택해 이수할 수 있도록 하는 학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서강대학교 측은 “상경계 복·부전을 원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강의를 증설해 수요를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학생들이 가장 많이 복수전공하는 경영학과의 경우, 주전공자 외에도 복수전공자와 비전공자들이 들을 수 있는 강의를 여러 개 개설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강대에 재학중인 길민수(서강대 사회과학 14) 씨는 “학점 커트라인이 없어서 진짜 자신이 원하기만 하면 어떤 과목이라도 전공을 해도 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제도는 서울대학교가 가진 문제점의 상당부분을 해소할 수 있다. 그렇지만 본부는 서울대학교가 이러한 학사 제도를 채택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대학교가 서강대식 제2전공 운영방식을 참조할 수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 김병문 교무처장은 “서울대학교는 국립대학이므로 다양한 학문 분야들에서 학문 후속세대를 양성할 책무가 있다”며 “복수전공 제도는 이러한 다양한 학문을 보호한다는 테두리 안에서 학생들에게 최대한의 학문 선택 기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운용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서강대식 제2전공 운영방식은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에둘러 표현한 셈이다.

서강대학교는 자유롭게 복수전공을 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서강대학교 웹사이트
7년 전 제도 도입에서 시작된 문제들
결국 문제의 시발점은 7년 전으로 되돌아간다. 학생사회는 당시 제2전공제 도입 시 과도한 학점 부담과 특정 전공에 대한 쏠림 현상, 그리고 심화전공이 어려운 학과의 존재 등을 이유로 반대한 바 있다. 그러나 본부는 반대 입장이 82%에 달한 당시 사회대의 총투표 실시 결과를 묵살하고 제2전공제 도입을 강행했다.
제도 도입 7년차를 맞는 지금, 과거 학생들이 우려했던 문제점들의 상당수가 현실화 됐다. 7년 전, 특정 과에 대한 쏠림 현상을 우려하는 의견에 대해 본부는 ‘전공이수제도 개선정책이 도입돼도 대부분의 학생들이 심화전공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번 제도의 시행으로 복수전공 등 타 학과 전공수업을 듣는 학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렇게 큰 폭으로 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에 비춰 봤을 때 당시 본부의 예측은 지나치게 안일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심화전공 이수가 어려운 학과가 존재한다는 문제점 또한 예전부터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학교 측은 손을 놓고 있다. 한 예로 노어노문학과의 경우 제2전공제가 시행된 지 7년이 되었음에도 개설된 전공 강의는 32개에 불과하다. 심화전공 요건을 맞추려면 두 개를 제외한 모든 강의를 들어야 하는 셈이다. 새로 생긴 아시아언어문명학부 또한 마찬가지이다. 전영길(아시아언어문명 13) 씨는 “복수전공이 싫으면 심화전공을 하라는 말이 있지만, 아시아언어문명학부의 경우 심화전공을 할 수 없다”고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학교 측이 예상되는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보완책 마련 없이 제2전공제도를 도입했고, 사후 대응에도 소극적이었다는 점에서 비판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대학교는 08학번부터 ‘제2전공제’를 적용했다.
제2전공제도에 대한 학교 측의 보다 적극적인 대처 요구돼 김병문 교무처장은 제2전공제도 개선 계획에 대해 “제2전공 제도에 대한 논의는 학생들에게 원하는 학문을 공부할 기회를 주면서도 전공의 전문성을 지켜나가는 접점을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그 적정 수준은 학생들및 전공 교수님들과 이야기해서 찾아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 사회대에 재학 중인 A 씨는 “학생 입장에서는 ‘적정 수준을 찾아나갈 예정이다’라는 입장이 너무 기약 없고 두루뭉술하게 느껴진다”며 “학생들에게 제2전공과 관련해 일어나고 있는 문제는 불편함을 넘어 졸업과 취업에 지장을 초래하는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교무처장님을 비롯한 학교 측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해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논란 속에 도입됐던 제2전공제가 본래 취지를 살리고 학내 구성원 모두에게 환영받는 제도로 거듭나려면 학교 측이 이 문제에 대해 보다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