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아직도 시 쓰니?

올해도 어김없이 에서 주최하는 ‘대학문학상’ 공모가 열렸다.대학문학상 공모는 1958년 제정된 이래 1964년 한 차례를 제외하면 매해 열려 올해로 56회째다.매해 거르지 않고 대학문학상 응모가 실시되는 것은 여전히 문학 창작에 관심을 기울이는 학생들이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작품을 검증하는 시험대로서 혹은 추억의 일환으로 대학문학상 공모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대학신문>에서 주최하는 ‘대학문학상’ 공모가 열렸다. 대학문학상 공모는 1958년 제정된 이래 1964년 한 차례를 제외하면 매해 열려 올해로 56회째다. 매해 거르지 않고 대학문학상 응모가 실시되는 것은 여전히 문학 창작에 관심을 기울이는 학생들이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작품을 검증하는 시험대로서 혹은 추억의 일환으로 대학문학상 공모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학문학상 공모에 작품을 내지 않더라도 문학을 좋아해서 사람들과 모여 작품을 합평하고 감상하는 사람들도 있다. 서울대 학내의 문학활동으로 동아리, 대학문학상, 강의 등을 살펴봤다.

사진1        서울대 동아리연합회 기관지 창간호. 반도문학회에서
▲서울대 동아리연합회 기관지 창간호. 반도문학회에서 '반미소설의 역사적 전개와 그 과제'를 주제로 글을 실었다.

학내 동아리, 무엇무엇이 있었나

  학내 유일의 중앙 문학 동아리로 ‘총문학연구회’(총문연)가 있다. 1979년에 만들어진 총문연은 문학 작품을 감상, 비평하고 직접 쓴 창작물에 대해 합평한다. 중앙동아리지만 규모는 작아 고정적으로 5~6명 정도의 문우가 모여 주 1회 세미나에 참여한다. 소속된 문우는 더 있지만 여유가 있을 때 비정기적으로 참여하거나 회지 <청년문학>을 내는 데에 글을 보탠다. 꾸준히 활동하고 있지만 동아리 체제를 유지하기가 쉬운 것은 아니다. 문학 감상과 창작 자체가 개인적인 활동으로 인식되기 쉬워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활동을 공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문학에 대한 관심 자체가 줄어들기도 했다.

  학내 문학 동아리로 총문연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반도문학회’는 1971년 이화여대와 연합동아리 ‘HORIZEN’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문학과 사회, 현실에 대한 고민을 드러내기 위해 ‘반도문학회’로 개칭했다. 그러나 서울대 반도문학회는 신입부원의 가입이 줄어들어 2000년 무렵 활동을 중단했다. 이화여대의 반도문학회는 1988년 중앙동아리로 등록돼 계속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인문대문학회’는 1980년에 결성됐다. 인문대문학회 역시 문학과 현실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인문대문학회의 활동에도 반도문학회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문예운동의 성격이 있었다. 학생운동이 활발했던 1970~80년대에는 문학이 학생운동의 연결이 당연시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 동아리는 시대의 변화에 맞춰 점차 자유롭고 개성 있는 문학 활동을 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활동 폭을 넓히고자 했다. 그러나 인문대문학회 역시 2000년대 후반 무렵에 활동을 중단했다.

  총문연의 운영도 여유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도 중앙동아리로서는 인원수가 적은 실정인 데다가 2000년대에 들어 부침을 겪기도 했다. 활동의 일환으로 내고 있는 회지로 2012년에 <청년문학> 13호가, 2013년에 <청년문학> 14호가 나왔다. 그러나 <청년문학> 12호를 내고 13호를 내기까지 10년이 걸렸다. <청년문학>은 그간 활동하면서 모은 글들을 잡지 형태로 내는 것인데, 2000년대 초반 <청년문학> 12호를 낸 후 2012년 <청년문학> 13호를 내기까지  회지를 낼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총문연 회장 오석화(전기·정보공학 10) 씨는 “처음 총문연에 들어왔을 때 생각보다 동아리 규모가 작았다”며 “그간 밖으로 드러나는 활동이 적었는데 이제 대외적으로 활동하려고 한다”는 뜻을 밝혔다.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총문연을 대외적으로 알리고 활동 폭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현재 총문연 회원 출신의 문우가 학내 인터넷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 ‘詩가, 스며들다.’를 연재해 시를 소개하고 있다. 오 씨는 2014년 9월 29일자 <대학신문> 문예면에 ‘그림자에게 심장을 건네는 밤’을 기고했다. 일회성 기고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연재하는 것이 현재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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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대학문학상 심사 합평회 모습. 심사위원은 당시 직책으로 김봉구 교수, 김윤식 교수(교양부 조교수, 국문학), 정한모 교수(문리대 부교수, 국문학), 이동승 교수(사대부 교수, 독문학), 김영국 교수(문리대 교수, 정치학), 정명환 교수(교양부 부교수, 불문학)다. ⓒ대학신문

가깝고도 먼 대학문학상

  ‘대학문학상’은 1958년 ‘현상공모’라는 이름으로 시, 소설, 수필, 논문 네 부문의 작품을 모집했다. 이후 수필 부문은 제외되고 논문 부문은 분리됐다. 한편 희곡, 문학평론, 영화평론이 추가되면서 시, 소설, 희곡, 문학평론, 영화평론을 모집하는 현재의 체제를 갖추었다. 10회까지 ‘현상공모’라는 명칭을 쓰다가 11회를 맞이한 1969년부터 현재 이름인 ‘대학문학상’을 정식 명칭으로 삼았다. 대학문학상을 수상한 이들로 이인성, 류소영 등의 소설가가 있고 정희성, 성기완 등의 시인이 있다. 차미령 문학평론가의 이름도 수상자 명단에서 찾을 수 있다. 심사위원의 면면도 화려하다. 심사위원은 대학신문의 요청에 의해 주로 문학에 조예가 있는 교수로 구성되지만 소설가, 시인이 심사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심사에 참여한 시인으로 김남조 시인, 김광규 시인, 신경림 시인, 김규동 시인, 황지우 시인 등이 있고 소설가로 이청준 소설가, 김원일 소설가, 현기영 소설가, 이승우 소설가 등이 있다. 이처럼 대학문학상은 창작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킨다. 대학문학상이 갈고 닦은 실력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기도 한다. 창작 모임이나 문학 동인 출신도 눈에 띈다. 총문연의 김근희(산업공학 09) 씨는 학생들로 구성된 소설 소모임 ‘소소’에서의 활동을 통해 소설 창작에 매진할 수 있었다. 

  대학문학상을 수상하고 ‘소소’에서 창작에 더 힘쓴 경우도 있고 ‘소소’에서의 활동을 바탕으로 대학문학상을 수상하게 된 경우도 있다. 김근희 씨는 “신입생 무렵에 활동해서 배우는 입장이었지만 소설 창작을 강한 수준의 취미로 하는, 잘 쓰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느낌이었다”는 말로 ‘소소’를 평가했다. 2010년 초에 형성된 ‘소소’는 2011년도까지의 활동을 끝으로 사라졌다. 2007년 말에 첫 동인지를 낸 시문학동인 ‘시속’ 출신 수상자도 있다. ‘시속’ 활동을 통해 꾸준히 창작에 임할 수 있었던 한 시속 동인은 대학문학상 수상소감에서 ‘시속’에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대학문학상은 해마다 대상, 우수작, 가작을 내는 좁은 문이지만 응모작 수를 살펴보면 좁은 문을 통과하려는 이들의 수가 줄어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1975년에는 시 부문에 200편 수준, 소설 부문에 60여 편의 응모작이 있었지만 1979년에는 시 부문에 150여 편, 소설 부문에 30여 편으로 응모작 수가 줄어들었다. 이후 시 부문은 1990년대에 들어 20~40여 명 수준의 응모자 규모를 유지했다. 소설 부문의 경우 1980년대에 20~30여 명의 응모자 규모였지만 1990년대에 들어 10~20여 명 규모를 유지했다. 

  2000년에는 응모작이 10편에 불과해 위기감을 불러일으켰다. 이때의 심사평에서는 ‘문학의 위기라는 문제가 제기된 지는 이미 오래되었지만, 우리로서는 이번 심사처럼 그 위기를 생생하게 실감한 경우도 드물었다. 단 10편에 불과한 응모작 수가 먼저 우리를 아연하게 만들었고,…’라며 위기감을 드러내고 있다. 2001년에는 소설 부문에 26편의 응모작이 제출돼 한숨 돌릴 수 있었다. 근래에 들어 응모 규모는 더욱 줄어들었다. 2012년에는 소설 부문에 11명이 15편을 제출했고 시 부문에 21명이 80편을 제출했다. 희곡·시나리오 부문에는 단 1명이 1편을 제출했으며, 제출작이 한 자릿수를 넘기는 경우가 거의 없었던 문학평론과 영화평론 부문에는 제출작이 아예 없었다. 대학문학상 심사를 맡은 바 있는 임홍배 교수(독어독문학과)는 “창작은 시든 소설이든 상당한 시간과 고민이 투영돼야만 가능하다”면서 응모작 수가 줄어든 데에 대해 “97년 IMF 이후 대학생들이 취업난으로 대학 생활에 스트레스를 겪게 되는 등 여유가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응모작 수의 감소가 사회 현상과 연결지어 설명되는 만큼 대학문학상을 제정하고 있는 다른 대학도 응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문과의 전통이 강한 동국대의 ‘동대문학상’은 2013년 28회에 희곡·시나리오 부문의 수상작을 내지 못했다. 2012년 27회에는 시 33편, 소설 13편이 응모됐으며 2011년 26회에는 시 52편, 소설 9편만이 응모됐다. 

  연세대의 ‘연세문화상’은 2008년에 시 부문에 112편, 소설 부문에 35편, 희곡 부문에 4편이 투고됐다. 2011년에는 시 138편, 소설 16편, 희곡 1편이 접수됐다. 2013년에는 소설 부문에 18편, 희곡 부문에 1편이 접수되는 등 특히 희곡과 소설 부문에서 작품을 접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70~80년대에 비해 응모작이 줄어든 것은 분명하지만 한편으로는 응모작의 주제 폭이 넓어지고 있다. 70~80년대에는 학생운동에 매진한 인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사회에 대한 의식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았다. 문학과 현실의 관계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작품도 있었다. 90년대 이후에는 들어서는 작품의 주제와 소재가 다양해졌다. 시공간적 배경 자체가 모호해서 특정되지 않는 작품도 있고 외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도 있다. 주제의식 또한 개인적 경험을 통해 삶에 대한 성찰을 담아내는 데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다. 임홍배 교수는 “80년대에는 억압적인 시대에 대한 저항의식과 그로 인한 내면의 갈등이 강하게 드러났지만 90년대 이후에는 주제가 다변화되고 스타일이 다양해졌다”고 응모작의 경향을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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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대학문학상 시상식. ⓒ대학신문

비평, 창작 강의도 열려

  학내의 문학 강의는 학문적 연구의 차원에서 이뤄진다. 창작이나 작품에 대한 비평, 감상은 강의에서 잘 다뤄지지 않는데 특히 90년대 이후의 최근 작품들에 대해 그런 경향이 드러난다. 그러나 한편에서 비평과 창작 강의가 열리면서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2010년 2학기에는 국어국문학과에서 ‘문학비평의 이해’ 강의를 개설한 바 있다. 신형철 평론가가 강의한 ‘문학비평의 이해’에서는 작품들에 대한 비평 수업과 더불어 수강생들의 비평문 작성 과제가 있었다. 다룬 작품으로는 최윤 소설가의 《하나코는 없다》, 윤대녕 소설가의 《천지간》, 김연수 소설가의 《구국의 꽃, 성승경》 등 비교적 최근 작품에서부터 무라카미 하루키의 《토니 타키타니》,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더 리더》 등 외국작가의 작품도 있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를 오이디푸스 신화와 함께 다뤘다. 에밀 졸라의 《테레즈 라캥》과 영화 ‘박쥐’를 다루기도 했다.

  올해 2학기에는 국문과에서 처음으로 창작 강의인 ‘창작의 세계’ 강의가 개설됐다. 서울대 국문과 출신의 권여선 소설가, 이수명 시인이 강의를 맡아 시와 소설 창작을 함께 강의하고 있다. 매주 목요일 3시간 동안 진행되는 강의에 30명 정도의 수강생이 강의를 듣는다. 시와 소설에 대한 강의가 진행되는 동시에 시의 경우 창작시에 대한 합평이 이뤄지고 소설의 경우 학기말에 소설 작품 제출이 과제로 주어진다. 기상 작가들로부터 작법에 대한 명쾌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강의를 수강하는 조준하(국문 13) 씨는 “작가 선생님들로부터 강의를 듣기 때문에 배우면서 얻어갈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많고 다양한 문학적 경험을 할 수 있다”며 강의에 만족을 표했다. 그러나 창작에 대한 강의이고 수강생 개개인의 작품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는 만큼 정원을 줄이거나 시, 소설을 분리해서 강의했으면 좋겠다는 평도 있다. 창작에 대한 강의를 국문과에서 처음으로 개설했기 때문에 드러난 흠이다.

사진4        에밀 졸라의 《테레즈 라캥》. 박찬욱 감독이 각색해 영화

에밀 졸라의 《테레즈 라캥》. 박찬욱 감독이 각색해 영화 ‘박쥐’를 만들었다. ⓒ문학동네

나 아직도 시 쓴다

  문학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다는 세평에도 불구하고 문학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려는 학생들은 여전히 많다. 대학문학상 응모작이 다양한 소재와 주제의식을 드러내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총문연의 활동 폭 역시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총문연을 취재하러 간 날에는 신입회원이 처음으로 세미나에 참여하기 위해 총문연 동아리방을 방문하기도 했다. 2013년에는 국문과 학생들이 모여 창작모임인 ‘창문’을 만들었다. (아직 활동 기간이 짧고 7명 정도가 활동하는 작은 규모이지만 자체적으로 창작과 비평, 포럼을 하고 있다.) 문학 창작과 감상은 혼자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함께 문학에 대해 고민하고 서로의 창작욕을 북돋워줄 사람들이 곳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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