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에 지어진 서울대학교 기숙사(관악사)에는 설립 당시 수용인원인 970명을 훌쩍 넘겨 현재 4,800여명의 학생들이 거주하고 있다. 매년 기숙사 추첨 결과는 학생들에게 뜨거운 관심사가 된다. 기숙사에서 사는 것이 자취하는 것에 비해 가격 대비 시설도 좋고, 교통도 편리하기 때문이다. 올해 초에도 학내 인터넷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서 기숙사 대기번호가 몇 번까지 빠질지 예측하는 글이 학생들의 추천을 많이 받았다. 또 신입생들은 자신의 거주지가 관악사 입사 기준에 부합하는지 확인하는 데에 여념이 없었다. 한편에선 누가 대리입사 등의 방법으로 부정입사를 했다는 카더라 통신이 종종 들려온다. 과연 그것은 소문에 불과한 것이었을까? 관악사는 4,800명 이상의 사생들을 선발하는 과정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하고 있을까? <서울대저널>이 기숙사생 선발 과정을 파헤쳐봤다.

그림 1. 관악사는 919동을 비롯한 921~926동, 906동을 학부생활관으로 918동, 900~905동을 대학원생활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스쿨프레스
신입생은 관악사에서, 재학생은 소속 단과대학에서 선발, 내외국인 간 차별은 없어…
관악사 사생 선발은 큰 틀에서 신입생 선발과 재학생 선발로 나눌 수 있다. 신입생과 재학생에 할당된 정원은 50:50이다. 선발 주체의 경우 신입생은 관악사에서 선발하고 재학생은 각 단과대학에서 선발하고 있다. 이때 신입생은 관악사 규정상 1학년 1학기 입사 대상자를 의미한다. 즉 2학기부터는 모두 재학생으로 상정된다. 다만 입사제한 기준은 신입생과 재학생 모두 동등하게 적용된다. 관악사는 성적 미달자 전염성 질환 이환자 및 보균자 기숙사에서 징계(입사자격제한)를 받은 적이 있는 자 관악캠퍼스에 재학하지 않는 자 서울인접지역 거주자 등을 입사제한 기준으로 들고 있다. 이 중 ‘지리적 요건’과 관계되는 부분은 서울인접지역 제한이다. 서울을 포함한 서울인접지역에 부, 모 중 한 명이라도 거주할 경우 입사 신청이 제한된다. 여기서 서울인접지역에는 부천시, 광명시, 안양시, 시흥시, 과천시, 성남시, 군포시, 의왕시가 포함된다. 탈락한 학생들에 한해서 부여되는 대기번호도 신입생과 재학생 구분 없이 부여된다. 관악사의 신지은 입퇴사팀장은 “불합격 학생들에 한해 한꺼번에 무작위 추첨을 돌려 대기 번호를 부여한다”고 말했다.
한편 신입생과 재학생을 선발하는 기준은 아예 다른 데 비해 관악사에서 내국인과 외국인을 뽑는 기준은 사실상 같았다. 관악사 관계자는 “선발 과정에서 외국인들과 내국인들 간 분류는 하지만 선발하는 조건에서 특별하게 나눠지지는 않는다”며 외국인과 내국인 모두 무작위 추첨을 통해 선발됨을 밝혔다. 그는 “재외국민 신입생, 외국인 특별 전형 입학 신입생, 외국인 신입생 또한 구분 없이 무작위 추첨을 통해 선발된다”고 했다.

그림 2. 신입생 선발 과정을 나타낸 그림이다.(단, 우선 선발 과정은 제외) 중앙전산원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의 무작위 추첨 방식을 통해 학생들을 선발한다.

그림 3. 재학생 선발 과정을 나타낸 그림이다.(단, 우선 선발 과정은 제외) 단과대학 혹은 학과 내부의 기준에 따라 학생들을 선정한 후 관악사에 명단을 넘기면, 그 명단에 있는 학생들을 관악사에서 받아주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관악사 행정실의 사생 선발
관악사 행정실은 신입생 선발을 담당하며 우선 선발 및 규정·회의를 통한 포상 차원에서 재학생도 일부 선발하고 있다. 관악사 사생 선발은 우선 선발 대상자 선정으로 시작한다. 관악사는 국가유공자자녀 지체부자유자 해외 파견 공무원 자녀 기초국민생활보장수급권자를 우선 선발 대상자로 정하고 있다. 신지은 입퇴사팀장은 “우선 선발 대상이 되는 기초생활보장수급권자에 해당하는 신입생들은 의료보험금액으로 부모소득을 검증한다”며 “1차적으로는 신입생이 신청할 당시 제출한 의료보험금액, 2차적으로는 의료보험공단을 통해 부모소득을 재검증한 뒤 최종 선발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관악사 이정철 행정실장은 해외 파견 공무원 자녀기준에 대해 “1970년대 한국에서 수출 지향 사업을 주장할 당시, 외국으로 파견된 공무원들의 자녀를 배려하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만들어졌다”며 “현재 그런 이유로 우선 선발되는 학생들은 매년 3명 정도”라고 밝혔다.
관악사 행정실은 우선 선발 후 남은 정원에 대해선 무작위 추첨 방식을 이용해 입사생을 선정한다. 일단 주민등록등본을 통해 거주지가 서울인접지역이 아닌 것이 확인되면 부모소득이나 거주지와의 거리에 상관없이 무작위 추첨 대상이 된다. 관악사는 이를 위해 2013년 12월부터 도입한 차세대 통합 행정 시스템에 의해 정보화본부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다.
관악사 내부의 자체적인 상·벌점제도 혹은 대학 차원의 요청에 따라 특별히 학생을 선발하는 경우도 있다. 관악사는 이런 형태로 관악사 자치회 관악사 동아리 대학신문에 대해 기숙사를 우선 제공한다. 대상이 되는 관악사 동아리에는 관악사 탁구회, 한소리, 소리느낌, 관악사 축구부, 관악사 야구부, 신우회, ISO, BoGus 등이 포함된다. 구체적으로 관악사 자치회에서 10명, 각 동아리별로 3명, 대학신문 기자 7~8명 정도가 이 형태로 관악사에 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악사 대표조교 이선 씨는 “행정협의회를 통해 포상 차원에서 관악사에 입사할 학생들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행정협의회에는 사감, 부사감 등의 교수 세 명과 관악사 행정실 각 부서별 팀장, 대표조교가 들어온다.

그림 4. 관악사 생활규정 중 상벌규정에서는 관악사 자치회나 정식 문화단체의 주요 간부로 활동이 예정된 경우 우선 입사권을 부여한다. ⓒ관악사
재학생 선발은 어떻게 이뤄지나
재학생 선발은 소속 단과대학에서 도맡아 진행하고 있다. 관악사는 각 단과대학별 정원 배정과 재학생들로부터 정보와 명단을 받아 각 단과대학에 이를 넘겨주는 역할만 하고 있다. 관악사는 단과대학별로 경쟁률을 같게 만들기 위해 단과대학별 신청자 수에 비례해 정원을 배분한다. 가령 공과대학에서 500명, 인문대학에서 100명이 지원했다면 관악사는 5:1의 비율로 정원을 배정한다. 2013년 12월에 각 단과대학별로 배정된 정원은 공과대학이 203명으로 가장 많았고 자유전공학부 33명, 경영대학 26명 등으로 나타났다.
이후의 선발 과정은 단과대학 내부에서 이뤄진다. 각 단과대학별로 사생을 선발하는 기준은 천차만별이었다. 일반 선발에서 거주지나 부모소득, 성적을 고려하지 않는 관악사 기준과 정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공과대학 측에서는 “성적과 거주지까지의 거리를 1:1로 반영해 순위별로 관악사에 명단을 보낸다”고 밝혔고, 경영대학 측에서는 “부모소득을 중점적으로 반영하고, 거주지를 세부적으로 본다”며 성적은 순위를 매기는 기준에 없음을 강조했다. 그에 비해 농업생명과학대학이나 자연과학대학, 생활과학대학 측에서는 단과대학별로 배정된 정원을 다시 학과별로 배정해, 학과별 기준에 따라 학생들을 선발한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농생대의 응용생물화학부 측에서는 “가정형편과 거주지를 고려하나 여학생 우선배정과 같은 기준도 있다”고 밝힌 반면 농생대 내 다른 학부인 바이오시스템소재학부,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측에서는 “가정형편, 성적, 거주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선발한다”고 설명했다.
부정입사는 가능한가?
매년 기숙사 입사생 선발시기가 되면 부정입사를 제보하는 익명의 글들이 ‘스누라이프’에 올라오곤 한다. 이러한 글들과 <서울대저널>로 들어온 제보를 종합하면 관악사의 부정 입사 경로는 크게 세 가지로 보인다. 첫 번째는 행정실 직원, 조교, 교수인 ‘지인’을 통해 관악사에 입사하는 경우이고, 두 번째는 입사할 학생의 명의를 도용해 대리 입사하는 경우다. 마지막으로 보호자의 주거지를 친지의 주소로 ‘위장전입’해 기숙사에 지원·입사하는 경우다. ‘위장전입’의 경우 2011년 2월 28일 중앙일보의 보도 ‘청담동 서울대생, 기숙사 가려 강원도 위장전입’을 통해 실체가 확인된 바 있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2011년) 1월 한 달 동안 수도권에 거주하면서 편법을 써 기숙사 입주가 허가됐다 적발된 학생은 3명’이었다.
행정실 직원, 조교, 교수인 ‘지인’을 통해 기숙사에 들어갔다는 논란은 오래전부터 만연해 왔다. 이에 대해 신지은 입퇴사팀장은 “실제로 교수들이 학생을 관악사에 입사시켜주기 위해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면서도 “하지만 그런 요청을 받아준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부인했다. 관악사 행정실 측은 “관악사에서 신입생 추첨 과정 시 중앙전산원에서 받은 프로그램을 사용하기에 부정 입사의 가능성은 없다”며 “프로그램 접근 권한을 가진 것도 중앙전산원 관리자, 관악사 선발 담당자, 각 단과대학 담당자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추첨 후 발표까지 당첨자 명단은 어떻게 관리되는지, 대기자 순위와 명단은 어떤 형태로 관리되는지에 대해선 답변을 얻지 못했다.
재학생의 경우 단과대학별로 다른 기준에 맞추어 학생들을 선발하기에 그 선발과정이 전체적으로 공정한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 소수의 담당자들이 소수의 학생들을 뽑기 때문에 선발 과정에 개입하기가 비교적 쉽기 때문이다. 또한 중앙전산원에서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사용해 신입생들을 선발하는 관악사와 다르게 단과대학 내의 자체적인 기준을 통해 재학생들을 선발하는 특성상 공정성을 유지하기가 더욱 어려울 것이다. 일례로 자유전공학부 측에서는 “교수 회의를 통해 학생들을 선발하기에 정량적인 방법으로 학생들을 선발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공정성이 지켜질 지는 미지수이다.
대리 입사의 경우에는 관악사에서도 해결책이 미비함을 인지하고 있었다. 대표조교 A 씨는 “906동과 같은 신관은 카드키를 찍고 들어가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본인 확인이 특히 더 어렵다”며 “대리 입사 적발 시 그 사실을 학적에까지 기록하도록 하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이정철 행정실장 또한 “동조교들이 학생들을 일일이 확인해야 하지만 실제로 한계가 있다”며 “개별면담이 어느 정도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렇기에 학생들의 양심적인 부분이 중요하다”고 했다. 신지은 입퇴사팀장 또한 “150~200명 정도의 조교가 4,810명의 학생들을 모두 검사할 수는 없기에 학생들의 신고에 의존하는 부분도 있다”고 밝혔다. 학교 측에서도 대리 입사의 해결책이 미비함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선발 과정에서 제기되는 또 다른 의문점들
관악사 자치회와 동아리 등에 기숙사를 우선 제공해주는 포상 제도에 대해 이정철 행정실장은 “관악사의 문화 행사 활성화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리 임원 우선 선발에 대해서 관악사 대표조교 A 씨는 “동아리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임원들에게 상점을 줘서, 관악사 내부 규정에 따라 포상의 개념으로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관악사 자치회의 경우 15~20명의 구성원 중 10명의 학생들을 뽑아준다는 점에서 그 수가 적절한지는 의문이 든다. 매년 새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구성돼야 할 자치회가, 역으로 자치회가 먼저 있고 사생이 있는 주객전도의 상황이 될까 우려된다.
대학신문 기자 우선 선발 기준에 대해 이 씨는 “대학신문 기자들은 수업 외적인 부분에서 학교를 위해 봉사하기에 기숙사를 우선 제공한다”고 말했다. 신지은 담당자는 “매년 공식적으로 본부에서 대학신문 기자들의 관악사 입사 요청서가 온다”며 “관악사 입사 기준에 맞는 학생에 한해 내부에서 선별해 입사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본부에서 ‘대학신문 기자들은 편집을 위해 새벽까지 일하고 있어 학교 차원에서 협조가 되지 않으면 당장 대학신문 존폐의 위기가 온다’고 요청한다”며 대상 학생들의 특수성을 강조했다.
더불어 서울 및 서울인접지역 신청 제한 요건도 학생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이 기준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한참 전에 만들어진 지리적 요건을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어 현 교통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악사 행정실측에서는 “당시 지리학과 교수와의 협의를 통해 서울대학교를 기준으로 반경 20~25km내의 지역을 고려해 기준을 설정했다”며 “기준이 오래전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현재의 상황과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와 더불어, 행정실 측에서는 “작년부터 관악사 내부에서도 지리적 요건의 적절성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중이다”며 “하지만 적어도 외국인 기숙사가 완공되기 전까지는 기준 적용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생 선발, 합의 가능한 기준과 과정의 투명성 필요해
현재 관악사 정원 중 절반을 차지하는 재학생들의 경우 소속 단과대학 혹은 학과에서 선발한다. 하지만 선발기준은 모두 제각각이며 어떻게 선발했다는 기준도 고시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무작위로 선정한다는 신입생을 제외하면 지원자 자신이 공정한 선발 과정을 거치는지는 알 길이 없다. 이 밖에도 4,800명의 주거를 결정하는 큰 사안임에 비해 추첨이나 선발 명단 관리에 대해 알려진 바는 적다. 매년 기숙사 선발 시기마다 불만이 터져 나오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현재 관악사는 개인정보를 보호한다는 이유에서 선발 과정의 많은 부분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관악사는 학생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선에서 선발과정에 그 어떤 불합리한 점도 없었다는 점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