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호 학생회동향
3만 학생들의 ‘너무 작은’ 목소리
130호

3만 학생들의 ‘너무 작은’ 목소리

학생 3만 명이 배제된 ‘총의’ 이번 총장선거 과정에서 들렸던 학생들의 목소리는 매우 작았다.학생들에겐 선거권 자체가 아예 주어지지 않았다.따라서 총장추천위원회(총추위)가 말하는 ‘총의’란 처음부터 3만 명에 달하는 학부생과 대학원생이 배제된 것이었다.

학생 3만 명이 배제된 총의

 이번 총장선거 과정에서 들렸던 학생들의 목소리는 매우 작았다. 학생들에겐 선거권 자체가 아예 주어지지 않았다. 따라서 총장추천위원회(총추위)가 말하는 ‘총의’란 처음부터 3만 명에 달하는 학부생과 대학원생이 배제된 것이었다. 전 총학생회 산하 대학행정자치연구위원회(대자연) 위원장 김재원(법학전문대학원 12) 씨는 “이사회가 총의를 뒤엎었다고 말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총의였겠냐”며 “극단적으로 말하면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는 법인화 이전이나 이후나 큰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의 태도도 소극적

 한편 학생들의 태도도 소극적이었다. 총추위를 구성할 때 학생들은 의석을 요구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학생의석을 요구했던 사람은 정귀환 노조위원장이었다. 총추위는 내부인사 20명과 외부인사 10명으로 구성된다. 정 위원장은 평의원회 회의에 참석하여 내부인사 20명 중 2명을 직원이 맡을 수 있도록 할 것과 외부인사 1명에 대한 추천권을 노조에 부여할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이와 함께 학생의석도 한 자리정도 있어야하지 않겠냐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학생의석 배정을 제외한 초기의 요구사항은 그대로 관철됐다. 이런 일이 있는 동안 학생들은 조용했다.

 총장선거 직후의 모습을 살펴봐도 학생들은 교수들에 비해 소극적이다. 김재원 씨는 “학생으로서 이번 사태에 대해 가장 아쉬운 점은 한 쪽 얘기만 나온다는 점”이라며 “학생들이 자체적인 의견을 형성하기 보단 교수 측에서 나온 의견에 동참하는 모습만 보였던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사회대 학생회장 전효빈(외교 11) 씨도 “자보를 내면서 아쉬움을 많이 느꼈다”며 “학생들 사이에 형성된 담론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기사3 사진1_정귀환 노조위원장이 회의에 참석해서 의견을 발표하고 있다..jpg

정귀환 노조위원장.

총장 선거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학운영과정 전반의 문제

 이와 같은 문제는 이번 총장 선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대학운영과정 전반에 걸쳐 학생참여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으며, 학생들의 태도 또한 소극적인 편이다. 대학의 운영과 발전에 관한 주요사항을 심의하는 기구인 평의원회에도 학생의석은 한 자리도 없다. 9월 1일 현재 평의원회는 44명의 교수와 4명의 직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대학원생 대표 1명과 학부생 대표 1명은 참관을 허락받았을 뿐이다. 한편 정귀환 위원장은 과거에 평의원회에 학생의석을 배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었다. 그는 “당시 일부 교수들도 이에 대해 동의하는 분위기였으나 정작 학생들이 무관심해서 실현되지 못했던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직원 의석도 많다고 볼 수는 없지만 평의원회 구성에 대해 연구를 진행하면서 열심히 투쟁한 성과였다”며 “학생참여의 문제는 논리의 문제가 아니라 행동의 문제”라고 말했다. 대학교육연구소 이수연 연구원도 “의사결정구조의 전반적인 민주성을 비교하면 서울대보다 상황이 나은 사립대는 없지만 학생참여수준만 놓고 보면 보다 나은 곳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세대와 고려대를 포함한 많은 사립대에서 대학평의원회에 학생들이 참여를 보장하고 있다.

기사3 사진2_총학생회 산하기구 대학행정자치연구위원회에서 주최한

총학생회 산하기구 대학행정자치연구위원회에서 주최한 ‘서울대학교 모의총장선거’포스터. Ⓒ대학행정자치연구위원회

모의총장선거결과가 발표되지 않은 이유

 한편 대자연은 학생들에게 총장 선거권이 없다는 점에 문제를 제기하고자 ‘서울대학교 모의총장선거’를 기획·주최했다. ‘모의총장선거’는 5월 20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됐으며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대의원들의 투표와 학부생 및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로 이뤄졌다. 그러나 ‘모의총장선거’ 결과는 지금까지도 발표되지 않았다.

 <서울대저널>에서 그 내막을 취재해본 결과, 이는 김영오 전 학생부처장과 총학생회 사이의 협상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김영오 전 학생부처장은 총학생회장, 인문대 학생회장, 대자연위원장을 불러 ‘모의총장선거’ 결과를 발표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학생들이 더 이상 선거 과정에 혼선을 빚지 않았으면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여기에 신임 총장이 취임하면 정책간담회 성사를 도와주겠다는 조건이 붙었다. 총학생회 측은 이와 같은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경환 총학생회장(물리·천문 05)은 “학생 친화적인 후보자도 없었고 1위 후보자를 서울대 학생들이 바라는 후보자처럼 발표해도 좋은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한다고 해서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 끝에 학생부처장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8월 26일 학생처에 문의한 결과 “총장님이 바쁘셔서 아직 간담회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한편 총학생회는 지난 8월 5일 성낙인 총장 취임식에 축하화환을 보내기도 했다. 총학생회에서 총장 취임식에 화환을 보낸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화환에는 ‘★모두의 총장★이 되어주세요.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드림’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이경환 총학생회장은 “신임 총장의 취임을 축하하긴 하지만 문제의식은 있었다”며 “학내 구성원들의 총의가 모여 당선된 것이 아니니 앞으로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총장이 돼 달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화환의 의미를 설명했다.

학생들의 적극적인 노력 필요해

 학생은 교수, 직원과 함께 서울대를 구성하는 3대 주체다. 학문 연구와 교육 등에서 차지하는 교수의 비중을 고려하면 교수들에게 가중치를 부여하는 것은 합당하나 학생들을 운영 과정에서 배제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원리에 전면으로 배치된다. 전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 정책국장 정주회(서양사 10) 씨는 “자신과 관련된 문제를 결정할 권한이 있다는 것은 민주주의를 떠받드는 전제”라며 “학생들이 운영 과정에 배제되는 것은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성낙인 총장이 ‘★모두의 총장★’이 될 수 있을지 학생들이 앞장서 살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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