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를 든 000

“카메라를 든 내가 진짜 잔인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 팽목항 취재 현장에서 만났던, 20년 넘게 현직에서 활동하신 PD님의 수줍은 고백이다.너도나도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1인 1셀카봉 시대에 이게 웬 말인가 싶지만, 두 학기라는 짧은 기간 동안 서울대저널TV부 기자로 활동했던 나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말이다.

  “카메라를 든 내가 진짜 잔인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

  팽목항 취재 현장에서 만났던, 20년 넘게 현직에서 활동하신 PD님의 수줍은 고백이다. 너도나도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1인 1셀카봉 시대에 이게 웬 말인가 싶지만, 두 학기라는 짧은 기간 동안 서울대저널TV부 기자로 활동했던 나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말이다. 예쁜 내 모습 혹은 즐거운 순간을 기록하기 위한 것이 아닌, 사실과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진과 영상을 촬영한다는 것은 실은 심적으로 꽤나 버거운 작업이기 때문이다.  

  저널에서의 지난 두 학기를 돌아보자면, 고백하건대 나는 내내 이 문제로 고민을 거듭하며 괴로워했다. 카메라를 든다는 것, 다시 말해 어떤 사건 또는 인물을 촬영해 기록으로 남기는 일은 글을 쓰는 것과는 또 다른 어려움이 있다. 시각정보의 특성상 글보다 훨씬 더 직접적이고 적나라할 수밖에 없는 탓이다. 소위 ‘좋은 그림’을 위해서라면 카메라를 든 사람은 더 ‘잔인’해져야 한다. 더 적나라하게, 더 가까이에서 최대한 많은 것을 담아내야 한다. 

  렌즈 앞에 서야 하는 인터뷰이들도 괴롭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인터뷰를 녹취하는 것도 조심스러울 텐데, 거기에 더해 인터뷰 자세, 표정, 순간적으로 드러나는 감정들까지 낱낱이 기록되는 영상 촬영은 얼마나 부담되는 일인가. 단순한 사진 촬영이라고 해서 덜 할 것도 없는 듯하다. 실제로 기사에 싣기 위해 인터뷰이의 사진을 촬영하고자 했지만 거절당한 적도 왕왕 있었다. 카메라를 든 나와 렌즈 너머에 있는 상대방, 둘 모두를 위한 적정 거리는 어느 정도일까.

  저널 활동 내내 이런 고민이 계속됐던 탓에 정작 서울대저널TV부의 역할과 가능성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보지 못했다는 점이 못내 아쉽다. 학내 유일한 영상 보도 매체로서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보다 치열하게 고민해 보아야 하지 않았을까. 운영 초기인 만큼 잘 뿌리 내릴 수 있도록 튼튼한 기반을 마련했어야 하는데 사람이 부족하다, 경험이 부족하다는 핑계만 대며 너무 소홀했던 것은 아니었나. 활동을 마무리하는 지금이 돼서야 반성해본다. 

  다행히 이번 학기에는 4명의 수습PD들이 발탁돼 열심히 교육을 받는 중이다. 모두가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만큼 학기를 거듭할수록 잘 자리 잡아 나갈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여기에 더해 작은 부탁이 있다면 카메라 렌즈를 사이에 두고 세상, 그리고 사람과 마주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또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기회를 가진다면 좋겠다는 것이다. 카메라를 든 자신의 모습을 끊임없이 돌아보며 치열하게 고민해 부디 부족했던 나보다 훨씬 더 훌륭하게 TV부를 이끌어 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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