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를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同象:고구려 열풍과 동북공정photo1異夢 Part1.한 ‘고구려홀릭’의 고구려 사랑과 걱정 – 고일국씨 이야기자신이 고주몽의 직계 후손이라고 생각하는 고일국(30) 씨.그는 자기 스스로를 ‘고구려홀릭’이라고 부르며, ‘주몽’과 ‘느낌표-위대한 유산 74434’의 열혈 시청자다.오늘도 그는 ‘위대한 유산 74434’에 신청해서 받은 고구려 지도를 보고 고구려에 대한 향수에 잠긴다.(고구려지도를 벽에 붙인다.)아.이 광활한 영토.

同象:고구려 열풍과 동북공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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異夢 Part1.

한 ‘고구려홀릭’의 고구려 사랑과 걱정 – 고일국씨 이야기

자신이 고주몽의 직계 후손이라고 생각하는 고일국(30) 씨. 그는 자기 스스로를 ‘고구려홀릭’이라고 부르며, ‘주몽’과 ‘느낌표-위대한 유산 74434’의 열혈 시청자다. 오늘도 그는 ‘위대한 유산 74434’에 신청해서 받은 고구려 지도를 보고 고구려에 대한 향수에 잠긴다. (고구려지도를 벽에 붙인다.)아! 이 광활한 영토! 삼국시대를 고구려가 통일했었더라면 이 영토를 그대로 이어 받았을 텐데 아쉽군, 아쉬워. (고구려지도를 잠시 바라보며 감회에 젖는다.)뭐 이런 것을 ‘쇼비니즘(맹목적 민족주의)’이라고 부른다지만, 사실을 부정하거나 왜곡하는 것은 아니잖아. 오히려 이러한 사실을 부정하고 탈민족주의를 주장하는 것은 우리의 정체성과 삶을 부정해버리는 일이라고. 우리 민족의 고대사 중에서 가장 강성했던 고구려를 부정해 버린다는 것은 민족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지.(지도에서 고구려영토를 만지며 콧노래를 흥얼거린다.)고구려의 가장 큰 적은 중국이 아니라 바로 탈민족주의지. 지금 여러 사람들이 ‘고구려홀릭’이 되는 것은 타민족에 대한 우월함을 느끼고자 하는 것은 아니야. 이건 존재했던 우리역사에 대한 긍정이라고. (지도를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인터넷에 접속한다. 포털사이트에서 중국의 동북공정이 완성단계에 이르렀다는 기사를 본다. 분노를 터트리며 기사를 ‘위대한 유산’ 팬 카페에 퍼다 나른다. ) 이러다가는 고구려 역사가 정말 중국의 역사가 돼버리겠군. 동북공정은 우리 민족의 역사를 빼앗아가는 것이라고. 그런데 이런 문제를 민족을 뛰어넘어 생각한다니, 탈민족주의는 오히려 모순일 뿐이야.(자신의 글에 달린 탈민족주의자의 답글을 보며 다시 한 번 분노한다. 다시 한 번 그의 손가락이 자판 위에서 춤을 춘다. 마치 한나라 철기군을 쓰러뜨리는 주몽의 무술과도 같다.)이 사람 보게! 우리나라는 단일 민족국가야. 국가의 당위를 민족에 중심을 두고 있는 것이라고. 이런 우리나라에서 민족을 부정해 버리면 어쩌자는 거야. 중국과의 동북공정 전쟁은 더 이상 역사 전쟁이 아니야. 민족 전쟁이라고. 젠장, 이 순간에도 중국은 고구려의 기억을 지우기 위해서 돌을 깎고 있겠지.(컴퓨터를 꺼버리며 주몽을 보기 위해 TV를 켠다. 마침 주몽이 전쟁을 승리고 이끌고 만세를 외치고 있다.)하나의 민족이 하나의 지역에서 혈연을 형성해 역사를 꾸려나간 역사가 바로 우리의 역사야. 동북공정은 이런 우리의 역사적 기반을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정말 화가 나는군. 동북공정에도 주몽 같은 영웅이 등장해서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해 주면 좋을 텐데, 쩝.photo3異夢 Part2.고구려라는 환상의 제국을 동아시아의 역사로- 신민족씨 이야기고등학교에서 국사를 가르치는 신민족(45)씨. 교실로 향하는 그의 발걸음이 왠지 빠르다.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그의 눈에는 학생들이 붙여놓은 ‘위대한 유산-74434’의 고구려지도가 보인다. 그는 갑자기 몰려오는 현기증을 느끼며 인사를 하려는 반장을 막고, 학생들에게 말한다.너희들은 고구려가 자랑스럽겠지. 이 지도를 붙여 놓은 것만 봐도 알겠구나. 고구려가 이 지도에 나온 것처럼 광활한 영토를 차지했던 방법은 무엇이었을까.(조용해지는 학생들의 분위기)침략이겠지. 고구려 역시 침략을 통해 영토를 획득한 국가 중 하나일 뿐이야. 선생님이 보기에는 고구려 또한 너희들이 배우는 제국주의 국가들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너희들은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침략을 해 본 적은 한 번도 없고 오직 침략을 당해 온 역사만을 배워 왔지. 그런데 이렇게 ‘침략’을 통해 광활한 영토를 확보한 ‘제국’이 있으니 자랑스럽겠구나.(고구려 지도를 떼어내면서 한숨을 짓는다.)물론 이것은 너희들의 잘못이 아니란다. 잘못은 고구려에 ‘민족’을 집어넣은 쇼비니스트에게 있을 뿐이야. 너희들 중에 ‘삼국시대를 고구려가 통일했다면, 지금 우리는 강대국이었을 텐데’라고 생각해 본 사람 많을거야. 아주 먼 고대사에서 영광을 찾으려 하는 것은 현재의 우리도 그렇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헛된 욕망이야. 지금도 주변국에 힘없이 당하고 있는 우리나라에게 강했던 과거를 재발견하게 하려는 것일 뿐이지.(고구려 지도로 비행기를 접는다. 비행기가 잘 날아갈 수 있도록 곱게 접는다.)국가에 대해 ‘크다, 작다’의 기준을 도입하는 것은 제국주의적 사고방식이야. 이러한 사고방식에 사로잡힌다면 국가와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아름다움과 진정성을 보지 못하게 되지.(비행기를 창문 밖으로 날린다. 비행기는 떨어지지 않고 아이들과 그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멀리 날아간다.)자! 수업하자!(수업을 하는 내내 편치 않았던 그의 마음. 집에 돌아와 위대한 유산 74434의 공식카페에 접속한다. 그러던 중 어느 민족주의자가 올린 글과 퍼다 나른 기사를 보고 답글을 단다.)후…이런 민족주의자들이 고구려를 환상의 제국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지. 고구려가 우리의 조상이라는 근거가 도대체 어디 있는 것일까. 사람들은 이런 근거에 대해 아무런 생각 없이 고구려사를 배우고 이를 우리의 역사로 받아들이겠지. (TV에서 주몽이 나오는 것을 본다. 주몽이 전쟁에서 승리해 만세를 부르는 장면이 식민지 정복에 성공한 제국주의자의 모습처럼 보인다.)주몽은 민족주의 상업화의 단면이야. 그리고 동북공정은 상업화된 민족주의의 아이템 하나를 빼앗아가는 것이고. 동북공정에서 진실은 사라지고 있어. 그 부분을 민족주의라는 이념과 상업화라는 논리가 대신하고 있을 뿐이고.(TV를 끄고 내일 수업을 준비하기 위해 국사책을 편다. 국사책에 수록된 고구려지도가 선명한 초록색으로 중국의 영토에 자리 잡고 있다.)민족의 틀에서 벗어나 동북공정을 바라 본다면 오히려 우리나라가 고구려에 대한 ‘공정’을 벌이고 있는 것일 수도 있어. 더 이상 고구려를 중국의 역사, 한국의 역사에 메어놓을 것이 아니라 동북아의 역사로 공유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 (더 이상 볼 것이 없다는 듯 국사책을 덮어 버린다.)photo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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