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고개 드는 ‘국립대 특수법인화’

국공립대 특수법인화(국립대 법인화)가 다시 수면 위로 고개를 드러냄에 따라 언론에서도 심심치 않게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국립대 법인화 논란은 지난해 김진표 교육부총리의 ‘참여정부 교육개혁 5개년 로드맵’의 연장선에서 공식화 된 후 크게 논란이 됐지만 아직까지 특별한 진전은 없다.그러나 이 문제가 다시 언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것은 최근 일본의 신용평가 회사 R&I의 ‘도쿄대 신용등급 AAA’ 발표 때문이다.

국공립대 특수법인화(국립대 법인화)가 다시 수면 위로 고개를 드러냄에 따라 언론에서도 심심치 않게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 국립대 법인화 논란은 지난해 김진표 교육부총리의 ‘참여정부 교육개혁 5개년 로드맵’의 연장선에서 공식화 된 후 크게 논란이 됐지만 아직까지 특별한 진전은 없다. 그러나 이 문제가 다시 언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것은 최근 일본의 신용평가 회사 R&I의 ‘도쿄대 신용등급 AAA’ 발표 때문이다. 거기에 지난달 29일에 있었던 ‘자율선택에 따른 국립대 법인화를 위한 공청회’가 법인화를 반대하는 국공립대 교수·직원들의 저지로 무산되자 주요 신문들은 더욱 반대의 논리를 납득하기 힘들다며 국립대 법인화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서울대, 법인화 이후 신용등급 AAA를 받은 도쿄대를 따르라photo1일본은 2004년부터 국공립대 법인화를 시행하고 있다. 법인화 전환 이후 도쿄대는 싼 금리의 조달을 위해 이번 신용평가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도쿄대 고미야마 히로시(小宮山宏·61) 총장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법인화로 대학이 모든 것을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운영하되 사회로부터 결과를 평가받는 시대가 됐다. 이번 평가에서 높은 신용등급을 받음으로써 싼 금리의 자금 조달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신용등급은 기업이 회사채나 기업어음을 발행할 때 발행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데 회사채 신용등급은 AAA, BBB 등급까지가 투자적격 등급이며 BB+등급이하부터는 투기등급으로 분류된다. 주요언론은 도쿄대가 신용평가에서 가장 높은 투자등급인 AAA를 받은 것을 높이 치켜세웠다. 「중앙일보」는 사설을 통해 “일본 대표기업인 캐논, 소니, 마쓰시타도 받지 못한 등급이라고 하니 놀랍고 부러울 따름”이라고 했으며, 「조선일보」는 “R&I가 등급을 매기는 669개 기업과 단체 가운데 AAA를 받은 곳은 도요타 같은 초일류기업을 포함해 8개뿐”이라고 평가했다. 서울대와 도쿄대를 비교하며 대학도 시장에 맡겨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며 국립대를 하루 빨리 법인화하라는 목소리를 높였다. 도쿄대가 법인화 전에는 정부의 지원금에 안주해 오다가 법인화를 통해 비효율적인 관행을 없애는 등 경영의 효율성을 크게 높였다며 아직 논의가 진척되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을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정 안되면 서울대라도 법인화를 해야 한다”고 했다. 교육부와 주요 언론의 목소리는 하나, 국립대 구성원의 이기주의지난 9월말에 있었던 공청회가 전국국공립대교수회연합회와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등에 소속된 교수와 교직원의 저지로 무산되자 주요언론의 법인화 목소리에는 더욱 핏대가 섰다. 「동아일보」는 반대하는 모습을 ‘자기 몫 챙기기에 혈안이 된 세태’라고 표현했으며, 「국민일보」는 이를 ‘국립대 교수들 철가방 지키기’로 표현했다. 다른 언론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물론 그렇게 보이는 면이 있지만 이것이 국립대 법인화를 추진해야 하는 이유로 직결되는 것은 무리다. 또한 이런 태도는 원하는 대학만 법인화로 전환하고 재정지원을 보장하고 고용도 약속한다는 교육부의 주장에만 힘을 싣고 있다.하지만 국립대 법인화를 반대하는 이유는 찬성세력과 교육을 바라보는 접근자체부터 다르다. 교육의 공공성이 자유주의적 경쟁논리로 말살될 우려가 있으며, 법인화로 인해 대학서열화가 고착화돼 지방 국립대를 고사시키고 학문의 균형발전을 방해할 것이라는 점이 주 내용이다. 주요 언론은 이런 반대 측 주장의 근거를 간과한 채 반대의 이유를 이기주의로만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국립대 법인화 연구와 공감대 형성이 먼저photo2과연 도쿄대의 신용등급 AAA가 일본의 국립대 법인화 전반을 설명할 수 있을까. 도쿄대는 법인화 이전에 신용평가를 했어도 이 정도의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는 평가가 있다. 더구나 중요한 것은 일본이 국립대 법인화를 한 이 후 ‘무엇이’, ‘어떻게’ 변했는지에 대한 자세한 내용보다는 ‘신용등급 AAA’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난 7월 서울대 이장무 총장은 “일본 국립대는 법인화를 추진하는 데 10년이 걸렸으나 아직 보완해야 할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고 평한 바 있다. 언론은 일본이 국립대 법인화를 해서 성공했듯이 우리도 국립대 법인화를 하면 없던 국제 경쟁력이 생기고 세계 100대 대학에 들며 효율성이 담보될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국립대 법인화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서울대도 국립대 법인화를 국제 경쟁력 강화의 절대적인 방안으로 보지 않고 있다. 이 총장은 서울대가 세계적인 대학이 되기 위해 재정확충이 필요한데 그에 대해 법인화는 좋은 ‘대안’중 하나 일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단순히 국립대 법인화를 한다고 해서 저절로 국제 경쟁력이나 대학발전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지난해에서야 국립대 법인화가 사회적인 이슈가 됐다. 아직 법인화에 대한 선행 연구나 충분한 검토와 토론이 없는 시점이다. 단순히 일본의 성공사례만을 들면서 교육부가 추진하려는 국립대 법인화에 동조하는 목소리에는 중요한 알맹이가 빠져있다.중국에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속담이 있다. 똑같은 귤이라도 자라는 곳의 물과 흙이 다르면 쓸모없는 탱자로 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일본의 국립대 법인화 성공이라는 귤이 우리나라에서 탱자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법인화 이후 도쿄대의 AAA 등급이라는 현상적인 측면이 아니다.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법인화가 왜 요구되는 지의 상황적 설명, 교육적 기반 등을 각각 살펴보고 도쿄대의 법인화 과정에서 불거졌던 논쟁지점들을 차분히 짚어보는 것이 필요하다. 언론 역시 현상적인 결과만 보도하기 보다는 앞서 설명한 논의를 촉발시키는 데 더욱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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