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두되는 학내 성폭력 앞에서 인권센터의 향방은?

‘서울대학교 인권센터’(인권센터)는 서울대학교 구성원의 인권을 보호하고 권익을 향상시키기 위해 설치된 독립적 권리구제기관이다.성희롱‧성폭력행위와 인권침해행위에 대해 상담과 조사를 맡고 있으며 그러한 일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교육도 진행한다.센터장은 업무와 관련한 적절한 지식과 경험, 공정성과 독립성을 갖췄다고 판단된 부교수 이상의 전임교수 중 총장이 임명하여 결정된다.

 

  ‘서울대학교 인권센터’(인권센터)는 서울대학교 구성원의 인권을 보호하고 권익을 향상시키기 위해 설치된 독립적 권리구제기관이다. 성희롱‧성폭력행위와 인권침해행위에 대해 상담과 조사를 맡고 있으며 그러한 일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교육도 진행한다. 센터장은 업무와 관련한 적절한 지식과 경험, 공정성과 독립성을 갖췄다고 판단된 부교수 이상의 전임교수 중 총장이 임명하여 결정된다. 상담‧조사, 연구, 교육활동 등 전문적 업무를 담당하기 위해 현재 6명의 전문위원이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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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권센터에서는 교육용 리플렛 시리즈를 발간하고 있다. ⓒ최서현 사진기자

  인권센터가 실제로 학내 인권보호를 위해 수행하고 있는 역할이 많긴 하지만, 아직 학생들에게 그 존재를 충분히 알리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말 수리과학부 K교수 사건의 처리과정에서 드러난 인권센터의 행보에 대해선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다.

인권센터의 적극성에 대한 의문과 실명접수 논란

  지난해 11월, 수리과학부 K교수 성추행사건이 터지면서 학내 성폭력 사건에 대한 인권센터 측의 대응에도 관심이 쏠렸다. ‘서울대 K교수 사건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피해자X'(대책위)는 당시 기자회견을 통해 ‘학교와 인권센터가 적극적 대응에 나서지 않아 조사가 지체되고 있으며, 실명접수를 요구했다’고 주장하며 당국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인권센터를 둘러싼 불만이 제기된 내막을 알기 위해, 우선 인권센터의 사건처리절차를 알아봐야한다. 인권센터에 신고서가 접수되면, 그와 동시에 신고인과 피신고인에게 조사개시 통보가 이뤄지고 조사가 시작된다. 조사는 당사자와 필요시 참고인으로부터 진술 및 참고자료를 받는 식으로 운영된다. 경우에 따라 장소, 시설 또는 자료 등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하기도 한다. 진술서 제출을 요구받은 경우엔 14일 이내에 제출해야한다. 조사내용이 어느 정도 축적되면 사건에 대한 최종적 판단은 심의위원회에서 내린다. 심의위원회는 교직원, 외부전문가나 변호사 등을 포함해 9인 이하로 구성된다. 심의위원회의 결정 내용은 양 당사자에게 통보되고, 만약 피신고인에 대한 징계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인권센터장은 총장에게 징계를 요청한다. 인권센터가 징계권고 권한을 가졌다는 점은 학내 성폭력 피해자들이 경찰보다도 인권센터를 찾게 되는 유인책이 된다. 학내 성폭력 사건의 경우 피해자들이 가해자에 대한 학교의 징계를 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또한 사건의 유형에 따라 법적 처벌을 기대하기는 어려워도 교내 징계는 가능한 경우도 있다.

  먼저 조사 진행이 지지부진했다는 논란에 대해 살펴보자. ‘서울대학교 인권센터 규정’ 제19조 5항에 따라 신고사건의 조사는 신고접수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처리돼야 한다. 이에 대해 인권센터 이혜원 전문의원은 “말 그대로 6개월은 마지노선 같은 것”이라며 “모든 사건이 중요하지만 규모는 사건별로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걸리는 시간은 그때그때 다르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권센터의 역할은 징계를 ‘요청’하고 ‘권고’하는 데에 그친다. 그러므로 징계가 필요한 사건의 경우 인권센터에서 총장을 거쳐 교무처·학생처·단과대학 등으로 넘어가 징계위원회가 열린다. 이때 인권센터는 심의위원회의 최종보고서를 비롯해 기본적으로 징계에 필요한 자료들을 징계위원회에 제출하지만, 징계위원회에서도 추가로 자료를 모으거나 출석진술을 요청하기도 한다. 따라서 인권센터 이경희 전문위원은 “징계위원회에서 최종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한정된 인력으로 모든 사건에 대해 만족스러운 처리속도를 낼 수는 없다. 하지만 인권센터에서 사건에 대한 조사를 하는데 수개월의 시간이 소요되고 징계위원회에 넘어가서도 최종 결정까지 추가적인 시간이 걸린다면, 빠른 조치를 원하는 피해자들 입장에서는 조바심이 날 수밖에 없다. 조사에 투입 가능한 인력을 늘리는 등의 방법으로 최대 조사기간을 줄이는 변화가 고려돼야한다. 또한 인권센터의 징계‘권고’는 강제력을 띠지 않으므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마련도 필요하다.

  실명접수에 관한 논란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대책위의 주장과 달리 인권센터 이혜원 전문위원은 “실명제보를 강요하거나 요청했다는 부분은 오해”라고 주장하며 “오해가 생긴 점에 대해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실명제보가 이뤄지면 피해자들이 (가해자에 대한) 징계를 원하는 입장에서 (피해사실을) 주장하고 입증하기에 더 유리한 점은 있다”고 설명했다. 설사 인권센터의 말처럼 논란은 오해라고 하더라도, 인권센터가 대책위의 피해자들과 불완전한 의사소통을 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교수가 가해자인 사건에서 피해자들은 사건을 제보하는 것 자체에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만큼 이후 사건처리 과정에서는 조사기관의 세심한 배려가 동반되어야 한다.

엇보다 인권센터의 존재감이 부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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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권센터는 153동 우정원 3층에 자리잡고 있다. ⓒ최서현 사진기자

  <서울대저널>은 단과대학생회장 연석회의 ‘성폭력 문제 해결법 TF’와 함께 2015년 1월 12일부터 2월 8일까지 28일간 ‘학내 성폭력 실태조사’에서 인권센터에 대한 신뢰도를 함께 조사했다. 표본은 서울대학교 학생 200명이며, 편의추출법으로 선정됐다.

  ‘인권센터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냐’는 질문에 ‘존재만 알고 역할은 모른다(47.5%)’, ‘존재와 역할을 모두 인지하고 있다(29%)’, ‘존재를 모른다(23.5%)’ 순으로 답변이 많았다. 이와 관련해 무엇보다 인권센터의 존재와 역할을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은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인권센터는 홍보와 교육을 확대하고 학생들에게 효과적으로 그 존재를 입증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인권센터의 신뢰도를 5점 척도(1:매우 불신 ~ 5:매우 신뢰)로 점수매긴 결과 2.79점이었으며, 인지정도에 따른 집단별 신뢰도 차이는 근소했다. 신뢰도에 대해 위와 같이 답한 이유에 대해선 주관식 답변을 얻었다. 답변들을 분류한 결과 인권센터를 불신하는 이유에 대한 상위 3개 범주는 ‘인권센터에 대한 정보부족(49.5%)’, ‘잘 못 대응해왔기 때문에(12.5%)’, ‘학교기구에 대한 불신(8.5%)’이었다. 반면 신뢰하는 이유에 대한 상위 2개 범주는 ‘학교기구에 대한 신뢰’, ‘잘 대응해왔기 때문’이었다. 학생들은 학내의 불미스러운 사건을 학교기구가 조사한다는 사실 자체 때문에 조사의 객관성 및 효용성에 의문을 품는다. 한편, 학교기구이기 때문에 전문성과 공신력이 있다고 간주하기도 한다.

  학교기구 자체에 대한 학생들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대응책으로, 학생이 관여된 사건의 경우에 한해 심의위원회에 학생위원을 배석하는 등의 방법을 제시할 수 있다. 연석회의 하진우(동양사 11) 의장은 “(본부의) 징계위원회나 (인권센터의) 심의위원회에는 교수와 직원이 모두 들어가는데 학교의 또 다른 주체인 학생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은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인권센터 이혜원 전문위원은 “(학생이 참여할 경우) 새로운 시각의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많을 것 같다”며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는 의견을 말했다.

  인권센터가 조사와 심의과정을 거쳐 징계를 요청했고 최종적으로도 징계가 결정된 사건의 경우, 가명 처리해 사건의 경위와 징계결과를 공개하는 것도 불신 해소의 대응책이 될 수 있다. 직접 인권센터에서 사건을 의뢰해본 경험이 없다면 활동의 실체를 알 수 없어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징계조치 된 사례들을 보며 경계의식을 갖는 학습효과도 있어서 예방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연세대학교의 경우 실제 이를 시행하고 있다. 다만 사건의 경과를 공개했을 때 대학이라는 폐쇄된 공동체의 특성상 의도치 않게 피해자의 신변이 드러날 우려가 있으므로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문제다.

인권센터가 내놓은 카드: 인권·성평등교육 의무화

  인권센터는 11년째 온라인 인권·성평등교육을 실시해왔다. 하지만 참여를 자율에 맡겨 교육 이수율이 낮았다. 인권센터 최기자 전문위원에 따르면 “작년의 경우 학생들은 이수율이 10%가 안 되고 교수는 30~40%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인권센터 측은 최근 들어 크게 화제가 된 학내 성폭력 사건들이 많다보니 근본적인 해결책으로서 확실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런 맥락에서 지난해 12월 확대간부회의에서는 인권·성평등교육을 의무화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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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서현 사진기자

  이에 따라 올해부터 모든 학내 구성원은 매년 1회 이상의 온라인 인권·성평등교육을 필수로 이수해야 한다. 학기 초 마이스누 포털에는 온라인교육을 이수하라는 팝업창이 뜰 것이다. 교육 마감 2개월 전까지 교육을 이수하지 않을 경우에는 남은 날짜를 알려주는 팝업창이 계속 뜨게 된다. 당초의 계획은 교육을 이수하지 않은 사람에 한해 그 다음해 포털 접속을 금지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 전문위원은 “첫 시행부터 강도가 너무 세지 않나싶어 좀 더 논의를 해볼 예정”이라며 도서관에서 책을 못 빌리게 한다든지 승진심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의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생 대상의 오프라인 교육은 매달 셋째 주 목요일에 실시할 예정이다. 오프라인 교육을 듣는 경우 온라인 교육은 면제된다. 오프라인 교육의 경우, 연애할 때 올바르게 소통하는 방법이나 엠티에서 주의해야할 것들과 같이 학생들이 필요로 할 내용도 함께 구성된다. 최 전문위원은 “온라인보다 덜 지루하고 교육효과가 더 좋을 것”이라며 오프라인 교육을 추천했다.

  새터 기간에는 신청한 단과대학에 한해서 인권센터가 파견 교육을 진행했다. 과별로 신청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신청하지 않은 단위에 대해선 교육을 강제할 방법이 없다. 최 전문위원은 “신청하라고 공문은 모두 보냈으나, 회장들의 의지에 달린 것 같다”고 한다. 올해의 경우 공대는 신청하지 않았고 인문대와 사회대는 자체적으로 진행했다고 한다.

  교원의 경우, 단과대학별 교수회의 시 오프라인 인권·성평등교육을 격년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예전에는 온라인 교육을 독려하는 공문을 보내는 정도에 그쳤지만, 금년부터는 인권센터가 직접 단대별로 예약을 잡아 계획을 짤 것이라고 한다. 신규임용교원 워크숍에서 진행하는 교육의 경우, 예전보다 시간을 늘렸다. 직원의 경우도 이와 비슷하게 의무화가 추진됐다. 의무화를 통해 더욱 철저히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하는 만큼, 캠퍼스에 보다 건강한 성 인식이 퍼져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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