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야기가 나왔나

진로 고민 좌담회 1부, 제대로 살펴보기

이번 <진로 고민 좌담회 1부: 문과 및 예체능 계열>에서는 크게 4가지 주제에 대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패널들의 답변 중 공통적으로 나온 부분과 주의 깊게 살펴볼 발언들을 정리했다. 

불안한 20대 패널들, 어떻게 진로를 선택하고 있을까?

많은 패널들이 진로를 결정할 때 단순한 고용의 안정성 보다는 ‘전문성’을 고려했는데, 이는 방어적인 의미의 전문성이라고 볼 수 있다. 학부 졸업장만으로는 더 이상 안정적인 진로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이를 소위 ‘라이센스’ 획득을 통해 극복하고자 하는 경우가 많았다. 행정고시, 로스쿨 진학 등이 이에 해당한다. 

‘흥미’와 ‘적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패널도 많았다. 이는 앞서 제시된 통계자료에서 ‘흥미와 적성’이 1순위 고려대상으로 뽑혔다는 내용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밖에 ‘사회에 대한 기여’를 중요하게 고려했다는 대답도 많았다.

한편 많은 패널들은 결정과정에서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고 있었다. 주위의 부담을 내면화해 스스로 높은 기준을 세우고 그에 부합하도록 몰아붙이는 경향이 있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본인을 포함해 많은 서울대생들이 사회적 기준에 맞춰 스스로를 제한하는 경향이 있으며, 그에 따라 성공지향적·안정지향적인 진로를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지적도 있었다. ‘서울대생’이라는 지위로 인해 주변으로부터 받는 기대감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 패널은 실제로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에 합격하고서 이를 소수의 친한 지인들에게만 알린 한 선배의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진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런 것들을 고민한다.

스펙경쟁이 치열해지고, 생존이 강조되는 사회적 분위기는 좌담회에서도 드러났다. 대부분의 패널들은 진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불안함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패널들은 ‘안 되면 어떡하지’와 같은 생각을 많이 한다며,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냈다. 주요 시험들이 1년에 한번 치러진다는 점도, 선발 정원이 적다는 점도 불안을 가중시켰다. 몇 년씩 노력했음에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 다른 대안을 모색하기엔 크게 뒤쳐져있을 것이라는 불안감도 있었다. 

금전적인 부분에서 부담을 느낀다고 답한 경우도 많았다. 특히 대학원, 로스쿨, 공무원 시험 등의 경우가 그러했다. 졸업 이후의 시기가 부모님의 정년퇴직과 맞물리면서 더욱 부담을 느낀다고 응답하는 경우도 있었다. 

캡처.PNG
ⓒ김한별 기자

이론 중심의 학교 커리큘럼에 부족함 느끼기도

전공 커리큘럼 및 학과생활에 대해서도 활발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진로에 대한 고민이 다양한 방향으로 흩어지고 있었다면, 이에 대한 이야기는 비교적 공통되는 내용이 많았다. 대부분의 패널들이 ‘대학의 본질은 학문을 하는 곳’이라는 것에 동의했다. 그러나 동시에 모든 학부생이 예비 대학원생이 아니라는 것을 지적했다. 이후 이어진 발언들을 종합해보면, 진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학교차원의 실무적 지원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내용이다.

우선 전공 수업들이 이론적인 부분에 치우쳐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예체능계열의 경우 커리큘럼 뿐 아니라, ‘작가가 되는 것만이 바람직한 진로’라는 내부 분위기가 존재한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한 패널은 졸업 후 작품 활동에 전념하는 경우가 오히려 소수라며,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커리큘럼의 내용적인 부분 외에 전공필수 과목이 너무 많다고 대답한 패널도 있었다. 한 패널은 전공필수 과목이 36학점이나 되다보니, 필수과목을 듣다보면 다른 선택과목을 들을 여유가 부족하다고 답했다. 따라서 졸업을 해도 전공과 관련해 깊이 있는 지식을 얻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패널들이 생각해본 해결책 : 교류가 필요해

이와 관련해 패널들은 몇 가지 공통되는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학교가 소위 ‘취업준비반’을 운영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는 없었다. 오히려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다만 실용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지원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좋은 호응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현재 운영되고 있는 인문대 ‘생생원 프로그램’이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이처럼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사회인을 섭외해 강연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는 프로그램이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편 진로를 탐색하고 실질적으로 준비하는 과정이 모두 개인적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교류가 더 활발해졌으면 좋겠다는 답변도 많았다. 여기서 교류란 교수-학생, 과-학생, 학생-학생의 경우로 나눠볼 수 있는 듯했다. 많은 패널들이 현재 교수와 학생사이의 교류가 전무하거나 있어도 형식적이라는 데에 공감했다. 조언을 듣고 싶어도 한두 학기에 한번 마련되는 형식적인 자리에선 학생들이 먼저 다가가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에 ‘오피스아워’ 제도 등 교수-학생 교류를 활성화 할 수 있도록 학과 차원의 대안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좋은 호응을 받았다. 한편 과-학생 차원의 교류가 활발해졌으면 좋겠다는 대답도 많았다. 현재 인턴 자리나 공모전, 장학금 등과 관련된 내용이 학과 사무실에서 학생들에게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미 좋은 프로그램이 있는데도 홍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학생들이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지적됐다. 마지막으로 같은 진로를 준비하는 학생끼리 교류를 할 수 있는 장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대답도 있었다. 진로에 관한 정보를 찾는데 학생들이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하지 않게 해달라는 것이다.  

댓글 댓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Previous Post

현안을 넘어선 고민, 임금직무체계가 실마리

Next Post

드디어,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