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한국 자본주의’를 말하다

한국 경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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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학교 경제연구소 제공

 

 지난 12월 16일 오후,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에서 심포지엄이 열렸다. 경제추격연구소가 후원하고 서울대경제연구소와 동반성장연구소가 주최하는 ‘21세기 한국 자본주의 대논쟁’이다. 정운찬 전 총리의 기조연설로 시작된 심포지엄은 성공회대 김수행 교수(경제학)와 서울대 박세일 교수(경제학)의 공동 사회 아래 진행되었다. 한국 경제의 현 주소를 조명하고자 좌파와 중도 좌파에서 중도 우파와 우파까지, 넓은 스펙트럼의 학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의견을 나눴으며 심포지엄에는 200명 이상의 청중들이 참가해 관심과 열기를 보여주었다.

현재를 바라보는 다양한 ‘눈’ 정운찬 전 총리의 기조연설에 이어 서울대 이영훈 교수(경제학부)가 첫 발표를 시작했다. 발표주제는 ‘한국형 시장경제체제의 특질’이었다. 이 교수는 한국 경제사를 연구한다. 한국 근대, 다시 말해 조선시대나 일제시대에 대한 역사적 시각에 기초해 한국 경제의 체제가 어떤 식으로 진화 해 왔는가를 살피는 것이다. 이 교수는 과거, 그리고 그것과 비교 되는 현재는 어떤 상태인가를 여러 측면에서 분석하는 책을 편집했고 본 학술대회에서 그것을 요약하여 발표했다. 이 교수는 먼저 영세사업체의 높은 비중과 고용의 질이 좋지 않다는 점을 한국 경제의 특질로 꼽았다. 이영훈 교수는 “그 배경에는 한국을 둘러싼 지경학적 조건과 사회문화의 토대가 있었다”며 1963년 이래 지금까지 이어진 이웃나라 일본으로부터의 수입 의존형 무역 구조와 저신뢰•물질주의•관료제를 특질로 하는 한국의 사회와 문화를 이야기했다. 두 번째 발제자 경상대 정성진 교수(경제학)는 정통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이다. 모든 자본주의의 문제가 기본적으로 노동과 자본의 대결 구도에서 나온다고 보며, 계량적인 접근은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보는 입장이다. 정통 마르크스주의에 입장에서는 경제 민주화 역시 점진적이고 개량적인 접근으로서 현상의 일부만 완화 시킬 뿐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결국 현재의 노사 관계 체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 하는 것이다. 정 교수가 본 심포지엄에서 발제한 ‘한국 자본주의의 모순구조: 마르크스경제학적 시각’ 역시 그러한 맥락 속에 있다. 그는 한국에서 마르크스가 말한 ‘자본주의적 축적의 절대적 일반법칙’이 관철되고 있음을 주장하며 그 이론적 함의를 논의했다.

 세 번째 발제는 성공회대 정태인 교수(경제학)가 맡았다. 그는 케인지아니즘적, 계량주의적 경제학자이다. 정성진 교수와는 달리 경제 민주화에 큰 가치를 부여하는 입장이다. 정태인 교수는 분배와 자본에 대한 개혁•통제를 전면에 내세운다. 그가 발제한 ‘피케티의 21세기 자본과 한국경제’ 역시 그러한 맥락에서 등장한 주제로, 발표 내용에 한국 자본주의에서의 분배 악화 문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정 교수는 2000년에서 2010년까지 한국의 자산총액/국민소득의 값과 가본수익률을 계산했다. 전자는 5.8에서 7.5로 세계 주요국 중 최고치에 달했고 후자는 6.5에서 5.5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두 값을 곱한 ‘자본소득비율’은 이미 높은 수준에서 약간 더 올라갔다. 결국 구식민지를 겪은 나라들 중 부와 소득의 분배가 가장 평등했던 한국은(1960년 토지지니계수 42개국 중 42위, 중위소득비중 1위) 가장 불평등한 나라로 변한 셈이다. 이에 이어 정태인 교수는 피케티의 집계생산함수 문제를 지적하며 “피케티의 주장과 포스트케인지언 모델을 적절히 결합하면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를 마무리했다. 마지막 발제자 서울대 이근 교수(경제학) 역시 자본주의의 태생적인 한계를 분배의 문제로 본다. 이 교수는 먼저 “기존 피케티 논의에서는 대기업과 관련된 내용이 충분히 다루어지지 않았다”며 대기업이 성장과 분배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했다. 대기업은 노동자에게 고임금을 제공하기 때문에 국민소득에서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인 ‘노동소득분배율’을 높인다. 따라서 성장에 도움이 되고, 성장이 가지는 효과로 인해 분배가 호전되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근 교수는 이와 같은 주장이 단편적인 해석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지니계수’로 표현되는 소득분배의 불균형 수치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대기업의 임금상승효과가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근 교수는 그 근본적인 원인으로 ‘영미식 자본주의’를 제시했다. 이 교수는 “투자를 최소화하고 이윤을 많이 내 배당을 많이 주는 것이 영미식 자본주의의 철학”이라며 “주주 자본주의보다는 이해자, 당사자 자본주의가 필요하다”고 대안을 이야기했다.

“작은, 그러나 의미 있는 시작” 사회를 담당한 박세일 교수는 “한국경제가 가지고 있는 분야별 문제를 개별적으로 다루지 않고, 한국 자본주의의 구조적 문제를 총합적으로 천착하려는 시도로서 의미가 컸다”며 ‘21세기 한국자본주의 대논쟁’의 의의를 설명했다. 또한 박 교수는 “이번 논의에서는 한국자본주의의 구조적 문제로 분배악화나 격차증대가 대부분을 차지했다”며 “그뿐 아니라 세계화와 지식정보화에 따른 세계자본주의의 구조의 변화, 그것이 한국경제에 나타나는 양상 등 다른 구조적 문제들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말을 이었다. 이번 심포지엄은 하나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심포지엄을 기획한 이근 교수 역시 “다양한 스펙트럼의 연구자들이 모여 서로의 입장 차이를 확인 할 수 있었다”며 “추후로 이런 모임이 더 이어져 활발한 토론과 참가자들과의 공감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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