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잔 속 태풍, 학생회관 동아리방 재배치

공간조정 시행세칙 통과…, 동아리방 재배치를 둘러싼 논란 여전해
학생회관 1층의 안내 게시판. 학생회관에는 현재 65개의 중앙동아리들이 들어와 있다.

현재 학생회관에 학생자치공간으로 주어진 방의 수는 총 76개(라운지, 여학생 휴게실, 음악감상실 제외)다. 그 중 65개를 중앙동아리들이 사용하고 있다. 나머지 공간은 총학생회나 동아리연합회(동연), 학생정치조직을 비롯한 자치단위가 이용한다. 그런데 현재 학생회관 내에 동아리방이 없는 중앙동아리는 13개다. 그 중 4개 동아리는 학생회관에 동아리방이 생기기를 기다리고 있다. 또한 중앙동아리 가등록 상태에 있는 동아리는 12개다. 이제는 고질적인 문제가 돼 버린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연에서는 공간조정 시행세칙 마련을 위한 공청회를 지난 10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열었다. 은 현재의 동아리방 배치는 어떻게 이뤄졌고, 무엇이 문제이며 어떤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지 알아봤다.

지금의 동아리방이 있기까지… 지금처럼 대부분의 동아리가 한 개의 방을 온전히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은 2006~2007년 학생회관 증축 공사 이후의 일이다. 그 이전까지는 학생자치 공간이 부족해 한 공간을 2~3개의 동아리가 같이 써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현재는 ‘인연맺기 학교’와 ‘수행불교회’가 함께 쓰는 314호와 ‘서울대기독인연합’, ‘IVF’, ‘YWAM’이 함께 쓰는 416호 두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한 동아리가 한 공간을 사용하고 있다. 29대 동아리연합회장 윤현식(서양화 09) 씨는 이러한 동아리방 배정이 “별도의 기준을 가지고 이뤄진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처음 학관이 만들어진 후 임의로 동아리방이 배분됐고 그 이후에 생겨난 공간은 선착순으로 동아리에게 배정됐다. 증축 공사가 있을 당시인 2006년 하반기 전체동아리대표자협의회의(전동대회) 등을 통해 분과별 동아리방 배분 등의 기준 논의가 있기도 했다. 그러나 회의 결과 일괄적인 기준보다는 각 동아리의 선호를 반영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윤 씨는 “증축 공사 당시 동아리 성격을 고려해 학생 정치 조직은 6층에만 배정하는 등의 방식으로 동아리 성격을 고려해 배분하려고 노력했다”면서도 “아직도 적절하지 않은 위치에 있어 소음문제를 겪는 동아리가 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동아리연합회 회칙에 동아리방 배정 조항이 들어간 것은 2010년 제 4회 전동대회 때의 일이다. 윤 씨는 그 동안은 명문화된 기준이나 규정 없이 “공간 조정 문제가 있을 때마다 공간조정위원회(공조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왔다”고 말했다. 가령 동아리방의 관리, 안전점검 및 정기적 재배치 등의 문제들이 그때 그때 공조위의 결정에 따라 결정됐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동아리방의 재배치 조항을 회칙에 포함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당시 ‘한국기독인연합(한기연)’에서 반대 자보를 붙이는 등 논란이 많았다. 이 회칙의 시행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조정 시행세칙도 많은 논란 속에 두 차례의 공청회와 3차 전동대회를 거쳐 통과됐다.

학생회관 1층의 안내 게시판. 학생회관에는 현재 65개의 중앙동아리들이 들어와 있다.

동아리방, 이대로도 좋습니까?

현재의 학생회관의 동아리방 배치는 몇 가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명확한 기준이 아닌 그때그때마다 공조위의 합의에 따라 결정됐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는 동아리간 소음 문제다. ‘총불교학생회’ 추교성(지구환경 05) 씨는 “연주 동아리가 바로 옆 방에 있다보니 불편한 점이 있다”며 현재 동아리방 위치에 대한 불만을 밝혔다. 법회 등 조용한 행사를 진행할 때 주변의 소음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이었다. 추 씨는 “분과별로 모여 있다거나 서로 비슷한 활동을 하는 동아리끼리 모여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소음으로 인한 문제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2010년 2월부터 620호에 자리하게 된 피아노 동아리 ‘스누피아’ 회장 홍승완(수리통계 10) 씨는 “비교적 조용한 6층에서 우리 피아노 소리 밖에 들리지 않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홍 씨는 “2009년 공조위에 참여한 3개의 동아리가 공간 신청을 했는데 비어있는 공간이 많지 않아 동아리방을 배정받기 어려웠다”며 “6층에 자리가 겨우 나서 들어올 수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지금도 동아리방을 옮길 수만 있다면 옮기고 싶지만 여건상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동아리방의 크기 역시 문제다. 2006~2007년의 증축 공사 이후 대부분의 동아리에 7~8평(23~26㎡) 크기의 동아리방이 제공됐다. 그 외 몇몇 동아리에는 동아리 활동과 규모 등에 따라 동아리방이 차등 분배됐다. 비교적 큰 크기의 동아리방은 ‘합창단’, ‘방송연구회’, ‘SNUPO’를 포함한 6개 동아리에게 배정됐다. 이러한 동아리방 배정은 당시 공조위를 통해 동아리들의 의사를 반영한 결과였다. 현재 학생회관 210호에 위치한 국악동아리 ‘여민락’의 동아리방 크기는 16㎡로 가장 작다. 여민락 회장 서지훈(응생화 10) 씨는 “가야금과 같이 보통 악기들이 사람 키 정도로 크기 때문에 동아리방에서 합주를 하기에는 좁은 것이 사실”이라며 현재 동아리방의 불편함을 토로했다. 서 씨는 “2년 전쯤에 동아리방을 옮길 계획이 있었지만 국악 동아리는 다른 동아리에 비해 인기가 없기 때문에 2층이라는 접근성을 포기할 수 없었다”고 현재 동아리방을 고집해야 했던 이유를 밝혔다. “그렇지만 동아리방을 옮길 의향이 없는 것은 아니다”고 밝힌 그는 “동아리방을 원하는 신생 동아리는 많은데 비해 동아리방을 반환하는 동아리는 없는 상황에서, 동아리방 이전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한편 학생회관에 동아리방 자체가 없는 중앙동아리도 있다. ‘다솜공부방’은 중앙동아리임에도 학생회관에 공간이 없어 법대 건물인 15동에 동아리방을 두고 있다. 다솜공부방 배양진(사회과학 11) 씨는 “2008년도 2차 전동대회에서 중앙동아리 정등록이 됐는데, 그 때 당시 비어있는 방이 없었다”며 “중앙동아리가 되기 전에 법대 동아리였기 때문에 기존의 법대 동아리방을 쓸 수 있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배 씨는 “법대 자체가 곧 없어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언제 쫓겨날 지 모른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며 불안을 표했다. 덧붙여 그는 “학생회관으로 동아리방을 옮길 수 있다면 옮기고 싶다”고 희망사항을 밝혔다.

학생회관에서 가장 작은 16㎡의 여민락 동아리방. 가야금과 같이 큰 악기 4개만 늘어놓아도 동아리방이 꽉 찬다.

공간조정 시행세칙, 재배치를 둘러싼 논란

이렇듯 부적절한 동아리방 위치와 크기 및 공간 부족은 학생회관에 동아리방을 두고 있는 중앙동아리 및 자치 단위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왔다. 28대 동연은 이 문제를 동아리연합회회칙에 동아리방 관련 조항을 포함시킴으로써 해결하고자 했다. 개정된 동아리연합회 회칙 41조는 동아리방 재배치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주 내용은 정기동아리방 재배치로, 2년간의 활동심사보고서와 주의/경고 누적횟수를 기준으로 해 활동이 저조한 동아리의 동아리방을 신규 동아리와 같이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기까지 많은 논란이 있었다. 회칙이 개정된 직후 한기연에서는 ‘동아리 연합회, 과연 무엇을 위하여 존재하는가 – 동방 나눠쓰기 회칙 통과를 바라보며’라는 제목의 자보를 붙였다. 동연에서 부족한 공간을 충당하기 위해 새로운 공간을 확충하려는 노력이 부족했고, 동연이 동아리의 상위기구처럼 활동을 심사하고 공간을 같이 쓰도록 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내용이었다. 최근의 공간조정 시행세칙 공청회에 이르기까지 동아리방 재배치 논의는 가장 중요한 쟁점이었다. 재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과 재배치보다는 공간 확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선 탓이었다. 한기연은 작년 4차 전동대회 이후 줄곧 동아리방 재배치에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한기연 서울대 대표 박세형(가명) 씨는 “이번 문제가 앞으로 생겨날 공간 문제를 대하는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꿀 수도 있기 때문에 가볍게 넘길 수 없다”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이렇게 한 번 회칙이 정해지면 앞으로 공간이 모자랄 때마다 새로운 공간을 얻어내려 하기 보다는 기존의 동아리들에게 공간을 공유하도록 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한기연 대표 김여름(작곡이론 07) 씨는 “동연은 활동이 저조한 동아리를 솎아내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며 “동아리방을 같이 쓰는 것은 두 동아리 모두의 활동을 저해시킬 것”이라고 현재 동연의 행보에 대해 비판을 가했다. 김 씨는 “동연과 다른 동아리들이 다 함께 새로운 공간을 얻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현실적인 부분에서 재배치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입장도 있다. 다솜공부방 배양진 씨는 “공간이 더 필요한 동아리에게 공간을 주자는 동연의 생각은 당연한 것”이라고 동아리방 재배치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배 씨는 “지금 상황에서 새로운 공간을 얻어내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새로운 공간을 얻어내자는 일부 입장은 결국 재배치를 하지 말자는 것으로 들린다”고 재배치 반대 입장을 비판했다. 이런 논란을 안은 채 지난 11월 28일 3차 전동대회가 열렸고 이 자리에서 공간조정 시행세칙이 통과됐다.

새로운 공간확보가 또 다른 과제

공간조정 시행세칙은 통과됐지만 아쉬움은 남아있다. 다솜공부방 배양진 씨는 “동아리방 내용이 들어간 이후로 공간조정 시행세칙이 만들어지기까지 1년이 걸렸다”며 “동아리방이 없는 동아리들로 하여금 공연히 1년을 기다리게 한 것”이라고 공간조정 시행세칙이 제정되는 과정에서 느낀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한 배 씨는 “동연의 소통을 위한 노력도 부족했지만 재배치 반대 입장과의 대립이 생산적이지 못하고 시간만 소모한 것 같다”고 공간조정 시행세칙 제정이 길어진 이유를 지적했다. 한편 여민락 서지훈 씨는 논의과정에서 “발언권이 모두 있는데도 늘 발언하는 동아리만 발언하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했다. 여러 동아리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동연회장 윤현식 씨는 “동아리방에 관한 문제를 공조위가 아닌 명문화된 규정을 통해 공식적으로 해결하려는 목적은 성취했다”면서도 “동아리방을 원하는 동아리는 많아질텐데 무한정 같이 쓰자고는 할 수 없으니 새로운 공간을 얻어내려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라고 앞으로의 과제를 제시했다.

동아리연합회 회칙에동아리방 위치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총불교학생회의 추교성(왼쪽) 씨와 다솜공부방의 배양진(오른쪽) 씨. 공간조정 시행세칙이 이들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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