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사태 이후, 진보정치를 묻다

노동당 김일웅 사무총장, 정의당 김종민 대변인, 국민모임 신당추진위원회 김세균 추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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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 김일웅 ⓒ노동당 김일웅 사무총장 제공 정의당 김종민 ⓒ김대현 사진기자 국민모임 신당추진위원회 ⓒ김세균 국민모임 김세균 추진위원장 제공

  2014년 12월 19일,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통진당)에 대해 정당해산 심판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한국 정당 정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며 민주주의와 관련한 이념 갈등으로까지 이어졌다. 그와 동시에 진보정당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일각에서는 진보정당 간 통합을 요구하는 사회적 목소리도 거세졌으며 다른 한편에서는 ‘국민모임 신당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을 창설하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대저널>은 노동당 김일웅 사무총장, 정의당 김종민 대변인, 국민모임 신당추진위원회 김세균 추진위원장을 만나 통진당 해산 심판 사건, 진보 정당 간 통합 논의, 진보정당이 나아가야 할 길 등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Q. 통진당 해산 심판 사건을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다. 역사적 흐름 속에서 통진당 해산 사건이 어떻게 기억될까. 또한 통진당 해산 심판 사건이 향후 정당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김일웅 헌법상의 위헌정당강제해산 제도는 이승만정부의 ‘진보당 등록취소 사건’에 대한 반성 속에서 제정됐다. 헌법재판소의 강제해산 판결 없이는 정당을 해산하지 못한다고 규정해 정치적 결사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된 것이다. 

 이 판결이 대법원의 이석기 의원에 대한 최종심 선고를 기다리지 않고 서둘러서 진행된 점이나 박근혜 대통령이 선출된 대선이 있었던 12월 19일에 맞추어서 진행된 점을 볼 때 매우 작위적인 판결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번 사건이 통진당의 강령과 근본적인 목적에 대한 과도한 왜곡에 기반하고 있더라도 통진당의 태도에는 아쉬운 점도 있다. 소위 북한문제에 대해 통진당이 국민의 의혹을 해소할 만한 합리적인 입장을 발표하지 않고 이를 사상과 양심의 자유의 문제로만 몰고 간 것은 잘못된 것이라 본다.

 이번 사건을 통해 진보정치가 국민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긍정적인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반성과 성찰에 기반해 혁신하는 진보정치의 면모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종민 정당의 해산, 정당의 존립과 관련해서는 국민들이 충분히 선택과 판단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충분하게 국민의 선택으로부터 정당의 존립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데 헌법재판소가 그 선택권을 가져갔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해 강력히 반대한다. 이 사건은 한국 민주주의의 상당한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또한 통진당 해산 심판 이후 권력이 정당까지 해산시키고 탄압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생겼다. 

 다만 통진당에 대해서는 심판 사건과 별개로 통진당이 ‘과연 패권으로부터 자유로웠나?’라는 질문을 해볼 수 있다. 진보정당은 소수의 의견을 충분히 보장해야 한다. 진보정당이야 말로 패권으로부터 자유로워야하지만 과연 통합진보당이 패권으로부터 혁신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의문점이 든다. 

김세균 통진당 해산 심판 사건을 계기로 한국 정치는 ‘새로운 형태의 진보 운동’의 전환기로 넘어왔다. 이러한 역사적 흐름 속에서 국민모임 신당창당 운동은 새로운 역사적 전환을 시작하는 운동으로 자리 매김할 것으로 본다.  

 역사적으로 한국의 진보운동은 자주파(NL)가 주도해 왔다. 하지만 2년 전 통진당 폭력 사건을 계기로 이러한 자주파 중심의 진보운동은 파산되었다. 이제는 자주파 중심의 진보운동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진보운동이 등장해야 하며 국민모임은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진보운동을 개척하는 데 큰 역할을 해야 한다. 

Q. 통진당이 해산된 후 진보정당 통합·재편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진보정당 간의 통합·재편 등에 대해서 어떠한 입장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김일웅 세월호 사건 이후 이윤보다 사람이 우선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진보진영도 뼈를 깎는 혁신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 연장선에서 여러 갈래로 나누어져 있는 진보진영의 결집과 통합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노동당 내부에는 이러한 변화를 가능케 하기 위한 다양한 주장이 제안되고 있으며, 이런 내용은 민주적인 토론 과정을 거쳐서 최종적으로 확정될 것이다. 

김종민 진보정당의 단결에 있어서 정의당의 역할은 매우 크다. 특히 정의당은 ‘실패하지 않는’ 진보의 통합을 이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보정당의 단결을 모색하는 데 있어서 통진당처럼 잘못되는 경우도 있고, 그 과정에서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다. 이럴 경우 당원 간에 불신이 생기고 비관적인 전망을 하는 경우도 생긴다. 따라서 ‘실패하는’ 진보정당의 통합이 아닌 ‘성공하는’ 진보정당 간 단결과 재편을 이뤄야 한다. 초기에는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공유하고 최종적인 통합과정은 속전속결로 이뤄져야 한다.   

 또한 진보도 지속적인 혁신을 해야 한다. 혁신하지 않는 진보를 주장한다면 같이 가기 힘들 수도 있다. 진보라는 것 자체가 혁신적 가치를 담고 있지만 시대적으로 국민들이 봤을 때 낡은 것이 있다면 그것을 혁신해야 한다. 정의당도 그렇지만 진보정당이 원내로 진출하면서 현장과의 거리가 멀어졌다고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점에서 진보진영도 계속해서 혁신해 나가야 한다. 

김세균 한국의 정치지형은 3분화 되어있다. 보수와 진보가 있고 그 사이에 중도정당(지금의 새정치민주연합)이 존재하는 형식이다. 이를 보수 대 진보 두 축으로 재편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의 야당을 만든 자유주의 세력들은 반독재 민주화를 주도해왔다. 진보 대 보수의 구도가 민주주의 대 반민주주의 구도로 여겨진 것이다. 

 그런데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물결이 일어나면서 신자유주의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가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핵심 문제로 떠올랐다. 물론 민주주의 대 반민주주의 대립구도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신자유주의 문제가 우리 사회의 핵심적 문제로 대두됐다. 새정연은 민주주의를 주도한 세력이었지만 신자유주의에 찬성하면서 어중간한 위치에 서게 됐다.

 중도세력 중 과거에는 신자유주의를 지지했지만 이제는 그것을 반성하는 세력도 있을 것이다. 재편의 핵심은 이러한 세력들을 포함하는 것이다. 국민모임은 이러한 재편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자 한다.

  

Q. 오는 4월 재보궐 선거와 관련하여 어떤 정책을 가지고 국민과 대면할 것인지 궁금하다.

김일웅 비정규·불안정 노동자들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이미 만연한 청년실업의 문제도, 저출산 고령화 사회의 문제도 해결하기 어렵다. 노동당은 비정규직 사용사유의 제한을 법제화하고 노동시간 단축 등을 통해 이 땅의 수많은 ‘장그래’들에게 희망이 되는 정치를 하겠다. 

 또한 ‘세금혁명으로 보편복지를 가꾸는 정치’로 국민과 대면할 것이다. 고소득자와 기업에 대한 소득세 및 법인세의 정상화를 본격적으로 제기할 생각이며, 종교시설과 종교인에 대한 과세도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30 탈핵 프로젝트’를 통해 ‘핵 발전으로부터 탈출하는 정치’도 약속하고 있다. 이를 위해 탈핵기본법을 제정하여, 2030년까지 핵발전소를 퇴출하고, 녹색에너지로의 전환을 단계적으로 실현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치를 개혁하는 정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소선거구제 단순 다수대표제도에서는 필연적으로 국민들의 표심이 왜곡되는 현상이 일어난다. 선거결과에 유권자의 의지를 정확하게 반영하기 위해선 지역구에서 얻은 득표와 정당투표를 통해 정당이 얻은 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의석수를 배분하는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 대표 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정치개혁의 핵심과제로 주장할 예정이다. 

김종민 4월 재보궐 선거와 관련하여 박근혜 정부가 후퇴시켰던 3가지인 민주주의·경제 민주화·정치의 소통에 대해 정의당 식의 대안을 찾을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근래 논란이 된 ‘증세 없는 복지’에 대해 대안을 찾겠다. 사실 증세 없는 복지란 존재하지 않는다.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세금을 낸다는 사실보다 나‘만’ 세금을 낸다는 느낌 때문이다. 고소득자의 세금, 법인세와 같이 기업들이 내는 세금 등이 공평하게 부과되지 않는다는 점이 큰 문제이다. 이에 대해 세제정책에 있어서 공평한 제도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또한 민생 부분에 있어서 주택, 대학생 반값 등록금 등이 제도화되지 못했다. 특히 정의당은 대학생 반값 등록금이 실질적인 제도가 되지 못한 점을 대학교 기성회비에서 원인을 찾았다. 대학교 기성회비의 문제점을 개선하여 실질적인 반값 등록금을 국립대가 주도할 수 있도록 하겠다.

김세균 아직 창당을 준비하는 단계이지만 이번 4월 재보궐 선거에 독자적인 후보를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국민모임은 크게 3대 혁명을 추진하고자 한다. 비정규직 해소와 같은 고용 혁명, 과감한 부자증세·불로 소득에 대한 중과세·사회적 환수 등을 통한 조세 혁명, 조세혁명을 기초한 세금 복지 혁명 등이 그 내용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보편적 복지 정책을 가능케 하는 세금 복지 혁명을 추진하고자 한다. 주식, 부동산과 같은 불로 소득에 대한 과감한 세금 부과가 필요하다.

Q. 국민모임 신당창당위원회는 어떤 배경에서 등장하게 되었나. 

김세균 국민모임은 ‘국민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새로운 정치세력을 촉구하는 모임’의 약자이다. 우리 사회는 IMF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시장만능주의의 개편을 추진해왔다. 이 과정에서 다수 국민들의 생존과 생명을 중시할 수 있는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다른 한편으로는 작년 4월부터 세월호 사건 이후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광화문에 모여 농성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지금의 새정연을 대체할 수 있는 야당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있었다. 이것이 국민모임이 창당을 준비하게 된 직접적인 배경이다.

 최초에는 신자유주의와 결별하고 절망하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정당 건설을 촉구하는 모임으로 시작했다. 이에 ‘105인 국민선언’을 하면서 신당의 등장을 촉구했다. 하지만 국민선언 이후 오히려 새로운 신당의 등장을 촉구하는 것에 끝내지 말고 새로운 정당을 건설하는 주도적인 역할을 해달라는 요구가 많이 있었다. 이에 국민모임 산하에 신당추진위를 만들어 창당을 준비하게 되었다. 

Q. 국민모임 신당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새로운 진보정당 창당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가.

김일웅 이미 2013년부터 진보정치의 재건을 위한 4대 원칙을 제시하고 이에 동의하는 모든 진보정치 세력과의 대결집이 필요하다고 입장은 모은 바 있다. 또 나경채 대표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진보결집의 5대 기준과 10대 과제를 제시한 바 있다. 

 국민모임은 신당의 정체성을 네 가지로 요약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한 장그래당·영세상인들과 함께 하는 꽃분이당·복지국가를 위한 세금혁명당·청년당 선언이 그것이다. 우리는 이런 정체성에 입각하여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겠다는 국민모임 신당추진위원회의 시도가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진보정치 대결집의 관점에서 함께 하기를 희망한다. 또 최종적으로 국민과 당원들의 결정이 있기 전이라도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하는 공동실천의 기회를 통해 진보정치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과정으로 만들고자 한다. 

김종민 진보진영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새로운 진보정당을 모색하는 것은 지금 해야 할 일이다. ‘새정연만으로는 부족하다. 새로운 진보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국민모임의 기본적인 생각에는 동의를 표하는 바이다.

 다만 국민모임 측에서 화를 낼 지도 모르지만 (웃음) 아직은 국민모임이 정당으로서의 뚜렷한 가치관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곧 국민모임 측과의 만남을 통해서 서로 간의 생각을 나누고 신뢰를 쌓으면서 이러한 내용에 대해 충분히 대화를 나눌 것이다.  

Q. 노동당은 새로운 당 대표를 선출했다. 나경채 대표가 이끄는 노동당은 앞으로 어떤 정치적 노선과 정책 방향을 취할 것인가. 또 나 대표의 선출이 당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김일웅 지난 2월 1일부터 나 대표의 새로운 임기가 시작됐다. 나 대표는 당대표 선거와 당선 이후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세월호 사건과 같은 대참사를 겪고 난 후에도 친기업· 반노동 정책을 고수하면서 무엇 하나 바꿀 의지가 없는 새누리당을 비판했다. 또한 정부여당의 실정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제대로 된 변화를 만들어갈 능력이 없는 새정연으로 상징되는 한국 정치의 재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나 대표는 제1야당 교체를 목표로 우선 진보진영이 결집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김종민 노동당 대표의 새로운 선출을 환영한다. 특히 나 대표는 진보 결집에 상당히 적극적인 분이다. 나 대표가 당내 여러 고민을 지혜롭게 잘 모아서 진보 재편에 좋은 방향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그렇게 되면 정의당도 노동당과 함께 새로운 진보정당을 모색할 것이다.

Q. 최근 선출된 새정연 문재인 대표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가. 문 대표의 선출이 진보정당, 야당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는가.

김일웅 새정연은 120석이 넘는 제1야당으로서 국민적 의지를 모아 거꾸로 가는 박근혜 정부에게 강력한 경고를 주는 데 실패해 왔다. 그런 의미에서 노동당은 진보정당으로 제1야당을 교체해야 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국민의 편에 서지 않는 정부를 가진 국민에게 제1야당의 무능은 불행이다. 문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민주주의와 서민경제를 파탄 낸다면 박근혜 정부와 전면전을 불사 하겠다’는 뜻을 표현한 바 있다. 노동당은 새정연이 노동자·서민의 편에 서지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한미 FTA와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그리고 노동자에게만 희생을 강요했던 역사를 기억하고 있다. 역사적 과오에 대한 반성과 성찰 위에서 스스로 변화하지 않고 여전히 새누리당처럼 정치를 한다면, 노동당 또한 새정연과의 전면전에 나설 수밖에 없다. 

김종민 문 대표의 당선은 사실 정의당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진 않는다. 다만 문 대표가 이끌어가는 새정연을 중심으로 한 야권의 혁신이 다가오는 4월 재보궐 선거에서는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사실 ‘새정연은 왜 혁신하지 못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정의당 식의 답이 있다. 새정연은 ‘2등주의’라고 불릴 만한 것이 있는 것 같다. ‘2등주의’라 함은 한국 정치를 펼치는 데 못해도 2등은 한다는 식의 안주하는 경향을 의미한다. 새정연은 그냥 해도 100석 정도는 나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혁신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2등주의가 극복되기 위해서는 1등의 변화가 아니라 강력한 3등이 출현해야 한다. 

 야권의 혁신과 진보정당의 혁신, 넓게 바라볼 때 정권의 변화는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그러한 점에서 문 대표는 새정연의 혁신에 대해서 어떤 비전을 갖고 있는지 스스로 답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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