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교재비, 생활비… 살기 너무 팍팍해요!

학교 측의 지원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서울대저널>이 학부생 5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울대학교 학부생 경제상황 및 자립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이 학교로부터 추가적인 지원을 바라는 부분은 등록금(54.5%), 학교프로그램 참가비(교환학생, ‘SNU in World’ 등)(35.4%), 교재비(35.2%), 생활비(23.4%) 순이었다(복수응답 허용). 학교 측이 이에 대해 어떤 지원을 하고 있는지 알아봤다.

등록금 0.3% 인하, 실질적 부담 완화는 물음표

  지난 1월 서울대는 제3차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를 개최했다. 당초 본부는 등록금 2.4% 인상을 주장했지만 학생측은 서울대 재정 상태와 정부의 등록금 부담 완화 정책을 내세우며 등록금 5% 인하를 주장했다.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던 양 측은 2015학년도 학부·대학원 등록금을 각각 0.3% 인하하는 것에 합의를 이뤘다. 하지만 등록금이 계속 인하되더라도 이것이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 완화로 직접 이어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대학교육연구소(대교연) 임희성 연구원은 “한국의 대학 등록금은 세계적으로 비싼 수준”이라며 “위와 같은 수준의 인하로는 학생들의 부담 경감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2014년 OECD 통계 결과 한국의 국·공립대와 사립대의 등록금은 OECD 34개 국가 중 각각 4위와 5위 수준이었다. 연세대학교 한재훈 교수(경영학과)의 <대학등록금과 기금운용> 보고서에 따르면 연평균 대학 등록금이 1인당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한국은 27%로 OECD 지표상 대학 등록금 세계 1위인 미국(16%)보다 11%포인트나 높았다.

  임 연구원은 “서울대의 등록금은 사립대에 비하면 저렴하지만 국립대 중에서는 최고 수준”이라고 했다. 대교연이 4월에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4년 국공립대학 계열별 1인당 연 등록금이 자연과학계열은 서울대와 울산과기대만이 600만 원을 넘었다. 예체능계열은 서울대만 700만 원을 넘었다. 의학계열 등록금은 988만 원을 기록해 사립대학 등록금에 육박하는 수준이었다.

교내 장학금 지원 현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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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내 등록금지원장학금의 경우, 수혜희망자는 매 학기 학부생의 경우 11월 중(1학기), 

5월 중(2학기) 신청기간이 되면 서울대 포털 마이스누 장학신청을 통해 신청서를 작성하고

이를 지도교수 확인을 받아 소속 학과 행정실에 제출하는 방식으로 신청이 이뤄지고 있다. 

ⓒ서울대학교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덜기 위해 등록금 인하와 함께 고려되는 것이 장학금 확충이다. 서울대 장학복지과에서 지원하는 장학금은 크게 등록금지원장학금, 근로장학금, (재)서울대학교발전기금장학금 등이 있다. 그 중 등록금지원장학금에는 단과대 맞춤장학금, 신입생 성적우수장학금, 성적우수장학금, 기초생활수급자 장학금 등이 있다.

  서울대학교 학부생의 등록금 대비 장학금 수혜율은 2010학년도 37.4%, 2011학년도 39.3%였다. 지난해 장학금 수혜율은 57%를 기록했다. 다만 이 수치에는 중복으로 장학금 수혜를 받는 학생도 포함돼 있다. 서울대 장학복지과 임희숙 담당관은 “장학금 수혜 현황을 파악하는 데 있어서 학생 수보다는 등록금 대비 장학금 비율이 기준”이라고 설명하며 “아직 만족할 수는 없는 수준이지만 수혜율이 매년 오르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2013년 국정감사에서 유기홍 의원이 발표한 <국가장학금 자체노력 이행현황>에 따르면 2012년 서울대는 정부로부터 자체 장학금 규모에 따라 국가장학금 Ⅱ유형 예산 87억 원을 지급받았지만 약속한 만큼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대는 당초 계획상 250억 원을 장학금으로 지출하기로 약속했지만 실제 결산상 212억 원을 장학금으로 지출해 미지급액이 38억 원이었다. 자체장학금 이행율이 84.8%로 나타났다.

학교프로그램 참가비 지원 현황은?

  앞서 <서울대저널>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이 ‘학교프로그램 참가비’에 대해 학교로부터 추가적인 지원을 바라는 비율은 35.4%로 등록금에 이어 두 번째였다. 학교프로그램 참가비 지원 현황을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알아봤다.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선발된 학생은 서울대학교에 등록금을 납부하고 학생교류협정을 맺은 외국대학에서 1~2학기를 수학한다. 매년 60여 개의 학교로 100여 명의 학생들이 교환학생으로 파견된다. 올해 2학기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여할 예정인 사회대 13학번 A씨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유럽의 경우 왕복 항공권, 기숙사비, 현지 생활비 등 한 학기 당 대략 천만 원 정도의 경비가 드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비싼 경비에 비해 학교의 지원은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A씨는 “장학금 신청 마감 하루 전에야 제출 서류 등에 대한 확실한 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며 “담당부서 소관부서가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은 느낌도 들었다”고 했다. 사회대 13학번 B씨도 “‘교환학생 비용은 알아서들 준비해라, 비용이 준비된 사람만 지원하라’는 식의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밝히며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한국에서와 달리 아르바이트 등을 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모든 생활비를 마련해가야 하는 것이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부담되는 교재비, 해결책은?

  학생들은 학교프로그램 참가비에 이어 교재비에 대한 추가지원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35.2%). <경제학원론>(3만 5천원), <미분적분학>(3만 8천원), <일반화학>(5만 3천원) 등 대학 강의교재는 3만 원을 훌쩍 넘는다. 강의 5-6개를 들을 경우 학기 당 20만 원이 넘는 돈을 교재비로 지출해야 한다.

  학생들은 교재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학내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의 ‘교재 4989’ 카테고리, 대학 중고교재 직거래 사이트인 ‘북장터’ 등을 통해 중고교재를 구매하기도 한다. 서울대학교 생활협동조합 학생위원회는 개강 때에 맞춰 학생회관 교보문고 앞에서 ‘교재 장터’를 개최해 중고서적을 판매한다. 경영대 학생회나 ‘경제학부 서포터즈’처럼 단과대나 학과 차원의 교재장터를 개최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주로 학교 측의 도움 없이 소규모로 교재장터가 진행되다 보니 규모, 인력 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고 홍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군다나 본부 차원에서의 교재비 부담 완화 정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보다 넓게 봤을 때 대학생들의 교재비 부담을 완화시키기 위한 방안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대표적인 방안으로 ‘빅북(Bigbook)운동’이 꼽힌다. 빅북운동은 기초 학문을 중심으로 교재의 저자가 지적 저작권을 기부해 무료로 교재를 보급하는 것이다. ‘공유와 협력의 교과서(Bigbook) 만들기 운동본부’에서는 이미 대학교재 10권이 ‘빅북’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졌으며 학생들은 운동본부 인터넷 홈페이지(bigbook.or.kr)에서 무료로 교재를 내려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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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저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이 학교로부터 추가적인 지원을 바라는 

부분은 등록금, 학교프로그램 참가비, 교재비, 생활비 순이었다. ⓒ서울대학교

식비, 학식만 먹을까?

  생활비(23.4%)는 교재비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생활비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식비를 중심으로 학생들의 재정 부담을 알아봤다. 

  지난 10년 동안 소비세가 30% 오른 것에 비해 서울대 학생회관의 B메뉴는 2005년 1,500원에서 200원 인상됐다. 또한 생활협동조합(생협)이 운영하고 있는 감골식당, 동원생활관식당, 자하연식당 등도 학생들을 대상으로 2,500-3,000원의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대저널>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식비가 ‘조금 또는 많이 부담됨’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67%를 차지했다. 실제 식비 사용에 있어 학식 비용뿐만 아니라 커피 등과 같은 기호식품비, 학식을 제외한 외식비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서울대 캠퍼스 내에도 2007년 ‘투썸플레이스’가 입점한 후 베트남 쌀국수, 분식, 카페 등 프랜차이즈업체가 들어섰다.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이민규 교수 팀이 2013년, 서울 각 구청에 정보공개 청구를 해 서울 시내 30개 주요 대학의 외부 업체 입점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 시내 대학의 평균 외부 업체 수는 9개였으며 이 중 서울대가 39개로 대학 내 입점한 외부 업체 수가 가장 많았다. 이러한 캠퍼스 내 프랜차이즈 상점들은 식사 가격이 생협 식당보다 2-3배 높아 학생들의 식비 지출에 부담을 끼칠 수밖에 없다. 본부가 학내 프랜차이즈 상점 입점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아직까지 본부는 학생들이 추가적인 지원을 바라는 상위 4개 항목(▲등록금 ▲학교프로그램참가비 ▲교재비 ▲생활비)에 대해 제대로 된 지원을 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 차원에서 실질적인 등록금 인하, 장학금 확충, ‘빅북운동’ 주도를 통한 교재비 부담 완화 등 학생들의 재정 부담 완화 방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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