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공무원연금 개혁 의지 표명 이후 공무원연금의 개혁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2015년 1월, 공무원연금 특별위원회와 대타협기구가 구성됐음에도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결국 해산됐다. 이후 실무기구가 가동됐지만 현재까지도 합의를 하지 못한 상태다. 공무원연금개혁안의 내용과 쟁점을 짚어보고, 공적 연금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개선이요구되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살펴보았다.
현행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골자
현재 논의가 되고 있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기여율과 지급률의 조정이다. 기여율이란 매달 받는 급여에서 기여금으로 내는 비율이며, 이 경우에는 공무원들이 내는 보험료를 의미한다. 기여율은 현재7%지만, 5년 간 순차적으로 9%까지 올라가게 된다.
반대로 지급률은 재직 연수 1년을 채울 때마다 현 소득에 대비해 은퇴 후 받게 될 연금액의 비율로, ‘소득대체율’이라고도 한다. 지급률은 현행 1.9%에서 20년간 1.7%까지 점진적으로 내려간다. 결국 더 내고 덜 받는 개혁안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와 같이 연금 구조의 틀은 그대로 둔 채 지급률과 기여율을 일부 조정하는 방식을 ‘연금 모수 개혁’이라 한다.
두 번째는 소득재분배 기능의 포함이다. 소득이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돈을내고 소득이 적은 사람이 그 혜택을 보게 함으로써 소득 분배의 불평등을 시정하는 것이다. 새로 임용되는 9급 공무원의 경우 첫 달 연금액이 현행보다 4% 정도 깎이지만, 5급 공무원은 17% 정도 깎인다.
세 번째는 공적연금의 강화다. 공무원연금 개혁에 따른 재정 절감분의 20%를 국민연금에 투입해 현재 46.5%에서2028년 40%로 낮아질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이는 것이다. 이는 새정치민주연합과 공무원노조가 요구하는 사항으로, 정부와 새누리당은 반대 의사를 강력하게 표명하고 있어 현재 타협이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여당과 야당의 의견이 팽팽하게 갈리고 있는 만큼 개혁안의 일부로 확정짓기는 어려우나, 개혁안논의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이외에도 공무원의 보험료 납부 기간이 현행 33년에서 36년으로 연장된다. 또한 고액 연금의 수령을 막기 위한 취지의 소득 상한을 현행 공무원 평균소득(월 447만원)의 1.8배에서 1.6배로 낮추기로 하는 결정도 개혁안에 포함됐다. 연금 지급 개시 연령 또한 국민연금과 동일하게 현행 60세에서 65세까지 단계적으로 늦춰진다. 매년 소비자물가상승률만큼 인상되던 기존 수급자들의 연금액도5년간 동결된다.
현재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 인상 문제로 여당과 야당이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공무원연금 개혁안자체가 부결, 혹은 무산된것은 아니다.19대 국회가 존재하는 한 언제든 합의가이루어질 수 있고, 본회의에 상정될 수있다.
쟁점 ❶ 점진적인 기여율 인상과 지급률 인하
현재의 개혁안이 반영되면 현행 제도에 비해 70년간 333조의 재정이 절감된다. 하지만 장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변화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재정 절감 효과가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이상철 사회정책팀장은 “20년간 지급률을 떨어뜨리는데, 그 기간이 너무 길고 인하 비율도 적다”며“이런 경우 개혁의 효과가 떨어질 수 있기에 다음 정권에서 또 공무원연금 개혁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이 팀장은 “현재 연금을 수급하는 사람들도 국가 재정 부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개혁이 너무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지고 있어 그쪽은 손을 대지 않았다”는 것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이에 반해 이희우 공무원노조 정책연구원 부원장은 “20년에 걸친1.9%에서 1.7%로의 지급률 인하도급격하다”는 입장이다. 독일의 경우0.001%P 단위의 미세한 변화를 거쳐 연금의 안정성을 유지하지만 우리나라의 연금 개혁은 그에 비해 급격하며 연금 개혁의 주기 또한 짧다는 것이다. 이 부원장은 “재정 절감 효과 뿐 아니라 연금의 안정성까지 봐야한다”며 “공무원에게 직업의 안정성을 보장하고 장기근속을 유도함으로써 부패로부터의 고리를 차단할 수 있으므로 인사 정책적 측면에서도 연금의 안정성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연세대학교 양재진 교수(행정학과)는 “경과규정은 기득권 보호가 되겠지만 개혁의 순응성을 위해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경과규정은 기존의 법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법으로 이행하는 데 따르는 여러 조치의 규정을 일컫는다. 과거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70%에서 최종적으로40%까지 낮추는 결정을 내릴 때도 기득권은 보장하며 경과규정을 두고 서서히 낮추는 방식을 취했다.
양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20년으로 해야 하는가, 10년은 안되나 하는 논의가 있을 수는 있다”고 말했다. 경과규정 그 자체를 비판하기는 어렵지만, 그 기간을 정하는 데는 충분한 사전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양 교수는 경과규정으로 어느 정도 기득권 보호가 이루어지겠지만 현재연금을 받는 사람들도 고통을 분담해야하며, 신규 공무원과 재직자의 구분 없이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했다.
쟁점 ❷ 소득재분배 기능
현 개혁안의 중요한 변화 중 하나는 바로 소득재분배 기능의 도입이다. 일각에선 공무원 재직 시의 보수가 ‘계급적 위계에 따른 차등 지급’이라는 노동시장의 원리에 따라 산정되었다면, 은퇴 후의 연금은 복지 원리에 따라 산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연금은 국가가 제공하는 공적 노후 보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무원연금에도 하후상박(下厚上薄)의 원리에 따른 소득재분배 기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있는 공무원연금공단 현판 ⓒ경제투데이
재분배 기능에는 크게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첫 번째는 사회적 위험의 재분배로, 자동차 보험이 대표적인 예다. 모두가 돈을 내지만 보상은 사고가 난 경우에만 받는다. 두 번째는 자기 소득의 재분배이다. 근로기 소득의 일부를 저축했다가 소득이 없는 시점에서 그것을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같은 소득계층 간 재분배이다. 양재진 교수는 “현행 소득 비례공무원연금에 계층 간 재분배 기능을 집어넣은 것은 큰 문제”라며 “이는 공적연금에 대한 신뢰와 지지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를 보였다. 소득재분배 기능을 도입한 현 개혁안이 시행될 경우 그 수혜자는 빈곤층이 아닌, 단순히 소득이 상대적으로 낮은 공무원들이기 때문에 소득 계층 간 재분배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양 교수는 “이 경우 중산층, 평균 이상 소득자들이 그 돈으로 사적연금에 가입하겠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쟁점 ❸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하여 공적연금을 강화
공무원연금 개혁안 논의에 공무원연금과는 별개인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 인상안이 들어온 것은 사실 뜬금없는 일이 아니다. 개혁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입장은 크게 두 가지로 갈렸다. 먼저 지나치게 높게 책정돼 있는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 수준으로 내려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측이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상철 팀장은 “현재 공무원의 월 평균임금이 447만원이며 이는 민간의 300인 이상 사업체, 즉 대기업의 평균 임금인445만원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임금이나 고용 안정성이 민간 기업보다 나은데도 불구하고 공무원연금은 219만원, 일반 국민의 평균 연금은 84만원으로 차이가 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지금 공무원에 대한 처우를 생각해볼 때 민간보다 많이 받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 이 씨의 주장이다.
한편, 이를 반박하며 공무원연금이 높게 책정된 것이 아니라 국민연금이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므로 국민연금의 보장성을 높여야 한다는 측이 있다. 이희우 공무원노조 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현재국민연금으로 전체 국민의 적정 노후 소득을 보장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2028년 40%가 되는데, 이는 40년의 가입 기간을 기준으로 제시되는 지표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불안정성 때문에, 평균적인 국민연금 가입 기간은 2060년에도 23년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된다. 가입기간이 기준보다 짧아지기에 소득대체율40%를 모두 보장받을 수 없는 것이다. 더불어 이 부원장은 “OECD의 ‘2014년 한국경제보고서’에선 한국의 심각한 노인 빈곤 문제를 고려하여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50% 정도로 높이는 것을 권고한다”며 해당 내용이 이번 개혁안에 들어온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희우 부원장을 비롯한 공무원 노조와 새정치민주연합의 주장은 새누리당과 정부로부터 강력한 비판을 받고 있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의 10%P인상은 공무원연금 재정 절감분의 20%로 충당이 될 수 없을뿐더러, 보험료의 인상을 수반하여 국민들의 불만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단, 여기에서 보험료 인상에 관한 양 측의 입장에 다소 차이가 있음을 확인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보험료의 ‘2배(9%P이상) 인상’이 필요하다고 제시하는 반면, 야권은 ‘1%P 인상’을 이야기한다. 이와 같이 극명한 차이가 나는 이유는 양측이 적립금 고갈 시기를 다르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2배 인상론’은 적립금 고갈 시기를 현재의 2060년에서 늦춰진 2100년 이후로 보는 반면 ‘1%P인상론’은 적립금 고갈 시기를 2060년으로 보고 있다.
공적연금 방향성과 근본적인 문제 해결
양재진 교수는 “공적연금은 줄여 나가고 사적연금은 활성화하려는 연금 개혁의 커다란 흐름이 있다”고 말한다. 국민연금공단은 5년을 주기로 ‘국민연금 재정 추계’를 내는데, 출산율·경제성장률·임금상승률 등이 높을수록 더 많은 보험료가 들어오며, 평균 수명이 높아질수록 노년층에게 연금을 계속 지급해야하기 때문에 지출되는 연금액이 커진다. 그런데 전자의 지표들은 감소하고 후자는 증가하고 있다. 더불어 국민연금의 수익비는 평균 1.8이다. 수십 년에 걸쳐 1억을 보험료로 내면 연금으로 1억 8천만 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추가적인 8천만 원은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결국 “국가가 약속한 공적연금을 다 주기 위해서는 적립해 놓은 기금의 고갈과 재정 적자의 누적이 필연적이기 때문에 정부는 책임을 분산시키기 위해 사적연금을 키우려한다”는 것이 양재진 교수의 주장이다.
국민들은 노후 대비를 위해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에 보험료를 납부하는데, 만약 소득대체율이 적어 용돈 수준의 연금밖에 되지 않는다면 추가적으로 사적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하지만 양 교수는“사적연금의 노후 소득 보장은 잘 만든 공적연금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사적연금은 수익성 사업이기 때문에 일정 부분의 수수료가 떨어져 나가며, 인플레이션 연동이 되지 않기 때문에 수익비가 0.8 정도에 그친다. 여러 기업에서 제공하는 상품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므로 투자에 대한 위험도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더 큰 차이는 사적연금의 경우 종신 지급이 어렵다는 점이다. 결국연금이 가져야 할 본연의 노후 소득 보장기능, 즉 죽을 때까지의 보장은 취약할 수밖에 없다. 국민 입장에서 같은 비용을 쓰더라도 사적연금보다는 잘 만든 공적연금의 효과가 더 큰 이유이다.
출산율 저하로 보험료를 납부할 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최선의해결책은 복지제도를 강화해 출산율을제고하는 것이다. 그러나 출산율이 지금수준에 머무른다면 결국 좋은 공적연금제도를 만들기 위한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연금은 미래의 불확실한 혜택으로 인식되는 데 반해 보험료 인상은 당장의 비용이기 때문에 손해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연금의 소득대체율이 지속적으로 변화하니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 역시 훼손된다. 게다가 중산층 이상에게 공적연금은 사적연금에 비해 소득재분배 기능으로서의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 공적연금 제도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동시에 국민들을 지속적으로 설득해 단기적인 이익에서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계획과 그것의 장기적인 실천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