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2013년 1월 30일 나로호의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두 번의 실패와 거듭된 연기로 국민들의 불안감이 적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나로호는 온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듯이 엄청난 화염을 내뿜으면서 고흥 우주센터로부터 솟아올랐다. 우리의 염원과 우주로 향한 꿈을 우주로 실어 보내는 순간이었다. 비록 작은 과학위성을 쏘아 올리는 과정이었지만 나로호 사업(2002-2013)은 우리나라 국민으로 하여금 자긍심과 함께 우리도 우주로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그렇다면 세계 강국들은 왜 우주로 나가고자 하는 것일까? 아마도 우주의 무한한 가능성 때문일 것이다. 1950년대 중반부터 미국과 러시아는 우주개발을 통하여 전 세계를 제패하고자 막대한 투자를 하였으며, 이후 프랑스를 비롯하여 일본, 중국도 우주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우주개발 역사는 비교적 짧다. 1990년대 초반 50kg급 우리별 1호 인공위성(1990-1992)으로 시작된 우리나라의 우주개발은 현재 중대형 실용급 아리랑 위성을 개발할 정도의 상당한 수준에 와 있다. 그렇지만, 인공위성을 우주로 운송하는 우주발사체의 경우는 아직 완전한 자립 수준은 아니다. 나로호의 1단 엔진이 러시아로부터 도입됨에 따라 이 기간 동안 엔진 개발을 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2조원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하여 한국형발사체 사업(2010-2021)을 야심차게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하여 1, 2, 3단 액체로켓 엔진 전체를 자력 개발하고자 한다. 궁극적으로는 1.5톤급 실용급 인공위성을 태양동기궤도에 진입시킬 수 있는 우주발사체를 독자 개발하고자 하는 목표를 갖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개발 중에 있는 액체로켓엔진과 유사한 일본의 LE-7A 엔진.ⓒ윤영빈 교수 제공
우주기술의 미래와 서울대의 역할
이와 관련하여 2013년 서울대학교에 ‘차세대우주추진연구센터’가 발족하게 됐다. 본 센터의 주된 목적은 우주발사체 개발을 위한 우주발사체 핵심기술 확보와 전문인력 양성이다. 우주발사체 기술은 국방기술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에 선진국으로부터 기술이전이 철저히 통제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대학과 대학 간의 민간 교류를 통하여 선진기술을 습득하고, 액체로켓 엔진의 핵심기술 중 하나인 연소불안정 현상과 발사체 시스템의 불안정 현상에 대한 기초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로켓엔진의 재사용 가능성을 높이고자 기존의 연료가 아닌 메탄연료 액체엔진의 핵심기술을 확보하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얻은 연구 결과는 한국형발사체 개발 뿐 아니라 달 탐사용 발사체 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기술이다.
현재 우주시장은 300조원이 넘는 규모인데 연평균 7% 이상의 증가율을 보이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는 우주기술을 활용하여 인간 생활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위성, 우주발사체 개발과정에서 얻어진 기술들은 통신방송서비스, 기상관측, 재해감시, 자원탐사 등의 분야에 스핀오프(spin-off)되어 과거에는 상상하지 못한 일들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자동차 네비게이션, 휴대전화를 통하여 시청이 가능한 DMB(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 서비스, 우주비행선의 디지털 영상처리기술을 활용한 MRI(자기공명영상)과 CT(컴퓨터단층촬영) 기술, 우주비행사들의 식수와 음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정수기와 전자레인지, 우주왕복선의 연료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사용된 연료전지 등이 대표적인 파급기술이다.
또한 머지않아 일반인도 우주로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항공기에 로켓엔진을 결합하면 대기권을 벗어나서 우주로 날아갈 수 있다. 따라서 항공기에 로켓엔진을 장착하여 고도 100km까지 상승하여 무중력 상태를 체험하게 해 주는 우주여행 업체도 생겨날 전망이다. 만약 재사용이 가능한 로켓엔진이 개발된다면 우주여행의 비용이 크게 절감되어 일반인도 큰 부담 없이 우주로 나갈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우주기술은 우리의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일반인에게 우주가 그리 먼 세계만은 아니다.
오늘날 우주기술을 통하여 쥴 베른(1828-1905)의 공상과학소설 <지구에서 달까지>에서의 상상들이 조금씩 현실화되고 있다. 지올코프스키(1857-1935)의 논문에 발표된 우주여행, 우주로켓의 아이디어가 하나씩 구현되어 인간이 달까지 가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러한 우주기술을 바탕으로 미래는 우주에서 에너지 및 자원문제도 해결하고, 나아가서는 우주에서 생활도 가능한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우리나라도 나로호의 성공을 계기로 미래의 성장 동력이 될 우주기술에 대하여 좀 더 적극적인 투자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 다음 세대에서는 우주의 무한한 가치에 대한 혜택을 좀 더 많이 누릴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윤영빈 교수(기계항공공학부)

1985년 서울대학교 항공공학과를 졸업한 후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 미국 미시간대학교에서 항공우주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6년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로 임용되어 현재 우주항공전공의 추진분야 연구를 담당하고 있으며, 액체로켓엔진 관련 핵심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차세대우주추진연구센터’의 센터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