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학이란

 나는 민속학자이자 문화인류학자로서 민속 현상을 연구하여 문화의 보편성이나 특수성을 설명하고, 인간과 문화의 상관관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 민속학이라는 학문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대학교에 입학하기도 전부터의 일이다. 미신이나 폐습이라는 거친 이름 하에 마구잡이로 민속이 버려지는 것이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한 것에서 민속학에 대한 애정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민속학을 제대로 알지 못하여 민속학을 제대로 공부하는 방법을 알아내는 데에 많은 시간을 허비하기도 하였다. 민속학과 문화인류학을 공부하기 위하여 독일 유학을 간 뒤부터, 민속학을 제대로 공부할 수 있었다. 이 글에서는 짧지만 민속학 일반에 대해 개괄적으로 알아보고자 한다.   

민속학의 연구 대상과 방법론

 학문의 연구 대상이나 연구 방법론 차원에서 검토해 보면 민속학은 광의의 인류학 계열 학문이다. 인류학에 문화인류학과 생물인류학이 포함되는데, 문화인류학에 민속학이 포함된다. 하지만 민속학을 독립시켜 존재시켜도 큰 문제는 없다. 민속학이 자국 서민 문화를 주로 연구하기 때문에 ‘자국 문화를 연구하는 문화인류학’으로 정의되기도 한다. 한편 영미 계통의 민속학처럼 구비문학으로 좁게 정의할 경우 국문학에 포함될 수도 있다. 따라서 민속학과가 설치되지 않은 경우에 민속학자는 국문학과에 속하거나 고고인류학, 문화인류학, 인류학 등 인류학 계열의 학과에 소속되는 경우가 많다.           

 

 민속(民俗)은 영어 folklore를 일본에서 번역한 개념이다. folklore라는 개념은 영국의 민속학자 윌리암 톰스 (William J. Thoms, 1803-85)가 민간구습(popular antiquities)이나 민간문예(popular literature)를 총칭하는 말로 1846년에 주간지 (1846.8.22., No. 982)에서 처음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folklore라는 말은 사람을 뜻하는 folk와 전승된 지식을 뜻하는 lore를 결합시킨 말로서 Thoms가 고안했지만 1787년에 독일에서 고안된 Volkskunde에 착안한 것으로 보인다.

 

 톰스는 folklore라는 용어를 민간에 전해지는 전통적인 신앙과 전설, 풍속, 생활양식, 관습, 종교의례, 미신, 민요, 속담 등을 포괄하는 말로 사용할 것을 제안하였다. 이 제안은 영국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프랑스, 스페인, 러시아 등에서 수용되었다. folklore는 연구대상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학문 그 자체를 의미하는 용어로도 상당기간 사용되었다. 하지만 현재에는 folklloristics가 민속학을 지칭하는 영어 이름으로 좀 더 널리 사용되고 있다. 

 

 민속학을 자구대로 정의하자면 민속(民俗), 즉 사람들의 풍속 혹은 관습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의에 만족하는 현대 민속학자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좀 더 현대적인 감각을 살려서 민속학을 정의한다면 민속학은 사람들과 그들의 민속 문화, 즉 일상 생활 방식과 표현 상징 체계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민속 문화는 문화의 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데, 특히 행위나 물질, 언어를 통해 전승된 문화를 의미한다. 문화의 전승성, 공동체성 등을 포함하는 민속성을 지닌 문화가 민속 문화이며, 이에 대하여 민속학자들은 관심을 가진다. 

 

 민속학의 중요한 자료 수집 방법으로 참여관찰이나 면담에 기초한 현지조사 방법과 문헌이나 그림, 대중매체, 영상, 사진, 인터넷 자료를 통한 연구법이 있다. 중요한 분석 방법으로는 시간 축을 중시하는 역사적 연구와 공시대적 비교를 통한 연구가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민속학에서도 설문지를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를 통계학에 기반하여 해석하고 설명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민속 문화에 대한 접근으로 가장 용이한 방법은 연구자가 직접 현지에 가서 조사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민속학자들이 지금까지도 전 세계적으로 가장 애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18세기 후반이나 19세기 초반의 민속학자들부터 사용한 이 방법은 그림 형제나 릴 등에 의해서 체계화되었다. 한국의 초창기 민속학자였던 송석하나 손진태도 이 방법을 즐겨 사용하였다. 민속 자료는 일반적으로 국가의 통계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구조화된 형태로 존재하지 않는 편이다. 따라서 연구자가 스스로 자료를 수집하고 유형화하는 데에 시간을 쏟을 수밖에 없다. 

  

 민속학은 현재에 대한 현지조사를 통하여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 분석하는 학문임과 동시에 사람들이 생산해 낸 자료에 대한 해석에 기초하여 민속 연구를 수행하는 학문이다. 따라서 텍스트를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자료에 대한 비판적 해석 방법을 가지고 있다. 텍스트에는 전통 엘리트들에 의해 만들어진 다양한 형태의 민속지나 여행기, 관청이나 사찰 등에서 발행한 각종 문서, 소설류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형태의 자료는 이용 전에 자료 생산 과정에 대한 비판적인 검토가 필수적이다. 최근 들어서서 물질이나 동영상이나 사진, 그림, 인터넷 자료도 중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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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고령의 두룸(목이 짧은 옹기병). 여성이 시집 올 때 가지고 와서 일생을 함께 한다. ⓒ강정원 교수

민속학의 기여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민속학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민속학에서는 여전히 과거로 사라지는 민속을 수집하는 데에 여전히 관심을 가진다. 하지만 동시에 내가 이끌고 있는 서울민속학회에서 주창하는 것처럼 현대와 도시, 민속의 관계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진다. 모든 인간은 호모 폴크로리쿠스(Homo Folkloricus), 즉 민속인이기 때문에 현대 도시 사회에서도 민속은 전승되며 새롭게 생성된다. 민속은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기술 발전에 기반한 현대성을 친숙하게 만들어내는 중요한 기능을 하기 때문에, 현대 사회의 익명성이나 비인간성을 극복하는 데에 민속학이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민속학은 곰팡내나는 과거를 수집하여 현재에서 재조명하고 이를 통해 미래를 예측한다. 

  

 민속학은 또한 실용적인 학문이기도 하다. 민속학을 공부하여 각종 민속 박물관의 학예사가 될 수도 있고, 문화 관련 공무원이 될 수도 있다. 각종 축제를 기획하는 전문가가 될 수도 있으며 언론 매체에도 종사할 수 있다. 민속학자가 되어 교수로 활동할 수 있는 길도 있다. 

강정원 교수(인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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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민속과 물질 민속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한국, 시베리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 지역에 관한 연구를 수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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