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주간지 시사인에서는 ‘최저임금으로 한 달 살기’라는 기획 기사를 실었다. 기자들이 직접 한 달 간 최저임금으로 생활한 내용을 기사로 쓴 것이었다. 기사는 지면과 홈페이지와 별도의 사이트에도 게재되었다. 기사를 텍스트와 이미지뿐 아니라 영상과 인포그래픽 등 다양한 매체로 접할 수 있는 사이트였다. 특히, 이 사이트에서는 기사와 같은 제목의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었다. 게임은 시사인의 체험 기사에 기반한 것으로, 남녀 등장인물 중 한 명을 선택해 최저임금을 받으며 생활한다. 정해진 예산 속에서 적자가 나지 않으면서도 삶의 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플레이 해야한다.

▲ <시사인>이 기획한 ‘최저임금으로 한 달 살기’ 게임 화면.
이와 같이 오락이 목적이 아니라, 보도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게임을 ‘뉴스게임’이라고 한다. 오락이 아닌 기능성이나 메시지 전달에 목적을 둔 시리어스 게임의 하위장르라고 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이번 시사인의 기사가 최초의 시도지만 해외에서는 이전부터 뉴스게임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와이어드(Wired)>의 2009년 기획기사 “Cutthroat Capitalism”을 들 수 있다. 이 기획 기사는 소말리아 해적이 발생하는 이유를 경제적 이득의 관점에서 설명했는데, 기사와 함께 소말리아 해적의 입장에서 인질을 납치하고 협상금을 얻어내는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 <알 자지라>에서도 2014년 “Pirate Fishing”이라는 뉴스게임을 냈다. 주인공은 저널리스트가 되어 불법 어업에 대한 탐사보도를 준비한다. 동명의 다큐멘터리 영상을 보고 정보를 수집해 선택지를 골라나가는 방식이다.
언론이 뉴스게임을 시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매체의 이용 방식이 달라진 요즘 세대의 주목을 받기 위해서이다. 신문에서 십자말풀이나 스도쿠를 싣는 것처럼, 젊은 세대가 관심을 가질 만한 오락을 이용하는 것이다. 게다가 기사의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보도하고자 하는 내용의 주목도를 함께 올릴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최저임금으로 한 달 살기> 사이트 역시 공개 직후 트래픽 초과로 홈페이지가 다운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게임만이 전달할 수 있는 설득 방식이 있다는 점이다. 게임을 만드는 핵심 요소는 게임을 진행할 수 있게 하는 메커니즘이다. 게임은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결과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변수들이 작동하는 방식을 알려주고 플레이어의 선택을 통해 결과로 나아가도록 한다. 플레이어는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말하고자 하는 바를 경험할 수 있다. 게임학자 이안 보고스트가 ‘절차적 수사법(procedural rhetoric)’이라고 명명한 방식이
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으로 한 달 살기’ 기사는 기자가 경험한 생활의 묘사를 통해 현재의 최저임금 제도에 문제가 있음을 설득한다. 이것이 게임이 되면 독자는 능동적인 플레이어가 되어 최저임금이라는 한정된 자원 속에서 스스로 선택을 통해 삶의 질을 지키려 한다. 그리고 어떤 선택을 해도 현재의 제도 안에서는 적자를 면하며 삶의 질까지 챙길 수 없다는 점을 느끼게 된다.
시사인의 ‘최저임금으로 한 달 살기’ 기사는 게임을 단순한 오락 매체가 아닌 하나의 설득적인 보도 매체로서 활용하는 실험적인 시도를 했다. 종이 매체는 물론 방송의 비중도 줄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은 인터넷과 SNS 중심의 미디어 환경에 적합한 보도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뉴스게임은 이런 미디어 환경에 적합한 매체일뿐 아니라, 독자를 능동적으로 참여시켜 과정을 경험하는 방식으로 설득하는 매체라는 점에서 의미있는 보도 방식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다.
김현성 (언론정보학과 석사 과정)

학부에서 언론정보학과 연합전공 정보문화학을 전공.
졸업 후 일 년 간 게임기획자로 일하다 퇴사 후 언론정보학과 대학원에 진학했다.
얼마 전에도 ‘이제 그런 거(게임) 그만 할 나이 되지 않았냐’는 말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