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내겐 너무 어려운 영어

 

 

[내레이션]

서울대의 한 강의실. 영어강의가 한창 진행 중이다. 수업이 영어로 이뤄지지만 다들 잘 알아듣는 것 같다. 정말로 다들, 영어로 하는 공부가 익숙한 걸까?

 

대학에서의 공부는 생각보다 높은 영어실력을 필요로 한다. 졸업 요건에 영어강의 수강이 포함된 것은 물론, 영어 원서로 수업이 이뤄지는 경우도 많다.

 

<서울대저널>은 200명의 학부생들에게 ‘영어를 기반으로 한 학업 수행 경험’에 대해 물었다. 조사 결과, 절반가량의 학생들이 영어로 인해 학업에 어려움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남동욱 생명과학부 09]

지방에서 일반 인문계 출신이다 보니까, 수능 영어 외국어영역 정도로 영어를 공부하다가, 올라와서 이제 공부 자체를, 원서로 엄청 많은 양을 영어로 읽어야 되니까 우선…

 

[정효영 정치외교학부 정치학전공 12]

정치랑 외교가 되게 영어 리딩이 많기로 악명이 높은 곳인데, 현대의 논문 같은 건 차라리 괜찮은데 고전을 읽는다거나 하면, 그런 건 심지어 현대의 영어도 아니기 때문에…

 

[남동욱 생명과학부 09]

발표를 하고 싶은데 영어로 말이 정리가 안돼서 말하기 힘들었던 경우도 많았던 것 같아요. 시험을 칠 때도 내 머릿속에 있는 걸 답안은 쓸 수 있겠는데 문법적인 표현 같은 것에 한계가 있다든가.

 

[내레이션]

영어에 대해 겪는 어려움은 전공 이해에 대한 어려움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한을 화학생물공학부 14]

중간 중간에 놓치는 부분이 생기거든요. 그렇게 부분, 부분 이해를 못하는 경우가 생기면 아예 강의 전체에 대한 이해도가 좀 떨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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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고등학교에서 배운 영어만으로 대학 공부를 하기엔 무리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학에서 쓰이는 영어와 고등학교에서 배운 영어의 수준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학에서의 영어교육은 그러한 간극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을까?

 

대학영어는 학부 교육과정에 포함된 유일한 영어교육 과목이다. 학문적 환경에서 요구되는 영어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은 이 수업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다.

 

하지만 조사 결과, 대학영어에서 배운 것을 실제 학업에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느끼는 학생들이 많았다. 대학영어 수업의 ‘내용’과 ‘수준’이 학업에 필요한 영어와 다르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학교 측은 학생들의 어려움에 공감하지만, 대학영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면 고려할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박용예 대학영어 주임교수]

전공이나 그런 학술 목적의 영어를 위해서는 결국 어느 정도 (학생들의) 유창성이 갖춰져야 도입이 될 수 있거든요. 그럼 우리가 ‘어느 단계까지 어느 부분에 있어서의 학술 목적 영어를 구현할 것이냐’ 하는 것이 사실 요즘에 저희가 많이 고민하고 있는 문제입니다.

 

[내레이션]

학내 영어 사용 환경을 조사했던 영어교육과 이병민 교수는 서울대의 영어교육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이병민 영어교육과 교수]

대학 정도에 오면 내 필요에 맞는 영어가 뭐냐 했을 때, 내가 공부하는 분야, 내 전공 분야에서 생존이 가능하면 되는 거예요. 그래서 이과생들이 매일 읽어야 되는 내용과 영어가 따로 있고, 학생들 전공에 따라서 조금은 영어의 어휘나 글이 다 달라지거든요. 그런 부분에서는 제안한다면 대학영어라든지 학부에서도 영어가 그렇게 전문화 될 필요가 있다…

 

[내레이션]

한편, 학교는 영어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해 몇 가지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대학영어 글쓰기 교실’은 1:1 글쓰기 상담과 글쓰기 워크숍을 운영하며, 일부 단과대는 언어교육원 수강료를 지원한다.

 

그러나 적절한 홍보와 유인이 이뤄지고 있는지 검토가 필요하다.

 

[박용예 대학영어 주임교수]

안타깝게도 학부생들이 매우 바쁘고, 또 이런 것에까지 신경을 쓰기가 좀 어렵다 보니 주로 사실 신청을 해서 오는 건 이공계 대학원생들이에요.

 

[임정인 대학영어 글쓰기교실 주임교수]

일반 상담자들 같은 경우에도 오픈을 해서 받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제일 많은 부분을 커버하는 게 대학영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거든요.

 

Q. 일반 학생들은 전체 이용자의 몇 퍼센트를 차지하나?

대학영어 수강생의 10%가 약간 넘을 것 같은데요.

 

[내레이션]

수준 높은 영어실력을 요구하는 학교. ‘세계를 선도한다’는 화려한 구호 뒤에는 영어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이 있다. 이제는 보다 적극적인, 대학 차원의 영어교육 지원이 필요하다.

 

 

PD/박나연(ape094@snu.ac.kr)

내레이션/선창희

 

제작 서울대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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