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민희 기자
10월 31일,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를 위한 ‘역사 교과서 국정화 철회 10·31 대학생 대회’가 열렸다. 이날 서울권역 30여개 대학과 단체에서 모인 1,000여 명의 대학생은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규탄했다. 오후 2시에 동·북부, 서부, 남부 권역별로 서울 각지에모인 참가자들은 청계광장까지 행진했고, 4시부터는 청계광장에서 집회를 했다. 이날 집회에선 각 단위 대표를 비롯한 참가 학생들의 연설과 결의문 낭독이 있었고, 각종 단체의 영상 상영 및 노래와 춤 공연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파도타기를 하고 구호를 외치며 뜨거운 열기를 보여줬다.

▲주무열 총학생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한민희 기자
참가자들은 “국정화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역사교육 획일화를 거부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교과서 국정화가 시대에 역행하는 독재적인 시도라고 비판했다. 서재우 고려대 총학생회장은 교과서 국정화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행위”이며, “시대에 역행하는 사고방식”이라고 지적했다.
대학생들의 역할과 참여를 강조하는 목소리도 컸다. 손솔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은 “오늘까지의 모든 일은 대학생이 있어 할 수 있었다”며 대학생의 참여를 독려했다. 조항윤(수학교육 14) 씨는 “사범대 학생으로서 이런 중요한 문제에 눈을 돌릴 수 없어” 집회에 참가했으며, “많은 대학생이 모여 잘못된 흐름을 바로잡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윤재학 씨가 집회 참가자들을 응원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한민희 기자
시민들은 참가자들에 동조하며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윤재학(69) 씨는 대학생들을 응원하는 피켓을 들고 대학생들을 격려했다. 윤 씨는 “국정화 시도는 민족사적 낭비”라면서, 그럼에도 “이런 대학생들이 있는 한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범국민 촛불대회에 참가한 대학생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민희 기자
대학생대회는 오후 5시 30분까지 이어졌으며, 대부분은 그 후에도 자리를 지키고 오후 6시부터 열린 ‘범국민 촛불대회’에 참가했다. 촛불대회에도 참가한 윤서용(미학 14) 씨는 “조선시대에도 왕이 역사 서술에 관여하지 못했는데 21세기에 대통령이 역사 서술을 마음대로 바꾸려는 시도는 시대착오적인 것”이라 지적하고 “많은 대학생이 참가해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9시 20분까지 이어진 촛불대회와 행진에서도 많은 학생들이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주무열(물리·천문 04)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이날 집회가 “특정한 단체를 중심으로 기획된 것이 아니라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모인 것이고, 그렇기에 많은 학생이 모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범국민 촛불대회에 참석한 서울대 학생들 ⓒ정민주 기자
대학가를 중심으로 시민들 사이에서 한국사교과서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는 가운데, 교육부의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 고시가 11월 5일로 예정되면서 이를 둘러싼 갈등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