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서울대 식구입니다

인포그래픽으로 보는 서울대 비정규직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는 관악산 기슭에 위치한 거대한 마을이다. 총 부지는 약 4,100,000㎡에 달하는데, 이는 잠실종합운동장의 10배 크기다. 이곳은 모두 233개 건물의 부지이고, 3만명을 훨씬 넘는 인구가 살아가는 터전이다. 그리고 여기,“ 우리도 서울대 식구”라고 생각하며 학교를 청소하고 보수하며, 관리하는 사람들이 있다. 서울대학교 직원들이다. 하지만 전체 직원의 70%를 차지하는 서울대 비정규직원들은 구성원 대접은커녕 푸대접을 받고 있다. 지난 6월, 서울대 미술관에서 근무하던 박수정씨가 비정규직 차별시정을 신청한 일이 주목 받은 이후로 서울대 내부에 곪아있던 비정규직 문제와 노동자들의 쌓인 불만이 분출됐다. <서울대저널>은 서울대 비정규직 문제의 전반을 더 자세히 살펴보기위해 노동자 고용 현황과 노동조합 조직 구조, 그리고 복지 수준차이와 더불어 구체적인 차별 사례를 알아봤다.

 

표 서울대 직원 구성 현황.PNG

비정규직 인포그래픽.PNG

  매년 서울대학교가 작성하는 통계연보에는 각 기관별 직원현황이 제시돼있다. 2014년도 통계연보에 따르면 서울대에는 1,047명의 직원이 있다. 하지만 이 직원들은 모두 정규직인 법인직원들로, 비정규직 직원들은 통계연보에 포함되지 않는다. 비정규직 규모를 파악한 학교 측의 공식 자료는 없지만, 서울대학반노동조합 서울대학교 기계·전기분회(기전노조)에서 올해 본부에 제출한 “서울대 용역 비정규직 정규직화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대 직원은 총 3,376명으로 이중 2,319명이 비정규직이다. 서울대 직원의 약 70%에 해당하는 비정규직은 다시 용역 등 다양한 형태로 나뉜다.

용역직은“ 을보다도 못한 병”

  용역직은 용역업체에 직접 고용돼있으면서 서울대학교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용역직들은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용역직들은 직접 고용된 용역업체에서도 기간제 비정규직이고 간접 고용된 서울대학교에서도 기간제 비정규직이다. 그래서 이를 두고 용역직들은 스스로가“ 을보다도 못한 병”이라고 한다. 직장도 업무도 바뀌지 않지만 용역업체가 계속해서 교체되며간접고용직들은 매년 재계약을 반복한다. 서울대 용역직과 같은 상시사용근로자들은 사실상 계속적으로 일하기 때문에 용역업체 교체와 재계약을 굳이 거쳐야 할 필요가 없다. 그렇지만 사용자인 서울대가 노무부담을 줄이기 위해 간접고용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간접고용은 사용자에겐 노무부담이 없어 편리한 고용방식일지 모르지만 용역직들은 계약 만료 기간이 다가오면 마음을 졸여야 한다.

  게다가 용역직은 다음과 같이 대학교 시설 이용 제한을 받는다.

서울대 내 시설 이용 제한.PNG

  하지만 기계·전기 노동자들에겐 대학교 내 시설 이용에서 제한을 받는 것보다 더 괴로운 것이 있다. 심각하게 열악한 사무환경이다. 지하 기계실과 전기실은 발전기 바로 옆에 위치해 고압전류가 흐르고 소음이 심하다. 서울대학교 기전노조 관계자는 “거의 모든 사무집기들은 학교 측의 폐기비품을 재활용해 사용하고 있다”며“ 거의 30년 이상이 된 것들”이라고 말했다. 샤워실은 노후 정도가 심해 노출된 파이프에서 녹이 흐른 자국이 선명하다. 그런데도 신축건물 설계 시 학내노동자의 공간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들의 큰 불만이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서울대에서 볕이 들지 않는 지하로 내몰렸듯이 그들은 학교 밖에서도 쉽게 외면받고 포기를 강요받는다. 기계·전기 노동자 김 모 씨는 소개팅을 나간 적이 있다. 상대 여성이“ 서울대에 근무하신다고 들었다”며“ 좋은 데에 근무하니 급여도 괜찮지 않느냐”고 묻자 김 모 씨는 용역회사 직원임을 숨기며“ 그냥 얼마 받는다”고 답했다. 그에게 돌아온 것은 그녀의 실망한 눈빛과 “그걸 받고 어떻게 생활하냐”는 답변이었다. 이를 계기로 김 모 씨는 스스로에게 연애도 결혼도 하지 않겠노라고 선언했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그들이 ‘삼포세대의 원조’라고 주장한다.

서울대에만 있는 자체직원

  ‘자체직원’이라는 신분은 오직 서울대에만 존재한다. 총장으로부터 인사권을 위임 받은 서울대 산하 기관이 자체적으로 고용한 직원이라는 뜻이다. 자체직원은 두 가지 기준으로 분류할수 있다. 먼저 근로기간이 정해져 있는지를 기준으로 기간제 계약직(기간제)과 무기 계약직(무기직)으로 나눌 수 있다. 대학노조에 의하면 무기직은 450여 명에 이르고 기간제 계약직은 1000명이 넘는다. 서울대에서 일하는 전체 직원의 절반가량이다.

  이들은 보수규정이 없어 연봉 협상을 하는 매해 12월이 되면 기관장의 눈치를 봐야 한다. 또 계약서상‘ 별도의 퇴직금은 없으며 연간인건비에 포함된 것으로 한다’는 문구로 퇴직금도 받지 못한다. 올해 초 계약직 직원 한 명이 퇴사를 하며 퇴직금을 요청했으나 거절을 당해 노동부에 진정한 일도 있었다. 그는 결국 퇴직금을 지급받았지만, 그의 동료들 역시 퇴직금을 받기 위해서는 매번 노동부에 진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무 강도와 보수의 불일치

  자체직원과 법인직원의 업무가 크게 다를까? 서울대에서 17년 간 무기직 자체직원으로 근무한 박 모 씨는“ 각 기관별로 채용했다고 해서 각 기관에서 독립된 자체적인 업무만을 하는 것이 아니다. 학교(본부)측에서 요구하는 업무를 서울대 내의 다른 대학과 연구소 등 산하기관에서 동일하게 수행하고 있다”고 말한다. 서울대에서 근무를 한다면 총장발령 직원이냐 아니냐 또는 비정규직이냐 법인직원이냐에 따라 업무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어느 기관에서 어떤 부서에 속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그렇지만 자체직원은 법인직원의 초봉보다 적은 액수의 월급을 받고 많은 부분에서 복지 수준의 격차가 심하다. 원래 계약된 업무보다 더 많은 업무를 맡거나, 심지어 법인 직원들의 업무를 대신 수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실태는 서류에는 드러나지 않는다. 기간제 계약직 강 모 씨는“ 내가 담당한 일을 직무조사에는 정규직 직원이 하고 있는 것으로 (정규직직원들의 업무를) 부풀렸다. 또 업무 강도는‘ 중’ 이하로 표기하도록 강요받았다”고 고백했다.

  업무량이 많아 야근을 하게 되더라도 초과근무수당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기관마다 자체직원에게 초과근무수당, 연차수당, 명절휴가비를 다르게 지급하고 아예 지급하지 않는 곳도많다. 급여가 적으면 비정규직 경력이라도 인정되면 좋겠지만 비정규직에서 조교로 전환될 경우에 비정규직 경력은 인정받지못한다. 10년 간 한 기관에서 일한 계약직 이 모 씨는 조교로 직책이 전환된 후에 이 사실을 알게 되고 경악했다. 현재 그는 새내기 직원과 비슷한 급여를 받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규직은 서울대 언어교육원 교육비와 사설학원비를 지원받는 반면 비정규직은 지원받지 못한다. 또한 법인직원과 서울대 산학협력단 자체직원, 그리고 생활협동조합원자체직원 외의 비정규직은 서울대 내부에서 운영되는 어린이집에 자녀를 입소시킬 수 없다. 무기직 자체직원 이 모 씨는“ 우리대에서 차별이 끝나야한다”며“ 왜 자식에게까지 불이익이 이어져야 하느냐”고 가슴아파했다. 자체직원은 의료비 지원도 받지못한다. 반면 법인직원은 부모, 배우자, 자녀, 손자까지 학교가 지원하는 진료비 혜택을 받는다.

차별, 폭언에도 호소할 곳 없어

  업무와는 관계 없는 법인 직원의 잔심부름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무기직 자체직원 서 모 씨는 행정실장의 은행업무와 간식심부름을 해야 했다. 기간제 계약직 황 모 씨는 법인직원 손님접대와 문서 스캔 심부름을 해야 했다. 한 번은 그가 잠시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 법인 직원이 마치 큰 일이 난 것처럼 그의 이름을 부르며 사무실을 돌아다니고 그에게 전화도 걸었다. 그가 사무실로 돌아와 보니 그 법인직원은 그에게 스캔을 부탁하고자 그를 다급히 찾았던 것이었다. 황 모 씨에 의하면 법인직원 자리에는 스캐너가 있지만‘ 스캐너 사용법이 어렵다’며 계속 그에게 스캔을 지시했다.

  그렇지만 공식적으로 맡은 업무 외에 떠맡는 일이 있어도 고용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지 못한다. 계약 연장이 상급자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싫어도 참지 않고 티를 내면 험한 말을 듣는다. 내년이면 18년 근속인 무기직 자체직원 정 모 씨는 오래 전에 연구소에 깊이 관여하던 교수로부터 ‘정00 씨가 내 와이프였으면 재떨이가 날아갔을 거야!’라는 폭언을 들었다.태도가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였다. 그 교수는 지금 그의 기관장이다.

  위법 소지가 있는 문제들도 있다. 올해 6월, 국제대학원 계약직원 정서영 씨는 무기직 전환을 두 달 앞두고 행정실로부터‘ 근로계약기간 만료 알림’을 받았다. 하지만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추진지침(2012.1) 및 보완지침(2013.4)에 따르면 ‘연중 계속되는 업무로서 과거 2년 이상 계속되어 왔고 향후에도 계속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업무’를 맡고 있는 계약직은 무기직으로 전환해야한다. 학교가 이를 준수했다면 무기직 전환이 됐어야 했다. 정 씨는 계약 만료를‘ 해고’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안타깝게도 정 씨와 같이 무기직 전환 회피를 당하는 일은 흔하다. 기간제 계약직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무기직 전환을 회피당한다. 2년마다 다른 기관 계약직으로 전환되거나 초단시간근로자로 전환되기도 한다.

  차이가 차별로 이어지면 안 된다. 비정규직과 정규직 사이에 근로기준법 위반부터 인격 모독까지 온갖 차별이 존재한다. 다른 어느 것 보다 학교 측의 문제 개선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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