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복잡하거나 마음이 심란할 때 우리는 흔히 말이나 글을 통해 이를 해소한다. 친구를 붙잡고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에 대해 대화를 나누거나, 홀로 책상 앞에 앉아 일기를 끄적이다 보면 복잡했던 생각이나 마음이 말끔하게 정리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 외에도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이 또 하나 있다. 바로 ‘그림그리기’다. ‘기울이기’는 그림을 통해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표현하고, 더 나아가 소통하는 활동을 하는 소모임이다. ‘기울이기’의 대표인 최가영(동양화과 석사과정) 씨는 “대학원에 진학한 후 그림이 지니는 가치를 새롭게 깨달았다”며 이 활동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림이라는 게 자신의 이야기를 담는 것이기 때문에 그림을 설명하려면 필연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된다”고 운을 뗐다. 대학원 수업에서 최가영 씨는 처음 만난 사람들이 자신이 그린 그림을 서로에게 설명하는 것을 보며 “어떻게 친하지도 않은 사람에게 본인의 치부일 수도 있는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한편, 그 무렵 그녀는 주변에 외로운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안타까운 선택을 한 친구도 있었고, 온라인이나 전해들은 이야기를 통해 주변의 마음 아픈 소식을 접했다.) 최 씨는 “대단한 도움을 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는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다”며 당시 본인이 느꼈던 안타까움을 설명했다. 이런 계기들이 합쳐져 ‘기울이기’라는 모임을 처음 기획하게 됐다. 기울이기에서는 주로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이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연습을 한다. 최가영 씨는 “그림에는 다양한 가치가 있겠지만, 기울이기에서는 자아성찰과 표현, 소통의 세 가지 가치에 중점을 둬 활동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그림도 말이나 글과 같이 또 하나의 표현수단이 된다는 것을 느끼게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는 거울을 보지 않고 자화상 그리기, 감정 제비뽑기 등의 활동을 예로 들 수 있다. 거울을 보지 않고 자화상을 그리면 필연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담은 ‘내면의 자화상’을 그리게 된다. 감정 제비뽑기란 ‘기쁨’, ‘슬픔’과 같은 단어를 두고 여러 명이 각자 그림을 그려 공유하는 활동으로, 서로 인지하고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기 위한 활동이다. 이렇게 진행된 ‘기울이기’ 1기는 마무리 전시회를 끝으로 성황리에 끝마쳤다. 한 학기 활동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2기 활동에 들어간 데에 대해 최가영 씨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도와주신 덕분”이라며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모임의 취지에 공감한 지도 교수와 미대 학장이 심적, 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미대 친구들도 여러 도움을 보탰다. 하지만 최 씨는 “그래도 끝까지 적극적으로 활동해준 기울이기 1기 멤버들에게 가장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해 최 씨는 “기울이기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단 한명이라도 있다면 계속 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에게는 두 개의 꿈이 있다”며 “동양화 작가로서의 꿈이 있듯이 다른 한편으로 ‘기울이기’ 또한 내 평생의 꿈이다”고 말하는 최 씨의 표정이 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