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구역 낯선 셔틀버스는 어디서 왔을까

‘값싼 노동력’을 써서 이룬 셔틀버스 비용 절감

  1월 18일 전세버스노동조합 제로쿨투어지부 故 신형식 지부장이 사측의 노조 탄압에 저항하며 분신했다. ‘제로쿨투어’는 작년 2학기 서울대입구 셔틀버스 운행 일부를 담당했던 전세버스 업체다. 신 씨의 죽음으로 학생들도 본부의 전세버스 이용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했다. 교내 온라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서는 김윤혜(철학 13)씨가 신 씨의 죽음에 대해 쓴 글이 발단이 돼 교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모임이 조직되기도 했다. <서울대저널>은 본부의 전세버스 도입 배경과 그 뒤에 숨은 문제들을 짚어봤다.

 낯선 셔틀버스의 등장

  전세버스는 캠퍼스관리과가 셔틀버스 운행에 전세버스 용역 이용을 확대하면서 서울대입구역에 등장했다. 기존에도 캠퍼스관리과는 낙성대~신공학관 노선과 관악~연건 노선 일부를 전세버스 업체에 맡겨왔다. 캠퍼스관리과 이재천 담당관에 따르면 본부는 비용 절감을 위해 점차 외부 용역이 담당하는 셔틀버스 운행 비중을 늘릴 계획이다. 이 씨는 “현재 본부는 셔틀버스 운영을 위한 안정적 예산확보가 어려운데 용역 계약을 체결하면 인건비, 차량구입비, 유지관리비 등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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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부 용역을 확대함에 따라 자체 셔틀버스와 셔틀버스 기사 규모는 차츰 감소할 전망이다. 작년 서울대학교가 운행한 셔틀버스는 모두 24대였지만 올해 2대의 셔틀버스가 노후화로 폐기된다. 신규 구입 계획은 불투명하다. 현재 자체 셔틀을 몰거나 정비하는 차량계 직원들은 법인직, 무기계약직, 계약직으로 나뉜다. 16명의 법인직과 8명의 무기계약직 직원들은 외주화와 관계없이 정년이 보장된다. 하지만 본부는 6명이었던 계약직 셔틀버스 기사를 올해는 3명만 채용하면서 자체 셔틀버스 기사 수는 줄어든다.

  2015년 2학기 캠퍼스관리과는 낙성대역에 ‘더모아투어’의 전세버스 7대를, 서울대입구역에 ‘제로쿨투어’ 전세버스 4대를 계약해 투입했다. 전세버스는 08시 30분부터 11시까지 학생들의 통학 시간에만 배치됐다.

  2016년에도 전세버스 업체가 셔틀버스 업무 일부를 맡게 된다. 낙성대역에 6대, 서울대입구역에 4대, 대학동에 신규 전세버스가 3대, 총 13대 규모의 전세버스 계약이 체결됐다. 올해는 세 노선 모두 더모아투어가 임차버스 용역을 제공한다. 회사 소속 버스와 기사가 계약된 시간에만 운행을 해주는 방식이다. 낙성대역과 서울대입구역은 작년과 같이 오전 8시 30분부터 11시까지만 전세버스가 투입되지만, 대학동의 경우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전세버스가 투입된다. 운행 시간 면에서 전세버스의 비중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전세버스 투입을 늘려 셔틀버스 수와 계약직 인원이 줄어들더라도 배차 간격은 동일하게 유지한다는 것이 본부의 계획이다.

  외부 용역을 통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본부의 입장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본부는 작년 4차례 자체 셔틀버스 구입을 위한 입찰을 진행했지만 모두 유찰됐다. 본부의 추산보다 자체 셔틀 구매비용이 비싸다는 뜻이다. 이에 비해 전세버스 입찰은 배정된 예산보다 낮은 가격에 낙찰됐다.

  직접 고용된 기존 셔틀버스 기사들은 아직까지 전세버스 운행에 큰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무기계약직 셔틀버스 기사 정진석 씨는 “작년 전세버스 운행은 안전이나 원활한 운행 측면에서큰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대학교 총학생회는 노조탄압 사실이 밝혀진 제로쿨투어에 대해 불매운동을 검토했지만 제로쿨투어가 입찰하지 않으면서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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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서울대학교 정문에는 더 많은 전세버스들이 드나들게 된다.

ⓒ김대현 사진기자 

  저렴한 전세 뒤에 숨은 열악한 노동조건

  그렇다면 서울대학교 본부의 전세버스 사용에는 문제가 없는 것일까. 신 씨의 죽음은 특정 회사의 극단적인 노조 탄압 결과지만, 대부분의 전세버스 기사들은 장시간 저임금 노동에 시달린다. 전세버스 용역이 자체 셔틀버스보다 저렴한 배경에는 전세버스 기사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있었다. 전세버스 노동자는 다른 운수 노동자보다 더 오래 일하고 더 적은 임금을 받는다.

  2015년 12월 기준 자동차노동조합연맹에서는 고속버스, 시내버스, 시외버스 기사의 평균월급을 각각 336만원, 322만원, 261만원으로 보는 데 반해 전세버스 기사 평균 월급을 약 166만원으로 추산했다. 부대비용도 문제다. 전세버스 기사들은 업무 특성상 관광지 등에서 밥을 먹는 경우가 많다. 차고지도 대중교통으로 갈 수 없는 외진 곳에 있는 경우가 많아 개인 차량을 이용해 출퇴근해야 한다. 하지만 식대와 승용차 유류비를 지원하는 회사는 드물다.

  근무시간 역시 길다. 한국교통연구원의 ‘전세버스 안전 강화 및 기능활성화 연구’(2011)에 따르면 성수기 일요일 전세버스 기사의 총 노동시간은 12.3시간에 달한다. 서울전세버스노조도 단체협약에서 새벽 6시부터 저녁 6시까지의 근무를 인정했다. 현실적으로 전세버스 기사의 최소 근무 시간이 그 정도라는 판단 때문이다. 아침 공장 셔틀버스 업무 등에 배치된 경우 새벽 5시부터 집을 나서는 경우도 많다. 전세버스 기사는 운행과 운행 사이에 대기 시간이 긴데 이 시간은 근무 시간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전세버스노동조합 윤춘석 위원장은 “전세버스노조에서 조사한 결과한 기사가 한 번에 22시간 30분을 밖에서 보낸 경우도 있었다”며 긴 노동시간의 현황에 대해 성토했다.

  등록제가 가져온 초과 공급

  전세버스 기사의 근무 여건이 이처럼 나빠진 것은 1993년 전세버스 사업이 면허제에서 등록제로 바뀌면서부터다. 10대가 넘는 버스, 일정한 크기의 차고지만 갖추면 누구나 전세버스 회사를 세울 수 있게 됐다. 이후 ‘지입차주’들과 ‘직영 기사’들 중 ‘지입차주’가 급증했다. 지입차주란 본인이 차를 구매해서 회사에 등록한 기사들이다. 전세버스는 법적으로 개인영업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지입차주는 회사에 ‘지입료’를 내고 회사에 등록한 후 영업한다. 영세사업자들은 이들을 받아들여 버스를 사지 않고 회사를 키울 수 있었다. 지입은 편법적인 개인 영업으로 불법이지만 묵인돼왔다. 실직자들은 빚을 내서라도 지입기사가 됐고 이들을 기반으로 영세사업체가 증가했다. 그 결과 전세버스 시장은 초과 공급 상태가 됐다.

  그러자 차량을 사지 않고 임금노동 형태로 고용된 직영 기사들의 처우도 나빠졌다. 회사는 노무비와 차량관리비가 부담스러워 직영기사 고용을 꺼린다. 현재 직영 기사의 임금은 최저시급에 건당 영업비의 10% 혹은 그 미만을 더해 받는 방식이다. 경쟁이 심해질수록 이들의 임금은 떨어진다.

  과잉 경쟁과 이에 따른 과로는 안전 문제로도 이어진다. 한국교통연구원에서 발표한 ‘전세버스 운송사업 규제합리화 방안 연구’(2013)에 따르면 전세버스의 대형사고 발생률은 시내버스의 10배, 시외버스의 2배에 달한다. 연구자들은 전세버스 기사들이 낮아진 요금을 벌충하기 위해 무리하게 운행하면서 큰 사고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지입과 직영이 혼재하는 상황에서는 노동환경 개선도 어렵다. 지입차주의 경우 근로기준법과 무관한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회사와 협상하기보다 영업력을 키우는 방식으로 활로를 찾는다. 직영 기사들이 합리적인 노동시간이나 임금을 요구하면 지입차주와의 경쟁에 서 이기지 못한다. 윤 위원장은 “근로기준법을 지키는 업장만 단가가 올라가입찰되지 않는다”며 노동환경 개선의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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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세버스노동조합 윤춘석 위원장 

ⓒ박나은 사진기자

  ‘최저가’를 찾기보다 공정한 임금을

  본부의 설명처럼 전세버스 이용은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비용 절감은 더 낮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를 이용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에 본부가 직접고용을 통해 더 나은 노동조건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합회 서울지역본부 박성우 노무사는 “노동자의 고용 안정이나 처우 개선을 위해서는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사용자가 그 노동력을 직접 구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접고용이 고용 안전과 처우 개선을 위한 확실한 방법이지만 서울대학교에서 이를 단기적으로 이뤄내긴 힘들어 보인다. 우선 이해당사자인 노동자들의 사정이 복잡하다. 본부에 직접 고용된 법인직 및 무기계약직 셔틀버스 기사들은 정년이 보장된 상태기 때문에 전세버스 도입에 따른 고용 불안정 문제가 없다. 6개월에서 1년마다 새롭게 채용되는 계약직은 소수에 불과해 이들에게 정규직 직접고용 쟁취 운동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전세버스 기사의 입장에서는 대학이 자체 셔틀버스를 확대하면 일감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전세버스 도입 자체를 비판하는 노동자의 목소리는 찾기 힘들다.

  박성우 노무사는 공공기관이나 그에 준하는 곳에 현행 최저입찰제가 아닌 공정조건 입찰제를 제안했다. 공정조건 입찰제는 노사 관계, 노동 환경 등을 고려해 계약 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전세버스 노동자의 전반적인 처우 개선을 위해서는 서울대학교의 조치보다도 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이 중요하다.

  우선 전세버스 사업장의 고질적인 과잉공급을 해소해야 한다. 국토교통부에서는 전세버스 과다 공급 문제를 해결하고자 2014년 12월부터 전세버스 신규등록을 막고, 지입차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전세버스노조는 정부가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춘석 전세버스노조 위원장은 “택시처럼 정부가 버스를 일부 사들여 수를 조절해야 한다”며 정부의 능동적인 수량 조절을 요구했다.

  기사의 건강과 승객의 안전을 위해 전세버스 기사의 비정상적인 노동 시간을 제한해야 할 필요도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에서는 특정 업무에 한해 주 12시간 이상 초과근무를 허용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운수업이다. 사용자와 노동자가 합의한다는 전제 하에 근무 시간에 제약이 없다. 일본의 경우 전세버스 기사에게 좀 더 탄력적이고 긴 근무를 허용하지만 적정한 상한선을 두고있다. 윤 위원장은 “중국만 가도 안전을위해 대기 기사가 있다”라며 “그만큼은 안 돼도 운전 시간에 제한을 둬야한다”고 말했다.

  전세버스 노동자들이 더 적게 받고, 더 오래 일했기 때문에 전세버스 용역은 저렴해졌다. 그 배경에는 전세버스 시장을 초과공급 상태로 만든 등록제가 있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전세버스 기사들의 근무 여건을 정상화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알면서도 거리낌 없이 전세버스 용역을 이용한다면 곧 부당한 현실에 동조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진리의 상아탑’인 대학마저 값싼 노동력만을 찾아나서는 현실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곳, ‘제로쿨투어’에서는 무슨 일이


  한 사람의 죽음 이후, 조용히 관악의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던 전세버스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故 신형식 지부장은 왜 분신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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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제로쿨투어’ 본사 정문. 방화문에 분신의 흔적이 남아 있다. ⓒ김대현 사진기자


  전세버스노동조합(전세버스노조) 제로쿨투어지부는 강원도 원주에서 신형식 씨를 지부장으로 선출하며 조직됐다. 노조 설립 직후부터 회사는 다양한 방식으로 노조원들을 협박했다. 설립 다음날 중간관리자 박 모 소장은 신 지부장을 불러 “내가 (노동조합을) 승인을 안 한다니까, 칼질한다니까” 등의 발언을 하며 노골적으로 노조 탄압의사를 밝혔다. 또 다른 직원과의 통화에서 박 소장이 기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노조 탈퇴를 강요한 사실도 드러났다.


  전세버스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노조의 교섭요구를 미루며 다양한 방식으로 노조원들을 압박했다. 노조 간부였던 A 씨는 이전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사소한 잘못으로 2개월 정직 징계를 받았다. 노조원 B 씨의 경우 평소 모범적인 근무태도에도 불구하고 재계약을 거부당했다. 윤춘석 전세버스노조 위원장은 “노조 탈퇴서를 제출해야 회사가 재계약을 해주기 때문에 재계약하고 다시 (노조에) 들어온 경우도 있다”며 노조 탄압이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제로쿨투어 대표가 앞장서서 노조를 거부한 정황도 있다. 박 모 제로쿨투어 대표는 기사들에게 회사, 상조회, 노사협의회, 노조 중 단체협약권을 부여할 곳을 선택하라며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박 대표는 투표 결과에 따라 노사협의회와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합회 서울지역본부 박성우 노무사는 “노사협의회는 노조처럼 단체교섭과 단체협약 체결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사용자와 협의를 할 수 있는 정도”라며 노사협의회가 노조를 대신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신 지부장이 분신한 1월 18일은 노사협의회 위원장이 선출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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