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을 맞이해 각 정당들은 앞다퉈 청년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지난 19대 총선에서 범람했던 청년공약의 체감 이행률이 높다고 할 수 없는 만큼, 청년 유권자들은 이번 총선 청년공약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새누리당에서는 만 45세, 더불어민주당은 만 39세, 정의당은 만 35세 이하를 청년으로 보고 있지만 ‘N포세대’, ‘수저계급론’으로 요약되는 청년들의 어려움은 정당마다 공유돼 있다.
<서울대저널>은 청년 정책에 있어 정당들의 공통적인 쟁점인 ‘일자리 공약’, ‘주거 공약’, ‘등록금 공약’을 살펴보기 위해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청년국, 정의당의 청년·학생위원회를 만났다. 청년국 결성이 늦어진 국민의당은 인터뷰 대신 공약집을 참고했다.

일자리 공약, 노선 따라 확연한 차이
새누리당의 청년일자리 공약은 ‘청년취업 교육과 기업환경개선을 통한 자연스러운 일자리 창출’로 요약된다. 이미 서울지역에서 실시되고 있는 ‘청년희망아카데미 전국 확대시행’의 경우가 전자에 해당한다. 실제 청년희망아카데미는 2016년 3월 16일 내부홍보자료에서 “80명을 취업지원했으며 85명의 맞춤형 인재양성 성과를 냈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이것이 신규 일자리를 창출해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새누리당은 보완적 공약으로 노동시장개혁과 벤처사업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자체의 증가를 내세웠다. 새누리당 청년국 박동석 팀장은 “다른 정당(더민주·정의당)의 청년고용할당제 확대 시행은 이미 어려운 기업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결국 노동 개혁을 통한 기업 환경 개선과 만성적인 저성장경제의 체질 개선이 장기적인 안목에서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달리 더불어민주당(더민주)과 정의당은 제도적 차원에서 일자리 수자체를 늘리는 공약을 내걸었다. 기업환경 개선의 낙수효과가 고용증진으로 이어질지 미지수이고, 청년실업의 원인을 세대갈등으로 보는 노동개혁에 문제가 많다는 것이 배경이다. 두 정당 모두 ▲기존 공공부문에만 적용되던 청년고용할당제 3% 확대 적용 ▲2020년까지 최저시급 1만원으로 인상 ▲비정규직을 포함한 청년 일자리의 질적 문제 해소를 이야기했다. 하지만 더민주는 3년간 한시적으로 청년고용할당제 3%를 민간 대기업에 확대 적용하고 공공부문에는 청년고용할당제를 5%로 상향 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정의당이 공공부문 및 민간기업에 청년고용할당제 5%를 지속적으로 적용시키겠다는 것과는 온도차를 보인다. 더민주 청년국은 “‘한시적’이라는 것은 2020년부터 우리나라 인구구조의 변화로 인해 청년실업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는 예측으로 생긴 현실적 대안”이라고 말했다. 양 정당이 공약에 제시한 신규 창출 일자리의 구체적 숫자는 청년고용할당제 확대시행분에 실노동시간 단축 등에 의한 추가분이 포함된 것이다. 정의당은 일명 ‘5시 퇴근법’을 제정해 점심시간을 근로시간에 포함하는 방식으로 실노동시간을 단축하겠다는 구체적인 공약을 따로 제시하기도 했으며 ‘표준이력서 사용 및 채용 투명화’를 통해 늘어난 일자리가 ‘수저계급’에 상관없이 정의롭게 배분될 수 있게 하겠다는 보충적 공약을 냈다.
한편 더민주·정의당의 청년일자리 공약 중 새누리당과 극명히 차이를 보이는 점은 ‘청년 일자리 질 개선’에 있다. 새누리당이 여전히 취업준비생의 일자리교육 및 창조경제를 통한 일자리 수 증가에만 초점을 맞춘 반면, 두 야당은 청년들이 아르바이트 및 인턴, 비정규직 노동자로서 겪는 고충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최저시급 1만원’ 공약을 제안했는데, 이를 위해 더민주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인상(연평균 13.5%)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지원방안도 함께 입법할 계획이다. 정의당 김경용 청년·학생위원장은 “이미 공공부문 노임단가가 8,000원이고 현 인상률을 고려해볼 때 2020년까지 1만원이 된다. 이를 기준으로 최저시급과 격차를 줄이면 충분히 실현가능하다”며 공약 이행 가능성을 제시했다.
또 더민주는 32.5%의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을 11.8%라는 OECD 수준으로 감축하기 위해 상시·지속적 업무는 정규직으로 채용하도록 ‘사용사유제한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일정비율 이상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기업들에게 부담금을 징수하는 ‘비정규직 사용부담금제’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금 지원대상 확대’(하청·용역업체 소속 노동자 및 특수고용노동자 포함)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정의당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물론이고 근로감독관을 2배 증원하여 청년노동환경을 개선하고, 이와 더불어 2020년까지 국민 평균 월급을 300만원으로 올려 모든 국민의 전반적인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고용노동부의 2016년 1월 발표에 의하면 1인당 국민소득은 이미 330만원이지만, 비정규직 등을 포함하면 230만원에 불과하다. 정의당 김경용 위원장은 “300만원이라는 수치가 실현 불가능한 공약이라는 비판이 있지만 최저임금 인상 및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을 통한 소득불균형 해소가 전제된다면 분명 가능한 공약”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당은 청년구직자 인권보호를 위하여 이력서에 채용과 무관한 정보기재를 금지하고 성차별적 질문을 방지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로 했다. 또한 구직활동자에게 월 50만원의 수당을 주고 수급자가 취업한 후 4년간 할증고용보험료 2.5%를 납부(상환)하는 공약을 냈다. 이는 더민주의 청년구직촉진수당 월 60만원, 정의당의 미취업청년디딤돌급여 연 최대 540만원 지급과 유사한 공약이다. 반면 새누리당 청년국 박동석 팀장은 “이러한 청년급여지급 공약은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치행태”라고 평가했다.

청년에게 안정적인 보금자리를
새누리당은 2017년까지 행복주택 14만호를 저소득층, 대학생 등에게 지속 공급하는 안을 내놓았다. 이 공약은 이미 국토부에서 2014년 발표한 정책의 재활용이라는 비판이 있다. 하지만 청년국 박동석 팀장은 “이것은 기존 공약을 지속 추진하겠다는 의지표명”이라며, 대학생들을 위한 ‘기숙사 리모델링 지원’, ‘대학 연합기숙사 공급’을 추가적 공약으로 소개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공약 역시 청년 임대주택 확대 및 대학기숙사 확충이라는 점에서 새누리당과 비슷하다. 다만 더민주 청년국은 “대학기숙사 수용률을 대학설립·운영규정에 명시하도록 함으로써 보다 제도적으로 기숙사 확충을 확고히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청년희망임대주택을 만 35세 미만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냈다. 재원은 국민연금으로 조달할 계획이다.
정의당은 공공원룸을 국가에서 매입하여 청년에게 저가에 임대하는 공급확대 공약을 내걸었지만, 새누리·더민주와 달리 물량확대 자체보다는 임대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김경용 위원장은 “현재 서울에 신규 주거공간을 짓는 데는 원거주민 등과의 마찰, 재원마련의 어려움 등으로 공약 이행가능성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며 “월세보증금 대출 및 전월세 상한제를 통해 청년들이 보다 나은 주거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그는 “청년 주거에 있어 임대료와 더불어 수선비, 관리비 등이 집주인마다 각기 달라 청년들이 겪는 고충이 상당하다”며 “표준임대차계약서 작성을 원룸 계약에도 의무화해 다수가 원룸에 거주하는 청년들의 주거 고충을 해소시켜주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반값등록금’ 공약, 정말 반값일까?
새누리당 청년국 윤동원 과장은 “현재 소득분위 2분위까지는 등록금 경감률이 96%이며 등록금 총액에 대한 한국장학재단 지원률이 50%를 넘어 반값등록금 공약이 이미 실현됐다”고 주장했다. 현재 새누리당은 소득연계형 국가장학금의 사각지대에 있는 중·저소득층을 구제하기 위해 보충적인 제도로써 2016년 2학기까지 ‘학자금 대출 금리를 0.2%p 인하’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는 2010년 이후로 학자금 대출금리가 꾸준히 인하돼왔다는 사실을 볼 때 기존 정책의 연장일 뿐이다. 새누리당은 중소기업 취업 저소득층의 경우 거치·상환기간을 추가 연장하는 공약도 내놓았으나 그 대상은 ‘저소득층 중소기업 취업자’로 한정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소득에 따라 차등적으로 등록금을 내는 ‘소득연계형 등록금제도’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더민주 청년국은 “소득연계형 국가장학금제도와 달리 소득연계형 등록금제도는 가계소득 등에 따라 등록금 자체를 달리 책정하는 방식”이라며 “등록금 책정의 합리성과 부담의 적절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득에 따라’라는 조건이 붙는 만큼 기존 장학금제도가 반값등록금을 실현했다는 새누리당의 주장과 크게 차이점을 찾기 힘들다.
정의당은 모든 학생의 등록금을 균일하게 인하하는 국가표준등록금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정의당 표준등록금은 가정의 평균 가처분소득(2014년)인 연 350만원으로 설정돼있다. 정의당 김경용 위원장은 “기존 국가장학금제도는 중복수혜, 편법수혜의 부작용이 있고 일단 등록금을 내고 장학 기준에 충족할 경우 사후에 돈을 지급하는 캐시백 형태에 불과하다”며 정의당의 공약이 “선별적 혜택을 넘어선 적극적인 반값등록금 실현공약”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학자금대출금리 인하 역시 높은 등록금 자체에 대한 대안이 아니며, 등록금 결정과정에 학생 및 학부모가 참여할 수 있는 ‘등록금 결정의 투명화’가 이뤄져야한다”고 피력했다.
국민의당 역시 등록금 결정의 투명화를 위한 학생·대학·교수가 참여하는 ‘등록금 심사제도’를 공약으로 냈다. 추가해 학자금 대출 금리를 현행 2.7%에서 1.5%로 인하하는 공약을 냈는데 이는 새누리당의 공약보다 많은 인하폭이다. 이외에 국가장학금 사각지대에 놓인 학생이 직접 구제신청을 할 수 있는 제도를 신설하겠다는 공약도 제시했다.
약속 지킬까 … 청년공약 이행률은?
지금까지 각 정당의 청년 공약을 살펴봤다. 하지만 앞서 다룬 공약 비교가 유의미하기 위해선 총선 이후에 공약이 실제로 이행돼야 한다. 청년공약 이행에는 청년에 의한 정치의 주요 통로로 소개되는 ‘청년국’이 각 정당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새누리당 청년국 윤동원 과장은 “새누리당이 지난 19대 총선에서 내건 청년공약의 세부 이행과제 20개 중 13개는 이미 완료됐으며 7개는 정부부처와 협조·진행 중”이라며 높은 공약 이행률을 소개했다. 또 윤 과장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이른바 ‘청춘무대’에서 직접 들은 청년들의 고충이 이번 총선에서 ‘청년주거문제 관련 연합기숙사공급’으로 공약화된 사례를 들며, “새누리당이 청년과 괴리된 정당이라는 오해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청년국 박동석 팀장은 “청년기본법을 제정하여 청년에 관해 이곳저곳 흩어져있는 정책을 종합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설치하겠다”며 다른 정당과의 연대 가능성도 시사했다.
더불어민주당 청년국은 19대 국회에서 청년관련 공약 이행률이 낮았음을 시인하며 19대 총선 당시 공약이 20대 총선에 일부 재활용됐음도 인정했다. 청년국은 그러나 “더민주가 정부 및 새누리와 노동정책에 대립되는 입장을 취하고 있고 새누리당이 다수당인 현실적 제약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동시에 “청년국은 청년과 중앙당 및 국회의원들 사이의 소통 통로로서 청년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번 총선과 관련해서도 청년정책연석회의를 통해 다양한 청년정책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정의당 김경용 청년·학생위원장은 “지난 19대 국회에서 청년관련 공약 중 제대로 이행된 것이 거의 없어 죄송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유는 더민주의 설명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원내정당임에도 소수정당이기에 정의당의 공약이 실현되기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 위원장은 “청년위 일원이 국회의원실 비서직을 맡는 등 의정활동에 실질적으로 참여하고 있기에 청년의 고민을 국회에 곧바로 전달할 수 있다”며 “각 정당 청년위와의 연대를 생각하고 있다”
고 답했다.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 각 정당 청년국은 야심차게 공약을 제시했다. 이 정책들이 잘 이행돼 20대 국회에서 청년들의 현실이 변화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청년이 청년 스스로를 위해 어느 정당에 투표할 것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