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공공병원 맞나요?

경영정상화 앞에 멍드는 의료공공성

  서울대병원은 최대 규모의 국립대학병원이자, 대한민국 공공의료체계의 최종 책임자 역할을 담당하는 공공병원이다. ‘서울대학교병원 설치법 제7조’는 서울대학교의 공공보건의료기관으로서의 의무에 대해 명시하고 있다. 해당 조항은 공공보건의료기관이 법적으로 ▲취약계층에 대한 보건의료 ▲감염병․응급진료․아동과 모성․장애인․정신질환 등 수익성이 낮아 공급이 부족한 보건의료 ▲교육 훈련 및 인력 지원을 통한 지역적 균형을 확보하기 위한 보건의료 등을 ‘우선적으로 제공’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성과급제나 공공기관 방만 경영 효율화는 기본적으로 병원 흑자 경영, 또는 수익성 위주 경영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있다. 교육부는 국립대병원 평가 편람을 개발함에 있어 의료공공성을 아예 배제했다. 중증치료, 필수의료공급, 지역의료체계 등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수행해야하는 역할에 대한 지표는 찾아볼 수 없고, 편람 개발 과정에서 학계, 전문기관, 환자, 병원 등 다양한 사회 구성원의 참여는 전무했다.

  의료, 연구, 교육을 주 기능으로 하는 국립대병원에서 경제 논리 중심으로 평가 지표를 개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녹색병원 이상윤 과장(직업환경의학과)은 “공공병원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흑자를 내라고 강요하는 것은 환자의 건강권을 침해하고 의료공공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과장은 “공공의료 공급자로서의 공공병원은 제 역할을 다할수록 적자를 내기 쉽다”며 그 까닭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는 중환자실․응급실․산부인과 운영 등과 같은 필수적인 의료, 둘째는 질병 예방·치료와 같은 공중보건의 진료영역, 마지막은 저소득층 혹은 의료취약계층에 대한 진료다. 본질적으로 공공병원은 민간병원에서 기피하는 적자 의료행위를 수행해야한다.

  그럼에도 정부의 정상화 정책은 일방적으로 서울대병원에 부채감축과 흑자경영을 요구하고 있다. 과연 수익성 중심의 경영은 어떻게 서울대병원에 파고들고 있을까. 네 가지 사례를 통해 살펴봤다.

* 의료공공성

  의료공공성의 개념은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첫 번째는 얼마나 평등하게 의료를 제공하느냐 혹은 건강불평등을 해소하느냐, 두 번째는 공중보건·질병예방 등의 공공의료 사업을 통해 국민의 건강권을 얼마나 지켜내느냐, 그리고 마지막은 의료가 얼마나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체계 속에서 제공되느냐의 측면이다. 이 세 가지 지점에서 공공성을 가늠하자면 누구나 보편적으로 평등하게 의료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체계를 공공성이 높다고 하고, 반면 진료 차별건강불평등참여의 비민주성 등이 존재하면 공공성이 낮다고 한다. 의료공공성의 개념은 모두 의료는 상품이 아닌 권리임을 전제하고 있다.

 

  사례 수익성 초점 맞춰 설계된 의사성과급제

  서울대병원은 국립대학병원 중 유일하게 2003년부터 의사성과급제를 운영하고 있다. 의사는 자신이 담당하는 환자의 진료수익에 비례해 성과급을 배당받는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14회계연도 결산 부처별 분석(교육부)’에서 서울대병원 성과급제가 병원 수입 증대에 지나치게 초점을 두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예산정책처는 “서울대병원 의사성과급제의 지표들은 모두 병원의 수입 증대와 직접 연관된 지표”라고 주장했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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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수 1인당 공헌수익은 신규 환자 및 타과 초진 선택진찰료 전액, 재진 선택진찰료의 1/2 의 합계로 측정된다. Ⓒ 국회 예산정책처

  서울대병원 교수들은 1인당 공헌수익 및 수익증가율․병상이용률․신규환자 수․실입원 수 등이 높을수록, 그리고 장기재원환자가 적을수록 성과급을 더 받는다. 반면 병원 수입 증대와 관련 없는 외부고객만족도의 가중치는 단 10%에 불과하며 그마저 임상진료과에만 적용되고 있다. 이러한 성과급제를 통해 2014년 총 516명의 의사에게 14억 5,880만원의 추가 성과급이 지급됐다. 예산정책처는 “서울대병원의 의사 성과급제도에 고객만족도의 가중치를 현행 10%에서 상향 조정하거나,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을 참고해 ‘취약계층에 대한 보건의료’와 ‘수익성이 낮아 공급이 부족한 보건의료’ 수준에 대한 평가 항목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례 CTMRI를 주말·야간에도 촬영한다?

  서울대병원은 토·일요일에도 전산화단층촬영기(CT)․자기공명기(MRI) 촬영을 정기적으로 배치하고 있다. 기존 평일에만 운영하고 응급상황에만 예외적으로 촬영해오던 CT․MRI를 2012년부터 주말 및 야간에도 정기적으로 배치하고 있는 것이다. 영상의학과에서 전담하는 CT․MRI는 촬영부위에 따라 비용이 적게는 20만원, 많게는 수백만 원에 이르는 수가가 매우 높은 진료다. 우지영 사무장은 “영상의학과 전문의들은 과도한 검사 일정으로 주 6~7일 초과근무와 야근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CT·MRI 검사는 조형제를 투여해 이뤄지기에 심정지 위험이 있고, 환자의 미묘한 상태 변화에 대해서도 세밀한 관찰과 빠른 대처가 요구되는 정밀한 작업이다. 우 사무장은 “CT․MRI 과잉 촬영은 의료 서비스의 질을 저하시켜 환자의 건강권을 위협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최근 서울대병원은 CT․MRI 운영에 있어 시간선택제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시간선택제는 잡 쉐어링 정책의 일종으로, 전일제로 근무하던 정규직 업무를 외주화하여 주 15~30시간의 단시간동안만 선택적으로 근무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별도 채용하는 제도다. 병원은 정규직 노동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밝혔지만, 서울대병원분회는 기존 정규직 근로자에 지급하던 주휴수당과 휴일근무수당을 절감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반박했다. 우 사무장은 “병원이 도입하고자 하는 시간제노동자는 월 100시간 이내로 일하기 때문에 업무 연속성이 떨어지고 숙련된 검사를 시행하기에 어려움이 있다”며 “비상 상황이나 위급 상황에 대비하는 인력이 없는 주말·야간에 시간제노동자를 투입하는 것은 환자 안전과 의료의 질을 내팽개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박경득 분회장은 “의료 관계자들은 지인에게 주말·야간의 CT․MRI 촬영을 절대 권하지 않는다”며 “CT․MRI 촬영은 응급상황 외에는 평일에만 정규 배치되도록 수정돼야한다”고 말했다.

  사례  병원에 들이닥친 아웃소싱 열풍

  최근 많은 병원들이 외주·하청의 간접고용 비율을 늘리고 있다. 서울대병원 역시 마찬가지다. 서울대병원은 2014년 어린이병원 급식 외주화, 2015년 장례식장 노동자 외주화, 최근에는 보라매병원 청소노동자의 외주화에 따라 문제들이 불거지며 진통을 겪었다. 구체적으로 어린이병원 급식의 경우 외주화에 따른 비위생 문제가 2014년 국정 감사에서 지적받았고, 장례식장은 용역업체인 아라마크가 서울대병원에 월 매출의 45%에 달하는 임대수수료를 지불하는 계약내용이 알려지며 진통을 겪었다. 서울대병원분회는 2015년 10월 집회를 열어 “과도한 임대수수료 때문에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장시간 야간 근무수당을 포함해도 월 120만~140만원을 받는 최악의 근로조건으로 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대병원은 여전히 간접고용을 늘리고 있다. 지난 12월 31일, 보라매병원은 ㈜BTM서비스, ㈜라포르지엠과 병원 내 환경미화 및 환자이송 업무 용역 계약을 새롭게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병원과 신규용역업체는 16년 최저임금인상률에 맞추어 기존에 지급되던 식대 등의 수당을 오히려 삭감했다. 보라매병원의 환경미화 및 환자이송 노동자들은 짧게는 2년, 길게는 18년을 일하도록 공제금을 제외하고 140여만원 수준의 살인적인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보라매병원 청소노동자는 “15년을 일하도록 용역업체가 교체될 때마다 이번에는 짤리지 않을까 임금 삭감되지 않을까 불안에 떨었다”고 말했다.

  간접고용 체제 하에서는 형식적인 사용자와 실질적인 권한자가 분리된다. 이에 따라 병원은 업체에게,업체는 병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법적 책임의 귀속은 옅어진다. 증대되는 고통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몫다. 그럼에도 병원은 늘 인건비 절감, 경영 정상화를 얘기해왔다. 박경득 분회장은 “공공병원으로서의 서울대병원은 고용의 형태에 있어서도 사회적 책임이 요구된다”며 “서울대병원은 인건비 절감을 얘기할 것이 아니라 하청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봐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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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서울지부 서울대병원분회는 2015년 4월, 전 직원 성과급제 도입과 직원 복지후생비 축소에 반대하는 총파업을 강행했다. ⓒ 서울대병원분회 

  사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환자 1인당 진료비

  서울대병원분회에 의하면 2009년부터 현재까지 환자 1인당 진료비가 꾸준히 늘어났다. 환자 1인당 진료비를 추정하기 위해서는 병원의 손익계산서에 계산된 의료수입을 외래환자수로 나눈 값을 지표로 사용할 수 있다. 의료수입은 병원의 총 수입에서 의료외수입(장례식장 등 부대사업 수입, 보조금/기부금 등)을 제외한 순진료수익이며, 외래 환자는 입원 환자를 제외한 초진이나 통원 치료를 하러 오는 환자를 의미한다. 서울대병원의 2009년부터 2014년까지의 외래환자수(A), 의료수입(B), 환자 1인당 진료비(=B/100,000A)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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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

년부터 2014년까지 서울대병원의 외래환자수는 총 11% 증가한 반면, 의료수입은 그를 훨씬 상회하는 37%의 증가율을 보였다. 구체적으로 외래환자수는 2009년 약 196만 명에서 2014년 약 218만 명으로 증가하는 동안 의료수입은 약 6816억 원에서 8715억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환자 1인당 진료비는 지난 6년 동안 총 24% 증가하며 매해 평균 4%의 증가율로 꾸준히 늘어났다. 서울대병원분회는 “보건복지부는 2014년 선택진료비 및 상급병실료 인하 등의 정책으로 환자본인부담금이 줄었다고 발표했지만 모순적으로 서울대병원의 환자 1인당 진료비 지출은 2014년, 2010년 이후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고 주장했다.

  병원 내 구성원들의 생각 들어야

  서울대병원은 병원 내 의사·간호사·보건직·운영기능직 등 다양한 구성의 노동자들이 최근 병원이 제시하는 정책 방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되물을 필요가 있다. 이현석(의학 12) 씨는 “서울대병원 의사들은 환자에게 필요한 진료를 한다는 전문가 윤리를 지키고 싶어한다”며 “다른 민간대형병원 대신 서울대병원에 남는 전문의들은 의사다운 진료, 교과서다운 진료를 수행한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요구한 레지던트생은 “서울대병원이 국립이다 보니 성과급제나 임금피크제나 적용되는 게 너무 빨라 혼란스럽다”며 “의사들 또한 성과급제에 대해 불편해하지만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조직력은 형성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간호사로 재직 중인 우지영 사무장은 “정부와 서울대병원이 잘못된 진단 결과를 지속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며 “방만 경영 축소와 전 직원 성과급제 도입, 임금피크제 도입과 청년고용 창출은 서로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이라 지적했다. 그간 서울대병원분회와 하청노동자로 구성된 민들레분회는 다양한 층위의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집약해 표출해왔다. 박경득 분회장은 “노동조합의 제 1 목표인 노조의 권익 보호는 의료공공성 강화, 환자의 건강권 보호라는 가치와 항상 밀접한 연관을 이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노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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