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형문화재는 유형문화재와 달리 형체가 없어 그 기능을 갖고 있는 사람이 인간문화재로 지정돼 음악, 무용, 공예 등의 예술상 가치를 보존·계승한다. 때문에 전통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장인, 즉 인간문화재뿐만 아니라 그 기능을 물려받을 전수자가 매우 중요하다.
보유자(인간문화재)가 되기 위해서는 전수자, 이수자, 전수조교의 과정을 차례로 거쳐야 한다. 기능의 교육은 일반적으로 바로 윗 단계의 사람에 의해 이루어지는데, 예를 들면 전수자는 이수자를, 이수자는 전수조교를 가르치는 체계다.
그러나 <서울대저널>이 강령탈춤 연습실을 찾았을 때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이수자가 아닌 보유자 송용태 씨와 전수조교 백은실 씨가 전수자들을 직접 교육 중이었는데, 현재 강령탈춤 이수자에 해당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국가의 경제적 지원이 충분치 않아 보유자와 전수자 모두 다른 직업과 병행하는 바쁜 삶 속에서 탈춤 전수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서울대저널>은 그들의 일주일을 따라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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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 송용태 그리고 강령탈춤
중요무형문화재 제34호 강령탈춤 인간문화재인 송용태 씨가 열정적으로 제자 양성에 임하고 있다. 안양예고 재학 시절부터 탈춤에 심취했다는 송용태 씨는 올해로 무형 문화재에 등록된 지 14년, 강령탈춤과 연을 맺게 된 지 벌써 45년째다.

현재 살아있는 강령탈춤 예능 보유자는 오직 두 명 뿐이다.

송용태 씨는 무형문화재이면서 동시에 드라마, 영화, 연극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배우다.
KBS 대하드라마 <대조영>에 출연한 모습. 그가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는 이유는 배우로서의 열정도 있지만,국가의 전승지원금만으로는 생계를 꾸려나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3월 27일에 있었던 <경복궁 수문장 임명의식>에서 왕 역할을 맡은 송용태 씨가 리허설을 준비 중인 모습.그는 대한민국의 무형문화재로서 우리 민족의 얼을 재현한다는 마음으로 의식에 임한다고 말했다.

전수자 길해정
황해도 강령 지방에서 유래된 마당놀이인 강령탈춤은 탈꾼이 탈을 쓰고 춤을 추면서 노래와 극적인 대사를 하는 종합예술극이다. 때문에 전수자들은 춤 연습은 물론 노래, 대사 어느 하나 게을리 할 수 없다.
열다섯 명의 전수자 중 한 명인 길해정 씨(26)가 령탈춤 노래 연습을 하고 있다.

길해정씨는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뮤지컬 학과의 교수였던 송용태씨와 사제 관계로 만나 강령탈춤에 입문했다. 그는 현재 강령탈춤 외에도 다양한 일에 종사하며 생활하고 있다.

길해정 씨가 성지중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뮤지컬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 곧 공연을 올리게 될 뮤지컬의 주제를 아이들과 논의하는 모습.

어렸을 적부터 삼촌으로부터 바둑을 배웠다는 길해정 씨는 바둑 교사이기도 하다.

밤 시간 대에는 새벽 2시까지 판교의 한 가게에서 바텐더로 일한다. 맥주를 따르고 있는 모습.
전수자 허병필
또 다른 전수자 허병필 씨는 배우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그는 송용태 씨와 같은 연극에 출연한 것이 인연이 돼 강령 탈춤을 배우기 시작했다.

연극 연습과 극단 관리, 그리고 전수 활동을 동시에 해야 하므로 연습 시간 분배는 언제나 쉽지 않다. 그러나 허병필 씨의 생활 속에는 전수를 향한 열정과 강한 의지가 녹아있었다.

젊은 그대들
부족한 경제적 지원, 다른 직업과의 병행 등으로 인해 무형문화재의 전수란 쉽지 않은 길이지만 두 전수자 외에도 많은 청춘들은 스스로 이 길을 택하고, 열성적으로 전수 교육에 임하고 있었다.




<서울대저널>이 만난 허병필 씨와 길해정 씨는 무형 문화재가 되고 싶다는욕심보다 함께 배우는 즐거움과 우리 고유의 것을 이어간다는 책임감이 전수에 더욱 열정적으로 임하게 한다고 전했다. 우리의 무형유산이 이어져 내려올 수 있었던 가운데에는 이러한 청춘들의 열정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것은 정부의 관심과 적극적인 지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