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웹툰 산업은 일부 포털을 중심으로 유지되고 있다. ‘2014 만화산업백서’에 따르면 웹툰을 본 독자 중 78.6%가 포털을 통해 웹툰을 접한다. 포털 웹툰 이용 독자 중 83.7%는 네이버를, 13.5%는 다음을 주이용 포털로 꼽았다. 하지만 웹툰 산업이 커지며 산업의 외연을 넓혀가는 이들이 있다. 새로운 독자를 찾아 나선 웹툰 전문 플랫폼과 저작권 및 판권 관리에서 사업을 시작한 에이전시가 그들이다. 이들이 포털 중심의 산업 구조에서 어떻게 빈틈을 찾았는지, 앞으로의 전망은 어떻게 될지 살펴봤다.

(자료출처 : 한국컨텐츠 진흥원 2014만화산업백서) ⓒ편집: 송재원 사진기자
웹툰 산업에 불어온 새 바람 2013년 ‘레진엔터테인먼트(레진)’가 등장하면서 포털 중심의 웹툰 산업에 변화가 시작됐다. ‘레진’의 공동 창업자인 한희성 대표는 유명 블로거(blogger)이자 만화 매니아(mania)였다. 그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매니아층이 좋아할만한 만화들을 모았고, 최초로 전 작품이 유료화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초기 몇 화는 무료로 보더라도 최신화를 보기 위해서는 요금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무료 웹툰이 지배적인 시장에서 유료 웹툰이 선택받지 못할 것이란 예측과 달리 ‘레진’은 2014년 매출 100억을 돌파하며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레진’을 뒤이어 웹툰 전문 플랫폼들이 여럿 등장했다. ‘탑툰’, ‘어른’, ‘짬툰’ 등 중소 웹툰 전문 플랫폼들의 수가 30개를 넘었다. ‘탑툰’은 포털들이 쉽게 연재하기 어려운 성인만화를, ‘어른’은 예술, 교양 만화를 연재하는 등 포털 웹툰과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한국영상대학교 박석환 교수(만화창작과)는 “포털이 만화콘텐츠 이용자의 소비층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했다면 전문 웹툰 매체들은 대중적 고객보다는 좀 더 집중도 높은 고객을 모았다”며 웹툰 전문 플랫폼들의 성장 배경을 분석했다.
에이전시들은 저작권 보호와 판권 판매 등에서 사업 모델을 찾았다. ‘누룩미디어’, ‘재담미디어’, ‘와이랩’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매니지먼트, 제작사, 에이전시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업무의 범위도 조금씩 다르다. 2007년 윤태호, 강풀, 양영순 작가 등이 모여서 세운 누룩미디어의 경우 작품 저작권 보호와 2차 판권 계약에만 집중하는 에이전시다. 이지은 PD는 “작품은 작가가 맡고 누룩미디어는 작가가 작품 활동을 잘할 수 있게 지원한다”며 누룩미디어의 성격에 대해 설명했다.
좀 더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며 에이전시가 아닌 제작사를 자처하고 나선 곳도 있다. 출판만화 편집자 출신인 황남용 대표가 세운 ‘재담미디어’가 대표적이다. ‘재담미디어’는 저작권 관리와 판권 판매를 넘어 신인 육성과 작품 기획 등도 함께 하고 있다. 이들은 에이전시 업무도 병행하지만, 기획 단계부터 작가와 함께 작품을 만든다는 점에서 ‘누룩미디어’와 차별화된다.
작품 개입 여부와 사업의 범위는 조금씩 달라도 이들의 수익모델은 비슷하다. 에이전시들은 작가에게 연재처를 마련해주거나 드라마 및 영화 판권 계약을 주선하고 저작권 분쟁이 생겼을 때 작가의 대리인 역할을 한다. 에이전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한 수익을 작가와 나누고 이때 수수료는 통상적으로 수익의 10~30%사이에서 책정되고 있다.

안개 속 웹툰 산업 미래 지형도
웹툰 산업의 미래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이제 막 포털 중심의 플랫폼 시장에 웹툰 전문 플랫폼들이 발을 내딛은 상황이다. ‘2014 만화산업백서’의 조사에 따르면 웹툰 독자 중 94%가 무료 웹툰만을 본다. 아무리 매니아 층을 겨냥한다고 해도 현재 국내 유료 웹툰 산업은 큰 수익을 만들기엔 너무 좁다. 이미 ‘제트코믹스’, ‘카툰컵’, ‘판툰’, ‘키위툰’ 등 여러 플랫폼들이 수익 창출이 힘들어 사업을 포기했다.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 플랫폼들은 해외 진출, 판권 계약, 저작권 관리 업무에 뛰어들고 있다. 다음 ‘만화 속 세상’을 담당하는 박정서 총괄 PD는 “과거 인력 부족으로 ‘만화 속 세상’이 판권 계약, 저작권 관리까지 하기는 어려웠지만, 지금은 법무팀이 생기면서 해당 업무들까지 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포털들이 저작권과 판권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게 되면 상대적으로 영세 에이전시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에이전시들은 포털과의 차별화를 위해 서로 다른 사업 방식들을 채택하고 있다. ‘투니드엔터테인먼트’의 경우 플랫폼과의 협업을 선택했다. 이들은 ‘올레마켓’ 웹툰에 연재할 작품을 선정하고, 연재 작품에 대한 저작권 관리와 홍보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재담미디어’는 해외 판권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누룩미디어’의 경우 지금처럼 작가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식을 고수한다는 입장이다.
주요 웹툰 전문 플랫폼들은 해외 진출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모색하고 있다. ‘레진’과 ‘탑툰’은 각각 북미와 아시아 지역에 번역 웹툰을 선보였다. 아직 해외 진출의 수익성을 평가하긴 이르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백수진 글로벌사업팀장은 “웹툰 전문 플랫폼들이 지속적으로 투자를 받을 수 있을지 혹은 그 자체의 수익으로 성공할지는 아직 지켜봐야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