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관 스낵코너 폐점, 그 뒷이야기

생협의 인력난이 빚은 스낵코너 폐점… 열악한 노동환경부터 개선돼야

  해가 바뀌면 새로 만나는 것도, 떠나보내는 것도 있다. 관악의 구성원들은 올해 익숙한 풍경 하나를 잃어버렸다. 저렴한 가격의 다양한 메뉴로 출출한 배를 달래주던 학생회관 스낵코너 ‘학데리아’가 폐점을 알리는 안내문만 남긴 채2015년 12월 31일 영업을 종료했기 때문이다. 갑작스런 스낵코너의 폐점에 학생들은 아쉬운 반응을 보내고 있다.오성민(자유전공 09) 씨는 “아침을 먹지 못하면 스낵코너에서 토스트를 즐겨 먹곤 했다. 학생회관 스낵코너는 접근성도 좋고 클럽샌드위치와 분식 등 학내 식도락의 다양성을 책임졌기 때문에 폐점이 정말 아쉽다”고 말했다.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메뉴를 자랑하던 학생회관 스낵코너는 왜 자취를 감추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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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구성원들의 많은 사랑을 받던 학생회관 스낵코너가 2015년 12월 31일 폐점했다. ⓒ오선영 사진기자

계속된 적자가 예고한 폐점, 보다 직접적인 원인은 인력난

  학생들의 반응과 달리 스낵코너의 폐점은 갑작스런 결정이 아니다. 이규선 생활협동조합(생협) FS사업본부장은 생협 측에서 경영상의 손해를 이유로 스낵코너의 폐점을 이전부터 논의해왔다고 전했다. 이 본부장은 “학생회관에 카페 ‘플루이드’, ‘라운지스낵’ 등 메뉴가 겹치는 매장들이 있고, 관정도서관 외부업체의 입점으로 (생협 매장의) 매출이 줄어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었다”며 폐점의 원인을 설명했다. 스낵코너 매출은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이다가 2014년부터는 적자로 전환됐다. 이 본부장은 “스낵코너가 이윤을 내지 못함에도 학내 구성원이 많이 찾기 때문에 지금까지 운영했다”며 학내 구성원들의 복지를 위해 그간스낵코너 폐점을유보해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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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미뤄지던 스낵코너의 폐점은 중앙도서관 ‘느티나무’ 개점으로 현실이 됐다. 관정도서관 ‘파리바게트’의 입점에 따른 매출 감소로 자진 철수한 ‘뚜레쥬르’를 대신해 생협 자체 브랜드 ‘느티나무’가 입점하게 되면서 생협 측에 심각한 인력난이 닥친 것이다. 신규 채용은커녕 기존 인원의 유지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던 생협 측은 ‘느티나무’ 매장의 인력 충당을 위해 스낵코너를 폐점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규선 본부장은 “작년 한 해 근로계약 체결만 100건이 넘지만 며칠 근무하고 그만두는 사람이 많아 기존 매장을 운영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데 중앙도서관‘느티나무’ 입점으로 인력이 급하게 필요해 스낵코너를 닫게 됐다”고 말했다.

  스낵코너 폐점으로 학내 먹거리의 다양성이 저해된다는 학생들의 우려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이 본부장은 “스낵코너의 인기메뉴 일부는 다른 생협 매장에서 판매할 계획”이라고 답했다.문을 닫은 스낵코너 자리는 현재학생회관 식당 노동자들의 식사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간 노동자들은 변변한 식사 공간조차 없어 조리 공간 구석에 앉아 몇 명씩 돌아가며 밥을 먹었다. 학생회관 식당에서 10년 간 근무한 김순자 씨(50세)는 “쾌적하고 넓은 공간에서 여럿이 모여 먹으니까 좋다”며 식사공간이 생긴 것에 대한만족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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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스낵코너 조리공간은 학생회관 식당 노동자들을 위한 식사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오선영 사진기자

저임금, 고강도 노동에 휴식공간도 없어생협 인력난은 당연한 귀결?

   학생회관 스낵코너 폐점을 불러온 생협의 인력난은 비단 최근의 문제만은 아니다. 생협 계약직 노동자들의 상당수는 무기직 전환을 기다리는 대신 단기에 일을 그만두고 있기 때문이다. 생협 인력난의 핵심에는 생협의 낮은 임금이 있다. 감골식당 조리사로 일하는 이창수 생활협동조합 노동조합(생협노조) 위원장은 2016년 현재 생협 계약직 노동자들의 임금이 지난해보다 10만원 인상된 월 140만원이라고 전했다. 이는 음식점 노동자의 평균 임금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2015년 고용노동통계연감’에 따르면 음식점 및 주점업 노동자의 평균 임금은 2014년 기준 월 168만원이다. 구인 사이트 ‘알바몬’의 급식·푸드시스템 업종 계약직 채용공고 133건 중 53건은 월 170만원 이상의 임금을 명시하고 있다(3월 30일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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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현(자유전공 13) 생협 학생이사는 “(생협) 식당 노동자들의 임금은 업계 평균에 비해 2-30만원 낮을 뿐만 아니라 고용 인원도 정원에 못 미쳐 직원들은 일상적인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는 상황”이라며 생협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지적했다. 이창수 위원장은 “감골식당의 경우 작은 파라솔 탁자와 의자 몇 개를 마련해놓고 노동자들이 돌아가며 밥을 먹고 있다”며 제대로 된 휴게공간조차 갖춰지지 않은 생협근무환경의 열악함에 대해 토로했다. 그는 “(생협)식당의 열악한근무환경에 대한 소문이 나 관악구에서 직원을 채용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별도의 휴식공간도 마련되지 않는 열악한 노동환경과 강도 높은 노동에 더해 평균보다 턱없이 낮은 임금은 생협의 인력난이 예고된 문제였음을 말해준다.

  이에 더해 작년부터 실시돼 학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천원의 식사’는 노동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원인이 됐다. ‘천원의 식사’ 이후 발생한 판매량 증가로 식당 노동자들의 업무량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천원의 아침식사’가 시행되면서,매일 아침 3-400인분의 식사를 준비하던 노동자들은 추가 인원 없이 700인분 이상을 준비하게 됐다. 올 3월부터 시행된 ‘천원의 저녁’까지 고려한다면, 생협 식당 노동자들은 일터에서 더욱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천원의 식사’가 학생들의 호응을 얻는 데는 성공했지만, 정작 그 수고를 짊어질 노동자에 대한 배려는 없었던 것이다. 이창수 위원장은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많은 학생들이 생협 직원들에게 관심을 기울였던 때가 있었지만 요즘에는 학생복지에만 관심을 쏟는 것 같다. 학교 안에서 외톨이가 된 기분”이라며 학생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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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도서관 ‘느티나무’ 개점으로 6명의 노동자가 필요하게 된 생협은 신규채용 없이 학생회관 스낵코너 폐점 등을 통해 기존 직원들을 재배치했다. ⓒ오선영 사진기자

배부를 땐 ’, 아쉬울 땐 ’? 책임 있는 운영 필요해

  생협은 협동정신을 바탕으로 서울대학교 구성원의 복지 향상, 면학분위기 조성 및 학교 발전을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 공익법인이다. 하지만 생협의 고용 실태는 이윤을 위해 가장 먼저 인건비를 줄이는 영리법인을 연상시킨다. 이동현 생협학생이사는 “(생협이) 본부를 상대로는 을, 노동자 상대로는 갑”이라며 본부의 눈치를 보면서도 노동자를 상대로는 ‘갑’의 입장에서 인건비 절감에 주력하는 생협의 이중적 행태를 비판했다.

  생협의 경영 실적은 인건비 절감에 열을 올리는 태도에 더욱 의문을 품게 한다. 2015년 생협은 매출 310억 원, 영업이익 20억 원, 성과급 7억 6천만 원, 발전기금 출연액 13억 4천, 당기순이익 2억 9천만 원의 실적을 냈다. 식당 이용자 수가 감소해 성장률은 0%대에 머물러 있지만 그럼에도 안정적인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생협을 통해 계약을 맺어오던 외부업체가 법인화 이후 본부와 직접 계약을 맺는 것으로 협의됐지만, 생협은 기존의 외부업체를 위탁 운영하며 벌어들이는 수수료를 고정적 수익원으로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협의 영업 실적이 나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규선 본부장은 “임금을 인상할 여력이 없다. 노동자들이 쉬운 길을 찾으려 한다”며 생협 인력난의 해결방안에 대해 답변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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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15일 생협 대의원총회가 열렸다. 총회에 참석할 대의원의 명부는 조합원들의 투표가 아니라 생협 학생위원회가 확정했다. 지난 총회에서 대의원 선출을 위한 회칙 개정안이 상정됐으나 정족수 미달로 의결되지 못했다. ⓒ오선영 사진기자

  생협의 비민주적 운영 또한 문제가 된다. 생협의 최고의결기구인 ‘조합원총회’는 수천 명의 조합원을 한 자리에 모으기가 현실적으로어렵다는 이유로 몇 년째열리지 못하고 있다. 조합원들의 선거를 거치지 않은 대의원으로 이뤄져 대표성이 결여된 하위 의결기구 ‘대의원총회’마저도 매번 정족수를 채우기 힘든 실정이다. 때문에 현재 비용 운용을 포함한 생협의 중요한 의사결정이 조합원의 손을 떠나 이사회와 생협 사무국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생협대의원 김명환 교수(영어영문학과)는 생협의 이와 같은불투명한 운영 행태를 비판했다. 김 교수는 “2003년 부임 직후부터 조합에 가입했으나 한두 해 정도 조합원총회 안내 메일을 받은 것이 전부”라며 “(생협이)의결사항, 중요사업, 회계내역 등을 조합원에게 투명하고 철저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호(철학 10) 생협학생위원회 위원장도 “(생협의) 이사로 활동하는 인원 모두 공익을 위해 일하지만 언제든 방만해지거나 어긋날 여지가 있다”며 생협의 민주적 운영을 위한 학생들의 조합원 가입 및 활동을 당부했다.

  투명한 의사결정과정과 더불어 조합원 중심의 정책 운영도 생협의 민주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생협이 수익사업에만 몰두할 경우, 생협의 출자자이자 구성원인 조합원이 배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명환 교수는 “조합원에게 다향만당 10% 할인 혜택이 있다는 사실을 대의원총회 당일에야 알았다”며 “(생협이)조합원 혜택을 조합원에게 보다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합원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진 생협이 본래의 목적인 민주적 가치의 실현을 이루기란 어려운 일이다. 생협이 추구하는 학내구성원의 복지와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 학내 구성원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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