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강남역 10번 출구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서 많은 이들이 피해자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오선영 사진기자
21일 오후 5시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최근 강남역 근처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의 피해자를 추모하기 위한 ‘여성대상 혐오범죄 피해자 추모행진’이 열렸다. 이날 추모집회를 주도한 온라인 ‘강남역추모집회카페’ 운영진은 이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규정하고 집회를 ‘여성대상 혐오범죄 피해자 추모행진’으로 명명했다. 집회를 총괄한 김아영 씨는 온라인 카페에서 이 집회가 ‘이 사건으로 인해 억울하게 죽은 피해여성을 추모하는 자리’라고 명시했다.
집회는 약 두 시간 동안 진행됐다. 집회에 참여한 약 500명(주최 측 추산)은 스스로 작성한 추모 메시지를 들고 강남역 근처를 두 차례 침묵 행진했다. 대학생 김주빈 씨는 “평소에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편은 아니었으나, 이번 사건은 정도가 심한 것 같아 참여했다”고 계기를 밝혔다. 영어교사인 김성진 씨는 “여성혐오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 연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시위의 규모를 키워야 사람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가질 것 같아 참여했다”고 말했다.
해당 사건은 5월 17일 새벽 강남역 인근의 한 남녀 공용 공중화장실에서 발생했다. 가해자 김모 씨는 미리 범행을 계획하고 화장실에서 기다리다가 피해자가 들어오자 칼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조현병에 의한 ‘묻지마 범죄’ 유형에 부합했다고 22일 발표했다. 구체적인 범행 동기의 부재와 체계적이지 않은 범행 계획, 그리고 가해자의 조현병 악화를 고려한 판단이었다.
그러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오프라인에서는 이 사건을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 사건’으로 의미화하는 움직임이 전개되고 있다. “여성이 나를 무시해왔다”는 김 씨의 발언과 김 씨가 범행을 위해 여성을 기다렸다는 사실이 주된 근거다. 강남역 10번 출구는 피해자의 죽음을 추모하는 꽃과 포스트잇으로 가득 찼다.많은 여성들은 이 사건을 계기로 SNS에 자신의 여성혐오 피해 경험을 고백하기도 했다.일각에서는 피해자를 ‘강남역 화장실녀’로 지칭하거나 가해자의 꿈을 부각하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 행태를 지적하기도 했다.
집회를 총괄한 김아영 씨는 “앞으로 더 활동 계획은 없다”면서도 “모든 여성차별과 혐오가 없어져 여성이 행복한 사회가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 출구 옆에 마련된 게시판에 수많은 포스트잇이 붙어있다. ⓒ오선영 사진기자

▲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자의 죽음에 대한 생각을 짧은 글에 눌러 담았다. ⓒ오선영 사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