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가 전격 발표됐다. 한·미 양국은 사드 배치가 북한의 지속적인 핵 개발과 무수단미사일 발사 등 점증하는 한반도의 안보 위협을 방어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에 중국은 한반도 사드 배치가 자국을 겨냥한 미사일방어체계의 일환이라고 격렬하게 반발하며 중국 내 한류 문화를 견제하는 등 저강도의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2014년부터 사드 배치를 추진해 온 미국과 이에 반발하는 중국에게 사드는 무엇을 의미할까. 서울대학교 조동준 교수(외교학전공), 한양대학교 국제대학원 문흥호 교수(중국학과)에게 미·중 양국에 있어 사드가 가지는 의미와 최근 동아시아에서 격렬해지고 있는 양국의 대립, 향후 한국 정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물었다.
미국이 사드 배치를 추진한 이유는 무엇인가?
조동준 많은 사람들이 사드 배치의 목적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하지만 이건 사실 매우 작은 부분이다. 기술적으로 사드 배치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북한이나 중국의 미사일 발사 등 군사 행동을 몇 초 정도 빨리 볼 수 있다는 것밖에 없다. 이 몇 초 차이 때문에 사드를 배치하려고 할 만큼 미국이 절박한 것은 아니다.
미국이 사드 배치를 추진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주한미군 병사들의 심적 안정감을 위해서다. 미군의 입장에서 한국은 언제든 전쟁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지역으로, 병사들은 위험수당을 따로 지급받을 정도다. 게다가 병사들은 원칙적으로 한국에 가족을 데려올 수도 없다. 사드는 이처럼 위험한 곳에서 복무하고 있는 주한미군 병사들이 심리적으로 한결 안심할 수 있게 하는 장치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두 번째는 일본에 대한 선물이다. 실제로 사드 배치에 대해 가장 먼저 환영 성명을 발표한 국가가 일본이다. 일본은 북한이 일본을 공격할 경우 북한의 무기를 요격할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일본의 입장에서 북한의 공격을 보다 빠르게 감지할 수 있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또한 현재 미국은 국내법에 의해 군비 감축이 결정된 상황이다. 이로 인해 동아시아 지역에서 힘의 공백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를 일본이 메우겠다고 나섰다. 그럼 미국이 원하는 바를 들어주는 동맹국에게 선물이 필요하지 않겠나. 그게 바로 사드다.

미국이 일본을 동아시아에서의 대리인으로 내세운다고 대답했는데, 그건 결국 미국이 동아시아의 영향력을 잃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뜻이다. 이유가 무엇인가?
조동준 패권국인 미국이 세계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은 세 곳이다. 미국 본토와 유럽, 동아시아다. 이 세 곳은 세계의 공장이 있는 곳이다. 따라서 이곳을 잃으면 경제력을 상실하고 자연히 군사력도 약해진다. 예전에 미국에게 있어 중동이 중요했던 이유는 석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셰일 가스가 등장하면서 석유, 그리고 중동의 중요성이 약해졌고, 그런 이유에서 미국은 이란과 핵 협상을 하는 등 중동 지역에서 발을 빼려 하고 있다. 그럼 군사력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어디에 배치해야 할까? 유럽에서의 미국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상황이니 동아시아에 배치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결론이다.
중국은 왜 사드 배치에 이토록 반발하나?
문흥호 사실 자국과 경쟁하는 국가에서 자국 주변에 첨단 무기 시스템을 배치하는 건 당연히 기분 나쁜 일이다. 그럼에도 이번 사드 배치에서 중국의 반응은 그 이상으로 격렬한데 그 이유로는 두 가지가 있다.
현대 미사일방어체계는 각국의 전략적 균형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어느 특정 국가도 다른 국가를 군사적으로 압도하지 않는 시스템이다. 국가마다 무기 체계도 달라 각국의 전력 비대칭을 어느 정도 상쇄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의 경우 미국의 항모를 격침시킬 수 있는 미사일 개발에 주력하는 식이다.
그런데 중국은 사드를 현재 유지되고 있는 미국과의 전략적 균형을 깨는 무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의 국방력은 이미 독보적인 수준이지만, 그에 대항할 수 있는 중국의 미사일 시스템도 배치가 돼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사드가 이것들을 추적, 요격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동아시아 지역으로 한정짓는다면 현재 미국과 중국의 군사력이 어느 정도 비등한 상황인데 중국은 사드가 이와 같은 전략적 균형을 어그러뜨린다고 주장하고, 사드가 북한의 핵무기를 겨냥한 것이라는 미국의 주장 역시 불신하고 있다.
또한 중국 관료나 학자들은 사드 배치가 주한미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에서 인도, 파키스탄까지 이어지는 중국의 미사일방어체계의 확장을 차단하고, 미국의 방어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한반도 다음에는 필리핀, 베트남, 심지어 대만에까지 사드가 배치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결국 주한미군 사드 배치 결정은 한·미 양국의 소관이다. 중국이 타국의 안보 관련 결정에 대해 이토록 강하게 의사를 표현하는 이유와 외교적 명분은 무엇인가?
문흥호 사실 우리 국민들이 특히 기분 나빠하는 게 이 부분이다. 우리 땅에, 그것도 주한미군을 보호하기 위해 배치하겠다는데 중국이 왜 이렇게까지 반발할까? 중국의 반응을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중국의 외교적 대응은 아직까지 국제적 외교 관례에 따른 객관적, 절제된 형태로 나타나지 않는다. 특히 자신들의 핵심적인 이익과 관련된 부분에선 반응이 거친 편인데, 사드가 바로 이에 해당한다. 해당 국가의 주권보다는 그 국가와 동맹을 맺고 있는 국가가 자신들의 핵심 이익을 침해했다는 것에 더 주목하고, 상대가 먼저 문제의 소지를 제공했으니 자신 역시 예의를 지키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중국은 한반도의 안보 문제는 중국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으므로 사드 배치가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이유로 들고 있다.
아울러 한국의 안보 문제에 있어 중국이 이처럼 무리하게 느껴질 정도로 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중국 측에서 한국이 안보적 주권이 없고, 이를 보유하려는 의지도 매우 박약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중국 역시 주한미군과 한·미 동맹의 필요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현재 전시작전통제권이 환수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의 안보 주권은 사실상 미국에 종속된 상황이다. 만일 전시작전통제권을 원래 예정대로 환수한 후에 한국이 사드 배치를 결정했다면 중국의 반발이 훨씬 약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지금처럼 한국의 안보에 관한 모든 권한이 미국에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에 주한미군의 새로운 무기 체계가 배치되는 것은 중국에게 있어 훨씬 부담스럽다.
외교적 명분에 대해서 말하자면, 중국은 안보를 강화하는 것은 주권 국가의 권리지만 그 과정에서 주변 국가의 안보를 해치는 것은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중국은 한국이나 미국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중국에게 한반도는 과거부터 자신의 보호국이었으며, 기본적으로 자신들의 영향권 하에 있는 나라로 인식된다. 우리가 기분이 좋든 나쁘든 관계없이, 한반도의 안보에 개입하는 것이 자신들의 권한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전쟁 정전협정의 주체도 북한, 미국과 함께 중국이지 않나.

▲중국은 남중국해에 제1, 2구단선(九段線)을 설정해 자국의 영역임을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은 이를 수용하지 않고 오히려 이 지역에서 자국의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동아시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분쟁들은 해양으로 팽창하려는 중국과 다른 국가들을 대리인으로 앞세워 자국의 이익을 관철하려는 미국의 대립으로 귀결된다.
사드 배치뿐만 아니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의 사례에서 드러나듯, 최근 몇 년 간 동아시아에서 미·중 대립이 심해지고 있다. 동아시아에서 미국과 중국이 서로 대립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문흥호 미국의 동아시아 재균형 정책은 미국이 아시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이권을 가져가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미국은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해양 굴기(崛起: 우뚝 섬) 정책이나 반(反)접근정책을 무시하고 있고, 때문에 미국과 중국이 계속 충돌하는 것이다.
중국은 남중국해, 한반도, 타이완과 같은 지역 현안이 모두 미국의 의도대로 이뤄질 경우 중국이 대륙에서 해양으로 뻗어 나가는 것을 차단할 것이며, 중국과 미국의 패권 싸움에 있어 결정타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현안에서 중국이 질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조동준 미·중 대립의 정도를 파장 형태의 그래프로 그리면, 최근 몇 년 간 진폭이 더 커진 건 맞다. 그런데 2차 대전 이후를 한 번 생각해보자. 그때의 진폭은 훨씬 컸다. 한국전쟁이나 베트남전쟁 등 미국과 중국이 간접적으로 전쟁을 한 경험도 있고, 대만에서도 서로 으르렁댄 적도 있었다. 이처럼 1960년대까지 미·중 대립은 매우 격렬했다.
그러니까 현재 미·중 대립이 위험한 수준인 것처럼 보이지만, 2차 대전 이후 역사의 흐름에서 바라보면 사실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언론 등에서는 독자들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 앞으로도 미·중 대립을 중요하게 다룰 것이다. 그러나 남중국해 문제를 비롯한 미·중 관계, 중·일 관계 등의 현안은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험수치가 올라간 것은 사실이지만, 큰 틀에서는 극심한 대립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사드 배치 이후 미·중 대립의 양상이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하나?
조동준 언론에서 언급하는 것처럼 사드 배치로 인해 동아시아의 국제관계가 신(新)냉전으로 비화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과거 세계 1차, 2차 대전 발발 이전과 지금을 비교했을 때, 한 국가가 다른 국가에 의존하는 정도의 차이가 매우 크다. 이는 곧 한 국가가 전쟁으로 인해 치러야 할 기회비용이 훨씬 커졌다는 뜻이다. 그것 때문에 분쟁이 아예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이렇게 달라진 상황은 국가 간의 분쟁 빈도를 감소시키는 데에 크게 기여한다.
물론 동아시아는 여전히 불편한 지역이다. 많은 사람들이 언급하는 아시아 패러독스(Asia Paradox·동아시아에서 경제 분야의 상호 의존도가 점점 커지는 것과 반대로 정치, 안보 분야의 갈등이 점점 증가하는 현상)가 분명 존재하니까. 하지만 그게 실제로 병력이 동원되는 상황까지 갈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적다고 본다.
문흥호 중국과 미국이 지금 대립을 하고 있긴 하지만 절대로 전쟁까지 치닫진 않을 것이다. 서로 전략적 협력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자 모두 자신의 영역은 확실히 지키면서 남의 것까지 침범하려 하고 있는데, 패권을 추구하는 국가는 이런 심리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갈등이 일어나지만 그게 옛날처럼 전쟁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갈등, 대립 속에서 정상적인 교류 협력은 유지하는데, 이를 전략적 협력이라고 한다. 실제로 미국과 중국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양국의 관계와 경제적, 전략적 이익을 계속 조절하고 있다.
한편으로 미국과 중국 간에는 서로 얽혀 있는 이익이 너무 많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는 사드나 항공모함만 있는 게 아니다. 그 기저에 존재하는 많은 뿌리가 양국의 관계를 지탱하고 있다. 일례로 미국이 1979년 이후로 추진해 온 건설적 개입(Engagement Policy) 정책은 중국의 온건파를 집권시켜 중국의 시장경제화를 지원한 것인데, 이 역시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처럼 이미 미·중 관계는 어느 한 지도자가 결정할 수 있는 단계를 지났다. 물론 양국의 기본적인 이념이 다르고, 사드 배치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 직접적인 현안 문제가 있으므로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본다.
사드 배치 논란이 한창 진행 중이다. 한국 정부는 사드 배치에 대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조동준 사드 배치가 선언됐는데 이걸 철회하면 한국 정부의 신뢰성(credibility)은 앞으로 매우 위험해질 것이다. ‘이 신뢰성 때문에 내키지 않는 결정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가’ 하고 질문을 할 수 있겠지만, 그건 국제정치에서 신뢰성의 중요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말의 신뢰성을 지키지 못하는 나라는 국제사회에서 활동하기 힘들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스스로가 신뢰성을 떨어뜨리려고 한다. 말의 신뢰성이 극히 적은 북한과 이웃하고 있으니까 국제사회에서도 저렇게 행동해도 되겠다고 생각하는 거다.
한국의 기준에서는 말의 신뢰성 때문에 사드 배치를 철회하기 어렵다고 한다면 국민들이 정서적으로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국제정치의 표준으로 본다면 말의 신뢰성을 잃은 정부는 더 이상 외교적 파트너가 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사드 문제는 더 이상 정치 쟁점이 돼선 안 되고, 이제는 출구 전략을 찾을 시점이다.
문흥호 사드가 이미 정치적인 문제로 비화된 상황이지만 이를 국방, 안보의 문제로 국한시켜 얘기할 필요가 있다. 사드 배치가 대통령에서부터 농민까지 모든 국민이 달려들어 논의해야 할 사항일까? 그리고 사드 문제는 냉정히 얘기하면 중국과 미국 사이의 문제이기에, 양자의 타협이 이뤄지지 않으면 해결이 어렵다. 특히 미·중의 패권 싸움에서 한반도가 결부된다면 한국은 이도저도 아닌 난처한 입장으로 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이 상황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남북관계를 어떻게든 안정화시켜야 한다. 남북관계가 경색될수록 점점 우리의 상황은 난처해질 것이다. 따라서 북한과의 교류와 협력을 통해 상생할 수 있는 부분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 그렇게 해야만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에서 벌이는 각축전에서 조금이라도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박근혜 정권의 신뢰 프로세스는 그런 의미에서 상당히 의미가 있었다고 보는데 어느 순간 변질된 게 다소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