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드라마 ‘청춘시대에는 대학생들의 셰어하우스 생활이 나온다. 5명의 주인공들은 때로는 힘들지만 때로는 즐겁고 행복하게 함께 산다. ‘청춘시대는 청년들로부터 ‘청춘의 사실적인 삶을 조명했다’는 인정을 받았다. 그런데 드라마가 청년들이 직면한 주거 문제에 대한 대안까지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과연 드라마가 보여준 청년 주거의 대안은 현실과 같은 모습일까? 현실 속 청년 주거 대안과 그 한계를 청년, 서울시, 정부로 공급 주체를 나눠 살펴봤다.
함께 살고, 함께 집을 구하는 청년들
청년들이 스스로 청년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는 크게 집을 제공하는 것과 주거 시장의 구조적 문제 해결을 모색하는 것이 있다. 먼저 집을 제공하는 방안의 경우 청년 전용 셰어하우스(Share-house)가 대표적인데, 주로 거실, 주방, 화장실은 공유하고 침실은 개인 공간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셰어하우스는 청년들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고, 1인 가구가 겪는 외로움과 불편함을 해결해준다는 점에서 그 매력을 인정받고 있다. 현재 서울에만 ‘바다’, ‘보더리스’, ‘이음’등 수많은 셰어하우스들이 있으며, 관악구 내에는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차원에서 마련한 ‘모두의 하우스’가 총 12가구 50명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아파트, 공동주택, 오피스텔 등을 활용하는 셰어하우스와는 달리 빈 고시원을 개조한 셰어하우스도 있다. 소외계층 지원 사업을 하는 건축설계사무소 ‘선랩(SunLab)’은 사법시험 폐지 가시화 이후 공실률이 높아진 고시원을 임대해 합리적인 가격대의 셰어하우스 ‘셰어어스(Share-Us)’를 세웠다. 총 4층 규모의 셰어어스는 1층은 입주자 및 지역주민 모두에 개방된 네트워크 공간으로, 2~4층은 주거 공간으로 활용 하고 있다. 선랩의 김혜진 팀장은 “청년들이 미래를 꿈꾸고 준비하는 공간이 비좁고 열악한 공간이라는 점이 안타까웠다”며 셰어어스 설립 계기를 밝혔다.
셰어어스의 청년들은 주거공간을 공유할 뿐만 아니라 공동체를 이룬다. 수도·가스·전기를 공유하는 각 방은 ‘에너지 공동체’로서 단체 카톡방을 통해 주거 생활에 대한 소통을 이어간다. 이밖에도 한 달에 한 번 있는 입주자 전체 모임과 올해 10월부터 시작된 관악구 사회적 경제 모임과 더불어 앞으로는 마을 주민이 함께하는 축제, 고시촌 영화제도 열릴 전망이다.

한편 청년 주거난의 배경인 사회구조 자체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도 있다. 대학생이 창업한 소셜벤처기업 ‘집토스 (Ziptoss)’가 그 예시다. 집토스는 온라인 웹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세입자들의 주거 후기와 건물별 주거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중개 수수료 없이 집주인과 세입자 간 전월세 직거래를 연결한다. 이재윤(지구환경시스템공학 11) 집토스 대표는 “세입자들의 주거 후기를 보며 집주인들도 미처 몰랐던 집의 문제를 알고 고쳐주신 사례도 있다”며 집토스를 통해 세입자와 집주인이 대화 할 수 있는 장이 열려 더 나은 주거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청년 주거권 보장을 위해 모인 시민단체도 있다. ‘민달팽이유니온’은 세입자 네트워크, 주거 상담, 제도개선 운동, 연구 및 교육 등의 활동을 통해 청년 주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2013년부터 총 6호, 약 40명 규모의 셰어하우스 ‘달팽이집’을 공급했고, 정부 행복주택의 입주 기준을 기존 ‘대학생 및 신혼부부’에서 ‘일반 청년 전체’로 바꾸기도 했다. 또 세입자인 청년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고 행동할 수 있도록 ‘세입자 네트워크’를 만드는 한편 주거 정책 입안과 정책 과정 참여를 위해 서울시와 공조해왔다. 민달팽이유니온 최지희 주거상담팀장은 “구조·제도적 개선과 세입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힘쓸 것”이라며 앞으로의 활동 방향과 목표를 밝혔다.
서울시 청년들의 ‘살자리’, 한지붕 세대공감 그리고 2030 역세권 행복주택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노력 또한 전개되고 있다. 서울시는 ‘살자리’ 공급, 즉 주거 문제 해소를 청년 정책의 중요한 목표로 설정해 올해 청년들에게 총 1,480호의 1인 가구 공공주택을 공급했다. 또 서울시는 2018년까지 총 4,440호 공급을 목표로 총 6가지의 청년공공 임대사업을 기획했는데, ▲한지붕 세대공감(룸셰어링) ▲셰어형기숙사 모델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대학생 희망 하우징 ▲빈집 살리기 프로젝트 ▲자치구 청년맞춤형 주택 등이다.

이 중 ‘한지붕 세대공감’ 정책의 경우 가장 적은 예산으로 가장 많은 공급 물량을 계획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지원 대상은 서울시에 방 1개 이상의 주택을 소유한 60세 이상 노인과 서울시 소재 대학(원)생 및 휴학생이다. 노인들은 자신의 주택을 제공하면서 방 1개당 100만 원 이내의 개선 공사비를 지원받고, 학생들은 보증금 없이 월 임대료 20만 원 내외로 방에 거주할 수 있다.
그러나 취지와는 달리 정책의 실적은 저조한 편이다. 2016년 3월 기준 총 11 개 자치구에서 노인 98가구, 학생 122 명이 한지붕 세대공감 정책에 참여했지만 11개 중 3개 구의 실적은 0건, 3개 구의 실적은 5건 이하에 머물렀다. 20가구 이상의 실적을 내며 활발히 운영된 곳은 노원구와 광진구에 불과했다.
이처럼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친 이유는 무엇일까. 실적이 저조했던 동작구는 ‘어르신 세대 호응 부족’과 ‘학생 요구 수준 상승’을 실적 미비의 요인으로 꼽았다. 노인 세대는 낯선 사람과의 주거 공유를 꺼리는데 이를 상쇄할 만한 유인책이 제공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편 학생들은 반지하나 낡은 집을 기피했고, 내장형(Built-in) 시설을 원하는 경우도 있었다. 정책이 정책 대상자의 현실적인 수요와 기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만들어진 셈이다.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주도하는 ‘2030 역세권 행복주택’ 역시 서울시 청년 주거 정책의 일환이다. 서울시 주택건축국 임대주택과 역세권사업팀 김승수 팀장은 정책의 취지를 “역세권 지역의 도시 계획 건축 규제를 완화해 민간 사업자의 임대주택 건설을 유도하고, 이 중 일부를 서울시에서 공공 임대주택으로 매입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김 팀장은 “공공임대주택은 주변 시세의 60~80% 정도로 청년들(대학생, 사회초년생, 신혼부부)에게 공급하고, 민간임대주택은 주변시세 정도로 청년층에게 우선 공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턱없이 모자란 행복주택, 초점이 어긋난 대출 지원
박근혜 정부는 3년 6개월간 크게 주택 지원 정책과 금융 지원 정책으로 나뉘는 청년 주거 정책을 시행해왔다. 그러나 주택 지원 정책은 실공급량이 수요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며, 금융 지원 정책 또한 전세 위주로 초점을 맞춘 탓에 실제 부동산 시장의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주택 지원 정책의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행복주택’이다. 국토교통부가 주도하는 행복주택은 대학생 혹은 사회초년생에게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으로,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정부는 2016년 9월 기준 전국에 약 14만 호의 공공임대주택이 공급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달팽이유니온이 지난 9월 25일 발표한 ‘박근혜 정부의 청년 주거 정책 현황과 한계 보고서’에 의하면 실제 입주자가 확정된 행복주택은 3,662호에 그쳤다. 이는 정부가 발표한 공급 목표 수치의 약 2.6%에 불과하다. 이러한 격차는 정부가 ‘공급’의 의미를 주택을 지을 부지 확보량으로, 다소 넓게 해석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따라서 정부의 적극적인 주택 공급을 기다리고 있던 이들에게 실제 입주를 위해 제공된 주택 물량은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다.
금융 지원의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대학생 전세비용 지원을 통해 주택 1만 4천호가, 청년 대상 전세비용 대출 지원을 통해서는 5천호가 임대됐다. 반면 월세 대출 지원은 277건에 불과해, 정부의 주거비용 지원 정책의 약 98%가 전세를 대상으로 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시장에선 전세가 줄어들고 월세가 급등하는 추세다. 주택산업연구원에서 지난 9월 발표한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30대 미혼 청년가구의 월세 거주율은 2012년부터 매년 40%를 웃도는 반면 전세는 그 절반인 20~30% 수준에 머물렀다. 이에 정부는 지난 6월 디딤돌 대출 금리 인하, 월세대출 확대 등의 대안을 제시했으나, 월세 대출은 정부의 청년 주거비용 지원 정책의 1.5%에 해당하는 미미한 규모로만 진행 중이다.
여전한 한계, 공공 주거 지원 확대로 풀어야

전국 20~34세의 청년 인구는 2015년 기준 총 1,002만 명이 넘고, 이 중 약 22%에 해당하는 222만 명이 서울시에 밀집돼 살고 있다. 날로 심해지는 청년들의 주거난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주체가 다방면의 대안을 내놓았지만, 여러 한계로 청년 주거 문제는 여전히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먼저 셰어하우스와 같은 혁신적인 대안은 아직은 도입 단계에 불과해 여러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한국도시연구소 최은영 연구위원은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셰어하우스 등의 노력의 의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한계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최 연구의원은 셰어하우스가 “1인 가구의 주거비 문제, 안전 문제, 외로움 등을 해결해준다는 장점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주거권 측면에서 한 사람이 방 하나를 갖는 건 굉장히 중요한데, 이러한 ‘1인 1방 원칙’이 잘 지켜지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공공의 지원이 부족하다보니 주거비에 맞춰서 주거의 질을 낮추고 있는 측면이 없지 않다”고 밝혔다.
청년 주거를 다루는 일부 정책들이 사회구조적 원인에 대한 근본적 고민 없이 근시안적인 시각에서 수립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예를 들어, 정부의 청년 주거 지원 정책의 대부분은 주거비를 대출해주는 방식이다. 최은영 연구위원은 이를 “결국 빚내서 집 사라는 정책”이라며 거세게 비판했다. 임대주택정책 또한 공급량 수치 늘리기에만 열중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자료에 따르면 6개월 이상 비어있는 공공임대주택은 7월 기준 무려 8,810가구에 달한다. LH가 공급 목표치에 떠밀려 주택의 질은 높이지 않고, 양만 늘린 결과다. 이처럼 공실은 거의 9천 가구에 달하지만, 행복주택의 최고 경쟁률은 2,000 : 1을 넘을 정도로 임대주택 입주는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청년 주거 문제와 관련된 기반 제도 역시 미비하다. 주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청년들은 입을 모아 제도 정비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관악구에 위치한 셰어하우스 ‘우주(WooZoo)’ 운영관리자 임성현 씨는 “셰어하우스가 아직 법적으로 정의도 안됐고, 체계도 많이 안 잡힌 주거 형태”라며 이번 여름 누진세와 관련하여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한 가족이 사는 집과 달리 1인 가구 여럿이 모여 사는 집에는 수도, 전기, 가스 등의 사용료를 어떻게 부과할지에 대해 제도적인 기준이 정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집토스 이재윤 대표 역시 “전월세 수수료 요율이 20년 전 기준 그대로 멈춰 있다”며 20년 동안 엄청난 집값 상승, 전세 감소와 월세 급증 등의 가파른 변화를 제도적 인프라가 뒷받침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주거시설 건축 규제도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현재 건축 규제에 따르면 대학생 대상 원룸을 짓더라도 주거 목적일 경우 주차장을 일정 규모 이상 포함해야 한다. 그러나 주차장을 사용하는 대학생은 현저히 적기 때문에 집주인들은 주거 시설이 아닌 근린생활시설 등으로 허가를 받고 있다. 최은영 연구위원은 이와 같은 기반 제도가 정비되지 않으면 고질적 주거 문제는 해결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 대안은 결국 국가가 청년들에게 저렴하고 안전한 주택을 보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공공임대주택 확대, 저소득층 청년 주거 지원 강화, 주거 안전 문제 관련 법률 제정 및 활성화 등의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 이에 대해 최은영 연구 위원은 “시공간적 변화에 맞는 주거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급변하는 부동산 시장에 맞게 임대료 상한제, 계약관계 규정, 안전기준 강화 등의 제도적 보강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최 연구위원은 지역 현실에 맞는 정책을 위해 주거정책 권력의 지방 분권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월세 비용 폭등, 좁은 집 등이 문제인 서울과는 달리 지방의 주택문제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기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가 지역 현실에 맞게 청년 주거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년 주거 문제는 다양한 사회·구조적 원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문제다. 극심한 주거난을 참다못한 청년들은 직접 해결을 촉구하며 다양한 대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기존의 사회구조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찾는데 그칠 뿐 근본적 원인 해결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시범 수준의 소극적 노력과 청년층에 대한 고려 없는 보여주기식 정책만으로는 청년들이 마주한 열악한 주거 현실에 대응하기 어려워 보인다. 당사자인 청년들과 정부와 지자체, 시민단체 등 다양한 주체들이 협력해 근본적 대책을 찾으려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