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서 연애는 삶을 구성하는 요소이자, 반드시 해야 하는 하나의 관례처럼 돼가고 있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연애하지 않는 사람들은 ‘무능력’하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또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연애를 하지 않는 사람들은 ‘보통의 연애’를 할 것을 강요받기도 한다. 다양한 삶의 양식이 늘어가고 있지만, 연애에 대한 시선은 변함이 없다. 연애에 대한 강요는 홀로이기를 택한 이들에게도 적용된다.최근에는 자발적으로 혼자인 삶을 택한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추세고, 이들은 연애여부와는 관계없이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연애 여부를 그들의 삶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곤 한다. 이러한 ‘연애 권하는’ 사회에서, ‘비연애’라는 단어를 만들어 연애지상주의 사회에 저항하는 이가 있다. 비연애와 폭넓은 연애에 대해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비연애인구 전용잡지 <계간홀로>를 제작·발행 중인 편집장 ‘짐송’ 씨를 만났다.

비연애인구 전용잡지 <계간홀로> 편집장 짐송 씨 ⓒ권소현 사진기자
연애하지 않는 사람들이 특이하다는 시선을 받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현대 사회에서 어떠한 것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되는 적령기에 그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은 눈에 띄는 행위가 된다. 연애 역시 적령기에 해야 하는 행위로 떠오르면서 이를 하지 않는 사람들, 또는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남녀 간의 연애를 하지 않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흥미어린 시선을 받게 된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는 ‘정’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사람들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아 사회적으로 대중화된 행위를 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특이하다는 시선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한편 한국 사회는 연애를 서로의 사생활로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연애를 하나의 이야기 주제로 말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이는 연애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도 하나의 부담인 동시에, 연애를 하지 않는 사람들의 사생활에 개입하거나,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연애가 아닌 다양한 성 정체성에 따른 연애를 하는 사람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모습과 결합하여 나타난다. ‘비연애’와 ‘홀로’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그 의미는 무엇인가?
‘비연애’라는 단어를 만들고 ‘홀로’라는 단어를 의미를 재구성해 사용하면서 이에 대한 잡지를 발행하는 것 자체가 연애에 대한 현대 사회의 불합리한 요구에 대한 하나의 저항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연애는 남녀 간의 사랑이라는 좁은 의미이다. 비연애는 이와는 반대되는 개념을 의미하는 것으로 연애를 하지 않는 상태, 사람들이 인정하지 않아 쉽게 드러내기 힘든 연애를 하는 상태 모두를 의미한다. 대표적인 ‘비연애인구’는 ‘홀로’들이다. 연애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통 ‘솔로’라고 칭하지만, 이 단어는 ‘솔로대첩’, ‘솔로탈출’ 등의 용례에서 알 수 있듯 ‘벗어나야 하는 상태’라는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한다. 이에 따라 ‘홀로’라는 단어를 ‘솔로’의 대체어로 사용해 부정적인 의미를 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싱글’에 대응하는 한국어가 없어 임의로 홀로라는 부사를 명사화하여 솔로 대신 사용하고 있다. 홀로들뿐 아니라 LGBT처럼 일반적이지 않다고 여겨지는 연애를 하는 사람들 역시 비연애인구에 속한다. 사람들이 비연애인구를 바라보는 시선은 어떤가? 어떻게 달라져야 하나?
사회는 비연애인구에 대해 특이한 사람들이라는 낙인을 찍고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비연애인구가 연애를 하지 않는것에 대해 ‘못’하는 것이라고 단정짓고, 이를 극복해야 하는 상태로 바라보기도 한다. 이러한 시선을 계속 받는 사람들은 다수로 대변되는 사회의 압력에 의해 자신의 상태와 가치관에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되고, 이는 그들에게 상처로 남게 된다. 연애를 하지 않거나 사회가 승인하지 않는 연애를 한다고 해서, 또는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여겨지는 결혼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들에 대해 이상한 시선을 보내고, 그들을 연애인구로, 결혼인구로 무리하게 만들어 나가려고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오히려 비연애인구의 삶을 다양한 삶의 방식 중 하나로 이해하고 그들을 받아들이고 포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연애지상주의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미운우리새끼’의 한 장면 ⓒSBS
<계간홀로>에는 연애에 관한 담론도 담겨있다. 비연애인구 전용잡지에서 연애이야기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연애인구가 겪는 문제의 원인이 비연애인구가 겪는 문제의 원인과 그 출발점에서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연애인구 중에는 데이트폭력이나 여성혐오 등의 문제를 겪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데이트폭력 문제의 바탕에는 이성애를 중시하는 사회에서 남녀의 역할과 성의식에 대한 편협한 시선이 존재한다. 이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고 이를 공론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여겨 지속적으로 데이트폭력의 사례를 다루고 있다. 나아가 심층적으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상황을 재구성하는 과정을 통해,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다양한 프레임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처럼 비연애 뿐만 아니라 연애에 관한 담론을 만들어가고, 이를 통해 사회가 다양한 삶의 양식을 포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